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5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슬쩍 야견을 보았을 때. 그 표정이 꽤나 다양히 바뀌었다. 무언가를 답하려다 잊으려는 듯 가볍게 눈을 돌리는 것을 보며 중원은 웃음을 짓는다. 마음으로 두거나, 아직 마음에 머무르는 이가 있으나 그것을 인정하기는 싫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면 떠나기가 두려워지게 된다. 계속 눈이 쓰여서. 계속 마음이 담겨서 부표가 되려 하다가도 머무르게 되는 법이다. 부표처럼 떠돈다 한들 영원토록 부표가 떠다닐까. 갑작스런 충돌에 떨어지기도 하고 항구 어귀에 떨어지는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야견은 그것을 느끼지 못했을 뿐. 이미 그는 어딘가 머무르고자 할지도 모르겠다. 단지 인정보다는 고집을 피우는 게 그답기도 했다.
"그래. 마음에 든 것이 소저일지 소협일진 모르겠으나. 어쩐지 천문을 보아하니 썩 좋지는 않아보이는군. 이 모용은 천문도 일절이거든."
그렇게 웃던 중원은 신령들을 물리며 야견의 말을 듣는다. 구름. 호재필의 일절이라는 흑운암수공을 배웠단 말로 들려 작은 감탄사를 삼키다가, 싸움에 미친 남궁이라는 말에 익숙히 지원을 떠올렸다. 이녀석. 친하기에 싸움을 거는줄 알았더만 여기저기 난동을 부리는 모양이다. 파마전율이 아니라 전울戰鬱이라 불러야지 않을까 싶다.
"물은 머물지 않는다. 흐르고 늘고 줄며 그 균형을 유지하지. 땅에 머무른 물은 하늘로 가며, 하늘에 닿은 물이 차면 땅으로 떨어진다. 구름이란 곧 하늘에 옮긴 물이고 비란 땅에 전해지는 하늘의 물이다. 이것이 구름의 이해라고 할 수 있다."
중원은 요하의 일부에 손을 뻗는다. 강의 일부가 안개가 되고, 그중 찬 물의 일부는 하늘로 향하고, 곧 검게 변한 구름이 물을 쏟아내고, 다시 구름은 흩어져 안개가 된다.
분운선술
"구름을 이해한다면 썩 어렵지는 않은 일이지. 자. 이 구름을 만질 수 있게 해줄테니. 그대의 번개를 깃들여 이해시켜보게."
신비로운 안개를 조잡히 뭉친 중원은 야견의 앞에 작은 뭉게구름을 만들고 그것에 실체를 부여했다. 만약 야견이 만져보려 한다면 적당히 물렁한 감촉이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포위에 둘러쌓이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지. 전방향을 공격할 수 있는 무공이 있거나,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없다면 악수이다. 막리현이 뛰어내리며 검을 휘두르고 가장 보호받던, 우두머리 역할을 하던 괴뢰와 그 호위까지 베어진다. 고지에서 떨어지는 힘까지 검에 담았기에 가능한 수였겠지.
중원은 수없이 안개를 불러들이던 중. 갑작스럽게 등장한 신령의 말에 손을 뻗었다. 조금만 더 감각을 찾으면 무언가 깨달을락 말락한 감각이 들었던 것이다.
- 바깥에 농민들이 종말이 왔다며 혼란에 빠져있습니다요. "... 아."
급히 안개를 거둬드리고 쓴 미소를 짓던 중원은 호수의 표면을 무언가가 두드리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린다. 한한백가 출신의 여아가 왜 요하에서 강물을 두드리고 있을까 싶긴 했지만. 이상함은 두고 중원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눈을 깜빡이고, 시아의 등 뒤로 시각을 두자.
“일 없수다. 나는 아직 화려한 혼자가 좋다고! 천문을 봐줄 거라면 평생 놀고 먹을 돈 되는 일거리나 찾아봐주쇼. 아니, 그런게 있다면 먼저 하고 있었겠지. 젠장.”
야견은 미소를 짓는 중원에게 툴툴거리며 답한다. 아아 복잡해라 인간의 심리.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는 손익을 재빠르게 계산하고, 순리에 따라 교활하게 이득을 얻어온 야견이었지만 자신의 감정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하 듯 했다.
“....흐르는 곳에 따라 형태를 바꾸는 물, 하늘로 머물러 구름이 된다라.”
야견은 입을 닫고 중원이 강물을 안개로 바꾸고, 이윽고 구름으로 바꾸는 것을 조용히 지켜본다. 손짓 하나, 변화 하나의 작은 순간마저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한 눈은 어느새 붉은 빛을 띄고 있었다. 이전까지의 거친 태도와는 달리 주의 깊은 모습. 작은 뭉게구름을 받은 뒤에는 그것에 손가락을 살포시 댄다. 신기한 감촉이군.
“...구름이 곧 하늘에 옮긴 물이라고 하였지요 소가주 나리. 그런데 이상하지. 땅에 머무르는 물은 천둥을 울리지도 않고, 벼락을 내리지도 않아. 거 참 신묘하단 말이지.”
