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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테스터

2018-03-15 21:15:21 - 2018-06-05 01:55:40

0 익명의 테스터 (828271E+63)

2018-03-15 (거의 끝나감) 21:15:21

ㅋㄱㅂㅈㄷ

190 익명의 테스터 (5645911E+5)

2018-06-05 (FIRE!) 01:12:01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나도 나름대로 어디 가서 말주변이 나쁘다는 평은 안 듣고 살았는데 말이야. 이 이야기를 하기에는 말주변이 좋은 정도로는 조금, 많이 부족한 거 같은걸.

그러니까 간결하게 몇 가지 사실만 순서와 양식을 지켜서 늘어놓아 볼까.

우선, 내게는 누나가 하나 있어. 순하고, 착해빠진 사람이지. 어릴 적에 부모를 잃어버린 우리 남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거의 100퍼센트 누나의 공이라고 해야 할거야. 누나는 뭐든지 잘 하는 사람이니까, 나를 버렸더라면 분명히 그 상황에서조차 자수성가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겠지. 하지만 누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둘이서 살아왔어.

시스콘이냐고? 그래 뭐, 딱히 부정하진 않아. 이상한 의미로는 아니지만, 분명 나는 누나에게 평범한 남매 이상의 호감을 가지고 있을 거야.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이 세상에 나라는 짐덩어리를 매달고서 여기까지 살아온 그녀에 대한 존경, 감사 뭐 이런 것들이 합쳐진 결과라고 할까. 하지만 지금 그건 딱히 중요하지 않아. 자칫하면 영영 누나를 못 보게 될지도 모르는 엿 같은 상황이거든.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게.

그냥 평범한 일상이 이어지던 어느 날, 누나가 사라졌어. 기간은 3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3일, 72시간. 정확히는 5월 15일 오후 14시 00분에 홀연듯 사라져버린 누나는 5월 18일 오후 2시에 다시 나타났어. 하지만 그건 내가 알던 누나의 모습은 아니었지.

인간이 아니었다, 라고 하면 이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은 뭘 생각할까? 엘프나 드워프 같은 전통적인 판타지의 친구들? 인간에서 변화했다고 하면, 뭐 흡혈귀나 늑대인간 같은 저주받은 녀석들? 혹은 뭐 현대 판타지로 넘어와서, 어디 이세계에서 깽판을 친 끝에 '신' 같은 초월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까?

응 뭐, 비슷한 건 있네. 맨 마지막 그거. 아니아니 신 말고. '초월적'이라는 거 말이야. 뒤에 '존재'도 떼고 그냥 초월적인 무언가.

설명이 부족해서 미안해. 하지만 내게 이 이상의 설명을 바라지는 말아 줘. 이쪽도 그냥 너희와 같은, 조금 가정사정이 특이할 뿐인 소년에 불과하거든? 그런 내게 갑자기 '생명이라는 것' 그 자체가 되어 나타난 누나를 설명하라고 해도 말이지.

이야, 민폐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누나가 나타난 순간,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아있는 모든 것'이 생명을 잃었으니까 말이야. 사실 민폐라고 말할 만한 수준이 아니지만...

" 어라, 실수. "

라는 말과 함께 곧바로 원상복구 됐으니까, 세이프라는 걸로 해 줘.

저기, 상상이 돼? 3일 내내 잠도 안 자면서 사라진 누나를 찾아다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지쳐 쓰러진 순간에 누나가 나타나고, 동시에 내 영혼이 몸에서 튀어나와서 뒈지려고 하는 내 몸을 보고 이게 시방 뭔 일이여 하고 있다가, 실수라는 말이랑 함께 되살아났다니까? 이걸 뭐, 어떻게 설명해?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야. 오히려 더 점입가경이라고 할까.

