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7658820> [AA/기타] 판테온 아카데미 데이터베이스. :: 1001

실업희망자◆zb1wG8Cj56

2019-01-17 02:13:30 - 2019-05-30 20:33:01

0 실업희망자◆zb1wG8Cj56 (8886235E+5)

2019-01-17 (거의 끝나감) 02: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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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장은...

0. '학원도시에서 던전을 공략하며 잘 먹고 잘 사는 이야기!(이하 학원도시)' 어장의 데이터베이스 어장입니다.
1. 학원도시 어장의 설정이나 여러 자료가 이곳에 올라 올 예정입니다.
2. 앞으로 지원 투하는 학원도시 어장이 아닌 이곳에 투하해 주시고 답글 주소(니코니코니)를 통해 본편 어장에 링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3. 그 외에 기타 다목적 용도로 쓰입니다. 용건이 있으신 분 및 필요한 분 한정으로 나메를 달고 본인임을 밝히셔도 무방합니다.
4.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기본적으로 이 어장은 어장주인 실업희망자◆zb1wG8Cj56 혼자서 쓰는 어장입니다. 잡담 어장이 아님을 명시합니다.

969 ◆7oi.BbTDUM (5220538E+6)

2019-03-12 (FIRE!) 19:41:51

*본 소설은 작가의 뇌피셜이 상당히 포함되어있으며, 캡틴의 인용이 없는 이상 그저 2차창작인 지원소설에 불과함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퇴고버젼입니다. 가볍게 오류가 보이는 부분만 수정했습니다.(선발대발견 부분을 정찰대로 수정)





-Letum Non Omnia Finit
[죽음이 모든 것을 끝내지는 못한다.]

-ergo tu, Memento mori
[그러니 그대,죽음을 잊지 마라.]


*


태초의 던전.
1900년대에 일어난, 지금은 그저 전설로만 여겨지는 던전이다.

참 많은 사람이 죽고, 울고, 힘겹게 살아남고, 어떻게든 수많은 몬스터들을 죽여내고 몰아내어 지금의 ‘던전’에 가두는데 성공했다.

이런 아수라장에서 앞장 선 이들은 다름아닌 플레이어Player. 그 중에서도 맨 처음 나타난 ‘태초의 플레이어’들이었다. 물론 예외는 언제나 있다고, 제 몸 사릴줄 모르는 어느 수라에 다른 일반플레이어들 또한 공략에 몸을 던지며 생존자들을 지켜냈다.

아, 물론 나는 아니다.

나는 그저, 지켜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태초의 플레이어가 가지는 S랭크 어빌리티는 내게 영 도움이 되지 못했고, 같이 딸려온 어빌리티도 마찬가지였다. ‘기록’하고 그걸 끄집어내 응용하는 어빌리티이니 나름 활용을 잘하면 나름 잘 싸웠을 지도 모르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그저 지켜봤다. 그들의 이야기를 지근거리에서 관찰하고, 기록했다. 물론 나중에 다른 어빌리티들을 습득해서 나름대로 잘 싸우게 됐지만 나는 태초의 플레이어중 최약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태초들을 제외한 다른 플레이어보단 약하지는 않지만. 나도 나름 살아남아야했으니 말이다.

물론 그러다가 미친 깜둥이한테 걸려서 뒤질뻔하고, 태초의 플레이어도 아니고 일반 플레이어인데 어째 열라 잘 싸우는 수라(修羅)라 불리는 녀석한테 함께 누군가를 지키자는 제의를 받았다.

깜둥이랑 싸울 때는 내 어빌리티들을 전력으로 써서 어떻게 잘 도망쳤고(그 이후로도 몇 번 나를 노려서 진짜 힘들었지만 다행이 그 수라놈이 도와줘서 어찌저찌 살았다), 수라가 나에게 제의를 걸었을 때-

-나는 그 제의를 거절했다.

