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중 : [1:1/SF/Girls] 𝑪𝒀𝑩𝑬𝑹𝑷𝑼𝑵𝑲: 𝑵𝑰𝑮𝑯𝑻𝑭𝑨𝑳𝑳

0 A caprice for the prodigal ◆h5e760Gq82 (a0Tit.Wr4.)

2024-11-20 (水) 01:26:10

당신의 종착점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터미너스 시티. 예전에는 뭔가 좀더 낭만적인 이름으로 불린 적 있었던 것 같지만, 지금은 이 이름으로 충분하죠. 괜찮은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들어오거나 여기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저마다 내면의 어떤 끝을 맞이하게 되니까요.

이전에 다른 이름으로 불렸을 때는, 메가코프들의 연구단지와 휴양지가 같이 들어선 이상하고 재밌는 도시였죠. 연구단지가 위치해 있으면서도 빼어난 자연경관이 깨끗하게 보존되고 있는 터미너스의 해안선은 미국의 앞에 환하게 펼쳐진 미래를 축약해놓은 것만 같았어요.

물론, 그래요, 터미너스 시티의 해안은 여전히 아름답고, 연구단지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제 일을 하고 있어요. 그저 그 전쟁들 이후로, 이 땅의 실질적 통치자가 연방 정부에서 메가코프들로 바뀐 이후로는...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어선 이후로는... 광전자 폭격의 영향으로 미세하게 바뀐 대기 조성이 빚어내는 보라색의 하늘 아래에서는, 더 이상 예전처럼 내일을 명확하고 낙관적으로 내다볼 수 없게 되었을 뿐이죠.

그러나 여전히 터미너스 시티를 원하는 이들은 많아요. 전쟁의 영향을 거의 빗겨간 덕에, 그나마 전쟁 전에 가깝게 살 수 있는 도시는 저 멀리 나이트 시티와 이 터미너스 시티를 빼면 정말로 드무니까요. 두 정부와 메가코프들의 협약으로 인해, 신연방 정부의 헌법과 자유주 연맹의 연맹법 둘 중 어디에도 영향받지 않는 만큼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고, 이 어지간한 카운티만한 도시에는 그만큼 일감도 즐길 거리도 넘쳐나지요. 하지만 주의하세요, 다른 곳보다 더 다양한 일들을 겪을 수 있다는 말은 당신이 더 다양한 방식으로 엿을 먹을 수도 있다는 뜻이죠.

그럼에도 결국, 행운은 과감한 사람에게 미소짓는 법. 그리고 더 이상 물러설 이유가 없는 사람보다 과감한 이는 없는 법이죠.

당신의 종착점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 나레이터

359 리엔주 ◆UgUc96Awuo (.bD4PaeHEM)

2024-12-09 (모두 수고..) 02:36:27

>>356 히힉. 이히히. 우히히힉. (실성)
타샤주야말로 지금 깨서 어쩌려구 그래... (부둥기)

360 타샤주 ◆tncXuTuB1o (zsIJRj7JP6)

2024-12-09 (모두 수고..) 03:13:21

어라 왜 안자!!! (답레 쓰려다가 꾸벅해서 살짝 더 눈붙이고 옴)
이사람 글 쓰고 있었구나... 8ㅁ8 잠... 좀 자야 하는데... 11시에 깼다니 지금은 많이 피곤하진 않겠지만 (부둥꼬옥)

그나저나 수정본에 정보까지 오다니 이런 선물이
🤤 행 복 해...

361 리엔주 ◆UgUc96Awuo (.bD4PaeHEM)

2024-12-09 (모두 수고..) 03:19:46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야. 사실상 이번의 쇼에는 그렇게 큰 역할을 맡기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써보고 싶은 장면을 썼을 뿐이니까 머리 비우고 읽어도 괜찮을 거라 생각해. 그보다... 꾸벅했으면, 아예 눈 길게 붙이자. 그렇게 할래? (복복복...)

362 타샤주 ◆tncXuTuB1o (zsIJRj7JP6)

2024-12-09 (모두 수고..) 03:29:47

다 읽었따. 배부르고 행복한 인절미가되.
리엔주는 천재야! 🤤 속도감 있던 수정 전도 디테일이 더해진 수정 후도 다 너무 좋고 이어지는 정보 이야기도 최고로 좋아~ 쇼호스트씨 당연하지만 똑똑하구... 형사님이 조직의 위에 올려놓길 원하는 그 사람은 누구일까? 설마 타샤인가?

(복슬복슬) 그 그치만 리엔주는 안 자잖아... 🥺 나 이제 좀 정신 돌아왔는데 (고새 뭐 만들어와서 달싹붙음)

Picrewの「마구그루밍」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SBJLlniXa8 #Picrew #마구그루밍

363 터미너스 나이트 보드빌 ◆UgUc96Awuo (.bD4PaeHEM)

2024-12-09 (모두 수고..) 04:05:00

"어떻습니까? 각각의 방법은 저마다의 장르와 스타일을 가지고 있죠. 대담한 액션 스릴러부터, 은밀한 정치 드라마까지. 당신의 파트너가 어떤 무대를 선호할지는 당신이 가장 잘 알겠지만, 델피니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그것은 당신이 원하는 형태가 되겠죠. 자, 어떤 프로그램을 결정할지는 당신의 몫입니다."
"아, 당장 이 자리에서 확답하기는 어려운 이야기네. 내 파트너 의견도 들어봐야 되거든. 프로그램 참가비가 아깝지 않은 이야기들이었어. 하지만, 내가 원하는 진짜 쇼는 다음에 있어."

헤이란은 꼬았던 다리를 풀며 허리를 숙이고, 팔꿈치로 허벅지를 받치며 턱을 괴었다. 스크린의 내용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아나스타시아 칼리노프스키의 이름이 홀로그램으로 커다랗게 나타났다. 이름 아래에는 몇 개의 불완전한 기록과 문서 이미지가 덧붙여졌다.

"그래요, 리엔 경찰소령. 최근 당신이 알게 된 어떤 사실로 인해, 칼리노프스키 박사에 대해 새로운 관심이 생겼을 것이라 믿고 있었습니다."

헤이란의 눈썹이 꿈틀했다. 쇼호스트가 언급한 어떤 사실이라는 것은, 헤이란의 팔다리를 칼리노프스키 박사가 만들어주었다는 사실이겠지. 참으로 사려깊게도, 쇼호스트는 그 사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걸 나보다 일찍 알고 있었구나?"
"오, 미스 리엔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일찍이요."

쇼호스트는 깊게 몸을 뒤로 젖히며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긴 손가락이 공중에 느긋하게 궤적을 그리며 칼리노프스키라는 이름을 조심스레 강조했다. 헤이란은 결국 참지 못하고, 다음 개비의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내가 여기를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오, 그때는 미스 리엔이 이미 알고 계신 줄 알았죠! 칼리노프스키 박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시기에, 저는 그저 언급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해서 그 화제를 조심스레 피했을 뿐입니다."

헤이란은 쇼호스트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그러나 쇼호스트의 그 참으로 미국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쾌활한 이목구비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기대했던 반응이 나온 것 같아 흡족스러워하기까지 하는 것 같았다. 마치 아재개그를 치고는 질색하는 상대방의 리액션을 감상하는 표정이랄까. 헤이란은 여기서 짜증을 부려봤자 자기만 우스워진다는 사실을 되새기고는 지친 듯 눈에 힘을 뺐다.

"아나스타시아 칼리노프스키. 터미너스의 테키들의 전설, 아니, 신화에 가까운 이름이죠. 블랙월 너머, 인류의 기술 레벨을 몇 세기는 뛰어넘은 기술을 이해하고 재구성한 천재니까요. 그 흔적들은 단순한 기계와 사이버웨어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미스 리엔. 하나의 서사가 심어진, 그녀의 「유산」이죠."

헤이란은 차분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내면의 경계심은 점점 고조되었다. 그녀의 입에 물린 꽁초의 잉걸이 한번 밝아지더니, 그녀의 입에서 연기가 흐릿하게 흘러나왔다.

