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생각났다. 나는 하오리의 소매를 펼쳐 속에 들어 있던 야타테(矢立)를 끄집어 들고, 심혈을 기울여서 공책 한 장을 찢은 다음에 휘갈겨 쓰기 시작했다.
내가 田土라는 묘오지를 대고 다니던 시절 어느 겨울에 오와리의 한 절에서 묵는데, 시주할 돈이 없어 이야기로 공양을 대신했던 일이 있다. 그때 꽤 웃겼던 이야기가 하도 오래되어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다가 방금 모처럼 떠오른 김에 잊어버리지 않도록 적어 둔다.
평소처럼 빵빵 터뜨리던 와중 어느덧 연목이 『시바하마』에 이르렀는데, 이를 어쩌나? 돈더미를 줍는 장면에서 그만 모조리 내용을 까먹어 버렸다. 카나다 린페이에게 배운 이야기들은 어째 늘 까먹기가 쉽다. 카나다 린페이도 어디서 주워들은 산다이바나시를 가지고 떠벌거리던 것이라 이야기의 곡절이 흐릿했었는데 낭패다.
이제 와서 『토키우동』 따위로 비틀어 버릴 수도 없고(돈이 그만큼 있으면 고작 우동 한 그릇 사 먹는데 주인장을 속여 넘기는 쪼잔한 짓 따위 안 할 테니까), 『시니가미』도 역시 무리고(죽으려고 들지 않을 테니까), 모처럼 중들을 불러 모았더니 눈을 반짝이며 기대하고 있고. 나는 될 대로 돼라 하고선 아무 말이나 막 뱉기 시작했다.
「(상략) ... 그런 큰 돈을 주웠으니, 이제 마음껏 놀고 먹어야지요. 이 어부가, (이길 勝이니까 그래 분명,) 勝라고 합시다. 쇼오 이 사람이 술집으로 달려가...」 「잠깐, 타츠치 님. 시바하마의 주인공 이름은 勝 아니던지요?」 「에라이, 내 이름은 타츠치가 아니라 田土란 말이다!」 「이런, 대단히 실례했습니다.」 「하여간, 쯧. 그래서 마사루가, 잔뜩 마시고 얼큰하게 취해서 집에 들어왔죠. 그랬더니 사신이, 사신이랜다, 마누라가 한 마디 하는 겁니다. 어디서 돈이 나서 그렇게 마시고 왔어요? 마사루가 말했죠. 친척이 물에 빠져 죽어서, 그, 물려받았다. 어느 친척? 있어, 이 여자야! 수한무,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그게 아니라 주웠다겠죠.」 「거 참,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그러자마자 마사루는 곯아떨어졌어요.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 이게 뭐야, 지갑이 없는 겁니다!」 「오호라.」 「이렇게 되니 마사루가 생각합니다. 빌어먹을, 인생 펴나 싶더니만 온통 하룻밤 꿈이로구나. 도로 알거지가 되었으니, 성실하게 마음 고쳐먹고, 의사가 되어서...」 「스승, 자꾸만 『시니가미』로 빠지고 있어요! 성실하게 생선을 팔아서 부자가 되어야죠!」 「알아, 젠장!」
이쯤 되니 중들이 온통 「이거 돌팔이 아니야?」 하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튼 열심히 노력해서, 그, 부자가 됐죠. 부자가. 부자가 됐는데, 뭐냐, 갑자기 마누라가 말하는 겁니다. 여보. 왜? 콜록, 콜록! 이제 내가 죽을 때가 됐으니, 재혼할 여자를 알아보도록 하세요...」 「자기가 돈을 숨겼다고 해야지.」 「숨긴 게 아니고 관아에 가져다줬을 걸요.」 「아, 알겠다! 『오스와동』이렷다?」 「다들 조─용! 스님들이 나보다 라쿠고를 잘 아시는 모양인데, 아내가 죽어 가잖아! 피도 눈물도 없나?」 「우리는 진언종이라 처대하지 않습지요.」 「꽉 막힌 놈들! 마누라가 뭐라는지 잘 안 들리잖아. 귀 기울여 봐. (작게) 서방님, 전 이제 떠납니다, 그리고 돈을 숨겨서 미안했어요...」 이대로 가면 공연이 엉망진창으로 끝날 것이 뻔했다. 어디로 맞아야 덜 아플까 하고 고개를 숙이려던 찰나, 머릿속에서 이전에 들은 꼭지 하나가 떠올라서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사게를 한 가닥 덧붙였다. 「마사루는 어깨를 붙들고 말했지! 돈은? 그럼 돈은 어디에 뒀나? 아내가 손을,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저쪽을 가리키며 말했어. 밑에... 어디?」
「탁자의 그림자 밑에...」 아주 학식이 밝으신 스님 몇 명이 이 사게를 알아채고 눈을 둥그렇게 떴다. 라쿠고 지식을 자랑하던 스님들을 한바탕 가지고 논 게 되니 내가 생각해도 똑똑한 마무리였다. 「...이상으로 초대 타도 久田乃三 원조, 『편지무필(手紙無筆)』 아닌 『라쿠고무필』이올시다.」
그제서야 뿔난 좌중을 한바탕 웃길 수 있었다. 당초 잊어버리지 않도록 써 둔다고 했으나 이야기는 물과 같아서 천하를 돌고 돌아야 하는 법. 여기까지 쓴 다음 사토(里)를 멋지게 바꾸어 쓴 화압을 그려 넣고, 종이를 지그재그로 포개 접어서 부채를 만들었다. 교실의 창밖에는 꽃잎이 날리고 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꽃잎은 이마와 머리에 자꾸 붙어 대서 질색이다. 그러니 이 잡동사니도 누군가의 코에 달라붙도록 편지함에 내던져 버려야지.
>>84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편지 이벤 너무 재밋다.... 갈라테아를 안 만나봤을 때라면 ?뭐냐 이랬겠지만 갈라테아가 돌 먹는 걸 봣으니까... 그 요괴는 돌을 참 좋아하는군...←이러고 집에 가서 류지한테 어디 잘 치워놓으라고 던져요(진심전력 강속구 아닙니다 그냥 툭 던져주는 그런 던짐!!!!)
>>854 코코로주의 글은 언제 봐도 캐릭터 어필을 잘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해... 특히 일본 전통 공연문화 같은 거 잘 아는 것 같아서 신기하고 내용이 자꾸 사신으로 빠진다는 거 왜 이렇게 웃기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