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게임 시스템적 이야기. 서바이브가 발매되기도 전부터 논해지던 것처럼,서바이브는 여신전생 같은 요소가 있습니다. 디지몬 설득이 그것입니다.우선 이 부분부터 놓고 말해야겠네요. 디지몬 설득은 악마회화처럼 디지몬에게 아이템을 받거나,동료로 영입할 수 있습니다. 회화에 실패하면 분노해서 달려든다는 것도 악마회화와 비슷하지요.
그러나 다른 것은 디지몬이 삥뜯어가는 요소가 없고,회화의 성공 기준이 명확히 표기되는 등 훨씬 ‘친절하다’는 것입니다. 이 【친절함】은 서바이브의 다른 시스템에서도 줄곧 나타나는 요소입니다만,우선 디지몬 설득에 집중합시다. 디지몬 설득은 기본적으로 4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을 3번 반복하고,대화를 통해 우호도 3 이상을 쌓는 것이 목표입니다. 각 선택지는 우호도 -2/-1/+1/+2 중 하나의 결과를 내며,0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습니다. 악마회화에서 보이지 않던 클리어 조건이 명확하게 표기되며,영입은 확률일지언정 아이템을 달라는 교섭은 확정적으로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프리 배틀에서 디지몬 설득은 설득보다는 ‘미니게임 클리어 시 발동하는 적 디지몬 즉사기’적 활용이 이루어집니다. 진짜 쎕니다.궁극체도 조건만 맞으면 한 방이에요. 각설하고,이러한 친절함은 확실히 편리하지만,친절함과 반대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영입 확률은 진짜 제멋대로란 겁니다.이미 영입되어 있든 대화를 몇 번 했든 확률은 진짜 완전랜덤으로 보입니다. 아니 이게 어떻게 이렇지?예전에 성향별 보정치가 있나 생각을 했었는데 아직까지 확인은 못 했습니다.
여튼 디지몬 설득에 대한 평은 ‘악마회화의 친절한 이식’이 되겠습니다. 그러나 성향별 보정치나 동족을 이미 포획했을 때의 이벤트처럼 세세한 부분은 없으며,친절함을 위해 원본의 복잡한 부분들을 빼게 되서 의외성은 낮아진 느낌입니다. 더해 영입 확률을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것도 -요소.우호도 최대치로 채웠으면 확률 좀 올려줘도 좋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반영이 안 되는 것 같아요(※확인 필요)
앞선 문단에서 친절함을 논한 적 있습니다.그게 가장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성향 시스템입니다. 여신전생에서는 자신의 성향을 알기 쉽긴 하지만,어디에 정확히 어떤 식으로 쏠려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서바이브는 다릅니다.프로필에 들어가기만 하면 자기가 어떤 방향의 선택지를 몇 회 선택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친절함’은 루트를 결정하거나 진화 분기를 관리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만,친절함이 제일 극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호감도 시스템입니다.보통 게임에서는 캐릭터와 대화를 하는 중간에는 저장이 안 될 텐데,서바이브는 그냥 선택지 뜬 화면에서 바로바로 저장이 가능합니다. 대화 창 때문에 UI가 내려가서 안 보일 수도 있겠지만,C 버튼 누르면 저장이랑 불러오기가 뜹니다. 이것으로 인해서 유저는 시간만 있다면 곧장 커뮤 완벽 클리어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호감도 시스템을 이렇게 설계한 것은 【이하 스포일러】동료들의 진화 단계 해금이 호감도에 따라 이루어지는 방식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선택지를 잘못 고른다면 어떤 동료는 엔딩까지도 궁극체가 못 될 수 있습니다. 더해서 호감도는 회차에 계승되지 않지만,진화 해금 단계는 계승됩니다. 한 번 공략했으면 굳이 더 파지 말고 다른 동료에게 집중하라는 반다이의 언외언이 느껴집니다.
시스템의 친절함은 전투 시스템에도 이어집니다.굉장히 독특하게도 이 게임은 매 전투 전에 전투 난이도의 재설정이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보스가 어렵다면 레벨링이 아니라 그냥 난이도 아주 쉬움으로 맞추고 잡으면 됩니다. 난이도에 따른 보상의 차이도 없습니다.튜토리얼에서 난이도가 다르면 승리/패배 조건이 변경될 수도 있다는 안내를 본 것 같기도 한데 확실하진 않습니다. 여튼,서바이브의 전투 시스템에 대해서는 말이 많습니다만 제작진들은 빠른 스킵이 가능하도록 전투 난이도 변경 가능 및 자동전투를 넣어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게 있어서는 이거 공격 스킬 범위가 단순히 동서남북이 아니라 고저차까지 더해져 있고,높이별 공격 보정치나 전후좌우 보정치 등 상당히 재미있는 요소가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님도 어려움 3배속 플레이…!
