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중 : [1:1/SF/Girls] 𝑪𝒀𝑩𝑬𝑹𝑷𝑼𝑵𝑲: 𝑵𝑰𝑮𝑯𝑻𝑭𝑨𝑳𝑳

0 A caprice for the prodigal ◆h5e760Gq82 (a0Tit.Wr4.)

2024-11-20 (水) 01:26:10

당신의 종착점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터미너스 시티. 예전에는 뭔가 좀더 낭만적인 이름으로 불린 적 있었던 것 같지만, 지금은 이 이름으로 충분하죠. 괜찮은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들어오거나 여기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저마다 내면의 어떤 끝을 맞이하게 되니까요.

이전에 다른 이름으로 불렸을 때는, 메가코프들의 연구단지와 휴양지가 같이 들어선 이상하고 재밌는 도시였죠. 연구단지가 위치해 있으면서도 빼어난 자연경관이 깨끗하게 보존되고 있는 터미너스의 해안선은 미국의 앞에 환하게 펼쳐진 미래를 축약해놓은 것만 같았어요.

물론, 그래요, 터미너스 시티의 해안은 여전히 아름답고, 연구단지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제 일을 하고 있어요. 그저 그 전쟁들 이후로, 이 땅의 실질적 통치자가 연방 정부에서 메가코프들로 바뀐 이후로는...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어선 이후로는... 광전자 폭격의 영향으로 미세하게 바뀐 대기 조성이 빚어내는 보라색의 하늘 아래에서는, 더 이상 예전처럼 내일을 명확하고 낙관적으로 내다볼 수 없게 되었을 뿐이죠.

그러나 여전히 터미너스 시티를 원하는 이들은 많아요. 전쟁의 영향을 거의 빗겨간 덕에, 그나마 전쟁 전에 가깝게 살 수 있는 도시는 저 멀리 나이트 시티와 이 터미너스 시티를 빼면 정말로 드무니까요. 두 정부와 메가코프들의 협약으로 인해, 신연방 정부의 헌법과 자유주 연맹의 연맹법 둘 중 어디에도 영향받지 않는 만큼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고, 이 어지간한 카운티만한 도시에는 그만큼 일감도 즐길 거리도 넘쳐나지요. 하지만 주의하세요, 다른 곳보다 더 다양한 일들을 겪을 수 있다는 말은 당신이 더 다양한 방식으로 엿을 먹을 수도 있다는 뜻이죠.

그럼에도 결국, 행운은 과감한 사람에게 미소짓는 법. 그리고 더 이상 물러설 이유가 없는 사람보다 과감한 이는 없는 법이죠.

당신의 종착점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 나레이터

104 헤이란 - 타샤 ◆h5e760Gq82 (ctmDP46EmE)

2024-11-22 (불탄다..!) 07:11:45

노이즈가 껴서 뒤흔들리는 눈을, 헤이란은 힘겹게 초점을 잡았다. 약병을 구별하기조차 어려웠다. 정량의 두 배쯤 되는 코그니실린을 입 안에 털어넣고, 이모시비르 주사까지 어깻죽지가 뚫어져라 꽂아넣는다. 물 대신 보드카를 입 안에 쏟아넣어 알약을 집어삼키며, 알코올 기운이 일 초라도 빨리 자신을 잠에 빠뜨려주길 바란다. 이제 와서 이 약들이 헤이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대로 헤이란이 사이버 사이코로 영영 전락해버릴 확률을 줄여주는 것뿐, 사이버 사이코시스의 환각이 가져다주는 고통을 감당하는 것은 온전히 헤이란의 몫이다.

젠장 조만간 간도 사이버웨어로 갈아야겠네. 궁시렁거리며, 약기운과 술기운에 몸을 맡기고 헤이란은 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감으면, 감긴 눈꺼풀 위로 얼굴들이 떠오른다.
약물 치료며, 브레인댄스 치료며 다 동원해봐도, 여전히 그들은 거기에 있다.

그러고 있자면, 그들은 차차 헤이란에게 한 마디씩을 쏟아낸다. 때로는 원망이고, 때로는 빈정거림이다. 그래, 마음껏 원망하고 마음껏 빈정거리렴. 나는 그래도 싼 놈이니까. 무엇 하나 붙잡지 못한... 무엇 하나 성공하지 못한... 가치없이 남겨진... 실패자니까.

그들의 목소리를 자장가삼아, 헤이란은 잠을 청했다. 오늘은 제발 더 이상 아무 말썽도 없었으면 좋겠다. 병가도 냈으니, 이대로 푹 잠들어서 모레 아침에 깨어날 수 있으면...

...
...
아오, 이런 미친 동네.
헤이란은 근사한 욕지거리 몇 마디를 입속으로 씹어삼키며 담요를 내던졌다.

격돌했다. 무언가가 어둠 속에서 번쩍이며 허공에 섬뜩한 궤적을 그렸고, 그것은 조금만 더 앞쪽이었다면 허공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스쳐갈 뻔했다. 주먹과 손이 몇 차례 얽혔다. 누군가의 소매가 손에 채일 뻔했고, 결국 채여서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게 내동댕이쳐졌다. 타샤와 침입자 사이에, 나이프가 부르르 떨며 멈춰섰다. 누구 손에 쥐인 칼인지, 칼끝이 타샤를 향하고 있는지 침입자를 향하고 있는지는 타샤만이 알 일이었지만, 두 사람의 팔이 엇갈려서는 공중에서 부르르 떨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칼은 조금씩 타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밀려나고 있었는데, 이 놈의 팔이 사이버웨어였기 때문이다.