"꽤 의미심장한 강조네."
"오, 그녀에게 아주 강력한 파트너가 있었음은 분명합니다. 넷워치의 눈을 피하거나, 아니면 넷워치를 구워삶거나, 어쩌면 넷워치더러 '눈 깔아'라고 윽박지르기까지 할 수 있을지도 모를 파트너가요. 그렇지 않고서야 칼리노프스키 박사가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혼자서 블랙월 너머의 자율 AI들의 기술을 접하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일이었겠지요."

쇼호스트는 의도적으로 속삭이듯 말을 이어갔다.

"칼리노프스키 박사의 유작을 찾아다니는 이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 모르겠습니다. 칼리노프스키 박사가 그녀의 작품들에 숨겨진 목적을 심어두었다는 이야기요. 단순히 기능적인 걸 넘어서, 어떤 의미를 구현하거나 특정한 계획의 조각이 되도록 말입니다. 당신은 그 목적이 무엇인지 추측해 보셨나요?"
"글쎄, 시도해봤지만, 쉽지 않았어.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라도 있을까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헤이란의 목소리는 무심했지만, 그 어조에는 억누를 수 없는 호기심이 깃들어 있었다.

"도와줄 사람이라..." 쇼호스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굴리더니,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거기에 대해서 명확한 답변을 드릴 수 없는 것이 안타깝군요. 칼리노프스키 박사가 잘 진행되던 연구를 갑작스레 그만두고, 그 강력한 파트너의 곁을 떠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녀가 남긴 기록들조차 그것이 사실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왜곡된 신호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죠.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그녀의 작품들이 단순한 기술적 성취 이상의, 더 큰 목적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요."

헤이란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의 몸은 여전히 쇼호스트를 향해 열려 있었지만, 그 눈빛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그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종착역」에 도달하기 위해서라면, 적어도 듣지 않는 것보단 나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쇼호스트는 말하면서, 손짓으로 주변의 홀로그램을 조작했다. 그의 주변의 홀로그램이 칼리노프스키 박사의 실루엣과 그녀의 작업으로 추정되는 복잡한 설계도와 장치를 그려냈다.

"칼리노프스키 박사의 유산이 단순히 하나의 제품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아마 그녀의 진짜 의도를 놓치고 말 겁니다." 쇼호스트는 눈을 반짝이며 속삭이듯 말했다. "혹시라도 칼리노프스키 박사가 그 유작들을 통해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면 말입니다. 그녀의 의도가 당신에게 달려있을지도 모르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엇인지도 모르는 의도에 휘말리는 건 사양하고 싶은데. 항거하지 못하고 떠밀리는 대로 살아오는 건 빌어먹을 정도로 충분히 했어." 헤이란은 허벅지를 괴고 있던 팔꿈치를 떼며, 상반신을 의자에 기댔다. "내가 무엇에 휘말렸는지 정도는 알아야겠어. 나는... 위험한 목적지를 정해야겠어."

쇼호스트는 그 말에 크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바로 그겁니다! 미스 리엔, 이제 당신도 이 쇼의 주연 배우라는 걸 인정하셨군요. 칼리노프스키 박사의 그림자를 쫓아 당신의 이야기의 다음 막을 준비할 시간입니다. 저, 쇼호스트는 그 무대를 차질 없이 준비할 뿐이죠."

헤이란의 입에서 마지막 담뱃재가 떨어졌다. 그녀는 성가시다는 듯이, 셔츠 자락을 쥐고 털어서 담뱃재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녀는 남은 꽁초를 재떨이에 쿡 꽂았다.

"...오늘 맞이해줘서 고마웠어."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쇼호스트는 박수갈채를 요청하는 제스처를 관중에게 보냈다. 무대는 다시 화려한 조명 속으로 휩싸이며 엔딩을 알렸다.

"오늘 밤 터미너스 나이트 보드빌에서 아주 특별한 쇼가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 미스 리엔을 위한 성공적인 거래를 기원하며 박수를 보냅시다!"

364 리엔주 ◆UgUc96Awuo (.bD4PaeHEM)

2024-12-09 (모두 수고..) 04:07:57

>>362 타샤가 맞아. 일단 한번 필터링되긴 하는데(일반 시청자들한테는 갱단 이름도 다 필터링될 것) 혹시 모르니까 직접적인 언급을 피한 거야. 조직의 꼭대기가 아니더라도, 조직을 타샤의 방패로 쓸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두면 좋을 거라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어. 리엔은 앞으로 맞닥뜨릴 상대들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픽크루 봄)
(((벤치마킹))) (타샤주 마구그루밍)

365 타샤주 ◆tncXuTuB1o (zsIJRj7JP6)

2024-12-09 (모두 수고..) 04:20:14

크아아아아아악 (행복해서 쓰러짐)
새벽에 올라오는 아름다운 글은 새벽에 몰래 먹는 초콜릿만큼 달고 매력적이다 🤤🤤🤤 그나저나 쇼호스트님은 이미 알고 있었구나 정보력 무슨 일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터미너스에서 픽서 하는군요 🤔 하 재밌어... 형사님... 형사님이 너무 좋고 안쓰럽고 근데? 어지러운 사정에 휘말린 형사님이 너무 룽해 (취향 진짜)

>>364 우와아아악 맞구나 🥹🥹🥹 감격이야...! 그리고 역시 형사님 시야가 넓네. 타샤는 조직 다 때려부수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이용하겠다는 생각은 안 했을텐데.
헤헤 즐거운
🤭 형사님을 만난 게 타샤에겐 정말 큰 행운인거야... 그니까 타샤야 헤이란 형사님한테 잘해야겠지?? (타샤: (괜히 입술 삐죽거림)(?))

우아아앙ㅇ아앙 (촉촉한 인절미)(맞그루밍 시도!)(오물오물)

366 터미너스 나이트 보드빌 ◆UgUc96Awuo (.bD4PaeHEM)

2024-12-09 (모두 수고..) 04:26:30

쇼가 끝난 뒤, 관객들이 하나둘 흩어지고 무대의 화려한 조명도 서서히 빛을 잃었다. 그러나 쇼호스트는 여전히 중앙에 남아 있었다. 그는 넓고 비어 있는 관객석을 향해 손뼉을 쳤다. 홀로그램 프로젝터가 다시 활성화되며 그의 주위를 둘러싸는 빛의 돔을 형성했다.

"어디 보자... 우리의 쇼는 아직 끝나지 않았죠."

그의 목소리는 무대 아래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부드러운 발소리와 함께 울렸다. 관객들의 앞에 나서지 않으면서, 자신과 함께 관객들을 위한 쇼를 충실히 준비해 주는 스태프들을 향한 목소리였다. 그의 삶은 눈을 뜬 이후부터 눈을 감을 때까지 항상 쇼였고, 그것은 무대 뒤에 있는 이들에게도 공평했다.

"위험부담이 너무 크지 않겠나요, 호스트?" 스태프들 중 특정할 수 없는 누군가가 목소리를 냈다. 쇼호스트는 언제나의 그 미국적인 미소로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응시했다. "그 여자는 손패를 아끼지 않고 내놓았죠. 이건 그 여자의 뒤에 숨겨져있는 게 정말로 어마무시하게 크거나, 아니면 그 여자가 방금 내어놓고 간 그것밖에 없거나 둘 중 하나라는 뜻인데, 기겁하거나 실망하거나의 선택지가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은 것 같습니다."

쇼호스트는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공중에 손을 내저으며 만면에 미소를 띈 채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선택이라, 선택." 그는 무대를 한 바퀴 천천히 돌며 말했다. "스태프, 쇼를 이어가는 데 있어서는 계산해야 될 부분이 있고, 계산하지 않아도 될 부분이 있으며, 계산을 따져서는 결코 안 될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계산을 따져서는 안 되는 부분을 외면하는 것은, 터미너스 나이트 보드빌의 존재 의의를 외면하는 행동이죠, 나의 충실한 친구. 이것은 단지 하나의 쇼가 아닙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번쩍이는 그 짧은 찰나를 붙잡아내고, 그것을 영원히 기억될 '장면'으로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 장면들은 역사로 남죠. 그것은 결코 계산할 수도 없고 계산되어서도 안 되는 가치입니다."

스태프들 중 다른 누군가가 또다시 목소리를 내었다.

