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 | 새하얀 백발, 연분홍빛 눈동자, 중등부임에도 170cm의 큰 키. 가지런한 치아와 단정한 이목구비. 귀엽고 온화한 인상인데, 실상은...?
성격 | 매지컬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장난꾸러기! 친구들의 꼬리를 덥썩 만진다던지, 엉뚱하면서도 그럴듯한 질문을 하며 친구들의 머리를 아프게 만든다던지, 밤중에 특제 코스튬을 제작하여 귀신으로 분장해 친구들을 놀래킨다던지, 소리 없이 살금살금 다가가 꽉 껴안는다던지, 핸드폰 플래시를 켜 놀래킨다던지... 그러면서도 밝은 커뮤니케이션과 높은 친화력으로 언제나 사랑받는 사랑둥이.
대기실에 발을 딛으면, 이 스테이지 뒤로 발을 내딛으면 그리운 향수가 떠오르곤 한다. 철없고 모자랐던 츠나센에서의 기억.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며 많이 민폐도 끼쳤지. 그래도, 돌이켜보면 정말 즐거운 날들이었어. 아마 평생 잊지 못할거야. 마사바의 꼬리를 덥썩 깨물기도 했었고, 매운 라면을 같이 먹고 무지개 반짝반짝이를 뱉기도 했었지... 초코도 교환했었고. 후후, 메이사와도 참 재밌는 일들을 벌였지. 나냐랑 사귀는걸로 놀려서 의자를 반으로 가르니까 어찌나 빠르게 도망가던지. 바다의 집에서, 그리고 별들이 보이는 산에서 싸우기도 했었고... 아아, 한번은 서로 방송실을 점거해서 부끄러운 일들을 전교에 퍼트리기도 했었지. 그러면서도 심심하다고 종종 불러서 놀기도 했었고. 사미다레를 조금 더 챙겨줬어야 했는데... 그래도 축제때는 재밌었지. 부끄러운 일들도 많이 겪었고.. 후후, 정말 즐거웠어. 더 많이 인형도 주고 했어야 했는데. 아쉽네. 원더양은 지금 호주도 개선문도 전부 제패했겠지? 히다이는 뭐하고 지내려나. 거의 50살 아냐? 우와~ 완전 할아버지잖아. 다음번에 연락이라도 해볼까...
"마마, 무슨 생각 해?"
"응? 아니야."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을까. 그러고보니, 마마에게도 다시 연락을 해야겠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보고싶네. 이제 내가 마마로 불리게 되다니, 시간 정말 빠르잖아. 나이도 많이 먹었구. 차분해진 밤색의 머리카락, 조금은 건조해진 피부. 근육도 많이 빠졌고... 조금 많이 어른이 된걸까. 괜히 손을 뻗어 로즈쨩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있잖아, 로즈쨩. 엄마가 사랑하는거 알지?"
"응!"
하아, 정말. 천사들을 셋이나 만났다니, 너무 행복한 삶이잖아. 씩 웃으면서 나냐와 나나코쨩의 대기실 문을 똑똑, 두드렸다.
분명, 이곳은 츠나센과는 다른 곳이다. 중앙 트레이너 센터 학원. 어릴 적에는, 이곳에 오는 것만으로도 꿈중의 꿈이였지. 하지만 디디는 장소는 달라도, 하고있는 일은 달라도, 처음 이곳에 발을 디뎠을때, 조금은 가슴이 미어져버린 것은 어쩔수 없던 일이리라. 그렇다 한들, 츠나지에서 있었던 3년간은, 절대 잊을 수 없으리라.
팀 동료였던 사미다레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토레나였던 코우씨나, 미즈호 언니... 전부, 잘 지내고 있으려나. 마사바 그녀석은 이제 만나면 꼬리콥터를 돌리지 않으려나. 아니, 그 녀석이라면 언제든 돌릴 것이다. 원더는... 응, 개선문 제패했다는 뉴스 이후로 간간히 근황에서 소식 비추고 있으니 할 말은 없고... 여튼.
하지만, 그 3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연은, 아직도 자신의 근처에 존재해 있다. 자신을 따라 트레이너 자격증을 따준, 자신과 결혼을 해서, 두 귀여운 아이를 입양하는 것을 허락해준... 내 첫사랑, 내 사랑.