애초에 난 영웅군상이 아니고, 더군다나 이곳에서 잃은 소중한 사람이라던가, 이곳에서 지켜야 할 사람도 없다. 그리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도 한 명도 없고 말이다. 나는 그저 죽는게 조금 그래서 살아가고 있는, 그저 그런 사람이다.

녀석은 “사람 지키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냐?”라고 말했지만, 솔직히 난 이유없이 누군가를 지키고 싶지 않았다. 그럴 자격도 없다. 난 이 힘을 얻었을 때부터 내 몸보신부터 생각했고, 누가 도와달라고 해도 그냥 모른척 했으니까.

더 짜증나는건, 그런 상황에 처할때마다 아무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거였지만.

하여튼 그랬다. 솔직히 그들이 부럽다고 느낀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들은 남들을 위해서 목숨을 몇 번이고 던질 수 있는데, 나는 그러지 않고 그저 보면서 ‘기억’하고, ‘기록’하고 있으니까. 그냥 살기 위해서 말이다.

아, 그 깜댕이는 제외다. 고 놈은 존경할 가치가 없는 ㅁㅊ놈 이고(...)


*


위에서 말한대로, 태초의 던전의 공략에 성공하고 몬스터들을 그 공간에 가두는데 성공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몇 핵심적인 플레이어들이 모여들었다.

그곳의 제의에 따라, 거의 모든걸 어빌리티로 기록한 내가 ‘블랙 크로니클’의 집필을 하게됐다. 심통나서 일부러 여기저기 해석하기 열라힘들게 했지만, 나름대로 사기캐들을 적나라하게 표현했으니 만족한다.

그 이후 난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그냥 떠돌아 다녔다. 마냥 떠돌아 다니면서 여기저기 구경하고, 자금 떨어지면 던전에 들어가 약한 놈들 해치워서 돈 벌고, 가끔 그들의 이야기를 음유시인풍으로 버스킹도 하면서 말이다. 어딘가에 계속 머문다던가, 가족을 만든다던가 하지 않았다. 그냥 발걸음 가는데로 걸어가며 생을 이어갔다.

애초에 나는 태초의 플레이어여서 불로(不老)가 덤으로 딸려온지라 더더욱 평범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지 않으려 한 것도 있지만.

가끔 그 곳에서 살아남은 녀석들을 힐끗보러가면 다들 조금씩이라도 그 시절을 극복해내고, 멈춰있지 않고 나아갔다.


다수를 지키기 위해 수라가 되었던 녀석은 자신의 가족과 함께 지내며 여생을 보내고

고독하게 군림하던 그 녀석은 어느새 유순해져 다른 태초의 플레이어들과 어울리며 술이나 한 잔 하고 있고

수라를 따라가기 위해 강해졌던 소녀는 어느새 거대한 회사의 사장님이 돼서는 자신들의 아이를 굴리면서 애정하고 있었다. 아직도 짝사랑 중인거 같고.


그런 녀석들과 달리 난 그러지 못했다. 어빌리티의 영향인지 눈을 감으면 항상 그 광경들이, 내가 보고 기록하고 방치했던 그 모습들이 보인다.

죄책감에 몸이 죄여오지는 않았다. 그저 계속 보이는게 짜증났다. 다른 녀석들에게 가서 잠깐 눌러달라고 부탁도 했는데 내 플레이어로서의 근원격되시는 S랭크 어빌리티라서 안된다고 하더라. 빌어먹을.

가끔 몇몇 태초의 플레이어나 그 곳 출신인 플레이어들이 날 알아보고 같이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했지만 당연히도 거절했다.

딱히 녀석들이 미워서가 아니다. 그냥 내 양심상의 문제였다. 그들의 고군분투에 끼지 않고, 그저 지켜봤기에 내겐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거절한거다. 죄악감은 느끼지 못했지만, 양심은 있으니 다행인지, 아님 뭐라 해야할지... 그렇게 오늘밤도 혼자서 소주나 따서 마셨다.