"물론 쇼호스트의 말씀에는 십분 동의하고, 그것이 저희가 여기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또한 이 쇼의 존속이라던가 계산해야 되는 부분이라던가에 대해 고민하고 염려하는 것이 저희 일이니까요."

쇼호스트는 미소를 지으며 무대 끝으로 다가가, 도시를 내려다보는 창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의 실루엣은 네온 불빛 속에서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선명했다.

"두려움은 이 쇼를 흥미로운 것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 것으로 사라질 쇼였다면, 애초에 쇼가 존재할 가치가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죠. 나는 그런 형편없는 쇼를 기획한 기억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오늘 참석해 주신 게스트께서 흥미와 전율로 가득한 다음 시즌의 프리-아나운스를 남겨주셨지 않습니까?"

그는 다시 스태프들을 향해 몸을 돌리며, 두 손을 벌려 그 말을 강조했다.

"리엔 헤이란... 그녀는 오늘 여기에서 털어놓은 것보다 더 많은 것에 엮여있을 겁니다. 그녀가 델리리움 갱을 사라지게 하든, 아니면 그들을 자신의 방패로 삼든, 그 선택 하나로 이 도시의 판도가 변할 수도 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가 찾고 있는 그 천재 박사. 아나스타시아 칼리노프스키."

그는 속삭이듯 말했다.

"그 이름은 이 2070년대 말의 터미너스에서 가장 흥미로운 미싱 링크지요. 나는 이 터미너스 시티의 가장 뛰어난 쇼호스트라 자부합니다. 그러니 결코 이런 쇼를 놓칠 수 없지요! 그 쇼를 놓치는 건 평생에 다시 없을 굴욕이 될 겁니다. 나레이터- 그 뻔뻔하고 재미없는 여자에게 또 손 놓고 선수를 빼앗기는 일은 정말로 사절하고 싶군요."
"호스트의 말씀에는 동의합니다. 확실히 지금까지 나온 키워드로 미루어보건대, 이번 시즌을 아무런 수확 없이 앵무새 짓이나 한다면 더 이상 이 무대를 오늘처럼 휘황찬란하게 꾸미는 건 어려운 일일 테니까요."

쇼호스트는 스태프의 말을 듣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죠, 바로 그겁니다. 우리는 새 시즌을 준비해야지요.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관객들이 두 눈을 떼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창밖으로 눈길을 돌리며, 헤이란이 멀어져 간 뒷자리를 마지막으로 바라보았다
.
"다음 쇼는 그녀가 만들게 하죠. 우리는 그저 최고의 조명과 음악으로 무대를 준비할 뿐입니다."

스태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쇼호스트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들의 실루엣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쇼호스트는 혼자 무대 위에 남아 여전히 흥미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367 리엔주 ◆UgUc96Awuo (.bD4PaeHEM)

2024-12-09 (모두 수고..) 04:30:28

유머: 이래놓고 타샤에 대해선 아직 모름
얼마 뒤 리엔 옆집 사람에 대한 이야길 듣고 이마 탁 칠 예정

>>365 안됐네, 타샤주. 나는 꼬인 이야기가 취향인 취향망한 참치란다. 캐릭터를 던지기는 쿠소상황에 던져놓고서 정작 쿠소상황에서 캐릭터 생존시키려고 몸비트는 스토리 마조히스트지. (어휴 새벽이라고 주체안하는 키모토크)

(오물오물에 움찌락)
(꾹꾹이...꾹꾹꾹)

368 타샤주 ◆tncXuTuB1o (zsIJRj7JP6)

2024-12-09 (모두 수고..) 04:41:02

아니 나레이터상 쇼호스트씨 경쟁자였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언급될 줄은! 🥹 넘 무 좋 아... 쇼 독백 덕에 분위기가 한층 퇴폐적이면서도 발랄하고 화려해져서 아닌 새벽에 마음이 두근두근해 라스베이거스 호텔 지하 카지노 돌고 온 느낌 😌😌

이사람 새벽 내내 장문 썼는데 손가락 안 아파? 마사지 해줘야겠다 (오물오물... 아니 주물주물)

>>367 아니 이거 왤케웃기지
하지만 재밌으실거라고 믿어요 원래 숨겨져 있던 반전이 별미인거임 🤭

당신의 그런 점이 좋다.
그리고 나 또한 그렇다. (하파)
그치만 망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생존하려고 몸부림치는 이야기... 팍팍하고 비인간적인 상황에서 간간히 돌출되는 인간적인 감정들과 행동들... 아름답잖아요? 이게 진정한 의미의 인간찬가 아닐까??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주체 안하는 키모토크 22222)

(꾹꾹에 폭 패임) 헤헤 꾹꾹이 말랑하고 좋다아
리엔주 피곤하진 않아? 눈 조금 안 붙여도 괜찮겠어?

369 리엔주 ◆UgUc96Awuo (.bD4PaeHEM)

2024-12-09 (모두 수고..) 04:49:10

직종 자체는 안 겹치는데 일단 터미너스 시티의 이슈나 가십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인 건 동일하다 보니 말이지 ㅋㅋㅋㅋㅋㅋ 아, 퇴폐적이면서도 발랄한 느낌. 그런 느낌 원했는데 잘 전해진 것 같아서 기쁘네.
손가락보다는 타샤주 답레 써줄 기력이 엉뚱한 데 빠진 것 같아.. (옆눈) 아니 오물오물하면 안되지 ㅋㅋㅋㅋㅋ (쑤다다다담)

>>>팍팍하고 비인간적인 상황에서 간간히 돌출되는 인간적인 감정들과 행동들<<< 정말로 배운참치

눈... 두 시간도 못 붙이겠지만, 그래도 역시 조금은 붙이는 게 좋겠지...?

370 타샤 - 헤이란 ◆tncXuTuB1o (zsIJRj7JP6)

2024-12-09 (모두 수고..) 05:01:52

돈 주고 산 앱, 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타샤의 표정이 조금 미묘해졌다. 그건 무슨 감정의 일부분이라고 짚어 말하기도 애매한 어떤 것의 돌출이었다. 다만 하나 확실한 건, 그게 뭐든지 긍정적인 쪽보다는 부정적인 쪽에 가깝다는 거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죄책감, 떨떠름함, 미안함... 뭐 이런 것들일까.

"그렇... 지... 어째 형사님한테는 계속 빚을 지고 있네. 목숨 값도 아직 덜 갚았는데..."

애초에 그가 도청기를 싸들고 오지 않았다면 당신이 이런 쓸데없는 지출을 해야 할 일도 없었겠지. 물론 처음부터 타샤에게 거부권은 없었고, 따지고 보면 당신에게 해를 입히고자 보내진 사람이 이제와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긴 일이긴 하지만... 아, 좀 위선자처럼 보이려나. 들키지 않았다면 조용히 조직이 시킨 그 모든 것을 이행했을 주제에 약점 하나 잡혔다고 비굴하게 바짝 엎드린 쥐새끼로 느껴질까. 양철 쓰레기통으로 떨어지는 잿가루를 응시하던 타샤는 문득 제 엄지 손가락에 일어난 거스러미를 검지 손가락으로 긁어 찢어냈다. 어리버리하고 멍청한, 모자란 테키. 라이센스도 없는 돌팔이 리퍼닥. 개중 어떤 호칭도 원한 적 없이 주어졌지만 이제는 그것만큼 저를 잘 표현하는 단어들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찢긴 피부의 라인을 타고 혈액이 가볍게 고였다.

"으, 그나저나 진짜 최악이다... 그럴거면 퇴근 시간은 왜 정해놨대. 터미너스 시티 근무 환경이라는 게 다 그 모양 그 꼴이긴 하지만."

물론 이쪽도 퇴근이랄 게 없는 프리랜서지만. 아니, 직접적으로 제대로 된 보수를 받지도 못하니까 차라리 노예에 가까울까. 하지만 누가 더 비참하달 것도 없는 처지다. 한 달에 두 번 정시퇴근하는 사람이나 퇴근이 없는 사람이나 거기서 거기지. 팍팍한 공기를 억지로 마시고 살아가는 사람들. 말라가는 입술의 상처가 다시금 따끔해졌다. 그러나 지척에 놓인 담배를 이제와 거부할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지금은 딱 이런 게 필요했다. 독하고 맵고 쓴 것이.