그냥 팔의 근력과 힘겨루기를 해야 하는 수준으로 봐서, 딱 봐도 어디 수상쩍은 빈민가의 돌팔이 리퍼닥에게서 시술받았을 법한 퀄리티 낮은 싸구려 암즈인 듯했다. 그러나 그래도 사이버웨어라고 그것은 착실히 타샤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낭패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그 일은 일어났다.

퍽!

타샤의 팔 두 개. 이 강도놈의 팔 두 개. 팔 네 개가 서로 얽혀 있는데, 뭔가 육중한 게 뭘 꿰뚫고 들어오는 소리가 나더니 다섯 번째 팔이 이 드잡이질에 끼어들었다. 그 시꺼먼 금속성 광택을 띈 기계 팔은 강도 놈의 팔뚝을 움켜쥐었고, 순식간에 그 강도놈을, 타샤가 떨쳐내려 해도 떨쳐낼 수가 없던 그 놈을 옆으로 무슨 기중기마냥 덜컥 끌어당겼다. 한순간에 타샤를 짓누르던 압력이 사라진다.

벽에서 튀어나온, 아니 벽을 뚫고 나온 팔이 그 강도를 잡고 잡아당기고 있었다. 기하학적으로 기괴하게 생긴 그 검은 팔은, 전투용이라는 용도를 숨기지 않는 외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벽에 사람 상반신이 쑥 들어갈 정도 크기의 구멍이 뚫리면서, 주먹 하나가 튀어나와 버둥거리던 강도를 후려갈긴다.

"이 새■가..."

그리고 악에 받힌 으르렁대는 목소리에 그 구멍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강도에게 재차 철권을 내리꽂는 괴물이.

아니, 한냐를 방불케 하는 표정을 지은 여자가 방금 뚫린 구멍으로 강도를 다시 후려갈기고 있었다. 버석거리는 희게 바랜 머리카락에, 가무잡잡한 피부, 초점이 매섭게 잡혀 침입자를 쏘아보는 금색의 눈동자.

주먹이 몸에 꽂힐 때마다 주먹이 사람 몸에 격돌하는 퍽 소리가 아니라, "오늘 내가." 무슨 오함마 같은 게 내리꽂히는 우직 소리가 난다. "한숨 자겠다고." 그러기를 두세 번, "약을 얼마어치를 처먹었는데!" 강도는 그대로 기절했고, 검은 금속성의 팔뚝은 강도를 와락 당겨다가 벽에 나버린 구멍 너머로 끌고 가버렸다. 그리고 구멍 너머에서 한번 지끈, 하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찾아온 잠깐의 침묵.
그 뒤에, 딩동, 하고 울리는 현관 종소리.

딩동, 똑똑똑똑.

"실례합니다. 괜찮으신가요?"

타샤가 감시하기로 했던 옆집 사람이, 타샤의 집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105 리엔주 ◆h5e760Gq82 (ctmDP46EmE)

2024-11-22 (불탄다..!) 07:13:11

>>103 남들도 다 이만큼은 고생하는걸 뭐.
난 타샤주랑 같이 있으니 그걸로 됐어. (몹쓸대사 냥아치) (무릎위 대왕냥모나이트)

106 타샤주 ◆tncXuTuB1o (nRVl48s9GE)

2024-11-22 (불탄다..!) 07:19:0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아 이 버전도 완전 마음에 들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왤케 웃기지 결국 벽은 부숴진다는 게 너무 웃음나 (< 그런 내용을 주문한 사람) 아아 두 사람의 렌트 하우스여... 😌 명복!

헤헤 조아조아~ 40분 있다 나가야 하는데 그 안에는 답레 쓰겠지 빨리 갔다올게!

>>105 뭐야 감동이자나 🥺🥺🥺 (아기처럼 포대기 싸서 둥기둥기) 잉 그래도! 이건 남들이 다같이 덜 고생해야만 하는 거구나 대한민국 일어서라 레볼루숀이다!! (?)

107 리엔주 ◆h5e760Gq82 (ctmDP46EmE)

2024-11-22 (불탄다..!) 07:33:08

>>106 절찬리멘붕사이버사이코납치감금후피집은 다음번에 기회를 잡아보자구...(미친소리.) (빌드업 잘하고 들어가면 또 그런거 잘먹는 인간)

오늘은 그 대신 잠옷에 져지만 껴입고 온 헤이란을 드립니다.

잠깐. 40분 뒤에 나간다고? 다녀온 뒤에 답레 써도 늦지 않을 것 같아. 어차피 나 퇴근하면 자는데, 답레는 자고 일어나서 쓸 것 같으니까.

108 타샤 - 헤이란 ◆tncXuTuB1o (nRVl48s9GE)

2024-11-22 (불탄다..!) 07:46:03

격돌했다. 무언가가 어둠 속에서 번쩍이며 허공에 섬뜩한 궤적을 그렸고, 그것은 조금만 더 앞쪽이었다면 허공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스쳐갈 뻔했다. 주먹과 손이 몇 차례 얽혔다. 타샤의 소매가 침입자의 손길에 붙들리고 이내 몸이 내동댕이쳐진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칼은 놓지 않았다. 타샤의 두 눈이 어둠 속에서 파랗게 빛을 발하며 상대의 얼굴을 스캔한다. 너무 흔들리는 데다가 시간도 모자라 제대로 된 뭔가를 알아내긴 쉽지 않지만 적어도 이 강도인지 도둑인지 또라이인지의 얼굴 모양 하나는 똑바로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게 지금 이 상황에서 대체 무슨 소용이 있지. 신고할 틈이 나기나 할까? 그 전에 내 목이 먼저 날아가지 않을까? 아니. 애써 의문형일 것도 없다. 확실하게 그럴 것 같으니까.