*


사고가 하나 터졌다.

북한에서 대규모의 던전브레이크가 발생해버렸다.

상급던전에 언데드 상급보스로 악명이 높은 아인즈 울 고운까지.

태초의 던전 이후로 오랜만에 큰 사건이 터져서인지, 아님 내가 이 인생에 회의감을 느꼈는지는 몰라도 그곳으로 뛰어들었다. 들어가는거야 언제나 그랬듯이 불법잠입 했고. 이런게 하루이틀도 아니니까 뭐.

그리고 지금... 쫓기고 있다.

응? 그야 몬스터들에게지. 원정대랑 마주쳤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내가 함부로 스킬이나 어빌을 쓰리?

그나저나 슬 도망치기만 하는 것도 질린데... 이걸 어쩐다. 힘썼다가 들키면 ㅈ되는데;;;

“어쩔 수 없나... 들키면 귀찮아지겠지만 어떻게든 얼버무려야겠지!”

그렇게 외치면서 책을 펼쳐 능력을 사용하려고 하기 전에, 어느 남성이 내가 있는 쪽으로 달려오더니, 나를 쫓던 몬스터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힘은 없고 자세는 잡혔는데 어딘가가 엉성한, 그런 자세였다.

“허억, 허억... 저 멀리 누가 쫓기는게 보여서 와봤더니, 역시나네... 괜찮아요?”

뭐지, 이 약한데 오지랖 넓은 녀석은?

“아니 뭐... 나름대로. 너야말로 괜찮겠냐?”

“예? 뭐가요?”

“나랑 대화할 짬이 되냐고.”

그제야 녀석은 뒤를 돌아보고, 아연실색하면서 검을 휘둘렀다. 물론 나도 대충 몬스터의 공격들을 흘리면서 공격했고. 차마 나 하나 구하겠다고 대열에 이탈한게 뻔히 보이는데 나름 도와주긴 해야지.

그렇게 몬스터를 다 처치하고 나름 마무리가 된 후, 다른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나라는 존재가 들통나면 골 때려질 것이 틀림없기에, 일단 한 발 물러날까 싶은 순간-

“저, 당신은 어쩌다 이런 곳에 혼자있게 된 겁니까?”

이런 질문을 그 얼빵한 녀석이 했다.

아 썅, 이거 잘못하다가 ㅈ되겠는데?

“...어쩌다 휘말려서”

대충 얼버무렸다. 아니 얼버무릴 수 밖에 없지 솔직히.

“혹시 플레이어이십니까?”

“뭐 일단은?”

니들이랑 노는 풀이 다르지만 일단 틀린 말은 아니지. 근데 왜 니는 자꾸 그런 말을 묻는거냐?

“방금 그 실력은 보통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저희랑 같이 오시겠습니까? 지금 저기에 저희 동료도 오고 있으니까 지금 합류하면-”

“-호의는 고맙지만, 사양하겠어. 여기서 따로 해야할 일이 있거든.”

“해야할 일이라면...?”

아, 이거 진짜 잘못잡혔네. 진짜 성가신 부류다 이거. 대충 얼버무리고 빨리 튀어야지.

“...찾아야할게 있어서 말이지. 찾고 나면 너희쪽에 합류하도록 하지. 그래도 되나?”

“얼마든지요! 당신같은 강자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뭐 니 기준과 어지간한 플레이어들 기준으로는 내가 진짜 먼치킨인게 맞는데... 됐다.

“그래그래. 일단 여기서 잠깐 헤어지자고.”

그렇게 녀석의 동료가 다가오기 전에 이 자리에서 벗어날라 하는데-

“그런데, 당신은 누구입니까?”

아니, 야. 좀 보내주라고 짯샤.

“나? 지나가던 음유시인이라고 해두지.”

