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제. 특이한 규칙이 덧붙어 놀이에 가까운 형식이 되었다 해도 근간은 서로의 무도를 겨루고 승패를 나누는 행사다. 그런 분위기에 더불어 체육제를 준비한다며 이리저리 뛰고 활 드는 학생들의 머릿수가 잔뜩이니, 제아무리 인간에게 무관심한 무신이라 해도 제 격 드높이는 행동에 흐뭇한 기분 들지 않을 수가 없다. 평소와는 달리 어린 인간들 노는 자리에 직접 찾아가게 된 것도 모두 그 탓이다. 그렇다 해도 무신이 되어서는 학생들 사이에 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멀찍이서 구경하기밖에 안 하고 있지만. 이유야 간단했다. 대련의 신성함을 아는 신으로서 승부에 나서는 이상 상대가 유아라 할지라도 전력으로 임한다지만, 그렇다 해서 무신이 어린애와 싸우길 즐길 정도로 되먹지 못한 신은 아니었던 탓이다. 하여 신께서 궁도장까지 찾아와 하는 짓이란 구슬땀 흘려가며 시위 당기는 인간 아이들 구경하기 뿐.
반쯤 느른함에 빠져 게슴츠레 뜬 눈으로도 시선만은 쏘아지는 살을 정확하게 쫓는다. 지금 주시하는 상대는, 현대의 인간치곤 제법 잘 단련된 체격의 남학생. 이곳 인간들 중에서는 눈에 띄는 몸도 눈에 띄기는 했지만 바람결에 실리는 물냄새 낯설지 않기도 했다. 활 들고 선 자세하며 시위 당기는 힘 썩 훌륭하긴 하나…….
"어이."
무신의 성에 차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리라. 그런 인간이라면 진작에 살아 있는 군신軍神이라 추앙받고도 남았을 테니.
퉁명스러운 투로 툭 던지더니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말보다도 손가락부터 들고 상대방 대뜸 가리키면서.
>>727 나도 편의점 갔다가 우연히 근처에 있는 치킨집에서 봤는데... 뭔가 흥미가 생기더라고. 그래서 먹어봤지! 맛 되게 깔끔해! 다만...제로라서 역시 달달함은 좀 덜해서 달달한 양념치킨 좋아하는 이들은 좀 별로일지도 모르겠다 싶더라. 한번쯤 먹어볼 일들은 먹어봐도 좋을 것 같아.
활의 시위를 장기간 당기는 것은 팔에 상당한 부하를 주는 행동이다. 팔에 아령을 묶고 다도를 하는것도 좋은 특훈이 되었지만 결국 그 따르는 자세가 고정되어 있기에 팔의 근육을 골고루 혹사시키는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요즈음 체육제때문에 여러 사람이 연습하고 있는, 화살쏘기를 특훈하기 위해 궁도장을 찾았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있구나! 평소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특훈을 한다면 모두가 힘낼 수 있을텐데!"
그런 말을 진심을 담아 중얼거리며 자신도 한 자리를 꿰어차, 궁도를 연습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리 대부분의 행동을 특훈하는 그라고 하여도 궁도는 그리 익숙하지 않았다. 본래는 궁도부 사람들이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어 아무리 그래도 정기적으로 찾아오지 않는 그가 자리를 차지 할 수는 없었으니.
"?"
갑자기 근처에서 자신을 부르는 그 소리를 뒤를 돌아보지 않고 느꼈다. 이렇게 집중해야하는 때에 말을 걸다니! 이게 무슨 일인지!
"이렇게 하면 되는건가?"
어깨한쪽. 안그래도 힘을 주느라 어색했던 장소가 어깨였다. 낮은 어깨 한쪽때문에 밸런스가 맞지 않다는 소리겠지. 그렇다면 다른 한쪽의 어깨를 낮추는건 어떨까.
이렇게 해서 내 팔근육에는 더 많은 힘이 필요하겠지!
"끄어어억!!"
고통을 어떻게든 비명으로 억누르며 버티고, 화살을 한번 쏘아냈다. 쏘아진 화살은 근력으로 인해 제법 엄청난 박력으로 과녁으로 날아갔지만, 맞은곳은 거의 최하점에 가까운 장소였다.
보통은 다른 어깨까지 힘 줘서 낮추는 게 아니라 낮은 쪽을 높여서 자세를 고치지 않나……? 누구보다도 상식에서 거리가 먼 무신이 저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했다. 골고루 낮아서 아슬아슬하던 균형 완전히 무너진 자세 하며, 힘만 잔뜩 주어 쏘아낸 화살이라니. 무신의 심미에는 이보다 더 끔찍한 일 없으리라. 아니나다를까 남학생이 화살 쏘아낸 직후 신은 말문을 잃고 차마 형언키 힘든 오묘한 표정으로 과녁을 바라보았다.
"……참혹하도다."
잔혹한 짓거리 즐기며 일삼았던 무신마저도 참혹을 입에 올리는 상황. 경악하던 때도 잠시, 무신이 돌연 성큼성큼 보폭을 넓혀 인간 남아에게로 빠르게 다가들었다. 지척에 다다라서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리 쏠 것이라면 내놓아라. "
그리고 돌연 손 뻗어서 커다란 활과 화살 우악스레 빼앗으려 들었다. 그렇게 쏠 거면 활 압수다!
무신의 인형人形 겉으로 보기에도 여학생 중에선 꽤나 탄탄하고 체격 좋긴 했으나,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테츠오의 팔 붙잡고 관절 꺾으려 드는 힘 기이할 정도로 억셌으리라. 마치 종이 다른 짐승과 맞붙은 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