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중 : [1:1/SF/Girls] 𝑪𝒀𝑩𝑬𝑹𝑷𝑼𝑵𝑲: 𝑵𝑰𝑮𝑯𝑻𝑭𝑨𝑳𝑳

0 A caprice for the prodigal ◆h5e760Gq82 (a0Tit.Wr4.)

2024-11-20 (水) 01:26:10

당신의 종착점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터미너스 시티. 예전에는 뭔가 좀더 낭만적인 이름으로 불린 적 있었던 것 같지만, 지금은 이 이름으로 충분하죠. 괜찮은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들어오거나 여기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저마다 내면의 어떤 끝을 맞이하게 되니까요.

이전에 다른 이름으로 불렸을 때는, 메가코프들의 연구단지와 휴양지가 같이 들어선 이상하고 재밌는 도시였죠. 연구단지가 위치해 있으면서도 빼어난 자연경관이 깨끗하게 보존되고 있는 터미너스의 해안선은 미국의 앞에 환하게 펼쳐진 미래를 축약해놓은 것만 같았어요.

물론, 그래요, 터미너스 시티의 해안은 여전히 아름답고, 연구단지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제 일을 하고 있어요. 그저 그 전쟁들 이후로, 이 땅의 실질적 통치자가 연방 정부에서 메가코프들로 바뀐 이후로는...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어선 이후로는... 광전자 폭격의 영향으로 미세하게 바뀐 대기 조성이 빚어내는 보라색의 하늘 아래에서는, 더 이상 예전처럼 내일을 명확하고 낙관적으로 내다볼 수 없게 되었을 뿐이죠.

그러나 여전히 터미너스 시티를 원하는 이들은 많아요. 전쟁의 영향을 거의 빗겨간 덕에, 그나마 전쟁 전에 가깝게 살 수 있는 도시는 저 멀리 나이트 시티와 이 터미너스 시티를 빼면 정말로 드무니까요. 두 정부와 메가코프들의 협약으로 인해, 신연방 정부의 헌법과 자유주 연맹의 연맹법 둘 중 어디에도 영향받지 않는 만큼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고, 이 어지간한 카운티만한 도시에는 그만큼 일감도 즐길 거리도 넘쳐나지요. 하지만 주의하세요, 다른 곳보다 더 다양한 일들을 겪을 수 있다는 말은 당신이 더 다양한 방식으로 엿을 먹을 수도 있다는 뜻이죠.

그럼에도 결국, 행운은 과감한 사람에게 미소짓는 법. 그리고 더 이상 물러설 이유가 없는 사람보다 과감한 이는 없는 법이죠.

당신의 종착점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 나레이터

390 타샤주 ◆tncXuTuB1o (zsIJRj7JP6)

2024-12-09 (모두 수고..) 22:38:30

어떠십니까 단짠의 맛
🤭

391 타샤주 ◆tncXuTuB1o (zsIJRj7JP6)

2024-12-09 (모두 수고..) 22:41:40

아 맞다 나 물어볼 게 있었어!
혹시 형사님 동생들이 다니던 아카데미 이름이 무엇일까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어떤 설정에 필요해서! (근데 이래놓고 개연성 점검에 따라 이 설정이 사라질 수도 있음 슈뢰딩거의 설정)

392 리엔주 ◆UgUc96Awuo (9KHa2xg6n6)

2024-12-10 (FIRE!) 00:05:12

아이고... #_#
아카데미 이름? 딱히 무언가 정한 건 없지만, 메가코프 빅 3 중의 하나가 꾸린 교육재단 산하의 아카데미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어쩌면 IM 산하에 교육재단 같은 게 있을지도- 대답이 늦어서 미안해..

393 헤이란 - 타샤 ◆UgUc96Awuo (9KHa2xg6n6)

2024-12-10 (FIRE!) 00:19:35

미묘하게 변하는 타샤의 표정 위에서, 헤이란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정말이지 이 터미너스 시티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감정들 중 하나였다. 책임감. 그것은 죄책감, 떨떠름함, 미안함... 다른 이름들로 부를 수도 있는 것이었지만, 그것에 굳이 이름을 붙여야 하겠다면 헤이란은 그것을 책임감이라 부르는 것이 공정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나 본데. 앱은 내가 평소 업무 중에 종종 한 번씩 쓰던 거야. 그보다... 뭐야, 너 그거 빚이라고 생각하고 있구나."

물론, 타샤가 '돈 주고 산 앱'이라는 말에서 그때 헤이란이 작동시킨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방금 헤이란의 '전문가를 고용했다'는 말을 연상한 것이라면, 타샤의 그 책임감이 부채의식으로 변하는 것도 공정하고 개연성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 부채의식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서부터는, 거기서부터는 헤이란의 몫이었다. 얼마 전에 헤이란이 타샤의 집에 현장 조사랍시고 들어왔던 그 때(>>122)처럼, 타샤의 머리 위로 다시 헤이란의 손이 스르르 다가와서는 타샤의 머리를 삭삭 쓰다듬어댔다. 느릿하게 늘어지는 미소가 헤이란의 얼굴에 드리워진다.

"별난 꼬마 아가씨, 장하기도 하네. 터미너스의 사람들 중에서 너처럼 생각하는 사람 별로 없는데."

확실히 터미너스 시티 기준에서, 헤이란과 타샤 같은 아슬아슬한 관계에 있어 타샤의 이런 책임감있는 태도라는 것은 매우 찾아보기 드문, 찾아보기 드물다 못해 어떤 광기의 한 영역과도 같은 것이라 할 만했다. 마이너스 곱하기 마이너스는 플러스인 법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것은 지금 타샤와 마주하고 있는 이 가무잡잡한 피부의 거대한 여인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딱히 빚을 지우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 그냥, 뭔가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는 게 보기 싫었을 뿐이야. 웃기지, 불합리 그 자체인 곳에서 사는 주제에, 눈을 돌리면 어디건 불합리로 가득한데... 하지만 내 손 닿는 곳에서 벌어지는, 내가 막아도 괜찮은 일이라고 한다면, 그래서 막아보려고 한 것뿐인걸."

지금은 부패하고 기력없는 어른으로 전락해버린 이 형사를, 한때 TCPD의 희망으로 만들어주었던 어떤 옛 흔적이 타샤의 앞에 잠깐 그 끄트머리를 드러낸 것 같았다. 그리고, 꼬마 아가씨 스택이 너무 쌓여버린 타샤가 불퉁스레 항의하자 헤이란은 전혀 뜻밖이라는 듯 오, 하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치떴다.

"뭐야, 그래? 그러면... 스물둘인가? 아니, 스물셋? 스물넷? 헷갈리네. 아직 애기 같길래 이제 막 미짜 벗어났나 했는데."

그리고 타샤에게 담배꽁초를 내밀며, 헤이란은 가볍게 웃었다.

"그러면, 나 죄책감 조금 덜 가져도 되는 거지?"

그 말과 함께, 타샤 몫의 담배에 불을 붙일 불이... 아니, 꽁초 끝에 붙은 발간 불잉걸이 내밀어져 온다. 여기에 담배 끄트머리를 갖다대라는 듯, 담뱃재가 툭 벗겨지며 그 밑의 불잉걸이 주황색으로 달아오르는 것이 보인다. (타샤가 이걸 거절했다면, 헤이란은 여전히 느릿한 미소를 지은 얼굴로 라이터에 불을 켜서 내밀었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깜찍한 리액션에 헤이란은 잠에서 깬 이후 두 번째로 푸하핫, 하고 웃음을 터뜨려버리고 말았다.

"그래, 그렇다니까. 인생이 어지간히 맵고 쓴 거 아니면 넌 이런 거 하지 마, 꼬마 아가씨, 혀 데일라."

능청스레 이제 거의 꽁초가 다 되어가는 담배의 마지막 모금을 빨아들이며, 헤이란은 낄낄대는 소리로 웃음 끄트머리를 추스리고는 입에서 담배를 빼다가 쓰레기통에 툭 떨어뜨렸다.

"아, 이거. 꿈자리가 거지같아서 기분전환 좀 하려고 했지. 저녁은... 슬슬 먹어야지? 아, 그러고 보니."

헤이란은 이 시점에서 다시, 이미 애진작에 갈매기가 날아가버린 방향을 힐끔 바라보았다.

"꼬마 아가씨 저녁 사정은 어떻게 되는 거야?"