이거, 사이버웨어다. 분명 처음에는 상대를 향해 있던 칼날의 방향이 점점 제 쪽으로 넘어오는 걸 눈 뜨고 지켜만 보자니 심정이 참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꼴을 보니 제대로 된 것도 아니고 어디 길바닥 돌팔이한테 시술받은 듯싶은데,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욕을 참을래도 참기가 어렵다. 책임지지도 못할 시술을 하는 것들이나 그걸 좋다고 찾아가 받는 것들이나 다 똑같이 짜증 난다.

"윽, 이 개새끼가!"

얽힌 팔에서 점점 힘이 빠진다. 고철덩어리나 다름없는 허접한 물건이라도 사이버웨어는 사이버웨어라는 걸까. 이쪽은 하루치 피로에 방금 놀란 것까지 합쳐서 근육이 슬슬 파업하겠다 뻗대고 있는데. 진짜 뭐 이런 거지 같은 상황이 다 있지. 그런 생각들이 뇌 안쪽에서 빠르게 회전하는 도중.
갑작스럽게, 정말 갑작스럽게 그 일이 일어났다.

- 억, 이게 뭐, 악!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평생 뭔가 나올 일 없었을 방향으로부터 검은색 기계 팔이 튀어나왔다. 한순간에 타샤를 짓누르던 압력이 사라지고, 압력을 가하던 주체는 벽 쪽으로 다른 극을 만난 자석이나 된 듯 단숨에 끌려간다.

이게 무슨 일이지. 타샤는 외마디 비명과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하는 욕설을 섞어 씹는 도둑놈을 노려보며 숨을 가다듬다가, 이내 그걸 붙잡고 있는 팔에 시선을 돌렸다. 잠깐만... 왜, 좀 익숙해보이는 것 같지? 게다가 이 방향이면. 그런 추측에 골든벨을 울리듯 다음 순간 벽에 사람 상반신이 쑥 들어갈 정도 크기의 구멍이 뚫리며 주먹 하나가 튀어나와 버둥거리던 강도를 후려갈긴다. 동시에 타샤는 뒷목을 잡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구멍 안쪽으로 보이는 외형, 악에 받힌 으르렁대는 목소리는 이전의 것과는 조금 다르게도 느껴졌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사람의 것임을 몰라볼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리엔 헤이란. TCPD 경찰 소령.
그의 감시 대상인 미친 뱃지쟁이가 또다시 그를 구해주고 말았다.

우직, 우직, 기절. 그리고 끌려나가서— 지끈. 벽 너머로 도둑놈이 끌려간 뒤 찾아온 침묵에 타샤는 슬금슬금 벽에서 멀어졌다. 주, 죽... 죽이나? 아니면 벌써 죽였나? 왜 이렇게 조용해? 기절해서 조용한 걸 수도 있지만... 단단하게 만든 안드로이드도 저 정도로 세게 때리면 아작이 날 것 같은데.

그런 잡념들을 산산히 깨부수는 초인종 소리에 심장이 발끝까지 떨어졌다가 올라온다. 힉! 하고 숨을 삼키는 것도 잠시, 타샤는 이어지는 노크 소리에 잠시 어물대다가 현관으로 다가갔다. 아, 안 열면... 안 되겠지...?

띠리링. 끼익.

"저, 저기..."

그리고 헤이란도 언젠가 한번쯤 봤을 얼굴이 열린 문틈으로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다.

"......아, 안녕. 형사님."

얼굴과 몸 여기저기 잔상처가 남은 푸른 머리의 여자, 타샤는 헝클어진 행색에 잔뜩 곤두선 피식자 같은 얼굴을 한 채로 헤이란을 가만히 마주보았다.

"......또 도와줘서 고마워. 집에 왔는데 낯선 사람이 있어서..."

문이 조금 더 열리고, 푸른 동공이 여즉 반짝이고 있는 검은 눈동자가 보다 제대로 드러난다.

"죽은 거야? 그 또ㄹ—... 이상한, 사람."

109 타샤주 ◆tncXuTuB1o (nRVl48s9GE)

2024-11-22 (불탄다..!) 07:50:26

>>10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다음 기회 있구나 난 좋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천히 빌드업 쌓다가 나중에 타이밍 봐서 함 해보자 🤭 히히... 다행이네 나 취향이 이래놔서 좀 걱정했는데 리엔주도 잘 먹어주는 사람이었어!

하근데뭐라고잠옷에져지??? 나를죽이려고형사님이거범죄라고심장폭발죄. 상세한 잠옷 서술 다음 답레에 부탁드려요 🥺 (주문이 많음)

헤헤 근데 써버렸당... 성공! 리엔주는 답레 자고 나서 천천히 줘! 나는 다녀오면 약간 피곤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근데 역으로 기운 넘쳐질 수도 있음 케바케임) 삘 받았을 때 써온거니까~

110 타샤주 ◆tncXuTuB1o (nRVl48s9GE)

2024-11-22 (불탄다..!) 07:53:52

헉 맞다 질문 있었는데 또 까먹을 뻔
가기 전에 남겨두고 갈게! 리엔주 편할 때 답해줘~!