......근데 왜 저런 표정으로 웃는 거지. 가만, 그러고보니 이 뱃지쟁이, 전부터 자꾸 나를... 꼬마라고...?

"......나 꼬마 아니거든? 합법적으로 술 마실 수 있는 나이로부터 생일이 3번은 더 지났다고. 그러는 형사님은 몇 살인데 날더러 자꾸 애 취급을... 됐어, 독해봤자지. 이리 줘."

이런 데서 긁히는 게 더 애송이처럼 보인다는 걸 모르는 걸까. 하지만 행동의 방아쇠는 이미 당겨졌고, 타샤는 헤이란이 건넨 담배를 망설임 없이 바로 물었다. 그리고 불을 붙여줄 때까지 기다렸다가(비흡연자는 라이터를 소지하고 다니지 않는다.), 이내 붙이 붙으면 마찬가지로 망설임 없이 연기를 빨아들였을 것이다.

"헉, 콜록! 콜록!"

...그러려고 했을 것이다.
마른 기침과 함께 담배가 입술에서 떨어져 나가고, 폐까지 도착하지도 못한 연기가 어설프게 공중으로 흩어진다. 담배가 독해 봤자지, 같은 말을 뱉을 수 있었던 건 그가 문외한이었기에 가능했던 오만이라는 것을 몸소 느낀 타샤는 몇 번 더 마른 기침을 뱉다가 눈물까지 그렁그렁 고인 얼굴로 헤이란을 마주보았다.

"이, 이런 걸 왜 피워?! 당신 혹시 폐도 사이버웨어로 갈고 싶어? 하아, 하으... 콜록. 으..."

정말이지 반응 한번 요란한 게, 오늘의 타샤는 아예 당신만의 개그맨이 되기로 작정한 듯싶다. 호흡을 가다듬은 뒤로는 짐짓 태연한 척 표정을 가라앉힌 것마저도 더 말할 것 없이 우습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타샤 본인 또한 인지하고 있었다.

"......뭐, 나쁘진 않네."

누가 봐도 거짓말!

"그나저나 술을 마시기엔 좀 이른 시간 아니야? 저녁 시간이잖아. 밥 대신 술과 담배, 뭐 그런 건 아니지?"

누가 봐도 말 돌리려는 수법!

371 타샤주 ◆tncXuTuB1o (zsIJRj7JP6)

2024-12-09 (모두 수고..) 05:11:44

충격.
타샤 바보로 밝혀져. (원래 바보였음)

>>369 ㅋㅋㅋㅋㅋㅋㅋ 하 서로 (어쩌면 호스트씨만이 일방적으로...?) 인지하고 신경쓴다는 게 너무 웃기고 좋아 나는 이런 소소한 연결고리를 참 좋아한다 🤭
완전 잘 전해졌다고! 특유의 쨍하고 발랄하면서도 숨길 수 없는 퇴폐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어~ 5252 당신 묘사력 역시 킥이잖냐

ㅋㅋㅋㅋㅋㅋㅋ 답레는 기력 채워지면 천천히 주면 되지~~ 선물 같은 독백으로 배부르니 충분히 기다릴 수 있어용 😌👍 (쑤다다담 됨)

😏
아름다운이야기의기본이라고생각해요.
나. 스토리마조히스트2호. 취향맞는사람이있어기쁘다.

두 시간도 눈 못 붙이다니 회사를 탈탈 털어서 리엔주 12시에 출근해도 되게 만들어야만 🫠 그래도 응, 아예 안 자는 것보다는 살짝이라도 눈 붙이는 게 훨씬 나으니까 조금 자고 일어나자. (이불 덮어주기)

372 과학적으로 유령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tncXuTuB1o (zsIJRj7JP6)

2024-12-09 (모두 수고..) 20:46:57

https://www.youtube.com/watch?v=erKAm7HRw3c

무언가가 머리카락을 스치는 감각에 화들짝 놀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으나 맞닥뜨린 건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공허한 공간이었다. 타샤는 두근대는 심장을 억누르고 주위를 훑어보았다가 이내 집 안의 모든 불을 켰다. 그리고 하나 둘, 시야 내에 존재하는 모든 빈 공간을 열어젖힌다. 새벽녘에 시작한 수색은 하늘이 연한 보랏빛으로 물들어갈 때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찾아낸 건 없었다. 침입자도, 하다못해 흔해빠진 벌레 한 마리조차 없었다. 완연한 고요가 깔린 실내의 공기는 이상하게 허전해서 이 안에 있는 것이 오로지 혼자뿐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타샤는 모든 문을 열어젖힌 채로 불만 끄고 도로 매트리스 위에 몸을 뉘였다.

한순간, 엄마가 돌아온 줄 알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멋대로 흩어진 앞머리를 손으로 대충 빗어 정리하지만 곧장 몸을 모로 돌려 누우면 기껏 한 손질도 의미가 없게 된다. 창 밖을 멍하니 응시하는 고가의 커스텀 사이버웨어 의안의 쓸데없이 품질 좋은 화면은 곧 시신경을 통해 타샤의 뇌로 흘러들어왔다. 동이 튼다. 하늘의 색깔이 더 옅어지고 있었다. 지나가는 구름을 바라보면 눈앞에 오늘의 날씨 예보가 작은 텍스트로 출력된다. 오늘의 날씨, 맑음. 온도, 85도. 습도, 70퍼센트. 수분을 정기적으로 보충할 것. 누군가의 목소리가 절로 연상되는 간단명료한 정리에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새삼스럽지만 별 희한한 기능을 다 넣어놨단 말이야. 타인의 건강 상태를 대략적으로 볼 수 있는 기능은 둘째치고 이런 건 왜 필요했는지. 우산 따위를 자주 잊어버리는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었는데도.

상체를 일으키자 아직 커튼을 달지 않은 유리창 너머로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또다시 아침이 밝아버렸다. 혼자 맞이해야 하는 아침이.

"짜증 나."

짧은 신경질이 언어를 통해 쏘아지고 나면 괜히 방구석에 처박혀있는 낡은 공구상자가 눈에 거슬리고 만다. 타샤는 매트리스에서 일어나 곧장 공구상자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대로 한동안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짜증 나. 다 당신 때문이야. 무책임한 인간."

어쩔 줄 모르고 정지해있던 몸에서 가장 먼저 흘러나온 건 원색적인 원망이었다. 파란 머리카락이 숙인 고개를 따라 흘러내리며 얼굴을 덮는다.

"이럴거면 왜 날 주웠어? 왜 날 키웠어? 왜 나한테 이 눈을 준 건데. 어째서, 어째서 그때 날 그냥 지나치지 않았어? 지저분하고 아픈 고아 따위 그대로 죽게 내버려뒀으면 편했을 텐데. 당신이나 나나."

천천히 구부러져 앉은 몸에서 가지처럼 뻗어나온 손이 이윽고 공구상자의 먼지 쌓인 표면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내가 짐이었던 것 정도는 알아. 그래서 무슨 생각이었는지 더 모르겠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팠잖아. 언젠가 헤어질 거라는 것도 당신은 알고 있었겠지. 그럼 왜 나를 주워다 기른 거야? 당신 때문에 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조차도 잊어버렸어. 이젠 길바닥에서 죽지 않고 연명하려면 뭘 포기해야 했는지, 온기가 없는 곳에서 어떻게 잠을 잤는지도 기억나지 않아."

지잉. 접촉을 감지한 상자가 홀로그램 키패드를 허공에 띄운다. 타샤는 그것을 몇 번 허공에서 찔러보는 시늉만 하다가 이내 그만두고 만다. 어차피 열 수 없다. 비밀번호를 모르니까.

"다 당신 때문이야... 당신이 날 집고양이처럼 길들여놨잖아. 멋대로 길들여놓고 멋대로 떠났지. 그래, 솔직히 나 당신을 잘 모르겠어. 친척이라는 그 사람 말대로 당신은 어쩌면 나를 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건드리지 않은 홀로그램 키패드가 도로 사그라들면 방 안은 어쩐지 조금 전보다 더 어두워진 것 같다. 타샤는 쭈그려 앉은 채 마주잡은 손가락을 긁어내서 스스로 피부를 찢었다. 제법 깊게 패인 상처에 붉은 핏방울이 고였다가 발등으로 떨어진다.