394 리엔주 ◆UgUc96Awuo (9KHa2xg6n6)

2024-12-10 (FIRE!) 00:21:45

>>388 "그래, 같이 놀 친구 없다고 다른 과 건물까지 찾아와서 만난다는 게 나야? 친구 고르는 취향 한번 유니크하네."
"아니, 난 좋은데? 너랑 보내는 방과후."
(받아라 캠퍼스 플러팅. 받은 만큼인지는 모릅니다만 돌려드림.)

리엔이랑 어울리는 동물- 으음 그렇게 말하니 이거 참 헷갈리는걸.

레스를 써도 응답이 없으면 내가 아마 잠든 걸 거야... 지금 누워서 레스 쓰고 있거든.

395 타샤주 ◆tncXuTuB1o (A.NC4.i6ZM)

2024-12-10 (FIRE!) 01:05:09

>>332 괜차나 나도 기절했어!!
그렇군! 답변 고마워! ☺️☺️ 호호호... 호호호... (메모!) 설정 확정되면 다시 물어보러 오께요 🥹

>>394 (아름다운 플러팅에 장렬히 산화)
타샤 속으로 '너니까 이렇게까지 하는 거라고...!'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을 것 같고ㅋㅋㅋㅋㅋ 근데 또 얼굴에 다 티날 것 같고 그래... 이러다가 좋다고 해주면 확 안심해버려서 말랑해진다 (??)

지금쯤이면 잠들었을까? 푹 자고 피로 싹 풀리는 밤 되길 😌 꿈도 안 꾸고 개운하게 자고 일어나길 바라! 나도 조금만 더 자고 일어나야지...

396 타샤 - 헤이란 ◆tncXuTuB1o (A.NC4.i6ZM)

2024-12-10 (FIRE!) 07:06:04

아. 이어진 헤이란의 정정에 들릴 듯 말 듯 한 호흡이 한 차례 입 밖으로 터져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전문가를 고용하는 데에도 비용이 들었을 테니까, 결과적으로 타샤가 가져가야 하는 마음의 빚은 여전하다.

"그야, 받은 건 갚아야 하니까...... 읏."

작게 대꾸하던 목소리는 이내 머리 위에 얹히는 큼지막한 손의 감촉에 시나브로 줄어들다가 사그라졌다. 삭삭, 하고 쓰다듬는 손길은 전에 그랬던 것처럼 부드럽고 따뜻했다. 이 사람, 이게 버릇인가? 응.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 상대의 미소를 바라보고 있으면 어쩐지 쇳덩어리처럼 단단하게 굳었던 마음도 조금은 물러지는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타샤는 이 아슬아슬한 관계의 다른 축을 담당하는 뱃지쟁이에게서 팍팍한 하루에 대한 위로를 얻고 말았다.

참 우스운 일이다. 큰 의미 없는 손길이라도 고팠던가, 정말로 어린애나 된 것처럼. 그것도 온기가 절실한 어린애가... 하지만 나약한 스스로를 비판하면서도 건네진 손길이 따스하다 느낀 탓에 저도 모르게 몸을 더 붙여버리고 만다. 헤이란의 손바닥에 타샤의 머리가 조금 더 꾹, 하고 들이밀어진다.

"......형사님도 터미너스 사람 치고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네. 보통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별로 없잖아. 심지어 경찰이라도 그렇지. 뭔가 신기하네... 방금 한 말, 굉장히 사전적 의미의 경찰 같았어. 아,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이야. 말했다시피 여기에 그런 사람은 드물잖아..."

다만 이러저러하게 대꾸하다 보면 그마저도 곧 원상복구되기 마련이다. 곧, 타샤는 헤이란을 가만히 올려다보다가 손을 뻗어 제 머리 위에 얹힌 상대의 손을 두어 번 토닥였다.

"흠, 그래. 형사님도 장하다. 그리고 난 스물넷이야. 확실히 애기는 아니지?"

이어진 말은 진심 반 복수 반이었다.

"죄책감 가질 필요가 뭐 있어, 다 자란 사람 앞에 두고."

꽁초 끝에 붙은 발간 불잉걸이 내밀어져 오는 것에는 한순간 의미를 알아채지 못해 조금 어리버리한 티를 냈으나, 그마저도 몇 초 이어지지 않는다. 보통 불을 이렇개 옮겨 붙이기도 하나? 조금, 이렇게 하면 너무 바짝 붙는 것 같은데. 하긴 라이터 꺼내는 게 귀찮긴 하겠지... 납득인지 합리화인지 모를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불은 영원히 붙어있지 않을 것이다.

모르겠다. 타샤는 담배를 문 채로 헤이란이 건넨 작은 불꽃에 다가가 그대로 끄트머리를 갖다댔다. 작았지만 제대로 된 불잉걸은 이내 타샤의 것으로 옮겨붙어와 무난하게 연기를 피워낸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윽, 콜록, 콜록... 꼬마, 아니라니, 까...! 웃지도 마!"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괜한 신경질이나 부린 타샤는 버릇처럼 제 머리카락을 잡아 하관을 가린다. 하지만 솔직히 이번에 붙은 '꼬마 아가씨' 호칭은 본인이 생각해도 이해하지 못할 게 아니었다. 애기는 아니지? 같은 말을 당당히 해 놓은 주제에 십대 날라리만도 못한 허접스러운 담배 거부 반응을 보이고 말았으니까. 아, 지구 내핵까지 들어가고 싶어. 아니면 쥐구멍이라도... 적어도 이불 속에...

"......그런 매운 걸로 기분 전환이 되다니, 형사님도 별난 사람이네."

응? 방금 전엔 나쁘지 않다며?

"정말 장기까지 사이버웨어로 바꾸고 싶지 않다면 조금만 해. 얼마든지 크롬으로 대체가 가능한 시대라고 한들 날 때부터 갖고 태어난 것만 못하대. 인간의 신체와 정신은 기계보다 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누가 그러더라. 솔직히 나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다. 진짜 이불 속에 들어가버리기라도 할 걸. 타샤는 시선을 내리깐다. 왜 이 사람 앞에서 자꾸 이것저것 말해버리게 되는지 모르겠다.

"응? 내 저녁? 아까 털렸잖아. 굶어야지 뭐... 집에 딱히 먹을 것도 없고 나갈 힘도 없어서. 형사님은 테라스에서 밥 먹지 마. 나처럼 된다."

397 타샤주 ◆tncXuTuB1o (A.NC4.i6ZM)

2024-12-10 (FIRE!) 07:08:41

*이렇개 >> 이렇게

오타났어 (수치사)
좋은 아침...! 화요일 화이팅!

398 타샤주 ◆tncXuTuB1o (A.NC4.i6ZM)

2024-12-10 (FIRE!) 20:30:46

https://ibb.co/vmWNLbf

오늘의 무드보드는 터미너스 나이트 보드빌 😌
좋은 저녁이야! 갱신할게~!

399 리엔주 ◆UgUc96Awuo (DVzH0TZYfA)

2024-12-11 (水) 20:35:50

좋은... 저녁... 어젠 갱신 못해서 미안해.. (무드보드 보면서 회복중.) (첫줄 맨오른쪽이랑 둘째줄 왼편 2개가 특히 맛있어요.)
찢었다 오늘도 내가해냄 도파민도 사흘 연속이면 내성이 빡세게 생기는군...

400 타샤주 ◆tncXuTuB1o (CNGbT/6ON.)

2024-12-11 (水) 23:21:53

(자버렸다...)

리엔주 안녕!!!!!! (꾸왑꽈압) 이잉 아니야... 8ㅁ8 평일 자식... 대체 사람을 얼마나 굴리려는 거야... 무드보드가 조금이나마 힐링 됐다니 다행이다 🥺🥺 밥은 잘 챙겼고? 수요일도 고생 많았어!!!

402 리엔주 ◆UgUc96Awuo (LRHshjEoHo)

2024-12-12 (거의 끝나감) 00:46:13

(답레 놓고 열라 튐.)
이젠 내가 자러갈게에에에ㅔㅔㅔ

403 타샤주 ◆tncXuTuB1o (VPRtbks/qk)

2024-12-12 (거의 끝나감) 00:49:27

우와아아아아아악 (너무좋아서기절함)
리엔주!!!!! 이래놓고자러간다고!! 어쩔수없지 12시 46분이면 자야지 잘자!!!! (??) 푹 쉬어!!