1. 형사님은 자기 사이버웨어가 닥터 칼리노프스키의 제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2. 타샤가 형사님의 사이버웨어를 보고 닥터 칼리노프스키의 작품이라는 걸 알아봐도 괜찮을까? 아무래도 양딸이고, 만드는 거 시술하는 거 다 보여주며 가르쳤을 것 같아서 말이지 🤔

111 헤이란 - 타샤 ◆h5e760Gq82 (eraBJF3hik)

2024-11-22 (불탄다..!) 22:40:51

하필이면 옆집. 그것도 그 옆집에서 하룻밤 자보기도 전에 집 임자보다 먼저 들어온 미친놈 때문에, 매복이고 잠입이고 감청이고 산통 다 깼다. 참으로, 이번 주는 타샤를 위한 주가 아닌 모양이다. 딩동, 하는 초인종 소리란 우버이츠나 아마존 말고는 대개 달갑잖은 게 사실이지만, 오늘의 이 초인종 소리는 그중 별나게도 달갑잖은 것이었다. 그러나 어쩌겠나. 열어야 한다. 저 인간은 형사고 방금 현행범을 체포(?)했으며 당신은 피해자니까.

문을 열면, 야경을 인 아파트 복도 난간을 등지고 문간을 거의 채우다시피 하는 거대한 체격의 여인이 현관 전등빛을 받으며 하얀 앞머리를 옆으로 쓸어넘기고 있는 게 보인다. 한 손에는 녹색 십자가가 그려진 가방을 들고 있는 채다. 자고 있었는지, 트렁크에 가까운 검은색의 돌핀팬츠 차림과 탱크탑. 그 위에 급히 손에 잡히는 대로 입은 듯한 점퍼는, 지퍼도 채우지 못해 맨다리와 배가 훤히 드러나보인다. 다리는 팔과 비슷하거나 동일한(혹은 한 세트인) 트림의 사이버웨어를 장착한 듯 파티션 자국이 나 있었지만, 배는 파티션은커녕 수술 자국 하나 없어보이는, 기계나 약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만든 근육들이 들어차 있다. 하얀 머리카락 아래에 있는 얼굴에는 다크서클이 한겹 더 진해져 있어, 사람을 피폐해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 얼굴은 썩 최악은 아니지 않나?

형사는 나태하게 하품을 쩍 하면서, "TCPD의 리엔 헤이란 경감입니다..." 하려다가, 안녕 형사님 하는 목소리에 하품을 멈추고 타샤를 제대로 내려다본다. 그리고 기억 저편에 아직 남아있던 얼굴들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아봤는지, '니가 왜 여기서 나와?' 하는 표정을 짓는다.

아무래도 이 뱃지쟁이의 머릿속에서는, 타샤가 '이 인간 지금 이런 생각 할 것 같은데' 하는 그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이 피어오르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그도 잠시, 헤이란은 팔을 들어올려 문틀 위쪽을 팔로 받치듯이 기대고, 느릿하게 웃었다.

"뭐야, 또 보네, 차털이 테키 씨. 글쎄, 지금까지의 정황으론 즉결처분해도 되는데, 일단은 살려놨어."

일단은 살려놨다. 수갑도 채워뒀고. 일어나면 차라리 죽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온몸이 아프겠지만. 그녀는 자기 집 쪽을 한번 곁눈질해 보더니, 다시 타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느긋하게 농담하는 것 같은, 다 떨치지 못한 피곤 섞인 목소리다.

"이번엔 진짜 모르는 사람인 거지? 혹시 지인끼리의 사소한 우정 다툼에 내가 과잉개입한 거면 곤란하거든."

112 리엔주 ◆h5e760Gq82 (eraBJF3hik)

2024-11-22 (불탄다..!) 22:41:14

113 리엔주 ◆h5e760Gq82 (eraBJF3hik)

2024-11-22 (불탄다..!) 23:24:34

>>110
1. 아니, 몰라. 리엔이 이 사이버웨어를 손에 넣게 된 정확한 경위는 천천히 이야기하게 되겠지만, 일단 지금 리엔은 이 사이버웨어의 설계자가 누군지 완전히 모르고 있어.

2. 이건 타샤가 리엔의 사이버웨어를 본격적으로 뜯어본다는 내용의 레스를 쓰면 '너무도 익숙한 설계 양식'이라던가 '일련번호를 이런 식으로 매기는 건 한 사람밖에 없다'던가 하는 지문으로 전해주려고 했었지. 😉

114 타샤 - 헤이란 ◆tncXuTuB1o (jGNz87E/L6)

2024-11-23 (파란날) 02:01:05

처음 봤을 때부터 생각한 거지만, 이렇게 마주보니 새삼 정말 크구나 싶다. 단순히 키만 큰 것도 아니고 전반적으로 다부진— 거대하다는 느낌에 가까울까. 타샤의 눈이 천천히 제 시야께부터 위로 올라가며 헤이란의 얼굴을 향해 간다. 그 경로에서 읽어낸 정보값은 팔다리만이 사이버웨어고—적어도 육안상으로는 그랬다.—나머지는 그저 타고나거나 스스로 단련해 얻어낸 결과인 듯싶다는 사실이었다. 날카롭고 밝은 색의 눈동자나 강한 인상을 주는 얼굴까지 포함해서.
그나저나 옷차림이... 문득 벽 너머에서 들린 잠이 어쩌고 약이 어쩌고 한 목소리가 뇌내에서 자동 리플레이된다. 동시에 약간의 짜증이 가슴께에서 울렁였다. 그 미친놈, 기어코 잠자는 사자의 꼬리를 밟았구나. 아니... 밟은 건 나인가...? 소리 질러서...? 지난번 이상으로 짙어진 눈가의 그늘 탓인지 상대는 심히 피로해보인다.