그 말을 끝으로 더 녀석이 질문하지 않도록 빠르게 자리에서 벗어났다. ‘지나가던 음유시인’이라고 내 정체를 댄건 실제로 몇 번 그랬으니까 딱히 상관은 없겠지.


*


...그 때를 시작으로 무슨 팔자가 꼬인건지, 아님 대체 뭔지는 몰라도 자주 그 녀석과 엮였다.

“또 만나는군요. 음유시인님.”

“거 그 호칭은 그만두라니까.”

아니 뭐냐고요. 왜 자꾸 내가 몬스터를 마주칠때마다 녀석들을 상대하고 있는 저 녀석이 보이냐고요. 이거 뭐 인과율이 엮였나? 아니 S랭크 어빌중에서 그런 어빌이 있던가 아 몰라 지금 나도 모르겠어 썅 지금 뭔가 엄청 꼬인 기분이야 미친

“아뇨 뭐 이 호칭이 저는 편해서;;;”

“맘대로 해라.”

한숨을 쉬면서 녀석을 살펴본다. 나름대로 자신만의 검법을 더 쌓아올렸는지, 적어도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나았다. 다만 그것을 온전히 완성할 만한 그릇이 되어보이지는 않았지만.

“음유시인님은 찾으시는 걸 찾으셨나요?”

...아 진짜 사람 죽는걸 실시간 라이브로 볼 때는 죄책감이나 자괴감이 하나도 안드는데 왜 이런 순수하고 솔직한 녀석들을 상대할때는 자꾸 양심이 찔리냐 진짜 뭐냐고 이 망할 내 뇌가리야아아아아!

“아니 뭐... 워낙에 추상적인 거라서 찾기가 좀 많이 어렵네.”

“그런가요. 그럼 저희가 도와드릴 수도 있는데.”

...이 녀석, 수라보다 더 말로 구슬리기 어렵네. 비슷하면서도 뭔가 많이 다른 건 사실이지만.

녀석이 아무것도 없이 모두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다 끌어다 썼다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자식은 그럴 수도 없는 그저 범부에 불과한 플레이어랄까.

“‘그 것’만 제외하면 얼추 비슷한가...? 잘 모르겠네”

“예? 방금 뭐라고 하셨나요?”

“아냐, 너한테 한 얘기가 아니라 그냥 혼잣말.”

“아, 그렇군요. 그럼 힘내시길!”

그렇게 녀석은 다시 대열에 합류하러 움직였다.

“자, 그럼 나도 다시 이곳저곳 살펴볼까-”

어차피 녀석이 속해있는 모험가 집단은 어빌리티 중 하나인 ‘눈’으로 파악중이니 이런 어빌이 없던 태초의 던전 초창기와는 다르게 밀착취재를 할 필요는 없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나름대로 보고 어빌리티로 기록하고 있던 중이었다. 시야에 갑자기 몬스터들이 군집과 진을 짜서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 보스몬스터가 아무리 지능높아도 저런게 가능하나...?”

그리고 방향은, 현재 모험가들이 있는 방향이었다. 저 정도의 군세의 기습이면 아마 저 모험가들은 괴멸의 위기에 처하겠지.

그리고 지금 이 사실을 아는 건 나뿐이다.

솔직히 저들이 어찌되든 상관은 없다. 하지만-

“이대로 저 모험가들이 괴멸하면, 기껏 녀석들이 엄청 힘들여서 몬스터들을 봉인한 보람이 없어질테니... 이번엔 별 수 없겠군.”

녀석들이 다시 전장에 나오는 꼬라지도 보고 싶지 않고, 세상이 개판되는건 더더욱이나 사양이니 말이지.

생각을 굳히고, 곧바로 움직였다.


*


콰앙!

알 수 없는 파쇄음이 들렸다. 오랜 공략과 구출에 지친 이들이 잠시 쉬는 것을 멈추고, 다들 각자 자신의 장비를 갖추고 소리의 근원지로 찾아갔다.

