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중 : [1:1/SF/Girls] 𝑪𝒀𝑩𝑬𝑹𝑷𝑼𝑵𝑲: 𝑵𝑰𝑮𝑯𝑻𝑭𝑨𝑳𝑳

헤이란은 왜 우리랑 같이 안 가?
내가 돈을 벌어야 너희들이 졸업을 하지.

동생들을 배웅하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자신이 입을 예정이던 교복과 가방을 물려주고, 자신은 할머니를 따라 일터로 발을 옮기던... 안돼- 지금은 과거회상 같은 것을 하고 있을 때가,

"헤이란은, 왜 우리랑 같이 안 갔어?"

목소리가 바로 머리 위에서 울린다. 벌벌 떨던 헤이란의 입술이 멈춘다. 헤이란은, 시선을 천천히 들어올린다.

전신주 밧줄로 뒤덮여 산산이 부서진 것만 같은 하늘을 뒤로하고, 그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축하 꽃다발을 안은 채로 리엔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돈을 벌어야 했다고. 목이 메여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동생들의 몸이 하나둘씩 상처로 뒤덮여가고 있었다.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루에 네 개씩 해치우면서 동생들의 학비를 대고 있을 때, 동생들은 학교에서 하류층이라는 명목으로 멸시와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우리를 이렇게 고통스럽게 만들어놓고 왜 헤이란은 도망갔어?

어느새 길거리는 헤이란의 동생들로 가득찼다. 그들은 초점 없는 눈을 하고, 헤이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헤이란은 자신이 고난에 빠지는 댓가로 자신의 동생들에게 다른 운명을 주기로 결심했다. 그 다른 운명의 이름이 또다른 지옥이었다는 사실은, 졸업식 전날에 응급실에 실려온 막내를 보고서야 알았다.

상처로 가득 뒤덮인 채로 기괴하게 일그러진 동생들이, 도로를 가득 채우고서는 헤이란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헤이란은 고개를 들고서는 소리를 질렀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
그나마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었어.

가슴이 쪼개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아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저 그녀를 담담히 내려다볼 뿐이다.

...그 날, 어떻게 집으로 돌아갔는지, 헤이란은 기억하지 못한다. 적어도 사이버사이코 전담 킬팀인 서버러스 프로토콜이 출동한 것 같지는 않으니, 적어도 사이버 사이코시스에 시달리는 동안에 하늘이 보우하사 큰 사고를 치거나 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헤이란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하나 위안되는 소식을 안고 떨리는 손으로 입 안에 억제제와 안정제, 보드카를 털어넣는 것뿐이었다. 내일은 꼼짝없이 쉬어야겠네, 하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