후하후하후하
백번 읽고 답레 써올게용 🥹🥹👍

404 타샤주 ◆tncXuTuB1o (VPRtbks/qk)

2024-12-12 (거의 끝나감) 00:55:55

와중에 뻘한 웃음 포인트
이름 마음대로 부르는 형사님 (델리리움, 글루코프스키 등) 캐릭터성 보여서 좋아 너무귀여워 🫠🫠🫠

405 리엔주 ◆UgUc96Awuo (KjYWRTudis)

2024-12-12 (거의 끝나감) 01:01:16

(아니 자려고 누웠는데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건 뭐야)

리엔이 차려주는 식사가 분명 밥이라면 밥인데 식사이면서도 술안주에 무한히 수렴하는 음식이면 좋겠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제 잔에만 빼갈이나 위스키 따르는 거 보고 타샤가 자기도 달라고 하면 리엔이 헤에? 하는 눈길로 타샤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늉 하면 좋겠다. 타샤라면 찰지게 땍땍거려주겠지. 기영어.
직접 자기 손으로 요리하는 리엔 보고 요즘은 레디메이드 식품이랑 간편식, 스마트 냄비 때문에 손으로 요리하는 사람 보기가 어렵다던가 같은 말을 타샤가 하면 피곤한 미소를 띈 얼굴로 "스마트냄비 OS 구독료는 조상님이 내주는 게 아니니까." 하는 리엔 보고 싶다. 그리고 타샤는 스마트 냄비에 대해서는 탈옥해줄까? 하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좋겠다. 리엔이 차려준 음식에는 그것이 무한히 술안주에 수렴하는 놈임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사람이 차려주는 집밥이라는 느낌이 충만했기에...

...자란 말이야 내 뇌야. 썰 풀지 말고...

406 리엔주 ◆UgUc96Awuo (KjYWRTudis)

2024-12-12 (거의 끝나감) 01:01:55

>>404

그거
리엔주가 졸려서그래
수정해올게

407 헤이란 - 타샤 ◆UgUc96Awuo (KjYWRTudis)

2024-12-12 (거의 끝나감) 01:05:00

"그래서 손해도 더럽게 많이 보고 살지. 그 끝에 남은 거라곤 빚의 노예 신세인, 지치고 피곤한 어중이떠중이 형사야."

손등에 퐁퐁 하고 닿는 타샤의 손길의 감촉이, 옛 동생들의 손길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다. 문득 스치는 향수에, 헤이란의 웃음에 씁쓸한 기색이 피곤으로 내려앉았다. 문득 그녀의 얼굴 어딘가로 노이즈가 스치고 지나간 것 같았다. 아니, 착각이겠지. 그녀는 평소처럼 나른하고 피곤한 듯한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그 미소는, 타샤가 시원스레 연기를 토해내며 캑캑대는 기침을 할 때에 짓궂은 만족감으로 그나마 조금 밝아졌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조금 밝아지는 것으로 그친 것은, 지금 이 순간이 헤이란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의 모조품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치고, 수리할 수 있다. 그러나 망가진 흔적은 남는다. 때로는 망가진 채로 아직 고쳐지지 못한 것도 있고, 어쩌면 끝까지 고치지 못할 것도 있다. 그래도... 모조품이면 어떻고, 복원품이면 어떠하며, 망가진 것이면 어떠랴. 찢어졌다가 꿰매인 이것이라고 할지라도, 결국 눈앞에 놓인 순간인 것을.

"글쎄 어쩌면 네 생각보다 더 별날지도. 이것도 이젠 끗발이 전같지를 않거든. 아니, 그보다 나쁘지 않다더니?"

헤이란은 느른하게 웃으며, 담배 팩을 들어선 흔들어보였다. 그 손 안에 있으니 담배가 성냥갑 같다. 몇 개비 남지 않아 팩 안에서 담뱃개비들이 동당거리며 구르는 게 느껴진다. 그녀는 그것을 어디로 날아가는지 보지도 않고 방 안으로 휭 던졌다. 그리고는 타샤가 차분히 털어놓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아나스타시아 칼리노프스키... 타샤... 그 누가 누군데? 하는 성의없는 질문을 던져볼까도 했으나, 헤이란은 타샤의 이어지는 말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헤이란은 난간에 팔꿈치를 괴어 기대느라 거의 7~80도는 굽혔던 허리를 천천히 들어올리며 타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대뜸 두 팔을 타샤에게로 내밀어온다.

타샤가 그 팔을 피하거나, 물리치거나, 말로 거부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명확한 거부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다면, 타샤는 세상에서 가장 기괴하고 일방적인 저녁식사 초대를 경험할 것이다. 타샤의 양쪽 팔 아래로 파고든 헤이란의 손이, 타샤의 양 겨드랑이(정확히는 늑골)을 감싸쥐고 번쩍 들어올려 타샤를 이쪽 테라스로 데려오는, 아주 괴상하기 짝이 없는 초대를.

408 리엔주 ◆UgUc96Awuo (KjYWRTudis)

2024-12-12 (거의 끝나감) 01:05:38

이잉... (쭈글탱 쥐구멍고양)

409 타샤주 ◆tncXuTuB1o (VPRtbks/qk)

2024-12-12 (거의 끝나감) 04:06:49

>>406 >>408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런거였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도한 건 줄 알았는데ㅋㅋㅋㅋㅋㅋ (쓰다다다다담)(같이 쥐구멍 들어가서 따끈해지기) 귀여웠으니까 OK. (?)

하 나는 왜 또 답레 쓰다 잠이 들었고... 잠귀신이 붙었나... 리엔주 잠까지 내가 잡아먹었나 🫠 으아앙 난 바보야 리엔주가 왔었는데! (아쉽)

>>405 이사람 자라고 햇더니 맛있는걸 가져와줬잖아 🥹🥹 지금쯤이면 잠들었겠지...? 푹 자야해...!

술안주에 무한히 수렴하는 음식이라니 이 형사님... 맞아요. 타샤는 찰지게 떽떽거려줄 거예요. 혼자만 술 먹으면 😒 불만! 하는 표정 돼서 나도 달라고 툴툴거릴 거야. 형사님이랑 마주보고 앉아있으면 재촉+불만 표출한답시고 형사님 다리 발끝으로 톡톡 건드릴수도? 음, 평소처럼 버릇없군.

스마트 냄비 os 구독료 < 우와 디스토피아. 라는 생각이 바로 들어버리다... 🫠 세탁부터 냄비까지 골고루 돈을 내게 만드는구나... 사펑답고 좋은데 내 안에 빼곡하게 피어나는 do you hear the people sing (?)

>> 그리고 타샤는 스마트 냄비에 대해서는 탈옥해줄까? 하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좋겠다. 리엔이 차려준 음식에는 그것이 무한히 술안주에 수렴하는 놈임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사람이 차려주는 집밥이라는 느낌이 충만했기에... <<

이거 너무 느낌좋아
타샤 이 자식... 아주 사심이 충만하군. 정말 저럴 것 같아ㅋㅋㅋㅋ 누군가의 따스한 손길이 닿아있는 음식이라는 게 마음을 한결 몽글하게 만들 것 같지 😌 냄비 os 정도는 손볼 수 있음에도 부러 말 안 꺼내기... 좋다...

후
요리하는 헤이란 형사님 백허그하는 생각 (삐빅! 현재 친밀도로는 못하는 행동입니다)

410 타샤 - 헤이란 ◆tncXuTuB1o (VPRtbks/qk)

2024-12-12 (거의 끝나감) 05:05:14

빚의 노예 신세인, 지치고 피곤한 어중이떠중이 형사. 나른하고 씁쓸한 미소의 끝에 스치는 노이즈를 타샤는 분명히 포착한다. 그걸 단순한 착각이라고 치부하기엔 이미 이런 증상을 목격한 적 있었으니 간단히 접어넘기기도 어렵다. 하지만 지금 당장 사이버 사이코시스의 편린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건 당신의 표정이었다. 평소와 크게 다를 것 없는 미소였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오늘따라 그 속에 내재된 묵은 감정의 무게가 보다 실감나게 다가왔기 때문에. 물론 타샤는 아직 헤이란의 이야기를 알지 못하기에 그것에 이름을 붙일 정도는 못 된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 그, 그런 건 그냥 모른 척 해 주는 거야."

방 안으로 휭 하니 날아가는 담배 팩을 곁눈으로 쫓던 타샤의 시선은 머잖아 다시 헤이란에게로 돌아온다. 피곤이 짙게 묻어나는 미소. 그런데 정말 그뿐인가. 당신의 피로는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가. 리엔 헤이란 형사의 눈 밑에 그림자로서 눌러붙은 지침의 근원은 어디인가. 잠깐. 애당초 이걸 왜 궁금해하고 있는 거지? 내가 뭐라고.

"응...? 아? 어어?!"

