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깨비와 현실의 구분선은 어디에 있나? 소녀가 똑바로 설 수 있게끔 자세를 바로해 주고서는 눈길 들어 거울을 흘겼다. 상은 찰나에 사라져 버렸으나 신은 거울에 비친 그것을 정히 보았다. 보다 정확하게는 그림자에 깃든 그것을. 무엇이라 정의하기에도 모호한, 되다 말았다고밖에 형언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그곳에 있었다. 약하고 여린 인간을 침범하는 병마, 악심에서 비롯된 삿된 영. 그런 것이 면전에 신을 두고서도 달아날 생각을 않으니 우습다. 어쩌면 너무도 내약한 존재이기에 한 번 똬리를 튼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지도. 무엇이 되었건 그간 존재를 알면서도 가만 두어 준 탓인지 제 분수를 모르고 삼갈 자리조차 분간치 못하는 모양이다. 아무리 쇠락했단들 사귀를 죽이는 근지만은 사라지지 않았건만, 마땅히 이 화문제천을 두려워해야 할 잡것이 감히 객기를 부려? 저도 모르게 손아귀에 든 힘 더해질 뻔했으나, 제 손이 여태껏 네코바야시의 어깨를 붙잡고 있음을 깨닫고 단단히 붙잡았던 손을 치워 주었다.
"이야기는 나가서 하지."
무신은 어깨를 붙잡았던 손을 떼지 않고 반쯤은 상대를 이끌다시피 하며 화장실을 나섰다. 넘어지지 않도록 도왔다 한들, 용케도 네코바야시는 금세 정신을 차린 듯했다. 아직도 넋은 반쯤 나간 것처럼 뵈지만 다리에 힘 안 풀리고 제 발로 걷는 것만 해도 어디랴. 꽤나 빠릿한 인간 같아 보이니 그것은 썩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밖으로 나와 목견한 광경은 더욱 가관이다. 인세에 존재할 수 없는 오묘한 빛깔의 귀화鬼火 저문 하늘에 날며, 높이 단 등 아래로는 법의와 정복을 갖춰 입은 여우 무리가 춤을 추며 행진한다. 머리 아홉 달린 남자와 어울려 시시덕거리는 소녀의 팔에는 번들거리는 눈알이 빼곡히 박혀 있고, 불안스레 주변을 살피던 네코바야시의 앞으로 두 발로 선 고양이가 지옥의 화차火車를 끌며 쏜살같이 길을 달려 지나갔다. 온 사방이 넋 빠질 것만 같은 북새통이었다. 갖가지 괴물과 요귀妖鬼 마구잡이로 뒤섞인 잡란한 풍경에 절로 눈살이 찌푸러든다. 그러잖아도 신으로서 탐탁잖은 자리인 판에 시끄럽기까지 하니 신경이 더더욱 거슬린다. 때마침 네코바야시와 눈 마주친 요괴에게 잡아먹을 듯 눈 부라린 것은 그래서다. 그러나 구태여 축제판에서 싸움을 벌이고 싶지는 않았는지, 커다란 요괴는 고개를 돌리며 제 가던 길로 사라졌다. 거구 하나 사라졌음에도 북적이는 틈바구니 트이는 일은 없었을 테다. 정신없이 걷고 날고 기고 스며드는 요괴들의 사이로 길을 찾던 무신이 곁에서 들린 말에 고개를 돌렸다.
"값없는 소리를 하는군. 어차피 사람 아니기론 매일반인 내게 그리 물어 무엇하느냐."
돌아보는 시선은 언제나와 같았다. 같은 가게에서 일하며 늘 보았을, 모든 것을 오시하는 무신경한 눈길. 그러나 이 이면의 세상과 일상으로의 연결점이 되어 주었던 형상마저도 이내 무너지고 만다. 푸른 홍채가 이지러진다. 단 둘로써 한 쌍이어야 '올바를' 눈이 곤충의 겹눈처럼 갈라진다. 이 역시 이질이고 괴이니 신과 요괴를 가름하는 선은 결국 무용이라. 바글바글 모여 여덟 갈래가 된 눈동자 인간 아이를 향해 조용히 번뜩인다. 짧은 침음에 잠겼던 신은, 문득 생각나기라도 했다는 듯 예사스러운 태도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