그 장소에는, 군세라 지칭할만한 대량의 몬스터들이 몰려오는 중에 누군가에게 저지당해 그 절반정도가 죽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그들을 계속해서 쓰러트리는 자-태연히 책을 들고 그 곳에서 뭔가를 소환해 싸우는 듯한 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머지 몬스터들도 천천히 정리해냈다.

아무도 뭐라 말을 못했다. 저 정도의 군세이면 현재 이곳에 있는 모든 모험가들이 결사의 각오를 다지고 풀버프+풀컨디션이라는 전제하에도 전력의 3할을 잃어버릴 수 있을 정도의 군세였다.

그런 군세를, 눈 앞에 보이는 저 사내는 혼자서 쓸어버린 것이었다.

“믿기지 않는군. 대체 누구지?”

“아니 그전에, 저런 사람이 들어왔다는 건 들은 적이 없어!”

“적인지 아닌지도 모르잖아”

그렇게 혼란스럽게 서로 의견을 나누는 모험가들 사이에, 단 한 명만은 아무말도 하지않고 아연실색했다.

“...저건... 설마...?”

제 시력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저 자는 분명히 자신을 ‘지나가던 음유시인’이라 칭했던 사내가 틀림없었다.


*


음... 내 정체, 안들켰겠지?

맨날 마주치는 그 녀석...은 모르겠네. 거 재능은 진짜 없는 범부이면서 의외로 감이 좋단 말이지.

“그래서 이런 곳에서도 잘도 살아남아 있는 걸지도 모르고 말이지.”

“저를 말하는 건가요?”

“어, 너.”

우와아아아앙? 무엇? 어 뭐지? 언제 온거지? 왓 더 X, 야 잠만 뭐야 진짜?

“...뭐 갑자기 나타나고 그래? 이 주변에 낙오자나 몬스터라도 있어?”

“아뇨, 딱히 없습니다. 잠깐 짬이 돼서 찾아보려했는데,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어서 놀랐어요.”

어, 나도 놀랐어. 나 최소한 니들이랑 5Km 정도는 떨어져 있는데 어째 그걸 잘도 찾은건지 나 지금 혼란스럽다 야.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몬스터들이 군세를 지어서 저희를 습격했을 때, 그 몬스터들을 처치한건 음유시인님, 당신이 맞지요?”

아 ㅆ 처음부터 명치를 때려버리네?

“맞다고 하면?”

“그냥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 녀석은, 개의치 않는 건가? 다른 녀석들은 날 별로 좋게 안 보는거 같았는데.

“너는...”

어째서 그렇게까지 순수하고, 용감하고, 누군가를 믿으면서 네 신념을 지키며 나아갈 수 있는거지?

“...아니다. 됐어.”

“훗, 그럼 당신인건 맞죠?”

“뭐, 그래. 맞아. 솔직히 말해서, 뭘 찾으러 온 것도 그냥 뻥이었어. 그냥 구경 온 거지.”

“...예?”

“문자 그대로의 의미야. 날 욕해도 되고, 때려도 된다. 거짓말 한 건 미안하다.”

“...아뇨. 그럴만한 사정이 있으니 그런거겠죠. 괜찮습니다. 누구나 그 상황이었다면 거짓말을 했을 거에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착한 녀석이다.

이거 수라녀석보다 호구도가 월등히 높은데? 아니, 그 녀석은 잠시 아내를 잃어서 미쳐있다가 정신차리고 사람들을 도와줬으니...

어찌보면, 이 녀석이야말로 ‘진짜배기 영웅’일지도 모를 노릇인 거 같다.

그 날 이후, 녀석에 대한 기록을 따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너무나도 고결하고 순수한 마음가짐으로 사람을 구하고 몬스터를 쓰러트리는 그 모습은, 비록 약하고 누군가에게 칭송받지 못하지만 충분히 영웅이라 칭할 수 있는 모습이었기에.