짧고도 실없는 상념에 잠긴 탓에 다가오는 상대를 눈치채는 건 몇 초 뒤가 된다. 부쩍 다가온 상대의 몸에 묻어있는 쌉싸름하고 매콤한 독연의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그리고, 다가온 두 팔에 한발짝 늦은 의문을 가질 즈음— 타샤의 발이 테라스 바닥에서 떨어진다. 차마 말릴 틈도 없이 몸을 붙잡은 커다란 손이 그를 순식간에 헤이란의 테라스 안으로 이끌었다.

"......뭐, 뭐, 뭐, 뭐야! 지금 뭘 한... 여, 여기 몇 층인 줄 알아? 아니 그것도 그건데 그러니까... 읏. 이 형사님이 진짜! 전부터 막 이렇게 들어서... 내가 강아지야?!"

상황 파악을 마치느라 소요된 십몇초의 침묵이 지나가면 헤이란은 당신의 손 안에 대롱대롱 들린 타샤의 창백한 뺨이 전에 없이 빠르게 달아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아, 이제 보니 어느샌가 헤이란의 팔이나 옷소매를(거리에 따라서는 목이나 어깨를) 떨어질세라 꾹 붙들고 있는 양 손도 있다. 시스템에 오류가 생겨 행동이 지연되는 로봇처럼 버벅거리던 타샤는 버릇처럼 제 머리카락을 잡아 얼굴을 가릴 생각도, 그렇다고 당장 내려놓으라고 말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부쩍 가까워진 헤이란의 얼굴만을 다만 얼빠진 표정으로 마주보기만 한다.

"진짜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이 별나네. 살면서 이렇게 옮겨져 본 거 처음이야. 대단하다, 무겁지도 않아...? 그, 그래서 왜...? 나 여기 왜 온 거야?"

한결 가까워진 거리인 만큼 상대의 숨결마저 느껴졌다. 무거운 알코올의 향이 후각을 자극하면 뒤늦은 의문이 떠오른다. 나, 뭘 잘못 말했나? 우리 무슨 얘기 중이었지. 이리저리 구르던 시선은 곧 조금 전 담배 팩이 날아들어간 방향— 헤이란의 집 안으로 향했다. 이런 식으로 옆집에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혹시 내가 사이버웨어로 너무 아는 척 해서 그래? 난 그냥 그런 얘기를 예전에 들었고, 형사님이 독한 거 피우니까 좀 걱정됐고, 팔다리 정기점검도 잘 못했는데 장기까지 바꾸면 보나마나 안 좋을 거고... 그래서... 그... 참견해서... 기분 안 좋았으면 미안해...?"

그거 아닌데요? 얘 또 핀트 잘못 잡았다.

"아니야? 그럼... 도청기 가져가라고?"

411 어떤 열등감은 영원히 타오릅니다. ◆tncXuTuB1o (VPRtbks/qk)

2024-12-12 (거의 끝나감) 21:10:33

이제 와서 되짚어보면 그 여자를 우리 가족의 집에 들인 것부터가 문제였다. 내 인생은 그날을 기점으로 명백하게 뒤틀리기 시작했으니까.

아나스타시야 칼리노프스키. 저명한 리퍼닥이자 유명한 괴짜. 그린 듯한 엘리트 코스를 초고속으로 밟아 티베리온 유니버셜까지 도달했으면서도 어느 순간 모든 걸 때려치우고 허름한 개인 클리닉과 호텔방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알 수 없는 인간. 결국 질 나쁜 숙박업소에서 수상한 끝을 맞았지만 사망일로부터 7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여기저기에서 잊을 만 하면 이름이 들려오는 비운의 천재. 세간에서 닥터 칼리노프스키는 대체로 그렇게 불렸다. 그 이름을 들어만 본 사람들은 천재들이란 으레 그렇지— 하고 그의 유명한 성격을 일축하곤 했으며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 또한 조금 더 자세한 묘사에 자잘한 뒷담화를 곁들일지언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재였으니까, 원래 머리 비상한 사람들은 좀 또라이 기질이 있고 그런거지, 하고 갈무리할 뿐이었다.

하지만 개중 누구도 아나스타시야 칼리노프스키와 함께 살아본 사람은 없었다.

그를 제외하고는, 입방아를 찧는 자들 중 누구도.
그러니 그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이 없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시원하고도 매운 향이 나는 연기를 폐 속 깊은 곳까지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이 무겁다. 터미너스에서 그나마 하늘색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색깔로 물들었던 하늘은 어느새 뉘엿뉘엿 넘어가는 노을을 받아 지겨운 보라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남자, 빅토르 번즈는 손에 쥐고 있던 전자담배를 도로 정리해 넣은 뒤 교무실 내부에 마련된 흡연부스에서 나와 걸음을 옮긴다.

- 교무부장님. 퇴근하십니까?
"예. 선생님께서는... 오늘 당직이시군요. 수고하십니다.
- 네, 하하. 그래도 내일이면 주말이니까요. 선생이라는 직업의 유일한 장점이죠. 적어도 주말과 방학은 보장되는 거. 뭐, 주말은 가끔 까이고 방학에도 나오는 날이 있긴 하지만 그게 어딥니까~ 이러나저러나 터미너스에선 손꼽히게 괜찮은 직업이에요. 그쵸?
"......네, 그렇죠."
- 아, 제가 말이 너무 많았네요. 퇴근하는 사람 붙잡고 이것 참. 어서 가세요! 교무부장님 퇴근하셔야 보안 시스템이랑 경비 안드로이드 가동도 합니다.
"예. 그럼."

쓸데없는 스몰토크에 적당히 어울려준 남자는 걸음을 재촉해 교무실을 빠져나갔다. 학생들이 전부 귀가하고 교육용 시뮬레이션 기기도 꺼진 아카데미 본관의 복도는 소음 하나 없이 고요하다. 귀갓길에 오른 남자의 구둣발 소리를 제외하고는.

무심코 쳐다본 창문 바깥으로 학생들의 자율학습을 위해 마련된 별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불이 들어와 있는 건물을 보며 남자는 문득 짧은 향수에 잠긴다. 비슷한 장소, 비슷한 자리에서 반드시 메가코프에 들어가겠노라 결심하고 코피를 흘리며 공부하던 유년시절을, 다소 뻣뻣했던 교복의 감촉과 브레인댄스 헤드셋으로 접속하던 수업의 내용을, 그런 과거의 잔재들을 하나하나 되짚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시간대에 함께했던 인연들의 얼굴마저도 떠오르고 만다. 동급생들, 선생들, 강연을 목적으로 방문하던 기업의 직원들, 그때까지만 해도 정정하셨던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기분 나쁜 녹색 눈을 가졌던 사촌 누이까지.

오래된 기억 속 앳되고 오만한 낯짝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더러워진다. 남자는 정문을 넘다 말고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제가 빠져나온 아카데미 건물을 가만히 훑다가, 이내 짜증 섞인 한숨을 토해내곤 주차장으로 향했다.

'무식하게 들이받는다고 다 잘 풀리는 게 아니라니까. 앞으론 몸 챙겨가면서 해, 빅토르. 사람마다 한계라는 게 있는데 그걸 억지로 넘으려 들면 탈 난다.'

언제였더라. 이 말을 들었던 게— 아, 맞아. 그날이었다. 파이널을 앞두고 연속 밤샘을 하다가 수업 중 기어이 쓰러졌던 날. 건조한 의무실에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부모님이 아닌 같은 아카데미에 재학 중이던 사촌 누이의 얼굴이었다. 어쨌거나 친척이고 거주지도 같았으니 좀 지켜보고 있으라고 불러낸 모양인데, 어떤 선생인지는 몰라도 회복에는 전혀 도움 안 되는 짓을 했다. 저 말을 들은 직후 뱃속이 바싹 끓어서 한동안 스트레스성 위염으로 고생 깨나 했으니까.

빅토르 번즈에게 있어서 아나스타시야 칼리노프스키는 그런 존재였다. 불편하고 짜증나고 재수없는 것. 조실부모하고 친척 집에서 더부살이하는, 보잘것 없는 고아 주제에 머리 좀 좋다고 모가지만 뻣뻣한 재수 없는 계집애.

동시에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천재.
그가 가지고 싶어했던 모든 것을 쉽게 가져가고, 또 그만큼 쉽게 내다버렸던 여자.

길고 복잡한 이름과 달리 황당하고도 간단하게 생을 마무리했던 그의 사촌. 함께 지냈던 짧은 시간부터 독립한 이후의 긴 공백까지 모든 시간을 통틀어서 단 한 번도 살갑거나 반가웠던 적 없는 존재였지만 부모의 장례를 치르고 악재가 겹쳐 금전적으로 어려울 즈음에 유일한 친척으로서 유산을 관리할 자격을 얻은 것 하나는 유일한 행운이었다. 그걸로 급한 불도 껐고, 인생은 다시 궤도에 올랐으니까.