"당신이 떠난 세상은 날이 갈수록 이상해지는 것 같아. 이해할 수 없는 일만 잔뜩이거든. 그중에 제일인 건 내 옆집 사람이야. 당신이 만든 걸 달고 있는데 출처도 모르더라고. 말이 안 되지. 칼리노프스키 사이버웨어는, 특히 커스텀웨어는 닥터 칼리노프스키만 건드릴 수 있다고 했잖아. 하다못해 직접적인 허가라도 없었다면 다룰 수 있을 리 없고. 그래서 더 이상해... 처음엔 구면인데 내가 못 알아보는 줄 알았다니까. 결과적으로 초면이었지만. 웃기지."

툭, 툭.

"더 웃긴 거 알려줄까, 그 사람 경찰이다. 근데 날 안 잡아 가두더라고. 아마도 내가 칼리노프스키 사이버웨어를 알아봐서 그런 것 같은데..."

투둑.

"이걸 당신한테 고마워 해야 할까? 아니면 원망을 해야 할까. 사실 살아서도 멋대로더니 죽어서도 멋대로라는 생각만 들었어. 덕분에 여러모로 복잡해졌는데, 아마 신경도 안 쓰겠지?"

툭. 떨어지는 핏방울에 문득 투명한 것이 섞여 흘렀다. 흰 발등에 그어진 붉은 선이 또다른 상흔처럼 보인다. 타샤는 젖은 목소리로 한참을 웅얼거리다가 마른 기침을 토해냈다.

"......나한테만 무책임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까지 무책임하게 굴면 어떡해. 뒷수습은 또 내가 해야 하잖아. 하여간 혼자서도 그만큼 어설프게 살던 사람이 어린애 주울 생각은 어떻게 했는지 몰라."

하늘이 분홍빛으로 변해간다.

"과학이 마법과 미신이 설 자리를 밀어낸 시대라고 했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꿈에라도 찾아와줘. 어떻게 한번도 안 와. 엄마가 돼서, 진짜 못됐어. 너무 싫어."

상처가 말라붙었다.

"......보고 싶어... 엄마."

아, 또 지긋지긋한 하루의 시작이다.

373 타샤주 ◆tncXuTuB1o (zsIJRj7JP6)

2024-12-09 (모두 수고..) 20:50:17

쓰려던 건 못 쓰고 이상한 것만 썼어 (충격)
대충 첫번째 일상 이후의 이야기... 일 것 같네 😌

7시에 갱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늦었다! 쳇!
좋은 저녁이야~ 리엔주 아마 오늘은 늦은 퇴근이려나... 식사 잘 챙기고, 잠 못 자서 피곤할텐데 집에 가면 바로 푹 자자!

374 리엔주 ◆UgUc96Awuo (pc9MZPs1ZI)

2024-12-09 (모두 수고..) 21:17:13

들리나요. 리엔이 착잡해하는 소리가... (친밀도가 좀 쌓인 상태에서 타샤의 저 푸념들을 우연히 듣거나 타샤가 술에라도 취해서 저걸 술주정으로 리엔에게 한다는 if가 전제입니다)
나는 이 아이에게 무엇이 되고 싶은가? 아니 그건 생각할 필요가 없지. 전부터 눈엣가시였던 갱단을 치우기 위해 날 도와줄 휴민트. 거기에다가 이 처치곤란한 물건을 케어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협력관계이자, 내 새로운 단골 리퍼닥... 어쩌면 내가 알량한 경찰 뱃지 뒤에 숨어 외면하고 있었던 무언가를 다시 마주보게 해줄 수도 있는 낯선 사람... 그뿐인데, 그런데 나는 왜 문득 너에게 무엇이 되고 싶은가를 고민한 걸까? 소중한 사람을 잃어보았다는 공감대라는 말로는 정리되지 않는 이 황량한 기분은 무엇인 걸까. 손을 뻗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네 어깨를 한 번 툭툭 쳐줄 수 있을 텐데. 왜 이게 내게는 감히 그럴 수 없는 일로 느껴지는 걸까. 네가 왜 이렇게 내 가슴속 찢겨나간 자리와 비슷해 보일까. 그리고 술잔을 집고 리엔 헤이란은 가슴속에서부터 목까지 메슥거리며 올라오는 왁자한 이야기들을 빼갈 한 잔으로 냅다 쓸어내려버리는 것이다... (귀갓길에 정신 나감.)

375 타샤주 ◆tncXuTuB1o (zsIJRj7JP6)

2024-12-09 (모두 수고..) 21:31:36

이사람
죽음으로
맛있잖냐

.......절대... 술취해서 털어야지... (타샤: 내 의견은?????)

376 타샤주 ◆tncXuTuB1o (zsIJRj7JP6)

2024-12-09 (모두 수고..) 21:33:52

와 나 지금 너무 좋은 걸 봐서 머리가 아찔해
너무 좋은데... 🤤 리엔주는... 천재야... 매일 말하지만 매일 말해도 모자라...

>>나는 이 아이에게 무엇이 되고 싶은가<< 진짜 미쳐버리겟음

문장력 진짜
하... 너무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리엔주 하루 고생 많았어! 퇴근 축하해, 어서와~ (꾸와아압)

377 리엔주 ◆UgUc96Awuo (pc9MZPs1ZI)

2024-12-09 (모두 수고..) 21:41:07

>>375 리엔: (타샤에게 무릎베개 해줌..)

버스에서 자다깨다 하면서 머릿속의 말스트룀을 아무렇게나 꺼내본 건데, 그게 또 맛있다니. 기뻐해야 할지 타샤주의 입먓을 걱정해야 할지(이 참치도 도긴개긴이다) 혼란스러운걸.

378 리엔주 ◆UgUc96Awuo (pc9MZPs1ZI)

2024-12-09 (모두 수고..) 21:41:46

아 그리고 꾸왑은 잠깐만 기다려줘. 아직 차에서 안 내렸어. 내려서 또 걸어가야 돼.

379 리엔주 ◆UgUc96Awuo (CAeDpfZ7uM)

2024-12-09 (모두 수고..) 21:44:14

아. 하나 더 떠올랐다.

나는 이 아이에게 무엇이 되고 싶은가.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그 아무것도 아니었던 주제에.

(냅다소금와락붓기.)

380 타샤주 ◆tncXuTuB1o (zsIJRj7JP6)

2024-12-09 (모두 수고..) 21:45:49

>>377 타샤: (승질난 상태로 형사님 무릎에 얼굴 묻어버림)

그것은 당신의 기본기가 탄탄하여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에서도 개쩌는 아이디어가 창조되기 때문입니다... 는
자다깨다. 라니요
🥺............. 집에 가면... 푹 자... (핫팩을 마구 붙여준다)

>>378 헉 그렇군
좋아, 안아 상태로 대기할게! 도착하면 다시 꾸왑해주겠어 😏

리엔주 저녁은 먹었을까?

381 리엔주 ◆UgUc96Awuo (G3gYpqmoOg)

2024-12-09 (모두 수고..) 21:47:59

구내식당에서 맛있는 게 나와서 저녁에 밥을 반주걱 더 먹었는데 퇴근길에 곽과자까지 사들고 들어가버려요. 때지.

382 타샤주 ◆tncXuTuB1o (zsIJRj7JP6)

2024-12-09 (모두 수고..) 21:48:10

>>379 악!!!! (방심했다가 나트륨과다섭취하고 수분 날라가서 쥬금) 하... 그치만 1등급 히말라야솔트로 죽는다면 그거 나쁘지 않을지도 몰라
😭................
형사님...

383 타샤주 ◆tncXuTuB1o (zsIJRj7JP6)

2024-12-09 (모두 수고..) 21:50:42

아근데진짜왤케천재만재
나 리엔주 덕분에 입맛 높아져서 이제 아무 서사나 못 봄 (대체 이게 뭔소리임)

>>381 아주 훌륭해요 베리쏘굿
사람은 밥심이야! 그리고 먹고픈 게 있다는 건 좋은 거야 ☺️ 식사 잘 했고 하루 고생했으니 간식도 맛나게 먹자~

384 타샤주 ◆tncXuTuB1o (zsIJRj7JP6)

2024-12-09 (모두 수고..) 21:53:54

This image was created with Picrew’s “후배야고기가다탔어“!! https://picrew.me/share?cd=iEGzHXKlVt #Picrew #후배야고기가다탔어

밥 얘기하니까 만들었던 거 생각나서 호로록 가져다 놓기
저기압일땐 고기앞으로 😌

385 리엔주 ◆UgUc96Awuo (.bD4PaeHEM)

2024-12-09 (모두 수고..) 22:01:43

대학교선후배AU? 미치겠군. (이미 미친거 같은데요.)