“난 그저 네가 재능이 없는게 아쉬워. 네가 네 모든걸 끌어다 쓸 수 있는 비장의 수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더 아쉽다니까. 그랬다면 넌 분명히 모두에게 인정받는 영웅이 될 수 있을텐데 말이야.”

“에이, 없으면 없는대로 어떻게든 해야죠. 아마 저는 제 이런 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이 없어도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도왔을거에요. 워낙에 천성이 그런지라.”

“허, 말은 잘하네 거.”

“하하하, 그런가요?”

그리고 좀 더 녀석과 대화를 자주하기 시작했다. 녀석은 진짜 그동안 봤던 면모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면모만을 가지고 있었다. 어두운 면을 도저히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리고 아내와 어린 딸아이가 하나 있다고 한다. 어 잠깐만.

“야, 그러면 가정을 지켜야지 너 지금 뭐하고 있는거여?”

“...하하하. 어쩔 수 없는걸요. 하지만, 이곳에서 위험에 빠진 사람들에게도 저 같이 가족이 있을테니까요. 문득 그랬을 때, 몸이 먼저 움직였고요.”

“날 처음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겠군.”

“예. 어디서 보지 못한 사람이 혼자서 몬스터에게 쫓기고 있는걸 보니 저도 모르게 나서버려서... 그때 제가 나서지 않아도 음유시인님은 혼자서 충분히 쓰러트릴 수 있었겠지요?”

“뭐, 틀린 말은 아냐. 가뿐히 없에 버릴 수 있었지. 그래도 넌 순수한 선의로 움직여서 날 도왔다. 요즘세상에 그것을 해내는 사람은 거의 없지.”

“하하하, 그런가요?”

“어. 그러더라고. 넌 진짜 어떻게든 살아남아라. 사랑하는 아내와 토끼같은 자식이 기다리잖냐.”

“당연히 그래야죠. 걱정마시라고요.”

이런 대화라던가

“궁금해서 묻는건데, 넌 왜 이도류가 아닌데도 평상시에 검을 두자루나 들고 다녀? 하나는 전투용이 확실한 매직급 아이템인데.”

“아, 이건 집에서 쓰는 연습도에요. 딸아이가 저같은 용사가 되고 싶다고 해서 가끔가다 같이 대련 할 때나 쓰곤 했죠.”

“과연, 부적대신이란 거네.”

“정확해요. 그리고 가끔 혼자서 단련할 때는 이 검으로 하기도 하고요. 워낙 예전부터 쓰던 애검 비슷한 거라서...”

“그렇구만. 뭐하면 내가 좀 봐줄까? 나도 나름 산전수전 겪은 사람이라서 말이지.”

“아, 그러면 저야 고맙죠!”

시시껄렁한 거리고 얘기하다가 분위기에 휩쓸려서 나답지 않게 녀석의 자세같은걸 대충 잡아준다던가

“어 왔냐. 좀 마셔볼래?”

“예...?”

“아, 너 지금 전시상황이었지. 쐬주마시면 안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아아아! 아시면 그러지 마시라고요!”

뭐 내가 술을 마시다가 이런 헤프닝이 일어나기도 했고.

나쁘지 않았다. 되려 더 이러고 싶고, 녀석과 괜시리 친하게 지내고 싶은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그러면 안된다. 나는 시간을 비껴서 살아가고, 녀석은 지금 언제죽을지 모르는 상황에 처한데다가 설령 여기서 살아남아도 언젠가 늙어 죽을테니까.

그래도, 지금 이렇게 녀석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고있는 내가 보이기 시작해버렸다.

“...나도 별 수 없구만.”

“....님! 음유시인님!”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랄까. 타이밍도 좋구만.

“응, 그래. 나 여기있다. 무슨일이야?”

“드디어, 보스방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정찰대에서 확인했다네요!”