당시에는 그런 줄로만 알았다.

[계좌 알림: 10000 달러 출금_IM Corp.]

자차에 올라타자마자 시야를 메우는 알림에 빅토르 번즈의 입에서는 절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타이밍 한 번 귀신 같지.

"미친 놈들 같으니. 없는 걸 어떻게 찾아내라는 거야."

억지 같지도 않은 억지로 기껏 얻은 돈마저 주기적으로 뜯기게 된 지가 벌써 7년째다. 빅토르는 알림창 우측에 찍혀 있는 여섯 개의 알파벳을 가만히 노려보았다. 아이엠 코퍼레이션. 누가 메가코프 아니랄까 봐 양아치 짓도 수준급인 것들. 장례 직후 닥터 칼리노프스키와의 계약을 들먹이며 나타난 그들은 유일하게 남은 친척인 빅토르에게 막무가내로 책임을 전가하며 통장을 담보 잡았다. 그나마 그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낸다면 그동안 뜯어간 돈도 전부 돌려주겠다는 조건이 걸려 있긴 하지만.

"......그깟 조건이 대체 무슨 소용이냔 말이냐. 이 정도로 안 나오는 걸 보면 진작 죽었다고 보는 게 맞을 텐데 내 말은 들어주지도 않으니."

감았다 뜬 시야에 부정할 수 없는 텍스트가 다시금 찍힌다. 10000 달러 출금. 남자는 신경질적인 욕설을 뱉으며 시동을 걸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적어도 눈에 보이는 곳에 놔뒀을 텐데. 하지만 당시에는 마음이 급했고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래.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고. 조급한 정신머리로 내놓을 수 있는 선택지 중 가장 나은 것이었단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변수만 없으면 완벽했을 거다. 주워다 기른 사람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연고 하나 없는 여자애 따위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지든 말든 이 도시는 신경조차 쓰지 않으니까. 그래, 원래대로라면 그랬을 텐데. 그놈의 말도 안 되는 '계약' 만 아니었다면.

"죽어서까지 사람 짜증나게 하는군."

주차장을 매끄럽게 빠져나온 차량이 이윽고 교문을 넘었다. 티베리온 유니버셜의 후원을 받는 아카데미. 빅토르 번즈의 직장이다.

412 타샤주 ◆tncXuTuB1o (VPRtbks/qk)

2024-12-12 (거의 끝나감) 21:12:43

갱... 신... 어우 목요일 쉽지 않네 (너덜)
리엔주 슬슬 퇴근시간이려나! 오늘도 너무너무 고생많았어 😭 어서 귀가해서 푹 쉴 수 있길...!

그리고 냅다 티베리온 유니버셜 산하 아카데미라고 해버렸는데 이거 괜찮으려나 🤔 먼가 안대겟다 싶으면 얘기해줘 슬쩍 바꿔버릴게!!

413 리엔주 ◆UgUc96Awuo (D6Ogm56JhU)

2024-12-12 (거의 끝나감) 22:37:39

뭔가 와구와구 드시고 행복해하는 아저씨 짤이 폴더 어딘가 있었는데 안보인다...... 아무튼 지금 그기분
좋은 저녁 타샤주. 티베리온 유니버셜 산하 아카데미- 좋아, 이걸로 좋겠다. 그러면 칼리노프스키는 학창시절부터 티베리온과 엮였던 셈이네, 가만, 그러면 설마하니 칼리노프스키 박사님이 리엔네 동생들 선배?

414 타샤주 ◆tncXuTuB1o (VPRtbks/qk)

2024-12-12 (거의 끝나감) 22:42:5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저씨는 아니지만 햄찌로 지원해드릴게요 ☺️

헤헤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야! 리엔주 안녕~! 하루 고생 많았어! (복복 쓰담 이불 덮덮)
그렇습니다... 그걸 노리기도 했지 😌 사촌놈(빅토르)과 함께 같은 티베리온 산하 아카데미를 다녔고 그 길로 곧장 티베리온에 입사했을것 같아! (사촌놈은 입사 실패하고 아카데미 교직이수함)

히
히히...
그거... 노리긴 했는데 (?) 리엔주만 괜찮다면 (??)
덤으로 형사님 동생들 학교 다닐 때 저 사촌놈(빅토르)이 이미 선생으로 있었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고 🤔 담임이었다던가... 그런데 괴롭힘 받는거 알고서도 세상 1도 안 도와주는 나쁜놈이었다던가... (쓰레기에 쓰레기력 추가하기 권법)

415 리엔주 ◆UgUc96Awuo (D6Ogm56JhU)

2024-12-12 (거의 끝나감) 22:50:15

"당신은 나에게서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빼앗아가려고만 하는군."

헤이란 극혐관 떴다──!!

416 타샤주 ◆tncXuTuB1o (VPRtbks/qk)

2024-12-12 (거의 끝나감) 22:52:3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지!!! (?????)

하 재밌다 미안해요 형사님 그치만 이런 못돼먹은 중간 보스(라기엔 잡몹이긴 한데)도 있으면 재밌으니까 🤭
근데 진짜 형사님 극혐관이긴 하다 저 친구는 아마 타샤도 (이하생략 스포일러)

417 리엔주 ◆UgUc96Awuo (D6Ogm56JhU)

2024-12-12 (거의 끝나감) 22:55:59

(그리고 답레에서 타샤를 진짜로 강아지마냥 꼭 끌어안고 정수리에 볼부비부비를 갈기려는 리엔을 말리는 중)

418 리엔주 ◆UgUc96Awuo (D6Ogm56JhU)

2024-12-12 (거의 끝나감) 22:56:45

>>416 아, 그래, 그건 독백에서 충분히 읽혔어. >>415의 대사도 맥락을 짐작하고 쓴 거고 😉

419 타샤주 ◆tncXuTuB1o (VPRtbks/qk)

2024-12-12 (거의 끝나감) 22:57:3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아 형사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누구의 사심이죠? 리엔주인가요 형사님인가요 사.사 (사이버사이코시스) 인가요 (???)

난 좋아. < 진짜 사양. 을 1도 모름
타샤는 으르릉 하겠지만 물지 않아요 🤭

420 타샤주 ◆tncXuTuB1o (VPRtbks/qk)

2024-12-12 (거의 끝나감) 22:59:32

>>418 헉 다행임니다. 사실 형사님 대사 보고 리엔주가 잘 읽어줬구나 하긴 했는데 확인차! 😌👍
헤헤.
헤...
빅토르야 목 닦고 있거라...

421 리엔주 ◆UgUc96Awuo (D6Ogm56JhU)

2024-12-12 (거의 끝나감) 23:03:10

셋 다야(?)

아니 여기서 OK를 갈기면 어떡해 (Ctrl+z 연타중)

422 타샤주 ◆tncXuTuB1o (VPRtbks/qk)

2024-12-12 (거의 끝나감) 23:05:1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셋 다였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음에 드네요 가보자고 (?)

아 하지만~!~!!! 하지만 형사님의 부비부비 어케 참냐구요 타샤도 막상 받으면 어라. 나쁘지... 않은데...? 핫내가무슨생각을. 할걸? (??)

참맞다리엔주
5분정도시간잇니

423 리엔주 ◆UgUc96Awuo (D6Ogm56JhU)

2024-12-12 (거의 끝나감) 23:13:54

(어라 너무 과했다 싶었는데 이걸 이렇게 환영해버리면 어떡헤.)
응, 지금 답레 쓰고 있는 중이긴 한데, 내가 뭔가 도와줄 게 있을까?

424 타샤주 ◆tncXuTuB1o (VPRtbks/qk)

2024-12-12 (거의 끝나감) 23:14:30

>>423
https://ibb.co/GC6fKzP

선물이용

425 리엔주 ◆UgUc96Awuo (D6Ogm56JhU)

2024-12-12 (거의 끝나감) 23:16:17

426 타샤주 ◆tncXuTuB1o (VPRtbks/qk)

2024-12-12 (거의 끝나감) 23:17:5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짤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웃기다... 마음에 들었습니까! 다행이다 😌👍👍

427 리엔주 ◆UgUc96Awuo (D6Ogm56JhU)

2024-12-12 (거의 끝나감) 23:19:51

인... 간...

후. 언제고 꼭 짤대로 해주겠다. 각오하도록.