아,게임이 쫄깃해진다는 어려움 난이도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후반부 기준,개인적으로 두 번째로 어려웠던 전투.적 보스와 세대 동일,종족 무상성(백신/바이러스/데이터 등에서 동일.)불 등의 속성 내성은 100 이상이던가로 매우 높은 편. 이 기준으로 적 1타에 3/4가 깎입니다.레벨 차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10에서 20정도 차이가 났습니다.
물론 제가 더 높은 쪽입니다.적이 자버프 기를 까는 순간 적중률이 50% 이하로 곤두박질치는데 이걸 돌파하기 위해서 생각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어려움 3배(이하생략
전투 그 자체가 아니라 유닛 시스템을 통해 설명하자면,물리기와 특수기가 나뉘어진 것은 역시 포켓몬스터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진 여신 1에서는 물공/마공/물방/마방이 나뉘어진 걸 생각하면 여신전생 오마쥬 요소인가 싶기도 하지만,우선 이름이 이름이니 포켓몬 쪽 요소라 봐야겠지요.
캐릭터의 스테이터스는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한 물리 공격/특수 공격/물리 방어/ 특수 방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명중/회피에 영향을 미치는 스피드와, 맵 상 이동 가능 구역을 추가해주는 이동 타입(보행/비행)과 이동 가능 칸수를 알려주는 이동량,고저차 무시 이동 가능한 한계를 알려주는 상하 이동이 존재. 전투 상성은 종족 상성(백신 > 바이러스 > 데이터 > 백신 …)과 속성 상성(불/물/흙/바람/빛/어둠 +무상성)이 존재합니다.4속성 + 빛 어둠 2속성? 어? 여신전생이 ㄸ…아니,아닙니다.
종족 상성과 속성 상성을 잘 맞추면 완전체로도 궁극체한테 개기면서 딜을 넣을 수 있으니 상당히 중요한 요소. 전투 시작 전 유닛 배치 타이밍에 적 유닛의 정보 열람이 가능하니 지켜보면서 어떤 디지몬을 배치할지 고민합시다.
전투 템포 자체가 느려져서 호불호는 갈리겠지만,사람에 따라서는 재미있는 SRPG. 그러나 공격 연출들이 너무 슴슴한 게 아쉽습니다.슈퍼로봇대전처럼 좀 화려했으면 좋았을 것 같기도 한데 안 그래도 느린 전투에 연출 추가하면 더 늘어질 것 같기도 하고….
일단 난이도 관련은 넘겨두더라도 배속 옵션은 한 번 걸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시스템 이야기는 이 쯤 할까요.
2.「어드벤처」와 「서바이브」 저번 잡담 레스로도 한 번 말한 적 있는 것 같습니다.둘 다 문자 그대로 「어드벤처」는 모험,「서바이브」는 생존. 둘 모두 여행으로부터 시작하지만,어드벤처는 어떤 고난이라도 끝내 이겨내는데 반해 서바이브는 꺾이기도 합니다. 저들에게 있어서 ‘모험’은 이들에게 있어서는 ‘생존’이기 때문입니다.
서바이브를 하면서 줄곧 느낀 것은 15 소년 표류기와 파리 대왕의 관계처럼,서바이브는 어드벤처 얼터나 절망편,조별과제 버전으로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디지몬은 강하고 위험합니다.그러나 선택받은 아이들은 그 누구도 꺾이지 않았고,무엇을 상대로라도 싸워 이겼습니다. 말하자면 그들은 신화의 영웅입니다.진짜로 신화적입니다.
호메오스타시스가 작정하고 UR급 멤버만 뽑아서 디지털 월드의 반동분자를 숙청하려는 계획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아 찬양하게 만들 정도입니다. 호메오스타시스,당신은 신인가?
여튼,어드벤처와 서바이브는 서로 비슷한 구석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 제일은 역시 아구몬을 쓰는 주인공이겠지요.그렇지만 다른 부분들은 많이 다릅니다.여러 사이트에서 말이 나온 다소 마이너한 파트너 캐릭터들의 선택이 대표적입니다. 굳이 문장별로 대응시킨다면,용기,우정,성실,사랑,순수,지식은 보이는데 빛과 희망=그런 거 없….
【이하 스포일러】사실 있습니다.그러나 빛의 몸에 임하는 것은 호메오스타시스가 아니라 세계 전복을 꾀하는 괴물이고 희망은 꽃피기도 전에 져버렸다 뿐이지요. 서로 다른 이야기를 억지로 대응시키는 것도 뭣하니,다음 이야기로 넘어갑시다.
2번에서 까먹은 것【본편 스포일러】 디지몬 어드벤처에서 종종 보였던 장면이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줍니다.그러나 모든 것이 약간씩은 다르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가 어드벤처가 아니란 점을 보여줍니다. 파워디지몬처럼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그 아가씨는 끝내 아이 한 명을 죽음으로 몰아갔고,현실로 돌아온 주인공은 혼자 도착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문 너머로 피에몬을 밀어넣었지만 그는 나중에 결국 다시 나타나 최후의 전투를 벌입니다. 호메오스타시스처럼 누군가의 몸에 빙의한 것은 선한 존재가 아니라 사악한 괴물입니다.