오, 해냈네? 나도 귀찮아서 안했는데. 짜식들 제법이네! 너무 지지부진해지면 내가 찾아서 위치정보 줄라 했는데말이지!

“오오, 대단하구만. 그래서, 공략 선발대는?”

“아, 그건 입구만 발견하고 돌아와서요. 일단 선발대는 조금 있다가 보낸다고 하네요.”

그런가? 하기사. 보스 없어졌다고 이 던전브레이크가 끝나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훨씬 수월해 지는 것은 틀림없겠지.

“그러냐. 그러면 힘내라.”

“뭐, 저는 선발대가 아니지만, 그래도 힘내겠습니다!”

나는 이때, 녀석을 말렸던가, 직접적으로 나서야했다.

그랬다면... 그 날의 내 행동에 후회하고 있지 않겠지.


*


결론만 말하자면, 그 이후 난 그녀석을... 만나긴 했다. 딱 한 번 뿐이지만.

하지만... 그렇게 썩 좋은 상황에서 만난 건 아니었다.

당연하다시피 난 그 녀석을 관측하고 어빌리티를 통해서 녀석의 모습들을 기록하고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 그는 어엿하고 훌륭한 영웅이었으니까.

그런 중에, 선발대 중 한 명이 와서 말도 못하고 쓰러졌다.

그것만으로 다들 알 수 있었다. 선발대는 위기일발의 상황이란 것을.

당연하게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선발대가 전멸하는 것을 전제로 잡고 다시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뭐 그리고 뒷이야기는 뻔했다. 그 녀석은 선발대를 버릴 수 없다면서 혼자서 멋대로 뛰쳐나가 버린거다. 혼자서라도 선발대를 구하겠다고.

난... 나서지 않았다.

녀석은 그렇게 혼자서 보스룸에 입성했고, 그 곳에는 이미 2명의 대원을 제외하고 전원이 보스-아인즈 울 고운에 의해 죽어버려 시체가 그의 꼭두각시가 된 상황이었다. 그 두 사람의 상태 또한 좋지는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되려 더욱 의욕을 보이며, 눈물을 머금고 시체였던 동료들을 베어냈다. 비록 시체지만 나름 모험가였던 그들이다. 재능이 없는 그는 수량에 밀리며 점점 상태가 좋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천운인지 뭔지는 몰라도, 그는 끝내 언데드들을 다 죽이고, 두 사람이 무사히 나가는데 까지 성공해버렸다. 대단하다고 밖에 표현이 되지 않는 의지와 오기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빠져나올 방법을 생각하지 않았다.

아인즈 울 고운은 그에게 흥미를 느꼈는지, 그를 유린하면서 반죽음 상태로 만들어버리고 그 상태에서 언데드화를 시키려는 악랄한 지거리를 할려고 했다.

보고 있었다. 그런데 평상시와는 조금 달랐다. 어째서 나는 억정이 무너지는 것 같은가.


언제 한 번, 녀석이 나에게 물었다. “왜 당신은 그만한 힘을 가졌는데도 그런건가요?”라고.

나는 답했다. “나는 너희랑 다르게 아무것도 없거든. 지켜야 할 사람들도, 의지도, 사상도, 국가도. 핑계같지만 그래.”라고

그는 이에 이렇게 말했다. “그런건 언젠가 갑자기 생기는게 아닐까 싶네요. 아직 음유시인님에게는 생기지 않았을 뿐이니까, 언젠가 생길거에요”라고.


나는, 그 녀석의 그 말에 대답하지 안했다. 아니, 못했다.

나 자신이 그 핑계에 숨는게 보여져서인가? 왜인지는 몰라도 부끄러운 감정마저 느꼈다.

이제 와서 이게 무슨 궁상인가 싶기도 했다.

...이제야 조금, 왜 수라녀석이 사람들을 지켜냈는지 알 것 같았다.

소중한 것이 사라지면, 엄청... 엄청 힘들어져버리는 걸 알아서가 아닌가 싶다.