"토-레-나!"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던 도중, 멍한것을 들켜버린 탓일까, 자신의 아이 중 하나인 나나코에게, 뒤를 끌어안겨버리고 만다.
"곧 있으면 저랑 로즈쨩의 데뷔전이라구요? 확실히 봐달라구요!"
그렇다. 오늘이 바로 그 데뷔전. 로즈는 중거리, 나나코는 마일을 뛸 것이다.
"물론, 볼끼라. 연습하는것도 계속 지키봤는디..."
"니히히, 그런 신임은 좋지만, 더 확실히 지켜봐달라구요? 제 마술을!"
"옹야 옹야. 말 안해도 단디 지켜볼끼라."
등을 툭툭, 두들겨주는 그녀의 키는, 자신의 아이들보다 작았다. 언젠가는 이 아이들도 자신의 등짝이 작음을 알게 되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버팀목이, 기둥이, 그늘이 되어줄 때. 청춘이였을 때를 되새기면서, 방긋 웃어보인다. 지금 긴장이 적당히 잡혀있는 것 같으니, 더 건드릴 필요는 없겠지...
그러다, 문이 두들겨지는 소리에 관심이 절로 돌아간다. 그리고 이윽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웃음이 절로 난다. 자신있는 웃음에서, 조금 부드러운 웃음으로.
"모카땅이랑, 나나코가 왔구마는."
방학때도 본 이들이지만, 역시 볼때마다 미소가 나는 것은, 10년이 훌쩍 넘게 지났음에도 아직도 자신의 콩깍지가 빠지지 않은 증거이리라.
그래, 중앙 트레이너 센터 학원에 마침내 나냐와 발을 딛었을때에는 정말... 신기한 기분이었지. 트레이너가 되는건,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으니까. 달리고, 또 달려서- 마침내 최고의 우마무스메. 일본 제일을 뛰어넘어 “천하 제일” 의 칭호를 손에 넣고 싶었다. 가장 강한 우마무스메라니, 엄청 멋지잖아? 그리고... 우마돌로써도, 가장 아름답고, 반짝거리는, 그런 우마무스메가 되고 싶었어. 길을 걷기도 어려울 정도로 인파들이 몰려들고, 수많은 사람들이 내게 인사를 건네오고, 촬영과 싸인을 받으러 오고... 모두가 내 이름, 유키무라 모모카를 연호하는 그런 꿈을 꾸었지. 그러다 절망하기도 했어. 그러니까, 더더욱 트레이너가 되는 건 상상할수도 없었던거야. 질투심을 느껴버렸거든, 그 아이들한테... 소중한 친구들에게 거리를 두고, 다가오는 친구들을 매몰차게 거절하며, 나를 이기는 그 아이들을 진심으로 미워했어. 그러니까 내가 어떻게 트레이너가 된다는 꿈을 꿀 수 있겠어. 그런데, 그런 나를... 네가 바꿔준거야. 만난지 벌써 20년 가까이 흘렀지만, 응. 아직도 매 순간 네게 새로이 반해버려. 아아, 조금 말이 길었네... 중앙 트레센, 그리고 이 무대의 백스테이지에까지. 아직도 기억이 나. 얼마나 설렜던가. 나 자신도 이곳의 일부가 된다는, 그런 경험에...
”나냐, 나나코쨩, 그리고 로즈쨩까지. 우리 천사들 다 모였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철 없는 소녀처럼 배시시, 웃으면서, 두 팔을 활짝 벌렸다. 그러자 나나코와 로즈쨩이 달려와 안겼지.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나냐를 살며시 바라봐. 왜 달려와서 너도 안아주지 않느냐고, 장난스럽게 칭얼거리듯. 키득거리면서는, 아이들의 등을 팡팡 두드려주었다.
”너무 긴장할 필요도 없어~ 나나코랑 로즈쨩은 엄청난 천재니까. 마마가 현역 시절일때의 이야기는 들었지? 무시무시하게 강했다구, 나냐쨩은.“
빤히 쳐다보는 시선들이 이어지고.