>>383 그게 무슨소리니 타샤타샤주야. 그렇게 비행기 태워줘도 부끄럼사한 리엔주 말고는 나올 게 없는데.
>>380 (그리고 꾸와~아아압)

리엔: 옳지, 이리 와. (머리 삭삭 쓸면서 쓰다듬어주기)

386 타샤주 ◆tncXuTuB1o (zsIJRj7JP6)

2024-12-09 (모두 수고..) 22:08:29

맛있다 (맛있다)
형사님 무슨 과야! 경찰행정학과려나... 타샤는 일단 공대일 것 같아 (?)

부끄럼사한 리엔주 오물오물할거에요 (??) 그치만 비행기가 아닌걸! 진짜인걸! 🥹🥹🥹 리엔주는 짱이야... 우왑 (맞 꾸와아아아아압)
귀가했구나! 집 도착 축하해!! (복복복)

타샤: (손길에 녹음 흐물흐물) ......난 아기가 아냐. (<< 좋으면서 괜히 이럼)

387 리엔주 ◆UgUc96Awuo (.bD4PaeHEM)

2024-12-09 (모두 수고..) 22:17:12

아마, 응, 그렇겠네. 타샤, 공대면.. 공대여신이구나(?)
(그리고 헛소리했다가 오물오물당함.) (꼭 안은 채로 >>362 벤치마킹.)
리엔: 알아. 그렇지만 싫어하지 않잖아? (나른한 웃음) (살짝 들어올려 품에 기대누이기)

388 타샤주 ◆tncXuTuB1o (zsIJRj7JP6)

2024-12-09 (모두 수고..) 22:27:08

공대여신ㅋㅋㅋㅋㅋㅋ 그렇겠네ㅋㅋㅋㅋㅋㅋ 여자인 친구들이 없으니까 외롭겠군 수업 끝나면 바로 형사님 과 건물로 가버려야겠다^^ (?)

후후 오물오물과 그루밍의 환상조합이다 ☺️ 촉촉한 참치들이 되. 저 마구그루밍 픽크루 귀엽지ㅋㅋㅋㅋㅋㅋ 헤헤 형사님 동물화 아직 정확히 뭔지 감 안 와서 적당히 튼튼하고 복슬한 고양이? 로 해두었어
리엔주가 냥이니까 그게 맞을지도 🤔 (???)

타샤: (저항 없이 폭 안김) ...형사님은 눈치가 너무 빨라. (파고들기!) 응, 좋아.

389 리엔주 ◆UgUc96Awuo (.bD4PaeHEM)

2024-12-09 (모두 수고..) 22:37:34

(아까 타샤주의 입에 넣은 소금, 설탕으로 돌아오다.)

390 타샤주 ◆tncXuTuB1o (zsIJRj7JP6)

2024-12-09 (모두 수고..) 22:38:30

어떠십니까 단짠의 맛
🤭

391 타샤주 ◆tncXuTuB1o (zsIJRj7JP6)

2024-12-09 (모두 수고..) 22:41:40

아 맞다 나 물어볼 게 있었어!
혹시 형사님 동생들이 다니던 아카데미 이름이 무엇일까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어떤 설정에 필요해서! (근데 이래놓고 개연성 점검에 따라 이 설정이 사라질 수도 있음 슈뢰딩거의 설정)

392 리엔주 ◆UgUc96Awuo (9KHa2xg6n6)

2024-12-10 (FIRE!) 00:05:12

아이고... #_#
아카데미 이름? 딱히 무언가 정한 건 없지만, 메가코프 빅 3 중의 하나가 꾸린 교육재단 산하의 아카데미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어쩌면 IM 산하에 교육재단 같은 게 있을지도- 대답이 늦어서 미안해..

393 헤이란 - 타샤 ◆UgUc96Awuo (9KHa2xg6n6)

2024-12-10 (FIRE!) 00:19:35

미묘하게 변하는 타샤의 표정 위에서, 헤이란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정말이지 이 터미너스 시티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감정들 중 하나였다. 책임감. 그것은 죄책감, 떨떠름함, 미안함... 다른 이름들로 부를 수도 있는 것이었지만, 그것에 굳이 이름을 붙여야 하겠다면 헤이란은 그것을 책임감이라 부르는 것이 공정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나 본데. 앱은 내가 평소 업무 중에 종종 한 번씩 쓰던 거야. 그보다... 뭐야, 너 그거 빚이라고 생각하고 있구나."

물론, 타샤가 '돈 주고 산 앱'이라는 말에서 그때 헤이란이 작동시킨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방금 헤이란의 '전문가를 고용했다'는 말을 연상한 것이라면, 타샤의 그 책임감이 부채의식으로 변하는 것도 공정하고 개연성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 부채의식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서부터는, 거기서부터는 헤이란의 몫이었다. 얼마 전에 헤이란이 타샤의 집에 현장 조사랍시고 들어왔던 그 때(>>122)처럼, 타샤의 머리 위로 다시 헤이란의 손이 스르르 다가와서는 타샤의 머리를 삭삭 쓰다듬어댔다. 느릿하게 늘어지는 미소가 헤이란의 얼굴에 드리워진다.

"별난 꼬마 아가씨, 장하기도 하네. 터미너스의 사람들 중에서 너처럼 생각하는 사람 별로 없는데."

확실히 터미너스 시티 기준에서, 헤이란과 타샤 같은 아슬아슬한 관계에 있어 타샤의 이런 책임감있는 태도라는 것은 매우 찾아보기 드문, 찾아보기 드물다 못해 어떤 광기의 한 영역과도 같은 것이라 할 만했다. 마이너스 곱하기 마이너스는 플러스인 법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것은 지금 타샤와 마주하고 있는 이 가무잡잡한 피부의 거대한 여인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딱히 빚을 지우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 그냥, 뭔가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는 게 보기 싫었을 뿐이야. 웃기지, 불합리 그 자체인 곳에서 사는 주제에, 눈을 돌리면 어디건 불합리로 가득한데... 하지만 내 손 닿는 곳에서 벌어지는, 내가 막아도 괜찮은 일이라고 한다면, 그래서 막아보려고 한 것뿐인걸."

지금은 부패하고 기력없는 어른으로 전락해버린 이 형사를, 한때 TCPD의 희망으로 만들어주었던 어떤 옛 흔적이 타샤의 앞에 잠깐 그 끄트머리를 드러낸 것 같았다. 그리고, 꼬마 아가씨 스택이 너무 쌓여버린 타샤가 불퉁스레 항의하자 헤이란은 전혀 뜻밖이라는 듯 오, 하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치떴다.

"뭐야, 그래? 그러면... 스물둘인가? 아니, 스물셋? 스물넷? 헷갈리네. 아직 애기 같길래 이제 막 미짜 벗어났나 했는데."

그리고 타샤에게 담배꽁초를 내밀며, 헤이란은 가볍게 웃었다.

"그러면, 나 죄책감 조금 덜 가져도 되는 거지?"

그 말과 함께, 타샤 몫의 담배에 불을 붙일 불이... 아니, 꽁초 끝에 붙은 발간 불잉걸이 내밀어져 온다. 여기에 담배 끄트머리를 갖다대라는 듯, 담뱃재가 툭 벗겨지며 그 밑의 불잉걸이 주황색으로 달아오르는 것이 보인다. (타샤가 이걸 거절했다면, 헤이란은 여전히 느릿한 미소를 지은 얼굴로 라이터에 불을 켜서 내밀었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깜찍한 리액션에 헤이란은 잠에서 깬 이후 두 번째로 푸하핫, 하고 웃음을 터뜨려버리고 말았다.

"그래, 그렇다니까. 인생이 어지간히 맵고 쓴 거 아니면 넌 이런 거 하지 마, 꼬마 아가씨, 혀 데일라."