"그러... 게. 이사, 오게 됐는데... 형사님이 여기 있을 줄은 몰랐어. 세상 좁다."

이건 새빨간 거짓말.

"아. 일단은 살아있는 거구나... 응. 맞아. 그럴만한 짓을 했지. 그래도 그거 맷집은 꽤 고급인가 봐. 팔은 그 정도로 고급품이 아니었는데."

이건 꽤 진심. 타샤는 잠시 옆집 방향으로 옮겨지는 헤이란의 시선을 무심코 따라가다가 상대의 시선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보다 한 박자 느리게 되돌아왔다.

"어? 으응, 이번엔... 아, 아니! 그 전에도 진짜 모르는 사람이었어!"

이건 아무래도 방금 전 문장보다 더 진심 같고. 제 풀에 놀라 동그랗게 떠진 눈이 빠르게 깜빡거렸다.

"모르는 사람이야. 집에 오자마자 처음 보는 사람이 짐을 다 뒤집고 있더라고. 훔쳐갈 것도 없는데 입주자를 만났으면 도망이나 갈 것이지 바로 달려들더라. 아무튼 고마워. 두 번이나 빚졌네."

그래. 두 번이나! 정말 그러면 안 되는데! 입에 빚이라는 단어가 올라오자마자 조용히 속이 끓었다. 은밀한 매복이나 잠입 내지 감청이라는 전개를 첫날부터 싹 다 말아먹은 것도 문제인데 감시 대상에게 목숨을 두 번이나 빚지다니. 나, 무슨 마라도 꼈나? 아니. 쓸데없는 의문이다. 인생 통틀어 마가 안 낀 날이 더 적었다는 걸 스스로도 안다. 한층 심란해진 현실을 외면하고다 괜히 눈을 한번 더 굴려보던 타샤의 시야에 문득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녹색 십자가 가방이 들어왔다.

"......자려고 했던 것 같은데 깨워서 어떡하지. 다쳤었잖아. 아직 몸도 안 좋을 텐데 시끄럽게 해서 미안. 다시 자러 가도 돼..."

......이 상황에 잘 수 있겠냐? 진심... 인가? 다만 유감스럽게도 이 또한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인 모양이다.

115 타샤주 ◆tncXuTuB1o (jGNz87E/L6)

2024-11-23 (파란날) 02:13:05

어리빠리하군
이런 어리버리한 녀석... 리엔주는 상대해주기 괜찮은가...!

>>113

1. 모르는구나. 좋아, 확인! 알려줘서 고마워! 나중에 밝혀질 경위도 대단히 기대되는걸 😌

2. 이 센스쟁이 같으니... 좋아. 이것도 확인! 이번 일상 내로, 늦어도 조만간의 일상에서는 한번 제대로 뜯어보고 형사님한테도 물어보게 되지 않을까 싶네. (이거 어디에서 받았냐는 둥)

아! 혹시 여기에 추가해서 타샤가 눈의 스캔 기능으로 칼리노프스키의 사이버웨어들을 스캔하면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구조도라던가 재질 같은 정보에서부터 칼리노프스키가 자기 작품에 코드화해서 달아둔 자잘한 코멘트 같은 것들)가 존재한다고 해도 괜찮을까? 일종의 이스터에그처럼.
사람 스캔할 땐 세상 쓸모없다가(강도는 스캔을 다 마치지 못했지만, 완료해도 혈압 체온 감정상태 이딴 것만 뜸) 엄마가 만든 물건을 스캔할 때 진가를 발휘하는 눈이라는 설정을 넣고 싶은데 리엔주 생각에는 어떨까 싶어서 물어봐 ☺️

그리고 좋은 새벽이야! 잘 잤어? >>112 (꼬옥 껴안아주기) 지금쯤 회사려나? 내일은 주말인데 (사실 오늘도 주말이지만) 좀 쉴 수 있어?

116 타샤주 ◆tncXuTuB1o (jGNz87E/L6)

2024-11-23 (파란날) 02:39:18

tmi: 시트에도 써있다시피 타샤는 꽤... 어리버리하다. 하지만 기계를 만지거나 위급 상황일 때는 빠릿해진다. 뇌 기능을 학습이랑 위기 대처에 몰빵해서 평소에는 헹엥에 한 편. 수학 과학 100점 맞는 애가 다른 과목은 말아먹는 느낌이랄까 🤔 그보다 심한가...?

반말하는 이유는... 일단 존댓말을 해야 한다는 개념도 없었고, 가뜩이나 만만하게 생겼는데 존대하면 더 만만해보일거라고(?) 생각해서. 쓸데없이 고집이 센 바람에 애런이 몇번 고치려 들었지만 전부 실패함.
어릴 땐 애니까 다들 그러려니 했었고, 닥터 칼리노프스키는 말투 교정을 안 했고, 델피니움에 있던 최근까지는 혼자 썩 자유롭게 나다닐 수 있던 게 아니라서 문제가 안 됐는데 앞으론 어떨지! (가게 갔다가 말투 때문에 한소리 듣는 상황 생각나버림)

그리고 형사님 무섭고(제 발 저리는 중임) 잘생겻고 짱 크고 아무튼 나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중이래. < ?

117 리엔주 ◆h5e760Gq82 (M8l.my1pY2)

2024-11-23 (파란날) 03:32:59

안 괜찮아. 리엔이 타샤 머리 쓰다듬하려는 걸 말려야 해. (?)