”그리고. 특히 나도 굉장히 강했다구? 츠나지 최속의 고등어, 마사바쨩과 비견해도 꿀리지 않는 수준...(*마주의 개인적 의견입니다)“
”나나코랑 로즈쨩은, 그런 우리를 뛰어넘는 초 천재니까. 하던대로 침착하게 뛰기만 하면 돼. 분명 이길수 있을거야. 그리고...“
아이들을 다시금 꼬옥, 안아주면서.
”일착이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진심이 담긴 한마디를, 상냥하게 귓가에 속삭여주었다. 뭐, 분위기를 이상하게 끌고 가는것도 좀 그러니까, 다시 장난스럽게 한 마디를 얹었지만.
”그래도 분명 우리 로즈쨩이라면 레코드 타임 정도는 순식간에 갱신해버리겠지~ 어쩌면 나나코보다 빠를지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도록 하자. 트레이너라는 직업이 언그레이 데이즈라는 우마무스메에게 있어서 대안책에서 시작한 것은 부정할 수 없으리라. 병약한 어린 시절, 좌절을 겪으면서도 그럼에도 그 반짝임을 보고 싶어 생각한 것이 이 트레이너라는 직업에 대한 갈망의 시작이였으니까. 우마무스메로 태어난 이상, 당연한 결과다. 달리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 달리기에서 가장 빠른 우마무스메가 되고 싶어하는 것은. 그것 만으로도 이미 너무나도 달콤한 과실인데, 유명세와 동경, 그리고 상금까지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어린 우마무스메들에게는 꿈이 될 것인가. 하지만, 어릴적의 언그레이 데이즈는 좋게도 나쁘게도, 머리가 나쁘지 않았다. 자신이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을 안 처음에는 울기도 했고, 더이상 목표가 사라져 방황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에게까지 반항을 하기도 했었지.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과거의 일이다. 그렇게 되지 못한들, 자신이 뛸 수 없다고 해서, 이 마음의 공백이 절대로 완벽히 찰 수 없다는 것을 안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그것이야 이미 알고 있는 일. 자신으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자신의 아이들에게 디딤판이 되어주는 것, 그것은 달라진 적이 없다.
그리고... 분에 넘치도록 츠나센에서 성과를 이루지 않았는가. 자신이 이루어 낸 것이 기적에 기적을 거듭한, 신데렐라 같은 결과라고 언그레이 데이즈는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렇기에 언그레이 데이즈는 그에 대한 불평은 없었다. 오히려, 그 인연이 아직도 이어져 온 것에 대한 감사밖에 들지 않고 있지. 그렇기에, 일어나서 걸어 들어와 꼬옥, 하고, 당신 셋을 상냥하게 안아온다.
"내꺼정 와락 허고 달려들므는 모카땅 넘어질수도 있지 안하나."
토닥, 토닥하고 셋을 도닥이는 언그레이 데이즈는, 이미 어엿한 어른이 된지 오래였다. 물론 외견상으로는 중학생으로 오해 받을 때도 있기는 하지만.
"야야, 치아라... 중앙 들어온 아그들헌티 지방 이야기 꺼내도 뻔디기 앞에서 주름잡는 그 빼이 더 되나..."
한손을 살래살래 저으면서 부정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얼굴이 살짝 상기되는 것은 역시 언그레이 데이즈가 그렇게 외향적이지 않은 성격인 탓이리라.
"글고 유키무라도 그 원더와 경쟁한 강한 우마무스메 아이가... 참내. 마사바랑은 마구로때 한번 붙어본 기고..."
그렇다고 한들, 지방 이야기라 해도 그 곳에서 개선문 우승자가 나왔던 탓에 이름 밸류가 너무 높아진 것은 부정 못하리라. 물론 그와 직접 싸워온 것은 유키무라쪽이겠지만. 그러다, 당신이 이어오는 말에, 픽 웃어본다.
"... 그려. 우리 로즈랑, 우리 나나코... 잘 해낼수 있을끼이... 긴장허지 말고, 원껏 달리그라. 연습한대로, 알었제?"
정말, 기특한 아이들이다. 정말, 곱게 자라와준 아이들이다. 물론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 한들 이 말에 변하는 것은 없었을 테지만... 자신의 아이라는 것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은 것은 어쩔 수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