능청스레 이제 거의 꽁초가 다 되어가는 담배의 마지막 모금을 빨아들이며, 헤이란은 낄낄대는 소리로 웃음 끄트머리를 추스리고는 입에서 담배를 빼다가 쓰레기통에 툭 떨어뜨렸다.

"아, 이거. 꿈자리가 거지같아서 기분전환 좀 하려고 했지. 저녁은... 슬슬 먹어야지? 아, 그러고 보니."

헤이란은 이 시점에서 다시, 이미 애진작에 갈매기가 날아가버린 방향을 힐끔 바라보았다.

"꼬마 아가씨 저녁 사정은 어떻게 되는 거야?"

394 리엔주 ◆UgUc96Awuo (9KHa2xg6n6)

2024-12-10 (FIRE!) 00:21:45

>>388 "그래, 같이 놀 친구 없다고 다른 과 건물까지 찾아와서 만난다는 게 나야? 친구 고르는 취향 한번 유니크하네."
"아니, 난 좋은데? 너랑 보내는 방과후."
(받아라 캠퍼스 플러팅. 받은 만큼인지는 모릅니다만 돌려드림.)

리엔이랑 어울리는 동물- 으음 그렇게 말하니 이거 참 헷갈리는걸.

레스를 써도 응답이 없으면 내가 아마 잠든 걸 거야... 지금 누워서 레스 쓰고 있거든.

395 타샤주 ◆tncXuTuB1o (A.NC4.i6ZM)

2024-12-10 (FIRE!) 01:05:09

>>332 괜차나 나도 기절했어!!
그렇군! 답변 고마워! ☺️☺️ 호호호... 호호호... (메모!) 설정 확정되면 다시 물어보러 오께요 🥹

>>394 (아름다운 플러팅에 장렬히 산화)
타샤 속으로 '너니까 이렇게까지 하는 거라고...!'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을 것 같고ㅋㅋㅋㅋㅋ 근데 또 얼굴에 다 티날 것 같고 그래... 이러다가 좋다고 해주면 확 안심해버려서 말랑해진다 (??)

지금쯤이면 잠들었을까? 푹 자고 피로 싹 풀리는 밤 되길 😌 꿈도 안 꾸고 개운하게 자고 일어나길 바라! 나도 조금만 더 자고 일어나야지...

396 타샤 - 헤이란 ◆tncXuTuB1o (A.NC4.i6ZM)

2024-12-10 (FIRE!) 07:06:04

아. 이어진 헤이란의 정정에 들릴 듯 말 듯 한 호흡이 한 차례 입 밖으로 터져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전문가를 고용하는 데에도 비용이 들었을 테니까, 결과적으로 타샤가 가져가야 하는 마음의 빚은 여전하다.

"그야, 받은 건 갚아야 하니까...... 읏."

작게 대꾸하던 목소리는 이내 머리 위에 얹히는 큼지막한 손의 감촉에 시나브로 줄어들다가 사그라졌다. 삭삭, 하고 쓰다듬는 손길은 전에 그랬던 것처럼 부드럽고 따뜻했다. 이 사람, 이게 버릇인가? 응.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 상대의 미소를 바라보고 있으면 어쩐지 쇳덩어리처럼 단단하게 굳었던 마음도 조금은 물러지는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타샤는 이 아슬아슬한 관계의 다른 축을 담당하는 뱃지쟁이에게서 팍팍한 하루에 대한 위로를 얻고 말았다.

참 우스운 일이다. 큰 의미 없는 손길이라도 고팠던가, 정말로 어린애나 된 것처럼. 그것도 온기가 절실한 어린애가... 하지만 나약한 스스로를 비판하면서도 건네진 손길이 따스하다 느낀 탓에 저도 모르게 몸을 더 붙여버리고 만다. 헤이란의 손바닥에 타샤의 머리가 조금 더 꾹, 하고 들이밀어진다.

"......형사님도 터미너스 사람 치고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네. 보통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별로 없잖아. 심지어 경찰이라도 그렇지. 뭔가 신기하네... 방금 한 말, 굉장히 사전적 의미의 경찰 같았어. 아,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이야. 말했다시피 여기에 그런 사람은 드물잖아..."

다만 이러저러하게 대꾸하다 보면 그마저도 곧 원상복구되기 마련이다. 곧, 타샤는 헤이란을 가만히 올려다보다가 손을 뻗어 제 머리 위에 얹힌 상대의 손을 두어 번 토닥였다.

"흠, 그래. 형사님도 장하다. 그리고 난 스물넷이야. 확실히 애기는 아니지?"

이어진 말은 진심 반 복수 반이었다.

"죄책감 가질 필요가 뭐 있어, 다 자란 사람 앞에 두고."

꽁초 끝에 붙은 발간 불잉걸이 내밀어져 오는 것에는 한순간 의미를 알아채지 못해 조금 어리버리한 티를 냈으나, 그마저도 몇 초 이어지지 않는다. 보통 불을 이렇개 옮겨 붙이기도 하나? 조금, 이렇게 하면 너무 바짝 붙는 것 같은데. 하긴 라이터 꺼내는 게 귀찮긴 하겠지... 납득인지 합리화인지 모를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불은 영원히 붙어있지 않을 것이다.

모르겠다. 타샤는 담배를 문 채로 헤이란이 건넨 작은 불꽃에 다가가 그대로 끄트머리를 갖다댔다. 작았지만 제대로 된 불잉걸은 이내 타샤의 것으로 옮겨붙어와 무난하게 연기를 피워낸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윽, 콜록, 콜록... 꼬마, 아니라니, 까...! 웃지도 마!"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괜한 신경질이나 부린 타샤는 버릇처럼 제 머리카락을 잡아 하관을 가린다. 하지만 솔직히 이번에 붙은 '꼬마 아가씨' 호칭은 본인이 생각해도 이해하지 못할 게 아니었다. 애기는 아니지? 같은 말을 당당히 해 놓은 주제에 십대 날라리만도 못한 허접스러운 담배 거부 반응을 보이고 말았으니까. 아, 지구 내핵까지 들어가고 싶어. 아니면 쥐구멍이라도... 적어도 이불 속에...

"......그런 매운 걸로 기분 전환이 되다니, 형사님도 별난 사람이네."

응? 방금 전엔 나쁘지 않다며?

"정말 장기까지 사이버웨어로 바꾸고 싶지 않다면 조금만 해. 얼마든지 크롬으로 대체가 가능한 시대라고 한들 날 때부터 갖고 태어난 것만 못하대. 인간의 신체와 정신은 기계보다 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누가 그러더라. 솔직히 나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다. 진짜 이불 속에 들어가버리기라도 할 걸. 타샤는 시선을 내리깐다. 왜 이 사람 앞에서 자꾸 이것저것 말해버리게 되는지 모르겠다.

"응? 내 저녁? 아까 털렸잖아. 굶어야지 뭐... 집에 딱히 먹을 것도 없고 나갈 힘도 없어서. 형사님은 테라스에서 밥 먹지 마. 나처럼 된다."

397 타샤주 ◆tncXuTuB1o (A.NC4.i6ZM)

2024-12-10 (FIRE!) 07:08:41

*이렇개 >> 이렇게

오타났어 (수치사)
좋은 아침...! 화요일 화이팅!

398 타샤주 ◆tncXuTuB1o (A.NC4.i6ZM)

2024-12-10 (FIRE!) 20:30:46

https://ibb.co/vmWNLbf

오늘의 무드보드는 터미너스 나이트 보드빌 😌
좋은 저녁이야! 갱신할게~!

399 리엔주 ◆UgUc96Awuo (DVzH0TZYfA)

2024-12-11 (水) 20:35:50

좋은... 저녁... 어젠 갱신 못해서 미안해.. (무드보드 보면서 회복중.) (첫줄 맨오른쪽이랑 둘째줄 왼편 2개가 특히 맛있어요.)
찢었다 오늘도 내가해냄 도파민도 사흘 연속이면 내성이 빡세게 생기는군...

400 타샤주 ◆tncXuTuB1o (CNGbT/6ON.)

2024-12-11 (水) 23:21:53

(자버렸다...)

