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군, 전투 준비 첫 정기고사를 대비해 일상, 로그, 독백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 전군, 학운 참배 아야카미 신사에 참배합시다! 그러면 조오금은 운이 좋아질지도? 아닐지도…? ※ 전군, 진격!!! ( situplay>1597032992>576 ) 1월 27일부터 1월 28일 23시까지 D-Day를 맞이해 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부디, 무운을.
"그래도 기특하네, 백만 년도 더 된 빚을 생각해서 여기까지 걸음해주다니. 요즘 것들은 은혜를 입혀도 은혜인 줄도 모르고, 영 버릇이 없단 말이야─"
그렇게 비극에는 영 관심이 없다는 양 말은 했지만서도.
기만을 염오하는 기만의 신이라. 그것은 안됐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말끝을 끌면서 살며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커튼이 쳐진 창문. 그 틈새로 쏟아져 닿는 햇빛. 책상 위로 아른아른 흔들리는 촌촌이 흩어진 창문빛을 내려다보면서 나는 그 무늬에서 큰 신オオカミ의 흔적을 읽어낼 수밖에 없었다. 아니, 큰 신大神만도 아닌가. 만물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다 끝내는 전부 쇠락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이치일진대, 하필 그것들 중 하나를 잊지 못할 정도로 깊숙이 마음 속에 안아버린 모양이구나. 그것을 안됐다 외에 무엇이라 표현할 수 있겠는가. 신위가 끝없이 높아 다른 것들은 눈에 담아보려고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는 신, 끝내는 흥망성쇠에 질려버려 제 신격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도 마음 속에 오래 담아보지 않은 신이 비극적인 이야기를 듣고 품을 수 있는 생각은 딱 그 정도에 그쳤다.
"...도쿠가와가 무너지려 할 때 쯤이었나, 낯선 감을 느꼈거든. 어딘지 늑대의 포효 같기도 했고, 여자의 비명 같기도 했어."
그러나 그리 관심두지는 않았다. 다른 것을 지켜보느라 여념이 없었던지라.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큰 신オオカミ이 떨어지는 것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기에.
"그 늑대オオカミ가 당신에게 그다지도 애틋했던가요."
"죽여도 죽여도 성에 차지 않아 한낱 학교에마저 앙심을 품고 복수를 천명하게 될 정도로."
"아니면 무엇이든 전부 빼앗겨버린 당신 자신이 그저 안쓰러워 견딜 수 없었을 뿐인가요?"
─. 숨겨진 이름을 태연하게 발음하고는 어떻냐는 양 시선을 들어 마주보았다. 짧고 덧없는 봄날 밤의 꿈春の夜の夢을 굽이굽이 겹쳐 두른─ 이제 돌이키는 것은 불능에 가까워진 독에 썩어가는 여신을.
의심 차 되물으려던 찰나, 돌아본 얼굴에 타인임을 납득했다. 인상이나 낯빛은 닮은 구석이 몇 있었으나 눈 색이 판이했다. 헤실 거리기나 하며 본질을 보기 좋게 숨기고 있다지만, 풍기는 기운에 빗대면 인간 아님은 요연한데. 애당초 이곳에 발을 들임이 기싸움 목적 또한 아니었으니, 구태여 짚고 넘어갈 필요는 없겠다.
"그러게. 실례했어."
단박에 교실에서 나갈 듯 등을 돌렸다가도, 곧 영문 모르게 옆자리를 차지했다. 번번이 뻔뻔한 얼굴이다. 우선 턱을 손에 괴고서 통통한 뺨을 가만히 주시했다. 무어라 운을 떼려던 중, 주머니에서 진동이 인다. 친구 추천으로 깔았던 대전 게임 알람이다. 휴대전화를 가로로 눕혀 쥐고서 몸을 돌려 몰두했다.
"쯧, 아깝다."
대짜로 뻗은 제 캐릭터를 보고 짧게 혀를 찼다. 개털 냄새가 나는 방향으로 다시금 허리를 틀어 마주 본다.
나는 퀭한 낯으로 중얼거렸다. 긴장해서 퀭하냐고, 전혀. 어째서 신이 인간들의 시험 때문에 긴장하여 퀭해야 하는가???????
"영어... 해방이다... 안녕이야 이제는... 히히... 이히히히힣..."