02 황금의 디지멘탈에서는…
종종 레나몬의 헌신처럼 다른 시리즈가 생각나거나,호변허를 이용했을 것 같은 환각은 도감 설정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드라몬 넌 도대체 뭐냐 진짜?
3.선택받지 않은 아이들 서바이브의 아이들은 선택받지 않았습니다.표류한 것에 가깝습니다.선택받은 아이들도 디지털 월드에서 이방인이었지만,그들은 흰수염 도사 같은 현지 조력자라도 있었습니다. 현지 조력자가 나타나긴 하지만 큰 도움은 안 됩니다.이 세계는 모험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전쟁터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있는 것은 오직 파트너 뿐입니다.
【이하 스포일러】 파트너는 운명적인 존재라고 합니다.진엔딩에 못 가서 전모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이 세계에서의 파트너는 단순히 유대관계가 아니라 ‘자신의 이면’ 같은 존재로 추정됩니다. 인간에게 디지몬 하나씩이 대응된다고 해야 할까요.이들은 딱히 선택을 받은게 아니라,그냥 원래 있던 운명을 자각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대두되는 것은 지금의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과거에 이 땅에 끌려온 아이들의 이야기가 됩니다.
지금의 아이들이 표류하게 된 원인이 된 그 완결지어지지 못한 사건 때문에 지금의 아이들은 휘말려 생존기를 찍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석 형은 말했습니다.‘우리는 선택받았다고 하지만 사실 뭘 할지 정하는 건 우리 자신이야’라고. 그리고 이야기의 종반부,휩쓸리던 아이가 ‘선택’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최종장에 돌입합니다. 이들이 선택을 한 것이 마지막 분기점이 되는 것은 자못 의미심장합니다. 아.이 단락은 두 가지 의미로 쓰여졌습니다.
3번에서 까먹은 것【본편 스포일러】 주인공이 선택을 하게 되는 시점은 「서바이브」를 완수할 수 있던 시점입니다. 그는 지금 당장 살아남을 수 있는 세계로,지금까지 살아왔던 그 장소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그는 다시 디지몬의 세계로 돌아가,자신의 싸움에 몸을 던졌고.
그리고 궁극체가 됩니다.
‘선택받은 아이의 선택’을 가장 멋지게 풀어내는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이거 진화 시점이 맞나 하고 찾아보다가 늦었네요ㅋㅋㅋㅋㅋㅋ
4.아이와 어른의 사이에서 - tri. 그리고 드디어 여기군요. tri.는 이미 완결난지 시간이 꽤 된 만큼,흰글씨 처리는 안 하겠습니다.서바이브 본편과 관련지어서 이야기하는 부분 빼고!
저는 얼마 전에 이게 tri.에 대한 제작진의 답가 아닌가 하는 레스를 올린 적 있었습니다. 이거 쓰느라 서바이브 하는 내내 여건이 되면 tri를 틀어놨었네요.
tri.를 어떻게 바라보면,아이들이 상징하는 문장과 아이들의 갈등 사이에는 나름의 연관이 있습니다. 1장의 마지막,‘오메가몬의 조그레스 해제’부터.태일이는 싸움의 참상을 보며 투쟁의 용기를 잃었고 매튜는 확신 없는 태일이의 모습에 우정이 흔들립니다. 성실의 문장인 석이 형은 현실 세계의 임무(수험)과 디지털 세계의 과업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성실하지 못합니다. 순수의 미나는 순수하기 때문에 질시받습니다.희망의 문장이었던 리키의 파닥몬은 결국 아이들을 리부트란 절망으로 밀어넣는 단초가 되었고,지식의 한솔이는 자신의 무지에 절규합니다. 사랑의 소라는 다시 만난 피요몬에게 미움받고 빛은 끝내 어둠에 물듭니다.
tri 초반(아마 2장이던가)에 나왔던 메세지처럼,각자의 어둠,문장의 이면을 극복하는 이야기였던 셈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선택받은 아이들이 더 이상 ‘아이들’만으로 남아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이루어집니다. 태일이는 싸움에 책임감을 느낍니다,석이 형은 다가올 수험이 무겁습니다.고 3한데 세계를 구하라고요? 호메오스타시스,이 나쁜 자식!
어른이 되어가면서,지금까지 확고했던 자신의 자아(문장)을 의심하고,그러나 동시에 새롭게 정립해 나갑니다. 작품 자체의 평가는 일단 무시하고,선택받은 아이들은 그 갈등을 극복하여 마침내 더 성장했습니다. 리부트를 뛰어넘은 다음에 닥쳐올 최후의 적.어른이 되어 마주할 【이별】이 다가올 때까지,그들은 어른과 아이의 경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