리엔주 안녕!!!!!! (꾸왑꽈압) 이잉 아니야... 8ㅁ8 평일 자식... 대체 사람을 얼마나 굴리려는 거야... 무드보드가 조금이나마 힐링 됐다니 다행이다 🥺🥺 밥은 잘 챙겼고? 수요일도 고생 많았어!!!

402 리엔주 ◆UgUc96Awuo (LRHshjEoHo)

2024-12-12 (거의 끝나감) 00:46:13

(답레 놓고 열라 튐.)
이젠 내가 자러갈게에에에ㅔㅔㅔ

403 타샤주 ◆tncXuTuB1o (VPRtbks/qk)

2024-12-12 (거의 끝나감) 00:49:27

우와아아아아아악 (너무좋아서기절함)
리엔주!!!!! 이래놓고자러간다고!! 어쩔수없지 12시 46분이면 자야지 잘자!!!! (??) 푹 쉬어!!

후하후하후하
백번 읽고 답레 써올게용 🥹🥹👍

404 타샤주 ◆tncXuTuB1o (VPRtbks/qk)

2024-12-12 (거의 끝나감) 00:55:55

와중에 뻘한 웃음 포인트
이름 마음대로 부르는 형사님 (델리리움, 글루코프스키 등) 캐릭터성 보여서 좋아 너무귀여워 🫠🫠🫠

405 리엔주 ◆UgUc96Awuo (KjYWRTudis)

2024-12-12 (거의 끝나감) 01:01:16

(아니 자려고 누웠는데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건 뭐야)

리엔이 차려주는 식사가 분명 밥이라면 밥인데 식사이면서도 술안주에 무한히 수렴하는 음식이면 좋겠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제 잔에만 빼갈이나 위스키 따르는 거 보고 타샤가 자기도 달라고 하면 리엔이 헤에? 하는 눈길로 타샤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늉 하면 좋겠다. 타샤라면 찰지게 땍땍거려주겠지. 기영어.
직접 자기 손으로 요리하는 리엔 보고 요즘은 레디메이드 식품이랑 간편식, 스마트 냄비 때문에 손으로 요리하는 사람 보기가 어렵다던가 같은 말을 타샤가 하면 피곤한 미소를 띈 얼굴로 "스마트냄비 OS 구독료는 조상님이 내주는 게 아니니까." 하는 리엔 보고 싶다. 그리고 타샤는 스마트 냄비에 대해서는 탈옥해줄까? 하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좋겠다. 리엔이 차려준 음식에는 그것이 무한히 술안주에 수렴하는 놈임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사람이 차려주는 집밥이라는 느낌이 충만했기에...

...자란 말이야 내 뇌야. 썰 풀지 말고...

406 리엔주 ◆UgUc96Awuo (KjYWRTudis)

2024-12-12 (거의 끝나감) 01:01:55

>>404

그거
리엔주가 졸려서그래
수정해올게

407 헤이란 - 타샤 ◆UgUc96Awuo (KjYWRTudis)

2024-12-12 (거의 끝나감) 01:05:00

"그래서 손해도 더럽게 많이 보고 살지. 그 끝에 남은 거라곤 빚의 노예 신세인, 지치고 피곤한 어중이떠중이 형사야."

손등에 퐁퐁 하고 닿는 타샤의 손길의 감촉이, 옛 동생들의 손길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다. 문득 스치는 향수에, 헤이란의 웃음에 씁쓸한 기색이 피곤으로 내려앉았다. 문득 그녀의 얼굴 어딘가로 노이즈가 스치고 지나간 것 같았다. 아니, 착각이겠지. 그녀는 평소처럼 나른하고 피곤한 듯한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그 미소는, 타샤가 시원스레 연기를 토해내며 캑캑대는 기침을 할 때에 짓궂은 만족감으로 그나마 조금 밝아졌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조금 밝아지는 것으로 그친 것은, 지금 이 순간이 헤이란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의 모조품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치고, 수리할 수 있다. 그러나 망가진 흔적은 남는다. 때로는 망가진 채로 아직 고쳐지지 못한 것도 있고, 어쩌면 끝까지 고치지 못할 것도 있다. 그래도... 모조품이면 어떻고, 복원품이면 어떠하며, 망가진 것이면 어떠랴. 찢어졌다가 꿰매인 이것이라고 할지라도, 결국 눈앞에 놓인 순간인 것을.

"글쎄 어쩌면 네 생각보다 더 별날지도. 이것도 이젠 끗발이 전같지를 않거든. 아니, 그보다 나쁘지 않다더니?"

헤이란은 느른하게 웃으며, 담배 팩을 들어선 흔들어보였다. 그 손 안에 있으니 담배가 성냥갑 같다. 몇 개비 남지 않아 팩 안에서 담뱃개비들이 동당거리며 구르는 게 느껴진다. 그녀는 그것을 어디로 날아가는지 보지도 않고 방 안으로 휭 던졌다. 그리고는 타샤가 차분히 털어놓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아나스타시아 칼리노프스키... 타샤... 그 누가 누군데? 하는 성의없는 질문을 던져볼까도 했으나, 헤이란은 타샤의 이어지는 말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헤이란은 난간에 팔꿈치를 괴어 기대느라 거의 7~80도는 굽혔던 허리를 천천히 들어올리며 타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대뜸 두 팔을 타샤에게로 내밀어온다.

타샤가 그 팔을 피하거나, 물리치거나, 말로 거부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명확한 거부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다면, 타샤는 세상에서 가장 기괴하고 일방적인 저녁식사 초대를 경험할 것이다. 타샤의 양쪽 팔 아래로 파고든 헤이란의 손이, 타샤의 양 겨드랑이(정확히는 늑골)을 감싸쥐고 번쩍 들어올려 타샤를 이쪽 테라스로 데려오는, 아주 괴상하기 짝이 없는 초대를.

408 리엔주 ◆UgUc96Awuo (KjYWRTudis)

2024-12-12 (거의 끝나감) 01:05:38

이잉... (쭈글탱 쥐구멍고양)

409 타샤주 ◆tncXuTuB1o (VPRtbks/qk)

2024-12-12 (거의 끝나감) 04:06:49

>>406 >>408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런거였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도한 건 줄 알았는데ㅋㅋㅋㅋㅋㅋ (쓰다다다다담)(같이 쥐구멍 들어가서 따끈해지기) 귀여웠으니까 OK. (?)

하 나는 왜 또 답레 쓰다 잠이 들었고... 잠귀신이 붙었나... 리엔주 잠까지 내가 잡아먹었나 🫠 으아앙 난 바보야 리엔주가 왔었는데! (아쉽)

>>405 이사람 자라고 햇더니 맛있는걸 가져와줬잖아 🥹🥹 지금쯤이면 잠들었겠지...? 푹 자야해...!

술안주에 무한히 수렴하는 음식이라니 이 형사님... 맞아요. 타샤는 찰지게 떽떽거려줄 거예요. 혼자만 술 먹으면 😒 불만! 하는 표정 돼서 나도 달라고 툴툴거릴 거야. 형사님이랑 마주보고 앉아있으면 재촉+불만 표출한답시고 형사님 다리 발끝으로 톡톡 건드릴수도? 음, 평소처럼 버릇없군.

스마트 냄비 os 구독료 < 우와 디스토피아. 라는 생각이 바로 들어버리다... 🫠 세탁부터 냄비까지 골고루 돈을 내게 만드는구나... 사펑답고 좋은데 내 안에 빼곡하게 피어나는 do you hear the people sing (?)

>> 그리고 타샤는 스마트 냄비에 대해서는 탈옥해줄까? 하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좋겠다. 리엔이 차려준 음식에는 그것이 무한히 술안주에 수렴하는 놈임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사람이 차려주는 집밥이라는 느낌이 충만했기에... <<

이거 너무 느낌좋아
타샤 이 자식... 아주 사심이 충만하군. 정말 저럴 것 같아ㅋㅋㅋㅋ 누군가의 따스한 손길이 닿아있는 음식이라는 게 마음을 한결 몽글하게 만들 것 같지 😌 냄비 os 정도는 손볼 수 있음에도 부러 말 안 꺼내기... 좋다...

후
요리하는 헤이란 형사님 백허그하는 생각 (삐빅! 현재 친밀도로는 못하는 행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