은빛 중갑과 붉은 망토를 입은 기사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기사의 목소리는 매우 상쾌하고 아름다운,여성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 있는 키 30m의 붉은 드래곤은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여성에게 질문했다.
"에네마사 경,그냥 가주시면 안될까요?"
중갑을 입은 여기사,에네마사 울페르는 등에 메고 있던 칼집에서 철판같은 대검을 뽑아들고 붉은 드래곤에게 말했다.
"우리 영지 농민들이 키우던 양 37마리,소 6마리를 잡아먹고 식후 입가심 하겠다고 우물 5개 박살내서 물 다 뽑아마신건 네가 아니라 옆동네 그린드래곤 로드였나봐?"
레드드래곤 로드는 싸움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먼저 공격하자는 생각에 그는 거대한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는 손을 뻗어 수인을 맺으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캐스팅만 성공한다면,그 악명높은 드래곤 슬레이어 에네마사 울페르도 쓰러질 것이다! 그리고 지금 지상과의 거리는 40m다. 승산은 있다!
레드드래곤 로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이 글을 읽는 상판러 참치 여러분도 잘 알듯이,이건 패배플래그다. 아멘.
3단 점프해서 자기 눈 옆에 나타난 에네마사를 보기 전까지는 레드드래곤 로드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봐봐,패배플래그라니까.
그리고 에네마사는 레드드래곤 로드에게 말했다.
"웬만하면 드래곤하트랑 레어에 있는 보물들 헌상하고 용서를 빌지 그랬어?"
"잠깐만요,하겠습니다."
보통 이런 말을 하는 타이밍은 정말 늦은 타이밍일때가 많다. 상판러 여러분은 잘못을 했으면 빨리 사과하고 초기에 합의를 보자!
그리고 레드드래곤 로드도 이 말을 하기엔 너무 늦은 타이밍에 이런 말을 꺼냈다.
"늦었어."
그리고 에네마사는 한손으로 검을 들고 검을 쭉 뻗은 자세에서 외쳤다.
레드드래곤은 그 다음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스팅-거!!!"
울페르 가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악명높은 돌진 찌르기,스팅거였다.
마하 4로 (빛의 속도가 마하 4라고 하는데 대충 그정도로 빠릅니다.) 날아오는 스팅거를 얻어맞은 레드드래곤 로드는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돌아가신 선대 레드드래곤 로드였던 어머니가 삼도천 너머에서 손짓 하는 모습을 보았다.
"아아,어머니,불효자를 용서해주십시오. 이렇게 어머니를 만나러 갑니다."
레드드래곤 로드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문제는 그가 어찌나 심각한 불효자였는지 아직 에네마사의 콤보는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이었다.
"일루전 블레이-드!"
레드드래곤 로드가 땅바닥으로 떨어지려고 하자,그 사이에 먼저 땅에 착지했던 에네마사가 소환한 거대한 환영검 수십개가 초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레드드래곤 로드를 타격했고 계속 허공에 띄우고 있었다. 적어도 300년간 유효타를 한번도 맞지 않아서 더러운 껍질이 덕지덕지 붙어있던 레드드래곤 로드의 비늘이 골고루 갈려서 밝은 메탈릭 레드로 반짝거리는건 덤이었다.
레드드래곤 로드가 환영검에 한 45대쯤 얻어맞자 에네마사는 환영검을 전부 거뒀고,그러자 그는 온몸의 때를 시원하게 벗기고 꼴사나운 포즈로 땅바닥에 널부러졌다. 에네마사는 팔짱을 낀 채 레드드래곤 로드에게 질문했다.
"잘못 했어,안했어?"
"쿠흡...잘못 했...습...니...다. 그런데...그거 아십니까?"
"뭐?"
에네마사는 이 도마뱀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나 싶었지만 일단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했다. 에네마사의 예감이 왠지 좋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에네마사의 등 뒤에서 누군가가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추레한 경갑을 입은 기사였다. 그는 익숙한 분위기의 기사였지만 에네마사는 그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당신보다...더.강합니다.그가."
레드드래곤 로드는 부르르 떨리는 손을 들어 경갑을 입은 기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에네마사는 팔짱을 풀고 검집에 집어넣은 대검 자루에 손을 올렸다.
그렇게 강한 상대라면 에네마사가 아끼던 필살기를 쓸 가치가 있는 상대일 것이다.
"저지먼트 커어어어어어어엇!!!"
이 글을 읽는 상판러 참치들의 흐름을 끊어 미안하지만,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에네마사의 필살기 '저지먼트 컷'은 그녀의 강한 의지력으로 물리법칙을 비틀어 이 기술을 맞는 적의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만들고,그 사이에 에네마사는 발도와 동시에 초고속으로 이동하며 적을 수십번 베어낸다. 그리고 제 자리에 돌아와서,검을 검집에 멋있게 집어넣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는 기술이다. (참고로 참치 여러분들도 쓸 수 있는 필살기니 안심하도록.)
설명이 길었다. 본론으로 넘어가자. 에네마사의 기합과 함께,에네마사는 자신의 의지력으로 경갑기사의 시간을 느리게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경갑기사의 의지력이 그녀의 의지력보다 더 강하다는 뜻이었다. 에네마사는 그 남자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자 에네마사의 등이는 한줄기의 식은땀이 흘렀다.
"에네마사 울페르,저지먼트 컷은 그렇게 쓰는게 아니야. 이렇게 쓰는거지."
그 말과 동시에 에네마사는 경갑기사의 의지력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에네마사는 자신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곧 있을 일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경갑기사는 허리춤에 찬 칼자루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말했다.
"저지먼트 컷."
그리고 에네마사는 순식간에 검격 62번을 얻어맞고 나가떨어졌다. 그 모습은 전치 7주는 나올 것 같은 모습이라고 밖에 설명 할 수 없었다.
에네마사를 초살한 이 경갑기사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이 기사를,참치 여러분들이 이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