어라... 설정 정리해둔 메모장이 집에 있는데 가자마자 메모장부터 털어야겠는걸
반말은.. 딱히 신경 안 쓰는 게 뇌속에서 미국인걸! 하고 있달까. 물론 영어에도 상대에 따른 경어 사용이라던가 단어 선택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한글처럼 문체 자체가 바뀌는 정도는 아니니... 물론 영어적으로 생각하면 말투나 태도가 건방지다거나 한 셈이라고 할 수 있겠지. 다른 가게에서라면 어쩔 수 없지만, 리엔은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타입이네. 물론 그렇다고 벽쾅 하더니 까불지 마, 꼬맹이. 같은 거 하는 모먼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쉴 수는 있는데 다음 주는 또 주간이라 월요일에 일찍 나가야 돼. 에헤라디야삐리리울랄ㄹ... (꼭끄랑에 어깨에 팔걸치고 늘어진 대왕털덩이)

118 타샤주 ◆tncXuTuB1o (jGNz87E/L6)

2024-11-23 (파란날) 03:45:30

ㅋㅋㅋㅋㅋㅋㅋ 머리 쓰다듬 뭐야~! 포상이네요 감사히 받을게요 (?)(타샤: (뭐지)(뭐지)(뭐야)(눈 데굴데굴))

헉 메모장 털이라니 설정 덕후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소리... 두근두근하잖아! 헤헤 기대된다 🤭
아ㅋㅋㅋㅋㅋㅋㅋ 근데ㅋㅋㅋㅋㅋㅋ 아 맞다 여기 미국이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어 사용자의 흔한 오류) 휴 다행이다. 타샤의 반말 사용에 개연성이 추가됐어. 맞아, 리엔주 말대로 말투나 태도가 조금 어리거나 건방진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나저나 뭐라고 벽쾅?
어제부터 자꾸 고자극 만찬을 내 입에 손수 떠넣어주네 축복이 끝이 없구나 행복하다... 까불어야지... (???)

8ㅁ8 대체... 회사녀석!!! 하루밖에 못 쉬는 아니지 하루도 못 쉬나...? 하루 겨우 쉬겠구나... 안되겠다 타샤야 빨리 화약 챙겨라 적당히 불사르고 와! (털덩이 쓰담쓰담) 에구 고생이 많아... 조금만 더 힘내자.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푹 쉬면서 기력도 회복하구.

119 리엔주 ◆h5e760Gq82 (M8l.my1pY2)

2024-11-23 (파란날) 03:58:29

어, 안 말려도 돼? 가보자고
리엔: 긴장 풀어. 내가 너 잡아먹는 줄 알겠어.

적당히 긁거나 적당히 반항하면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번 일상에서 그럴 포인트가 나올지도?

그래도 오늘 퇴근하고나서부터 일요일까진 온전히 쉴 수 있으니 너무 걱정은 마. 그만큼 또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하는 월요일은 주말이 반나절 더 생기거든. 그런데 그건 다다음 주 얘기고 다음주에 내 기력이 다 회복될지는... (핼쑥.)

120 타샤주 ◆tncXuTuB1o (jGNz87E/L6)

2024-11-23 (파란날) 04:24:20

가보자고222222
아무리 생각해도 리엔주가 너무 대사를 잘 쓰는 것 같다... 고자극... 그것만 잘 쓰는 것도 아니고 다 잘 쓰지만 🤤 히히 히히 히히

오호 그렇단 말인가! 타이밍 잘 봐야지! 기대가 돼. 형사님 거슬리게 앞니로 콕콕 찍는 쥐가 돼.

크흑 그건 정말 다행이야 8ㅁ8 주간에서 야간으로 바뀔 땐 반나절 더 생기는 것도 다행이구... 근데 2주 단위로 바뀌는 거야? 적응 쉽지 않겠는데... (쓰담쓰담쓰담)(타샤 과자 뺏어서 먹여주기)

121 리엔주 ◆h5e760Gq82 (M8l.my1pY2)

2024-11-23 (파란날) 05:00:44

(물건이 섞이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치고 옴...)
적응기간이라고 한동안은 1주일 단위로 주야교대를 했어. 그런데 1주일 단위로 생활패턴이 바뀌니까 적응은커녕 죽을 것 같아서.. 다음 사이클부터 2주 단위로 하기로 했어. 어라 (일단 과자는 옴뇸념하고 타샤에겐 새 과자 사주기)

122 리엔주 ◆h5e760Gq82 (M8l.my1pY2)

2024-11-23 (파란날) 05:11:49

타샤의 말을 경청하며, 헤이란은 고개를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였다. 얼레벌레 어버버, 하는 타샤의 모습이 그녀에게는 타샤가 긴장한 것처럼 느껴졌던 게다.

무언가 숨기는 게 있는 듯 안절부절못하는 태도- 손아래 오누이를 여럿 둔 적이 있던 헤이란에게는 그게 퍽 낯익은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또 말투는 시건방진 주제에 그 말투로 하는 말은 또 조바심 섞인 배려가 안쓰러워서, 리엔은 그만 비싯 웃어버렸다. 평소처럼 그냥 무신경하게 넘어가면 왠지 후회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그리고, 뜬금없는 일이 일어났다. 타샤의 머리 위로, 타샤의 얼굴 정도는 너끈히 감싸쥘 만한 손이 다가오더니 타샤의 머리를 부드럽게 슥슥 쓰다듬어오는 것이다.

"긴장 풀어. 누가 보면 내가 아가씨 잡아먹는 줄 알겠다."