428 타샤주 ◆tncXuTuB1o (VPRtbks/qk)

2024-12-12 (거의 끝나감) 23:21:10

않이 이 짤이 더 놀라운데 이게 머시에요?!?!??!?! 심장을 관통당한 냥이자나...???

후
후후
기대하겠어요 😏 와라!! 나는 준비되어 있다!! 근데 소금맛이면 눈물은 흘릴 수밖에 없다! (?)

429 리엔주 ◆UgUc96Awuo (D6Ogm56JhU)

2024-12-12 (거의 끝나감) 23:23:56

"헤헤헤. 미안해. 이 편이 습관이 돼놔서." 아닌게아니라 헤이란의 그 사람 덜렁덜렁 들어올리는 버릇은 TCPD 강력계에서도 꽤 악명높다.

((답레에서 의미없는 부분만 쇽 스포하기))

430 헤이란 - 타샤 ◆UgUc96Awuo (7jfcwSss9g)

2024-12-13 (불탄다..!) 00:00:47

헤이란 본인이 스스로 완력이 상당히 강한 편이라는 자각은 있다. 물론 사이버웨어를 꼽으면 그만이라지만, 결국 사이버웨어를 물리적으로 견디는 건 몸의 코어 근육이라는 점은 상식. 코어 근육까지 사이버웨어로 갈아치울 수도 있지만 몸에서 갈아치우는 부분이 많을수록 뒤에서 음침하게 웃고 있는 사이버 사이코시스라는 녀석은 그만큼 가까이 다가오기 마련이었고, 헤이란은 굳이 이미 뒤통수에서 헤벌쭉 웃고 있는 괴물에게 자기를 던지고 싶은 마음은 개미눈물만큼도 없었다. 헤이란은 이미 시술 당시에 이 팔다리와 골격을 모두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사람이었다.

"헤헤헤. 미안해. 이 편이 습관이 돼놔서."

아닌게아니라 헤이란의 그 사람 덜렁덜렁 들어올리는 버릇은 TCPD 강력계에서도 꽤 악명높다. 헤이란은 뻔뻔하게 웃으며, 몇 층인 줄이나 아냐는 타샤의 땍땍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옆으로 빼고 테라스 너머를 내다보았다. 그녀의 기준으로는 그냥 뛰어내려도 아무 문제 없는 높이다. 계단 내려갈 시간도 아까우면 테라스로 신발 들고 와서 신고 횡하니 뛰어내리는 일도 심심찮게 있고. 뭐, 이 정도 기벽이면 이 신이 버린 도시에서는 깜찍한 편 아닌가. 그 깜찍한 기벽의 희생자의 반응이 더 깜찍할 뿐이지. 원래라면 타샤의 몸이 이쪽 테라스로 넘어오자마자 그녀를 바닥에 내려주었겠지만, 들려올린 두 손 안에서 몸 안에 피가 있기나 한가 싶을 정도로 하얀 얼굴이 나 역시 붉은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고 어필하고 있는 것을 리엔은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잠깐, 눈 앞에 플래시백에 한없이 가까운 데자뷔가 스친다. 그래. 분명 이 때도─

"강아지인 건 모르겠는데. 귀엽긴 하네."

리엔은 타샤를 들어올린 채로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타샤를 대뜸 품 안으로 끌어당기고는, 무슨 토끼나 햄스터, 고양이 내지 강아지 같은 작은 동물이라도 대하듯이 꼭 끌어안고는 정수리에 볼을 복복 부빈다. 살가운 손길이 타샤의 등을 톡톡 두드리며 뒷머리를 쓸어내린다. 근육들이 도드라지는 살결. 팔은 서늘했으나 그녀의 품은 퍽 따뜻했다. 이제 겨우 세 번째 만난 사람에게서 받는 친밀도 표현이라기엔 기괴할 정도로 가까운 표현. 술냄새와 담배 악취 사이로 흐릿하게, 우디 계열의 냄새가 코에 와닿는다. 아무래도 타샤의 걱정처럼 사과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이제 타샤가 사과를 받아내야 할 상황인지도.

"아냐. 오늘 저녁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어봤는데 굶게 생겼다는 대답을 들었으니까... 밥 같이 먹자고. 네 것도 만들어줄 테니." 그리고 타샤에게 내밀어져 오는 네 번째 빚. 이런. "─내가 호의를 베풀어서 누군가를 기분좋게 해줄 수 있던 시절이 아득하게 지나긴 했는데, 그래도 역시 내가 그 할망구 맏딸이긴 한가 보다. 알고 지내는 꼬맹이가 꼬르륵거리고 있으면 밥 먹여주고 싶은 거 보면."

그리고 전혀 생각지도 못하게 초대받은 이 뱃지쟁이의 집. 테라스 미닫이문에는 커튼이 쳐져 있었으나, 그녀가 열고 나온 쪽은 커튼이 걷혀있었고 그 너머로 이 속모를 이웃의 거실이 들여다보인다. ......정리정돈된 쓰레기장. 뭔가 온갖가지 잡동사니들이 나름대로의 기준에 맞춰 분류되어 상자며 서랍이며 하는 것들에 담겨있는, 참 이상한 거실이다. 그 거실 한복판에 놓인 작은 테이블 가운데에, 리엔이 아까 휙 던진 담배 팩이 아슬아슬하게 테이블 끄트머리에서 멈춰서 있다.

"그래, 온 김에 도청기도 가져가고."

431 타샤 - 헤이란 ◆tncXuTuB1o (8ghtkg4DkE)

2024-12-13 (불탄다..!) 05:20:51

습관? 이게 습관이라고? 그럼 평상시에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번쩍번쩍 들어올리면서 살아왔단 말인가. 태연하게 웃어보이는 헤이란의 얼굴을 마주한 타샤의 표정에 짙은 당황스러움이 서렸다. 나한테만 이러는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나한테만 이러는 게 아니라서 더 문제라고 해야 할 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눈웃음 짓는 상대를 보고 있자면 가뜩이나 뜨거웠던 낯이 한층 더 따끈해지는 것 같다. 귀엽다니. 귀엽긴 뭐가 귀엽다고. 하긴 헤이란 정도의 키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귀여워 보이긴 할 것 같다. 가히 피지컬의 승리라고 할 수 있는 신장과 체형이 새삼스럽게 와닿는다. 음, 그렇지. 그래. 형사님이라면 나처럼 볼품없는 인간도 대충 귀엽게 보일 순 있겠다. 상대적으로 작긴 하니까.

"하여간 특이한 사람이야... 다른 사람들은 이러면 뭐라고 안 했어? 여러모로 오ㅎ, 읍, 잠ㄲ...! 므야! 므?! 으?"

그런 쓸데없는 생각들은 대뜸 품 속으로 끌어당겨진 직후 전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삭제되었다. 순식간에 헤이란의 품속에 깊이 파묻힌 타샤는 제가 작은 동물이라도 된 것처럼 정수리에 볼을 부비는 감촉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이 사람이 진짜! 강아지인 건 모르겠다더니 완전 강아지 취급이잖아! 하지만 등을 두드리며 뒷머리를 쓸어내리는 손길이 이상할 정도로 다정해서, 그 기묘한 거리감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맞닿은 품이 따뜻해서, 이렇다 할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 팔과는 달리 진짜 근육과 살과 피부로 이루어진 몸으로부터 전해지는 온기와 심장 박동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고— 아니, 오히려 조금은 기껍기까지 해서.

"참 나. 이것도 습관이라고 할 만큼 다른 사람들한테도 다 하는 행동이야? 만약 그러면 정말 오해 사기 딱 좋은 버릇인 거 알지? ......미안하다고 한 거 취소할 거야...!"

알코올과 독연의 존재감이 섞여 나는 강한 향취 사이로 흐릿한 우디 계열의 냄새가 코끝에 와닿았다. 아무래도 이게 이 사람 본연의 체취인가보다. 내가 이런 것까지 알아도 되나.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감이라는 걸 인지해도, 그에 분명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품을 적극적으로 밀어낼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어쩌면 이게 온전히 나를 향한 다정이 아닐 거라는 걸 어렴풋이 아는데도, 바라마지않던 온기가 너무나도 달콤한 바람에.

"그나저나 빚의 노예 어쩌고 하더니, 본인만 빚 짊어지고 살 순 없다 이건가? 나까지 끝끝내 빚쟁이로 만들 심산이구나. 못됐네 형사님. 아직 목숨 값도 덜 갚았는데..."

