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덕분에 죽었다니, 무슨 소리지. 마마랑 파파가 이자식때문에 우리 딸이!!하고 죽이기라도 한 건가. 내가 죽은 뒤의 일은 알 수 없으니까, 그냥 막연한 추측뿐이지만... 사실 마마랑 파파가 그럴 사람은 아니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 뭐, 아무래도 좋지만. 그래도 이왕 내가 죽으면 같이 죽는 시스템이라면, 차라리 내가 죽이는 쪽이 나을지도 모르겠네.
"............"
같은 팀도 하지 말고, 사적인 대화도 하지 말고, 예전 일은 잊고 그냥 담임과 학생 관계로 졸업까지 하자는 말에 휙 고개를 돌렸다. 죽지 말라는 부탁에도 대답하지 않고서, 가만히 옥상 아래를 내려다봤다.
"....됐어. 자퇴할거니까." "그 편이 더 좋겠지? 엮일 일도 없을 거고."
이때의 나는 아직 레이스에 관심도 크게 없었고, 언젠가 하야나미를 물려받겠지, 츠나지에서 평생 살다가 죽겠지 하고 있었으니까. 이거라면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다. 같은 팀에 들어간 소꿉친구도, 잘 설명하면 이해해주겠지. 그리고 이렇게 하면, 우리가 엮이는 일도 막을 수 있다. 담임과 학생이라는 관계보다도 더 확실하게.
"...잘 있어. ..아, 이번 건 죽으러 가는 거 아니야."
잘 있으라고 말하고서 옥상을 떠나려다가, 문득 이렇게 말하고서 바다로 뛰어들러 갔던 때가 생각나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