야견은 바로 구름에 전격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구름을 이리저리 관찰한다. 구름에서 뻗어나가는 뇌전은 다른 곳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구름 안에서 발하는 것. 야견은 그 원리를 몸으로 익히고 싶은 모양이었다. 조용히 손아귀에 구름을 넣고 기를 발해 그 형태를 짐작하려 주물러보다 뭔가 감을 잡았는지 혼잣말한다.
“...서늘해. 얼음인가?”
야견은 조용히 그리 말한다. 작은 구름이라 하더라도 그 내부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한가로이 둥둥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구름에서, 비로, 비에서 얼음으로 천만변화하고 있었다. 낙뢰는 그 변화의 틈새에서 발하는 것일까.
꽤나 주의깊게, 진지하게 바라보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언제나 자신의 감정을, 표현을 장난스러운 것에 기인한다. 귀찮은 것은 쉽고 가벼운 것을 좋아하지만. 그렇기에 더없이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없어지는 것에 아쉬워한다. 그러니 나는 그가 흑천성의 중추가 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지금처럼 흘러가고, 지금처럼 돌아다니다가. 구름이 비를 내리고 하늘 위에서 흩어지듯이 그도 어딘가에 마음을 두고 묶을 운명을 가졌다. 그러니 지금은 그 성정을 지켜보자. 언제라도 그는 나에게 가르침을 청하며, 또 어느 순간에는 고민을 말할 것이다. 인간인 모용중원은 그와 적이나, 신선인 모용중원은 그저 그의 기연일 뿐이니까. 그러니 지금은 아는 것을 알려주자. 그는 그것을 바랄테니.
"땅에 머무는 물은 음陰의 성질을 띄지. 또한 서로가 서로를 밀어 양의 움직임을 따라 끝없이 떠나갈세. 그 두가지가 이루어지니 땅의 물은 양을 분출할 일이 없네. 단지 이따금 넘치는 음에 의해 그 물이 날뛸 뿐. 물론 그것도 이들은 해난海難이나 수난水難으로 부르지."
중원은 천천히 안개를 구름으로, 또 비구름으로 만들어낸다. 그것이 한참을 굳자 곧 희던 구름은 검게, 더 검게 변해가는 것이다.
"그러나 하늘에는 거대한 양陽이 하나가 있지. 그 끝을 알 수 없는. 태초의 반고의 두 눈. 태양과 달은 그 자체로도 강한 양陽이며 또한 음陰이라네. 낮에는 해가 강대한 양기를 흩뿌리니. 음의 성질을 지니던 구름은 천천히 음과 양이 합쳐지고. 그것이 모여들기 시작하다 보면 과한 양기를 집어삼킨 구름은 곧..."
쿠르릉!!! 하고 손을 크게 벌리며, 중원은 과장스럽게 번개가 치는 연기를 했다.
"음과 양의 조화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리지. 그 터짐의 흔적이 바로 그대가 궁금해하던 번개이지."
구름을 뭉쳐 그것에 앉고, 중원은 윤스르 미소를 지었다.
"재밌지 않은가? 호재필의 일절이라는 비격사일태, 흑천성의 일절이라는 흑운암수공. 모두 양의 성질을 극대화한 무공이지 않은가. 이런 부분을 이해하고 무공을 보면 그만큼 재미난 것도 없는 법이라네."
야견은 구름이 먹구름으로 변화하는 순간을 주의깊게 살펴보며 나뭇가지로 땅에 이런 저런 글자들을 썼다가 지웠다를 반복한다. 지금껏 야견이 익힌 무공은 신체의 움직임과 기를 바탕으로 하는 무공. 천기를 재현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으니 아직은 생소할 다름이다. 물론 무공의 원리를 모르더라도 사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걸 위해 풀어쓴 비급이 있으니. 그러나 그 원리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계속해서 땅애 무언가를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는 야견.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겠지만 어린시절 배운 서생으로서의 교육 탓에 남은 버릇이리라.
“이론으로는 대강 이해했수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실행인데.”
야견은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고 기를 운용해 주변에 구름을 쌓아올린다. 그러나 단순히 주변에 구름을 펼쳐놓는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그 형태가 분명하다. 마치 산과 같이 높고, 둥글게 하늘을 찌르도록. 중원이 가르쳐준 바를 따르자면 흑운을 제대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음기와 양기의 충돌이 원활히 이루어지는 형태여야 한다. 아래와 위의 충돌이 크면 클수록 좋다. 태양에 닿을 수 있을 만큼 높고, 땅에 닿을 수 있을 만큼 길게. 이른바 적란운의 형태. 그리고 손가락을 튕기자 산과 같은 구름에서 낙뢰가 사방으로 뻗는다. 과연 이런 감각인가.
“부려먹은 노동력의 값으로는 귀한 가르침을 받았구만. 고맙수다.”
야견은 그렇게 말하며 구름을 물리고, 구름에 앉아 유유자적하는 중원에게 포권을 올린다. 무도 얻어먹고, 가르침도 얻었으니 일한 보수는 충분히 받고 빛까지 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