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의 시선은 다시 두 소년을 향했다. 탈모빔 맞은 군인 따위 알 바 아니다. 애초에 영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좋게 쳐줘도 캐스터 서번트가 미끼로 던져 둔 환영이리라. '영창 도중 혀라도 씹었나 보지'. 대치한 두 명은 아마 서번트일 것이다. 수염이 라이더에, 검객은 세이버...아니면 근접전에 돌입한 운 없는 아처. 두 소년은 그들의 마스터일 것이 틀림없다. '흠, 저 적발은- 좋은 눈빛을 하고 있군. 하지만 저놈의 서번트가 라이더라면 위험해. 섣불리 덮쳤다가는 기승♂ 스킬로 반격당해 역으로 뒤♂를 잡힌다. 어쩐다...' 렌이 머리를 굴리는 사이, 고간의 게이♂볼그가 불길한 오오라를 발산하기 시작한다...
세상은 표백되었다. 모든 모발은 소멸하여, 그 잔해만이 대지에 흩뿌려졌다. 마술왕에 의한 인리소각도, 피니스 칼데아에 의한 인리수복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정이 십여 년 앞당겨진 것으로 인해 크립터도 나타나지 못했다. 외우주에서 찾아온 탈모의 신. 그 탈모빔이 지표에 직격하는 것과 동시에, 모든 것이 맨들맨들해졌다. 당신과, 당신 앞에 방패를 치켜든 영령만 빼고.
그렇게 외치며 렌은 화장실로 달려갔다. 손에는 카메라 대신 기묘한 보석이 박힌 스팀펑크풍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 바탕화면의 아이콘을 누르고 폰을 가로로 고쳐든다. 아이콘에는 해맑게 미소짓는 근육덩어리의 그림과 함께 Fate/Muscle Order라고 적혀있었다. "똥싸면서 돌리는 가챠는 5성이 잘 나온다지. 애초에 수맥이 흐르는 화장실 한복판에서 운을 기대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발상이지만, 배관이 가진 혈류의 개념을 통해 불운을 다른 곳으로 흘려보내면...!" 보석의 다이얼을 돌려 파이프라인의 방향을 조작한 후 떨리는 손끝으로 꾹, 하고 호부 소환을 누른다. "...!! 세 개의 원환, 무지개의 빛무리! 성공인가! 자, 어떤 서번트가...으음!? 변기를 중심으로 소환진!? 이...이건!?" 돌풍, 섬광, 충격. 한순간 잠잠해졌나 싶더니, 굉음이 울린다. "이게 뭔...으그그극, 문이...으가가가가가갓!!! 으으, 겨우 나왔...아니 쒸이벌, 이게 뭐야!? 침대는 작살나고, 가챠는 오류나서 호부만 날리고! 설마 다른 집 불운이 배관을 통해 역으로...음, 잠깐? 너는...!? 설마 그 소환진...설마!!!"
"오오...헬창이 아니라니...이 무슨 통탄할 일인가...하지만 좋다. 강요는 압제. 고로 존중이야말로 지방에 대한 반역이니, 우리는 모두 헬창이로다!!!우오오오오오오-----" "훗, 잘은 모르겠지만 좋다. 그 눈빛, 그 근육... Di molto! 무너질 줄 모르는 반역의 전사여, 토오사카의 당주 렌은 자네의 내방을 환영하는 바이다!" 그러나 동시에 렌은, 분할사고의 또다른 측면 속에서 이렇게 생각했다. '아, 이 ㅅㄲ 백프로 버서커네. 저 호탕하고 찐득한 근육은 좋지만, 스펙이 개판이야. 아니, 애초에 왜 호부소환에서 1성이 뜨는건데. 그보다도 변기랑 근육이랑은 뭔 상관이냐고.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애초에 왜 게임 가챠를 돌렸는데 진짜로 영령이 소환된 거지...?'
고민 끝에 렌은 하나의 해답에 도달했다. 이 모든 개판의 이유. 그것은 준비만 하고 정작 싸야 할 똥을 싸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윽...그러고보니 나 힘주고 있었지...일단 마저 싸러 가야...' 렌은 다시 화장실로 향했다. 바지를 까고 앉으려는 순간, 아까 그 근육덩어리가 가로막는다. "뮈...뭐냐, 똥 좀 싸게 비켜라 얼른...윽, 위험..." "..." "...야, 비키라고." ".................." "......?"
이라고 말하고 끝내고 싶은 상황이었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마스터. 일단은 여기서 나가는 것이 어떤가. 여기 계속 있다보면 안그래도 이상한 영기가 더 이상해질 듯하다." 아, 그래 나가긴 나가야지. 볼일도 다 처리했고, 이 서번트와의 대화도 좀 나누어야겠고, 무엇보다 옷을 입혀놔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