그것은 영어로부터 며칠을 호되게 당해서이다... 혹자는 안쓰러워 하면서, 혹자는 어이없어 하면서, 혹자는 즐거워하면서 불쌍한 학생일 뿐인 나를 질리지도 않고 영어로 두들겨팼다... 아니아니 이거 명백하게 이지메라고 생각하니까?????? 솔직히 등교하자마자 빵긋 웃으면서 좋은 아침 아쨩 단어는 몇 개 외웠어? 라고 한다거나, 점심시간에 쭈그려서 밥을 먹으려는데 아쨩 단어는??? 고개를 불쑥 내민다거나, 저녁에 돌아가려는데 아쨩 단어는????? 문법은????? 독해는?????? 하면서 몇 명이나 합세해서 도서관으로 끌고 가는 거 인권침해니까 말이야?????????
"정기고사 대비라고 했으니까... 정기고사만 지나면 이제 그럴 일은 없는 거지. 후히히히히... 혹시 나 천재...??"
다크서클 내려앉은 낯으로 음침하게 웃으면서 해방을 바라본 나는 앞으로 나붙을 성적표와 앞으로 또 있을 시험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골골거리는 인간의 몸으로 퀭해져서까지 보는 시험이 어떤 결과를 나한테 선사할지까지도...
착각은 하지말라는 듯 비꼬는 말을 덧붙여 준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어차피 개차반인 내 삶이, 차라리 처우가 나아진 점에서 빚이라 생각할 뿐이다. 지금이야 폐급의 골방 늙은이 신세라지만, 전성기의 그를 생각한다면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이었으니까. 늙은 구렁이라 묘사할 수 있는 늙은이는 그런 법이다.
"기껏해야 마타라에게 멸해진 토코요에 불과할텐데. 그 버러지같은 꽃의 신은 교세를 늘린답시고, 그 근방의 토착신을 몰아내는 더러운 짓을 작당했으니까."
거기다 뒷배로 그 근방의 신들 까지 잘 구슬려먹은 모양이다. 그래서 모조리 죽였지. 신사고, 그걸 받드는 신자들도 모조리 하룻밤의 업화속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서로를 이간질하니 작당을 했던것 치고는 너무나도 오합지졸이라서.
겨우 이런것에 나는 소중한 것을 잃었는가라며 허무함만 남았다.
"세상엔 더러운 것만 있지않다는 걸 알려준 아이를 하룻밤에 잃어버렸는데. 멀쩡한 것이 있을까."
갈곳 없는 증오만이 하루하루를 괴롭게 살아가게 한다면, 칼날을 이 세상으로 돌릴 수 밖에는 없잖아. 그래야 누군가는 죽여줄테니까. 이 즐겁지 않은 신의 삶이라는 것을.
"영감이 관여되었다면 나는 영감도 죽였어. 단지 그런이야기야."
이미 손에 수많은 시산혈해의 증거들이 남아있는데, 이 한몸을 악으로 물들여 끝을 맞이한다. 내가 아닌 다른 것들이 내가 원했던걸 가지고 있는게 몹시나도 가증스러우니까.
노기보다는 혈기에 가까운 열의였다. 비록 도발로 기인했을지라도 마침내 학생의 의무 따라 볼까 마음 먹은 찰나, 미처 생각지 않았던 난점이 닥쳤다. ……그러게 말이다. 수업 같은 건 전혀 듣지도 않아서 교육 과정에 무슨 과목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신은 지독하게도 거만한 신이었지만 그렇단들 패배나 실패를 용납하지 못하는 성정은 또 아니라. 거짓으로 당당한 체는 차마 하지 못해서 묵묵부답이다.
"……."
……그래도 속세 공부 아닌 것이라면 열심히 했던 시절 있다. 범어나 진언 외고 쓰는 법 따위는 잘 아는데. 젠장, 왜 요즘은 진언을 무용 취급하는 거지? 잠깐 인정을 하나 싶다가도 돌연 배알이 뒤틀려서 유치한 심보 다시금 고개를 드는 것이다. 무신이 짧게 코웃음 흘렸다.
"고작해야 산을 옮기는 수준이라면 외려 해 봄직하구나. "
반절 허설 공담에 가까운 만용, 그러나 나머지 반절론 제법 자신 가득한 호언이다. 잠시 말문 막힌 게 언제였냐는 듯 무신은 그새 의기가 재차 당당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