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황궁에는 조조가 있었다. 정원이 지지하는(꼭두각시로 부리는) 소제는 정통성 면에서 태클을 걸 여지가 없다. 만약 동탁이었으면 뒷배가 적은 헌제를 대신 황제로 세우는 짓을 했을지도 모르고, 그 때문에 정통성을 빌미로 대규모의 군세를 모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사황후와 하진의 잔여 세력을 흡수한 정원은 이미 중앙의 권력을 잡았으며 그때문에 명분을 줄 여지가 남아 있지 않다. 이 상태로는 혼란한 개인 군벌과 세력들의 아수라장이 될 뿐이라고 조조는 판단했고, 정원 세력 안에서 효기교위(수도를 지키는 오교위 직책)로 임명받아 조용히 떄를 기다리며 세력을 모았다. 그리고 조조가 기다리는 때는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빨리 찾아왔다.
봉선이 여색을 탐하는 것이 날수록 심해져, 이윽고 정원의 딸과 사통하기 시작하였다. 비록 만인지적이니 비장이니 하는 명성을 쌓은 여포라도, 계집질로 부하들의 신망을 잃은 마당이었으니, 정원이 자신을 신임하더라도 가족질서에 대해서만은 유교질서를 중시하는 정원이 여포가 자신의 딸이자 여포의 의매와 사통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여포의 입지는 지극히 불안정해질 터. 여포는 대책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그런 여포에게 조조가 접근해왔다. 황실 세력에서 조금씩 고립되기 시작한 여포는 조조가 접근해오자 비슷한 취향(?)을 가진 조조를 점차 신뢰하기 시작하였고, 이런 여포를 조조는 조금씩 부추기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여포 세력을 늘린다는 명목으로 하후 집안과 조씨 집안의 친인척, 자신의 부하들을 여포를 통하여 정원이 모르게 침투시켰다.
또한 조조는 널리 천하지사들을 모으니, 모사로는 순욱이 제일이요, 장수로는 우금이 제일이었다.
조조는 천하를 바로잡을 계책을 모사들과 의논하니, 순욱이 나아가 말하였다. "주공께서는 비록 정원의 조아(爪牙)(역주: 여포를 말함)의 마음을 얻으시고, 정원에게 수하들을 침투시키셨으나 아직 정원을 치기엔 우리의 세력은 미약합니다." 조조가 되물었다. "순문약(문약은 순욱의 자)께서는 계책이 있으시오?" 순욱이 웃으며 답하였다. "공께서는 십상시의 최후를 잊으셨습니까?" 조조가 이에 크게 깨달아, 황제의 밀서를 날조하여 원소, 원술을 필두로 하는 정원에게 불만을 가진 청류파들을 소집하였다.
허나 상정 외의 사태가 발생했다. 정원의 여포의 행각을 눈치챈 것이다. 당장에라도 여포를 죽일 듯이 길길이 날뛰던 정원은 부하들을 시켜 여포를 호출한다. 천운이 따른 것일까. 명을 받은 부하는 조조의 첩자였고 소식을 전해들은 여포와 조조는 상황이 크게 꼬인 것을 깨달았다.
그에 조조가 순욱에게 조언을 구하자 그는 고심하던 끝에 한 가지 비책을 꺼내드는데, 그것은 여포로 하여금 황제를 빼돌리는 것이었다. 계획은 이러했다. 정원의 세력 하에 침투시킨 조조의 부하들이 정원의 호위를 하게끔 꾸미어서 정원이 여포를 호출하는 그 날을 노려서 정원의 목을 베고 그로 인해 어수선해진 틈을 타서 소제를 성밖으로 빼돌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계획을 잠잠히 듣던 조조는 결김을 하고 이와같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