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슬로트 사태 직후 청와대 속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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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요청에 의해 검열)
VIP: 오늘은 긴 날이었네요, 헤이 씨. 급하게 저를 찾으셨다면서요?
헤이: 분위기를 망치고 싶진 않지만, 중요한 사안이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나도 당신도 내일부터는 많이 바빠질테니까.
VIP: 당신들의 처우에 대한 건인가요?
헤이: 그래.
우리들 사이의 관계를 좀 더 확실하게 규정하고 싶다.
우선 무라사에 대해서 숨긴건 사과하겠다. 우리들이 가진 마지막 카드라서 어쩔수가 없었다.
VIP: 그 부분은 넘어가도록 하죠. 솔직히 제가 당신 입장이라도 그랬을테니까요.
삼천포로 빠지기 전에 이쪽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우선 당신이 제시하는 조건을 듣고 싶네요.
헤이: 구 재단이 보유했던 모든 기술을 공유, 이전하고 당신들의 정부기관 소속으로서 지휘를 받겠다.
VIP: 후자는 어느 정도 확정된 사안이고, 전자는 확실히 탐이 나는 조건이지만, 대신 댓가도 클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당신이 원하는건요?
헤이: 나를 포함한 내 휘하 인원들의 신분보장, 그리고 대외활동에 대한 자율판단 및 행동권을 요구한다.
VIP: 그런 조건이라면 무엇을 위한 자율권인지에 따라 교섭의 여지가 있겠네요.
헤이: 우리의 손으로 재단의 문을 완전히 닫을 책임을 위해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나크가 대부분의 재단 시설들을 확보할테지.
하지만 우선 알아둬야할게 있다.
의장은 놈들과 손을 잡았지만 끝까지 놈들을 믿지 않았다.
그들에게 절대로 모든 것을 쥐어주지 않았어.
VIP: 그 말은 즉...
헤이: O5 위원회조차 모르는 곳들이 있어.
그래, 모나크도 모를 곳들이지.
다시 말해 모든 시설에 대해 알던 자는 의장과 나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그곳에선 재단이 무너진것도 모른체 하던 일을 계속 하는 자들이 있을테고.
VIP: 예를 들면요?
헤이: 재단 초기에 중지된 변칙개체 무기화 계획들, 아는 것 자체가 위험이 되는 것들의 수용소.
그리고 말로는 설명조차 불가능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놈들, 아니 그 누구의 손에도 들어가선 안되는 곳.
자율판단권에는 이들에 대한 처분권도 포함될거다.
현지 당국이나 모나크에 인계하건, 이쪽으로 가져오건, 아니면 영원히 어둠 속에 묻어버리던가.
VIP: 조건 하나 더 붙인다면 수용하죠.
당신들이 자율권을 써서 벌일 일에 대해선 사후보고로라도 제가 전부 알게 해줬으면 합니다만.
헤이: 그 정도는 이쪽이 수용 가능하지. 하지만 정보재해, 인식재해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건에 대해선 내용의 자체검열이 있을것이다.
VIP: 저도 그 정도는 이해하겠습니다. 이걸로 타결인 모양이네요.
헤이: 몇시간은 씨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군. 서면으로도 합의안을 남기고 싶은데 가능한가?
VIP: 중요한 판단을 너무 망설이지 말라. 제가 정계에서 성공한 비결이죠.
서면합의안은 비서관에게 작성하도록 시킬테니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면 될겁니다.
그 동안 차라도 한 잔 하시겠나요?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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