리엔은 얼굴에 나른한 미소를 건 채로 말했다. 쓰잘데없이 오지랖부리다가 신세 이만큼 말아먹어 봤으면 좀 그만할 때도 됐는데. 아니 애초에 이걸 들고 왔을 때부터 후회하긴 늦었나.

"이거 말이야?" 리엔은 구급낭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지금 수면부족 빼고는 멀쩡해. 그리고 자다가 깨면 쉽게는 다시 못 잠들고. 이건 너한테 쓰려고 가져온 거야."

리엔은 타샤를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그녀의 몸 여기저기에 난 생채기를 말이다.

"그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일단 현행범을 제압했으니 형식적으로라도 현장 조사는 해야 되거든. 들어가도 될까?"

리엔은 느긋한 어조로 말하며 타샤의 승낙을 기다리듯 팔짱을 꼈지만, 이미 한쪽 발은 문을 다시 닫지 못하게 문틀에 걸쳐놓고 있었다.

123 리엔주 ◆h5e760Gq82 (M8l.my1pY2)

2024-11-23 (파란날) 05:13:12

축) 어장 1호 나메실수

헤이란 - 타샤

124 타샤 - 헤이란 ◆tncXuTuB1o (jGNz87E/L6)

2024-11-23 (파란날) 06:20:19

헤이란의 느낌은 정확했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아마 유추하기 어려울 음침한 지시를 등에 업었기 때문에, 그 지시를 실행해야 하는 타깃을 눈앞에 뒀기 때문에, 심지어 그 타깃에게 은혜까지 입어버렸기 때문에 타샤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차라리 그가 정말 무고한 시민이라도 된다면 이만큼 긴장할 이유가 없을 텐데, 안타깝게도 타샤는 얼마 전 헤이란이 팔을 날려버린 델피니움 조직원의 후임이자 근본적으로 이 집의 침입자와 별다른 것도 없는 예비 암살자다. 그 둘이 어떻게 '체포' 되었는지 직관한 상태에서 눈앞의 경찰 소령님은 지금의 타샤에게 있어 마음 편치 않은 존재일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 상태에서 손이 다가왔다. 크고 단단한 손이.
그러나 가까워진 걸 인지하고 피하거나 움츠리기도 전에 머리 위에 올라온 손은 의외로 아주 부드럽게 그를 쓰다듬었다. 예상 못한 상황에 바보처럼 눈을 끔뻑이다가 시선을 올려 상대의 얼굴을 바라보면, 피로한 기색 짙은 얼굴에 걸린 나른한 미소가 보인다. 그게 어쩐지 마냥 무섭지만은 않아서, 타샤는 저도 모르게 어깨에 바짝 들어가 있던 힘을 조금이나마 뺄 수 있었다.

"나한테? 아...? 하지만 전에, 옷 상태도 그렇고 뺑소니범이라고 했잖아. 그래서 아팠을 거라고 생각했어."

이어진 말은 의문만 솟게 했지만. 그때 치인 게 아니었나? 그렇다기엔 몰골이 안 좋았는데. 아무리 팔다리가 사이버웨어라고 해도 그런 게 가능한가? 바이크에 치이고 멀쩡하다는 게.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곁에서 밀려오는 서늘한 공기의 흐름에 잠시 고개를 돌려보면 벽에 난 구멍이 다시금 존재감을 빛낸다.

뭐, 하긴 벽도 부수는데 그럴 수 있지. 잔잔한 납득의 과정을 거칠 무렵 느닷없이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드, 드, 들어오겠다고? 여길?!

"어? 아, 그, 저기, 아까 그놈이 어질러놔서 안이 엄청 지저분... 한... 데......"

말도 안 되는 변명이다. 현장 조사라잖냐. 바로 그 어질러진 걸 확인하러 온 것일텐데. 문틀에 걸쳐진 발은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이고... 아,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

"드, 들어와."

결국 타샤는 문을 밀어 틈을 넓히고 몸을 뒤로 물려 헤이란이 들어올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그리고 헤이란은 타샤의 등 뒤로 펼쳐진 황량하고도 너저분한 집안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포장이 강제로 뜯겨나간 듯한 종이 박스에서는 옷가지나 자잘한 생필품이 쏟아져 나와 있었고, 침대와 소파를 겸하는 듯 한복판에 떡하니 놓인 매트리스는 신발자국이 찍혀 너저분했다. 찬장이란 찬장은 다 열렸고. 그나마 집에 옵션으로 딸린 자잘한 가전제품과 마찬가지로 옵션인 듯한 책상 그리고 책상 위의 노트북 하나도 멀쩡했다. 책상 의자는 아작났지만. (이게 헤이란이 벽을 부수기 전 들었을 유난히 큰 소음 하나를 유발한 원인인 듯하다) 세간살이가 없는 덕에 덜 어지러운 상황이라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저기... 음료수 마실래?"

와중에 타샤는 멋대로 굴러다니던 요깃거리들을 뒤적이더니 그 중 캔음료 하나를 그대로 헤이란에게 들고 와 옷소매로 벅벅 닦아서 내밀고 있다. 인공적인 샛노란색을 띈 포장지에는 망고 앤 패션후르츠 향이라는 설명이 친절히 적혀 있었다.

"그래도 잘 됐다. 반창고는 없었거든, 형사님이 가져와서 사러 갈 수고를 덜었어. 여기 앉을... 데... 가 없네... 음, 서 있을래? 아니면 저기 앉아도 돼."

그러면서 가리키는 건 책상이다. 이 사람 정도로 다리가 길면 저것도 의자처럼 쓸 수 있지 않을까?