" 음, 그러니까, 안녕, 오랜만이야? "

나른하고, 어딘가 정상이 아닌 듯한 음색으로 누나는 이렇게 말했어. 오랜만 이라고 해도 3일 정도일 뿐이지만 뭐, 시간의 흐름이 다른 이세계 정도는 그렇게 드문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이해할 수 있어. 그 3일이, 어딘가에서는 한 우주가 33번쯤 태어나고 소멸할 정도의 시간이었다고 해도 말이야.

" 누나...? 누나 맞지? "

스스로도 좀 병신 같은 목소리였다고 생각해. 그래도 뭐, 이런 상황에 처하면 대부분 병신이 되긴 하겠지만.

" 응, 맞아. 누나야. ...으음, 좀 더 다정했던가? "

뜻모를 말을 덧붙이는 누나를 앞에 두고, 나는 온몸을 떨고 있었어. 병신 같지만, 사실은 내 의지력을 칭찬해 줘야 할 부분이야. 잘난 척이 아니라 정말로. 한참이 지난 뒤에나 이해할 수 있었던 사실이긴 하지만, 특별한 이능도 힘도 없는 일개 인간이 이때의 누나를 눈앞에 두고 존재가 소멸해버리지 않은 것만 해도 대단한 거라니까. 물론 누나 본인이 나를 엄청 배려해주고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거의 내 존재 자체가 누나의 힘으로 유지되고 있는 수준으로 말이지.

횡설수설해서 미안해. 나름대로 뭔가 조리 있게 설명하고 싶은데, 이미 말했듯이 나도 저 상황을 완전히 이해한 게 아니라서 어쩔 수가 없네. 아무튼 최대한 회상을 이어가 보도록 할게.

" 그러니까 이름이, 응. 서 연훈 이었던가? "
" ...도서린이거든. 치매 왔어? "
" 아하하, 재미있는 농담이네. 치매라... 의외로 정답일지도. "

어깨를 으쓱하며 웃는 누나. 삐끗 잘못하면 존재가 날아가버릴 것 같은 두려움 속에서도, 나는 누나의 모습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어. 내 이름조차 완전히 엉뚱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그건 분명히 내 누나였어.

" 서린, 응. 그래. 도서린, 내 동생. "
"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누나. 대체 무슨 일이야 이게. "
" 그러게. 이게 무슨 일일까. 나는 왜, 너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주제에. "

그렇게 말하며 한 걸음 다가서는 누나로부터, 나는 한 걸음 물러섰어. 본능보다도 더 깊숙한 곳에 있는 어떤 것 때문이었겠지. 본능이란 게 '생명체'로서의 행동원리라면, 이건 존재하는 것으로서의 자기방어기제였을 거야.

" 으응, 그러지 말아 줘. 해치지 않을 테니까. "
" 미, 미안. "

약간 상처받은 듯이 그렇게 말하는 누나에게, 나는 죄의식을 느끼며 다시 한 걸음을 다가섰어. 누나의 손이 내 얼굴을 향해 천천히 올라와 뺨을 쓰다듬는 동안에도 전신이 두려움으로 떨려왔지만 내색하지 않는 데까진 성공했어. 뭐, 지금 생각하면 누나에겐 아무 의미 없는 노력이었겠지만.

" 서린, 서린. 내 동생. 서린아. "
" ...... "

내 이름만을 반복해서 부르며 한참을 그렇게 나를 쓰다듬는 누나를 보며,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 그토록 기다리고, 좋아하던 누나를 향해 치솟는 혐오감, 동정심, 애증, 사랑, 연민, 공포, 막연함, 그 외에 단어로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까지 감당하는 데만도 전심전력을 쏟고 있었거든. 마치 온갖 종류의 감정이 들어 있는 뽑기 기계가 계속해서 내용물을 뱉어내는 느낌이었지.

" 나 여기 있어, 누나. "

내가 그 말을 한 건 대체 어떤 의도였을까? 지금까지도 잘은 모르겠어. 방황하다 돌아온 여주인공을 안심시키는 남자 주인공의 대사 비슷한 느낌이었겠지만... 그건 좀, 많이 병신 같았지.