“적당히 해라 이 망할 해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서기로 했다. 녀석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섰다. 처음으로... 뭔가 뿌듯했다.

“후우, 감동은 나중이고.”

일단 나서긴 했지만 상황은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그러니까-

“일단 튄다!!!!!!!!!!”

녀석을 데리고 튀었다. 중간에 어빌리티를 써서 실체화 해놓은 ‘기록’이 있으니 녀석도 쉽게 우릴 추적할 수는 없을 거다. 내가 기록한 놈중에서 제일 쎈 놈으로 했으니까.

그렇게 다시 녀석의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업어서 데려가려던 중이었다.

“-멈-”

“뭐?”

“멈춰주세요... 잠깐- 할 말이-”

“멈추긴 왜 멈춰?! 내가 미쳤다고 멈추냐?! 어!!! 너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멈춰주세요!”

처음 듣는 그의 박력있는 목소리에, 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난 멈췄고, 녀석은 내 등에서 내렸다.

“...어차피 전 더 못가요. 천천히- 마지막으로 당신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그래요.”

“너 지금 무슨 헛소리야! 가족들이 기다리잖아!”

“아니까 그러는거에요! 당신에게... 맡기기 위해서.”

“.......그래. 마지막 환담이군. 무엇을 얘기하고 싶지?”

https://youtu.be/lRp0jLVN228

나는 그와 마지막 대화를 했다. 시시껄렁한 대화를하다가, 문득 내 과거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버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 이야기를 거짓없이 그에게 전부 말해줬다.

“-여기까지야. 재미없는 이야기였지?”

“예, 정말이지. 재미없는 이야기였네요. 그리고 아쉬워요.”

“...뭐가?”

“당신의 이야기의 재미있는 부분은 지금부터일거 같은데, 저는 그 이야기를 못들을거 같아서요.”

“...그러냐. 미안하다. 내가 좀더 일찍 나섰다면-”

“괜찮아요. 당신이 아직 나서야할 이유를 찾지 못한 거였으니까.”

그가 서서히 일어선다. 몸은 어차피 한계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미 죽었어야 할 그를 내가 ‘기록’을 억지로 뜯어 고침으로서 죽었어야하는 상태인 그를 산 채로 유지시키고 있는 거였다. 그러니 딱히 무리랄건 없어보였다. 쓰지 않았기에 부러지지 않은, 그의 애검愛劍이자 연습용 검이었다.

“당신의 어빌리티는, 모든걸 기록한다고 했죠? 그러면... 제 딸아이에게, 이 검과 같이 그 기술들을 전해주세요. 비록 미완성이지만... 그 아이에게 이렇게라도 전할 수 밖에 없겠네요.”

“약속하마. 내 모든 것을 걸고서.”

“그렇습니까, 안심했습니다. 이제 그만... 가볼 때가 된 거 같습니다.”

“어어. 그렇겠지. 너무 늦었지만- 하나 물어보마. ―네 이름은, 뭐지?”

“하하, 이제와서요? 그럼 음유시인님부터 대는걸로 하죠.”

“그럴까. 어차피 얘기 할 생각이었어.

‘태초의 플레이어’중 ‘설원의 음유시인’이라 불렸던― ‘이설현’이다.”

“유우키, 유우토입니다. 제 아내와 딸아이를-”

“아아, 알았다. 이만 푹 쉬어라. 영웅이여.”

그게 끝이었다. 만일 그가 수라나 흑태자의 힘을 가졌다면, 그는 더욱 그 사상을 위해 싸울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는 그런 힘 없이도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기에-

“너는 찬양받을 가치가 있다.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네 가족과 나만은 너를 기억하겠다. 유우토.”






“Letum Non Omnia Finit. ergo ego, tuum Memento mori.(죽음이 모든 것을 끝내지는 못한다. 그러니 나, 너의 죽음을 기억하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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