툴툴거릴지언정 선뜻 먼저 밀어내진 못하는 것이다. 이상하지. 알코올과 담배 향이 섞인 냄새는 그닥 기분 좋은 게 아닐 텐데, 은근히 섞여드는 우디한 체취 하나로 썩 견딜 만 하게 된다는 게.

"......꼬맹이가 아니라 타샤야, 내 이름. 타샤라고 불러. 그리고 형사님이 멋대로 이리 들고 왔으니까 집안까지 책임지고 데려가. 망할 갈매기 때문에 마지막 힘까지 쪽 빠져서 걸을 기력도 없거든."

생활감이 느껴진달지, 어수선하달지, 정리가 된 건지 아닌 건지 애매한 모습의 거실을 눈에 담던 타샤는 문득 입을 열어 제 이름을 꺼내놓는다. 그러고보니 이름을 말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서. 엄마와 똑같은 이름이라 무의식적으로 언급을 피한 것도 있긴 하지만 적어도 당신한테는 숨기는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어차피 이 관계는 비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괜찮겠지. 그런 생각으로 이름짓기 어려운 감정들을 애써 간추리며 상대의 품에 부러 더 기대버렸다. 여전히 열기가 덜 가신 얼굴을 한 주제에, 뻔뻔하게도.

"대신 앞으로 사이버웨어 점검이랑 수리 비용은 안 받을게. 전에 얘기할 땐 돈은 꽤 있다더니, 오늘 말하는 걸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더라. 일부러 돈 있다고 안 했어도 고쳐줬을 텐데... 나 그렇게까지 돈에 미치진 않았어, 형사님."

뭐, 딱히 그렇게까지 본 적 없겠지만. 세 번 밖에 만나지 않았는데도 리엔 헤이란이 대충 어떤 사람인지는 감이 온다. 터미너스의 별종. 오지랖쟁이. 그런 수식어를 선뜻 붙일 수 있을 만큼 사람 좋은 형사님.

"그래서 뭐 해 먹을 건데? 얼마나 걸려? 오늘 처맞느라 기력 다 썼단 말이야. 등도 배도 얼굴도 아프고 무엇보다 엄청 배고파. 초대했으니까 맛있는 걸로 대접해 줄 거지?"

432 타샤주 ◆tncXuTuB1o (8ghtkg4DkE)

2024-12-13 (불탄다..!) 05:33:11

자... 자버렸어... 🥺 으엥...

>>429 하 진짜 형사님 귀여워 죽겠네 백번 뽀뽀해버려
그나저나 이거 직장에서도ㅋㅋㅋㅋㅋ 하는구나ㅋㅋㅋㅋㅋ 동료들도 막 들어올리고 그래? 아님 범죄자 연행할 때? 둘 다인가?

언젠가 형사님 직장에도 놀러가고 싶다. 물론 타샤가 좀 더 떳떳한 신분이 됐을 때 😌 지금 가면 그건 아무래도 자수죠... 아무튼... 지나가다 경찰서 슬쩍 들러서 형사님한테 점심거리 쥐여주고 도넛 박스도 몇 개 주고 그러고 싶다. 바빠도 점심 챙겨먹으라고 쫑알거리기도 하고. 우후후 우히히

말없이 왔다가 바로 못 만나서 경찰서 앞 서성거리던 중에 형사님 동료 만나서 "리엔 헤이란 형사님 어딨어?" 하고 대뜸 물어봤다가 얘 뭐지? 같은 눈빛도 받고 그러고 싶다.

타샤: 리엔 헤이란 경찰 소령님 어딨어?
동료: (뭐지 이건) 어 그분 지금 바쁜데... 근데 넌 누구냐?
타샤: (그러게 난 뭐지) ......주, 주치의...? 같은 거?
동료: ......꼬맹아, 여기 막 장난치고 그러는 데 아니다.

대충 이런 시츄에이션...
이러고 쫓겨날 뻔 하다가 기적적으로 형사님이 발견해주면 좋겠다. 히히히... 써놓고 보니 직장까지 와서 민폐로군 미안해요 헤이란 형사님 🫠

433 타샤주 ◆tncXuTuB1o (8ghtkg4DkE)

2024-12-13 (불탄다..!) 17:30:26

https://youtu.be/Wug0UXpz9SU?si=B_hcsQ7Q_SeJt3lU

형사님 생각난 노래 올리면서 갱신 😌
금요일이야!!!

434 타샤주 ◆tncXuTuB1o (0npQuUYYDE)

2024-12-14 (파란날) 12:27:51

어제는... 엄청 일찍 자버렸어... 😪
점심시간 갱신! 리엔주 주말이니까 푹 쉬고 맛있는 것도 먹는 하루 되길!

435 헤이란 - 타샤 ◆UgUc96Awuo (kj8YK5B5yI)

2024-12-14 (파란날) 13:29:04

"아하하! 이건 아무한테나 안 하지."

충분히 가까운 사람한테만 하는 거고... 이제 와서 헤이란에게 충분히 가까운 사람 같은 그런 사치스러운 게 있을 리가 없는데. 이제서야 세 번 만난 이 초짜 리퍼닥과는 그런 관계일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얄궂게도, 타샤는 헤이란을 완전히 거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뻔뻔하게 품안에 더 푹 기대어오는 타샤 때문에, 헤이란은 타샤를 테라스 위에 내려주려던 타이밍을 놓쳤다. 품 안에 안겨 더 편한 자세로 파묻히려고 바르작대는 가녀린 몸이 안겨다주는 온기가, 묘하게, 아니 감히 이렇게 일컬어도 되는 것일까도 생각되지만, 흡족했던 탓이다.

"그러니까 일일이 빚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싶은데..." 헤이란은 품 안에 안긴 타샤를 내려다보았다. 가늘게 뜬 눈에 눈웃음이 걸려있었다. "이대로 진짜 빚쟁이 만들어서 계속 알고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타샤."

타샤, 하고 헤이란은 그제서야 알게 된 이웃집 리퍼닥의 이름을 나직이 입에 담아본다. 타샤. 한번 더 중얼거려본다. 왠지 최근에 이 이름을 한번 들었던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든 탓이다. 일순간 머릿속에서 형사의 직감을 담당하는 부분이, 타샤라는 이름과 머릿속 정보에서 어떤 중요한 연결점을 발견했다는 알림을 보냈지만, 헤이란은 이걸 묵살했다. 어려운 이야기는 나중에 천천히 다시 생각해봐도 되지 않겠나. 지금은 지금에 집중하고 싶었다. 이런 온기는 터미너스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드문 것이므로.

"이게 꽤 복잡한데, 내가 쓸 수 있는 돈이 넉넉한 건 사실이야. 빚 갚는 데에는 못 써서 그렇지."

티베리온에서 손해배상청구액을 인질로 잡고 지시하는 의뢰를 수행하면, 빚을 탕감하는 것 외에도 활동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꽤 짭짤한 지원금이 이런저런 경로로 들어온다. 활동보조금으로는 채무를 탕감할 수 없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을 뿐. 이런 이야기를 지금 하기에는 길 것 같아서, 헤이란은 이것도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때 이야기하기로 하고 테라스 문을 열고 타샤를 안은 채로 거실로 발을 들였다.

"한 20분쯤 걸리지 않을까 싶은데. 자오즈탕을 할까 생각중이야. 아... 그러니까 대만식 만두 스튜 같은 거?"

그리고 들어선 거실. 물건들은 많은데, 누가 이렇다 할 그럴듯한 생활을 영위한 흔적은 없다. 사실상 거실다운 부분은 한가운데 놓여있는 테이블과 소파뿐이고, 주변은 온통 이런저런 잡동사니들이 피난민 이삿짐마냥 정리돼 있다. 때 되면 내놔야지 하고 차곡차곡 쌓아놓은 재활용품들과, 어디 암룡성채 같은 빈민가에서나 볼 법한 허름한 세간살이들이 카테고리별로 차곡차곡 정리되어 담겨있는 상자들이 쌓여 있을 뿐. 테이블 위에는 아까 보았던 떨어질랑 말랑 끄트머리에 멈춰선 담뱃갑과, 거의 바닥을 드러내다시피 한 위스키 병(타샤에게 이 첨언이 닿지는 않겠지만, 헤이란의 명예를 위해 굳이 첨언하자면 이 자리에서 다 때려조진 건 아니고 며칠 동안 야금야금 먹던 걸 오늘 막타쳤다), 탄산수 빈 병과 레몬즙 병이 놓여 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있는, 앨범.

"오늘 참 ■같은 하루를 보냈네, 꼬마. 여기 누워서 조금만 기다려."