" 후후... 그래. 너는 여기 있구나. 나를 기다리면서. 내가 사라진 지 얼마나 지났니? "
" 3일. 정확히 3일이야. "
" 3일이라... 그렇구나. 겨우 3일이구나. "

누나가 사라진 3일동안 내가 겪은 놀람이나 걱정, 초조함 같은 걸 생각하면 누나의 발언은 조금 배려가 없었을지 몰라. 하지만 그런 것 정도는 정말로 고려 대상에도 들지 않을 정도의 괴로움이 누나에게서는 느껴졌어.

" 저기 서린아. "
" 응, 말해. "
" 나, 이제 다시는 못 볼 거야. "

어째서, 같은 말은 하지 않았어. 그야 오히려 그 말을 듣고 나는 '안심'을 느꼈는걸. 눈앞의 이 초월적인 '것'을,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 직후에는 또 지독한 자기혐오가 밀려왔지. 뭐가 초월적인 것이야. 이건 누나라고. 도서윤이라는 이름의, 내 누나라고. 뭐 그런 식으로.

그렇게 내가 안심과 자기혐오를 반복하고 있는 동안 누나는 다시 말을 이었어.

" 너를 만나러 온 건, 세는 것이 무의미한 시간 속에서 지쳐버린 나라는 존재의 '원본'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해서야. "
" 이해가, 안 돼... "
" 나는 네 누나가 아니야. 네 누나를 원본으로 한 무언가지. 지금 네 눈앞에 있는 건 그 원본에 불과해. "
" 그러면, 그러면 결국 누나인 거잖아. 뭐가 아니라는 거야...! "

오히려 누나로부터 생겨난 '무언가'가 '아닌'것 아니냐고, 그렇게 말했지만 누나는 고개를 저었지. 그리고 사실, 나도 직감적으로 느끼고는 있었어.

" 이제 너랑 헤어지고 나면, 네 누나로서의 나는 완전히 사라져. 내가 그렇게 할 거니까. 내가 '이 존재'로서 있기 위해서는, 나라는 인간의 흔적을 완전히 없애야 하니까. "
" 누나가 뭔데, 대체 뭐가 된다는 건데...! "
" 미안, 설명할 수 없어. 미안해, 서린아. 정말로 미안해. 하지만 난 이럴 수밖에 없어. "

그 말을 하면서 생긋 웃는 누나의 모습은, 정말로 예뻤어. 그야말로 잔인하리만치 아름다운 미소. 그러나 정말로 잔인한 건, 그 뒤에 이어진 말이었지.

" 서린아. 무시해도 상관없고, 오히려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부탁이 있어. "
" ...부탁이라면서 하지 말라니, 그게 뭐야... "

모순된 말이라며 애써 듣지 않으려 고개를 돌리는 나에게, 누나의 그 저주와도 같은 부탁이 들려왔어.

" 나를, 죽여주렴. "

...긴 이야기를 듣느라 수고했어.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지금 내가 이곳, [ 미궁도시 오라리오 ]라고 불리는 세계에 오기까지의 전말이야.

191 익명의 테스터 (5645911E+5)

2018-06-05 (FIRE!) 01:17:28

1. 기본적으로 [ 상식 외의 상황 ]을, [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일반인 ] 의 시점에서 서술하고자 합니다.
2. 1의 [ 상황 ] 을 독자에게 어느 정도 알려야 합니다.
3. 그러다 보니 화자인 [ 동생 ]은 어느 정도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임과 동시에 [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한 듯한 반응 ]을 보여야 합니다
4. 이 모순적인 상황 탓에 글의 밸런스를 제대로 잡고 있는지 확신이 없습니다.
5. 혼란스럽고 가독성을 해친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의도한 부분이지만, 그 정도가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은지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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