125 타샤주 ◆tncXuTuB1o (jGNz87E/L6)

2024-11-23 (파란날) 06:24:58

>>123 ㅋㅋㅋㅋㅋㅋ 축하해!! 이제 외롭지 않아!! (나메실수 선?배의 거대한 환영 세레모니)

>>121 크아악 물건이 섞이다니 이게 무슨 일! 근데 1주 단위로 교대가 적응이라고???? 적응을 더 큰 텀으로 해야 하지 않나 스파르타식 적응 🫠... 으으으 고생해써... 2주 단위는 조금 덜 피곤하길...

126 리엔주 ◆h5e760Gq82 (M8l.my1pY2)

2024-11-23 (파란날) 06:48:27

이런거 환영하지 않아도 돼 크아아아앗 (세레모니의 희생양이 됨)

후우... 다음주 직장에서 졸면 어쩌지(얼감)

아, 아마 다음 답레는 엄청 늦어질 것 같아. 퇴근준비중이거든. 어쩌면 자고 일어나서 써올지도. 그래서 질문 하나. 리엔이 현장 조사랍시고 집에 들어와서 도청장치 샅샅이 찾아댈 텐데 도청 목표가 리엔이 아니라 타샤인 장치도 있을까?

127 타샤주 ◆tncXuTuB1o (jGNz87E/L6)

2024-11-23 (파란날) 06:50:44

그건 스케줄 이렇게 짠 직장이 잘못이니까 직장을 욕하며 마음이 편해지면 되는 거야 (???)

응, 천천히 써다줘! 퇴근 잘 하고 도착하면 푹 쉬어야 해!! ☺️
그리고 질문~
오호~
네! ☺️ 역시 형사님의 오너구나 감이 좋아! (?????)

128 리엔주 ◆h5e760Gq82 (M8l.my1pY2)

2024-11-23 (파란날) 07:00:07

모두 퇴근 준비!
네 부장님!
(우리부서에 나혼자읾.)

내 그럴 거 같더라고
후우 내가 모브는 자주 등장 안시키려햇건만. 역시 무력파 캐릭터로 일댈을 하면 권모술수에 능한 레귤러 캐릭터가 한명은 있어야돼.

129 타샤주 ◆tncXuTuB1o (jGNz87E/L6)

2024-11-23 (파란날) 07:05:46

우리부서에 나혼자읾 < 머선 일이고... 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 조 좋은... 좋... 좋은건가... 🫠 퇴근 축하해!!!!!! (빵빠레)

히히히
헉 근데 모브가 나오는 거야? 권모술수 캐릭터? 흥미진진한걸??? 완전 기대된다 🥺 헤헤헤 헤헤~ 그 친구가 도청기를 살펴봐주려나~

130 리엔주 ◆h5e760Gq82 (M8l.my1pY2)

2024-11-23 (파란날) 07:16:59

아, 부서에 나밖에 없다는 건 명확한 장단점은 있지만 야간근무의 특급메리트 중 하나지. 부장님도, 차장님도 없어...!
하지만 그 어떤 메리트도 퇴근은 이기지 못한다. 나, 퇴근.

그.. 있어, 넷러너 겸 테키인데 타샤랑은 분야가 좀 다른. 아마 당장 나오진 않을 것 같고 존재가 암시되는 정도?

그런데 타샤주는 언제 자는 거야? 자고 일어난 걸까...?

131 타샤주 ◆tncXuTuB1o (jGNz87E/L6)

2024-11-23 (파란날) 07:23:38

크악 그건 확실히!!! 상사가 없다? 최고. 그리고 마지막 말도 맞다. 아무리 업무 시 메리트가 좋아도 직장을 뜨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으리...

오호! 넷러너 겸 테키라 🤔 어쩌면 이 친구를 통해 블랙월 관련 스토리로 접근할 수도 있겠네? 흥미로운 존재로구나... 😏😏

나 언제더라... 한 10시 쯤 자고 1시경에 일어났어! 자고 일어나긴 했다!

132 리엔주 ◆h5e760Gq82 (/sUocplsK6)

2024-11-23 (파란날) 07:42:35

근무 중에 띄엄띄엄 답레를 쓸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지..

이 사람이.
수면 너무 부족한 거 아냐? 더 안 자도 괜찮겠어?

133 타샤주 ◆tncXuTuB1o (jGNz87E/L6)

2024-11-23 (파란날) 07:56:14

ㅋㅋㅋㅋㅋㅋㅋ 앗... 일단 지금은 괜찮아! 공부하고 있어서 이거 끝나면 잠깐 잘까 생각 중! (이래놓고 또 논다고 안 자버리는데...)

134 타샤주 ◆tncXuTuB1o (jGNz87E/L6)

2024-11-23 (파란날) 14:49:31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 정주행 완료
정주행 이유 - 세계관 이해+용어 익히기

정주행 후기:
1. 생각보다 더 가차없는 디스토피아구나
2. 생각보다 더 사이버웨어 시술을 많이 받는구나 타샤가 특이케이스구나
3. 재밌는데 너무 슬... 퍼요... 🥺... 너무... 너무 슬퍼...
4. 이 세계관 문이란 문이 거의 다 자동문이더라 당연히 형사님이랑 타샤네 아파트도 그렇겠지? 🫠 (미는 문으로 생각햇음)(착한 참치에게는 자동문으로 읽힙니다 다음부터는 자동문으로 쓸까)
5. 세계관 분위기랑 설정이랑 이미지 얼추 이해한 듯! 아직 사펑 초짜지만 조금은 더 느낌 잘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