헤이란은 타샤를 길다란 소파 위에 뉘어주었다. 헤이란이 여기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일이 잦은지, 소파는 익숙한 듯이 살며시 꺼지며 타샤를 푹신하게 받아들였다. 타샤의 집과 별다를 바 없이, 거실과 주방이 별도의 벽이 아니라 식탁으로 분리된 구조. 그야 같은 빌라니까. 헤이란은 타샤를 내려주고,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436 리엔주 ◆UgUc96Awuo (kj8YK5B5yI)

2024-12-14 (파란날) 13:34:37

>>434 타샤주도? 나도... 일찍 푹 잤다니 다행이다. 타샤주도 푹 쉬고 맛있는 거 먹고 넉넉한 주말 보내자.
노래는... 잘 들었는데 타샤주 노래가사로 나 패는 데 재미들렸구나 (너덜) (하지만 노래가 좋아서 계속 들음)

>>432 (갑자기 동료가 덜렁 들려올라감)
리엔: 잠깐만, 타이코. 내 전담 리퍼닥 맞아. 안녕, 꼬마, 여기서 볼 줄은 몰랐네.
동료: (대롱)아니 소령님, 진짜 말로 해도 알아듣는다니까요!
리엔: 뭐 인마. 견뎌.
동료: (에휴)
리엔: 그래서, 꼬마. 여기까진 웬일일까. 내가 보고 싶어서 온 거야, 아니면 우리 리퍼닥을 못살게 구는 ■새들이 더 있는 거니?

437 타샤주 ◆tncXuTuB1o (LNjagD7Z2E)

2024-12-14 (파란날) 14:02:21

리엔주 안녕!! (와다닥 달려와서 무자비한 복복복복)
리엔주도 어제 일찍 잤구나! 아주아주 잘했구만 😌👍 휴 정말 주말을 앞둔 금요일은 어쩔 수 없어... 잠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

활동보조금으로 빚 못 갚음 < 악랄한. 아니 탕감+활동보조금이면 합리적인가... 는 무슨 애초에 그만큼 빚을 안 지웠으면 됐잖냐 티베리온 본사에 타샤가 직접 고성방가 진상으로 프로그래밍 한 안드로이드를 여러 대 보내버릴 것이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앗 들킴! 하지만 너무 제목부터 형사님 같았다구ㅋㅋㅋㅋㅋㅋㅋ 😏 tired... 형사님의 피곤한 미소가 바로 떠오른거야...

>>436
타샤: (진짜 모든 사람을 들어버리네)(약간 놀람+순수한 감?탄)
타샤: 아니, 그냥... 이 앞에 도넛 가게가 새로 생겼더라고. 오픈 기념이라고 싸게 팔길래. 지나가다가...
타샤: ......고객이 건강한 몸을 유지하게 하는 것도 리퍼닥의 업무니까...! < (누가 봐도 핑계다. 애초에 도넛은 건강한 음식도 아니다!)

답레 바로 쓰고픈데 나 아직 집이 아니라서ㅠㅠ 들어가면 답레줄게...!! 후 그나저나 형사님 앨범 이거너무탐나네 열어보고싶다 (안 됨)

438 타샤주 ◆tncXuTuB1o (LNjagD7Z2E)

2024-12-14 (파란날) 14:09:44

>>아니면 우리 리퍼닥을 못살게 구는 ■새들이 더 있는 거니?<<

와중에 이 말 날카롭네 역시 TCPD의 희망... (진짜 있긴 함)

439 타샤 - 헤이란 ◆tncXuTuB1o (R0JmSlBQGU)

2024-12-14 (파란날) 15:44:37

아무한테나 하는 행동이 아니면 더 문제 아닌가. 물론 아무한테나 다 하는 행동이었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 아니. 정신 차리자, 아나스타시야. 말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지 마. 큰 뜻 없이 한 말일 거니까. 그래, 별 뜻 없이 한 말...

"......10초 전까지만 해도 일일이 빚이라고 생각 안 해도 된다면서? 말이 앞뒤가 달라."

—일 텐데. 눈웃음 지은 채 내려다보는 시선과 마주하고 있으면 기묘한 감각이 척추를 타고 흐른다. 그건 요란했던 첫 입주 날 덥썩 들어올려져 책상 위에 앉혀졌을 때나 조금 전의 기상천외한 초대를 받았을 때 느낀 것과 비슷한 감정이었다. 이름 붙이기 애매한 주제에 거슬리게 간지럽고 그래서 조금은 외면하고 싶은 모호한 무언가. 때문에 괜히 삐쭉대며 투덜거렸지만 여전히 진지하게 싫은 티는 없었다. 결국 발전한 기술도 인간을 홀로 온전하게 만들지는 못한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암만 껍데기를 크롬으로 대체하면 뭐 하나. 속은 여전히 지독하게 온기를 갈구하는 외로움쟁이들일 뿐인데.

"자오즈탕? 만두는 먹어봤지만 자오즈탕이라는 건 한번도 안 먹어 본 음식인데, 궁금하다. 근데 진짜로 안고 들어가?"

응? 자기가 해 달라고 해 놓고? 하지만 여전히 꼭 붙은 걸 봐선 딱히 내려갈 생각도 없어 보인다. 어쩌라는 거지. 아무튼 이 파란머리 꼬맹이, 어지간히 성가신 타입이다.

"옮겨달라고 했다고 진짜 옮겨주고, 이러다 밥도 먹여달라면 먹여줄 것 같네..."

와중에 음식 이야기가 화두에 오르면 갈매기 때문에 받은 황당한 충격으로 잠시 허기를 잊었던 위장이 다시 움직이는 것 같다. 어쩐지 속이 급격하게 허해지는 기분이 들어 헤이란에게 꼭 붙은 채로 몸을 약간 꾸물거리던 타샤는 이윽고 헤이란이 하는 대로 푹신한 소파에 몸을 맡겼다. 저 사람 여기서 자주 쉬는 걸까? 유난히 말랑하네. 그가 새로 산 매트리스의 정없는 딱딱함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주변 풍경은, 아까는 단순히 생활감이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제대로 보니 그보다는 정리정돈이 부재한 쪽에 가까워보였다. 타샤는 여기저기 널린 다양한 물건들을 훑어보다가 소파 위에서 가볍게 몸을 굴린다. 저걸 굳이 내가 치울 필요는 없지. 그래, 굳이 내가...

"......아으, 배고파."

하지만 타샤는 태생적으로 손을 가만두지 못하는 타입이었다. 결국 눕혀놓은 대로 얌전하게 있는 건 5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종료된다. 머쓱한 김에 괜한 투정이나 뱉으며 상체를 벌떡 일으킨 그는 조금 전부터 가장 신경쓰였던 담배갑을 테이블 끄트머리에서 안쪽으로 밀어둔 후, 바닥에 떨어진 앨범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빈 위스키 병과 탄산수 병을 들어 차곡차곡 쌓아놓은 재활용품들이 있는 곳에 가져다 두었다.

"형사님, 직장에서 퇴근 안 시켜줘서 청소도 못 하고 쓰레기도 못 버린 거야? 내가 여기 있는 거 버려줄까?"

그러고는 무심하고도 조금은 무례한 소리나 뱉어버린 뒤 레몬즙 병을 한 손에 든 채 주방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을 헤이란에게 성큼 다가와선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것이다.

"응? 그런데 요리, 형사님이 다 만드는 거야? 손질도 직접 해? 레디메이드 키트 같은 거 쓸 줄 알았는데. 요즘은 다 그러잖아. 자잘한 재료도 다 먹기 좋게 잘려 있어서 스마트 냄비에 그대로 넣고 돌리기만 하면 되니까... 20분이나 걸린다고 해서 일반 레토르트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고전적이라고 해야 할 지, 이 사람 식기세척기는 쓰나?

"혹시 설거지도 식기세척기 없이 직접 해?"

가벼운 어조로 툭 던진 말은 한없이 농담에 가까웠다.

440 타샤주 ◆tncXuTuB1o (R0JmSlBQGU)

2024-12-14 (파란날) 15:52:07

헉.
나쁜 상상을 하다
언젠가 티베리온에서 타샤를 찾아내서 어떻게 쓱싹하든 데려오든 하라고 형사님한테 의뢰 내려오면 어떻게 될 것인가. (...)

사촌놈이 타샤가 살아있는 걸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아이엠이 알게 되고 늦든 빠르든 티베리온도 타샤 존재를 알게는 될 거란 말이지 🤔 티베리온이 저런 의뢰를 주는 건 좀 더 나중 일이겠지만 아예 가능성이 없을거란 보장은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