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피리어드】 방학식의 연설에서 오즈 학원장, 아니, "쇼츠 어딕트"는, 학생들 앞에서 처음으로 모자를 벗었습니다. 단정한 버킷햇에 숨겨져 있는 귀가 처음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자신이 키워낸 최초의 로컬 3관 우마무스메에 대한 경의였을까요? 아니요, 사실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우마무스메와 트레이너들을 향한 감사의 표시였을 겁니다.
청춘의 텐션은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더 좋은 트레이너가 스카우트 어쩌고 하는 부분도 솔직히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해도 거절할 마음 가득이긴 하지만. 여기서 솔직하게 '아니 절대 싫은데?'했다간 저 사인한 종이가 갈기갈기 찢길 것 같았다. 그러니까 다소의 불만을 담긴 했어도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은 오케이. 허그도 오케이. 꼬리 허그는 상황 봐서. 어떤 상황을 본다는 걸까? 근데 볼 뽀뽀는..... 이거 절대 동의 못하겠는데? 왜? 왜애?! 왜 유우가는 되고 나는 안 되는 건데!? 치사하잖아! 차별이잖아! 유우가의 등을 두드리는 꼬리에 좀 더 힘이 실린다. 마치 채찍질이라도 하듯 찰싹찰싹 때리면서 불만에 찬 목소리를 높였다.
"뭐야 그게! 유우가는 되고 나는 안 된다니! 치사해 치사해!!" "유우가가 하면 나도 할 거니까!"
그치만 치사하잖아! ...그러고보니 무효가 되어버린 첫키스 때도 치사하다고 말했었는데. ....그거 여전히 무효인건가. 없던 일인 채로 그렇게 되는 걸까. 떠올리니 갑자기 시무룩해진다.
"——치사해. 내 첫키스는 없던 일로 해버리고, 볼 뽀뽀도 자기만 한다고 하고." "또 어린애 취급 하는 거지? 진짜 치사해!"
그대로 약하게(정말 약하게) 유우가의 팔에 머리를 꿍 박았다. 바보, 치사해, 양심도 없는 녀석. 그래도 좋아해.
악! 꼬리 잡혔어! 이번엔 잡아서 던지듯 치우는 게 아니라 단단히 잡혔다. 바보라고 연거푸 말하면서 몇 번 꼬리를 꿈지럭거리다 축 힘을 뺐다. 그래 뭐.. 나도 기세를 타서 너무 세게 때렸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맞을 짓이었어 알지? 그러다가 목에 팔이 둘러져서 고개를 들면, 유우가의 얼굴이 엄청나게 가까이 다가왔다. 이마와 이마가 맞닿아서, 나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가, 가깝다. 이러고 3분 버틸 수 있냐는 말이 들려와서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뭐어, 3분 정도야..
그보다 유우가 이마 조금 뜨거운 거 아냐? 그러고보니 감기라고 했던가... ...밖에 추운데 계속 있어도 되나? 더 얘기를 할 거면 어디 들어가서 하는 게.. 맞다 오늘 정월이니까 우미야도 다른 카페같은 곳들도 다 쉴텐데. 그럼 자연스럽게 선택지가 유우가네 집이랑 우리집으로 줄어들겠네(?). 28일 새벽에 갔을 때도 오세치 준비를 했던 것 같아 보이진 않았으니까... 우리집에서 같이 먹는 게 좋을지도.
뭐 그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림잡아도 3분은 훌쩍 넘겼을 시간이 지났다는 것이다. 흐흥~ 완전 껌인데~ 이렇게 쉬운 일인데~?
"—3분 지났지?"
그리고는 입꼬리를 올려서 히죽 웃어보였다.
"이-렇게 쉬운 것도 내가 못 할거라고 생각했던거야? 허접❤️ 한심해❤️" "...근데 유우가, 살짝 열 나는 것 같은데.... 계속 여기서 얘기해도 돼? 감기 더 심해지면 어떡하려고."
그것도 잠시, 곧 맞닿은 이마의 살짝 높은 온도가 마음에 걸려서. 결국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어버린다.
이마를 맞대고 가만히 있다보면, 아까의 긴장이 확 풀려서 노곤해진다. 3분이란 거 이렇게 짧았던가? 아닌가? 길었던가? 모르겠네 얼마나 지났는지... 메이사의 눈은 나와 맞춘 그대로지만 뭔가 다른 생각도 하고 있는 거 같고. 이마가 따끈따끈해서 기분 좋다. 우마무스메의 체온은 최고구나아... 아니 근데, 이걸 버티네. 나의 외모도 처지기 시작했구나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다보면 메이사가 히죽거리며 3분 오버를 고하는 것이다.
"엥? 벌써 3분이라고? 거짓말! 메이사 너 이기려고 아무렇게나 둘러댄 거 아냐?"
화들짝 놀라며 폰을 보면 우와 정말로 3분 아니 그보다 5분 지났잖아 그러면 그동안 계속 보고 있던 거야?! 참을성 굉장하구만! 늘 이렇게 참아달란 말이다!
"내가 졌네..."
그렇게, 떨어진 티어를 바라보듯 황망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그럼 이제 어쩌지. 그래도 이런 저런 기류가 생기는 건 싫은데... 나도 하다보면 자꾸 만만하게 본달까, 자꾸 터치를 조절을 못 하는데 생각하며, 그 생각에 걸맞게 메이사의 어깨에 푹 이마를 꼴아박고 만다. 나는 해도 되고 너는 하면 안 된다는 말이라는 거 정말로 내 본심이었던 모양이다. 나 쓰레기일지도...... 메이사 도망쳐...
긴장이 사라지자 부조 상태로 접어들기 시작하는 게 느껴진다. 나는 띵한 머리와 확 올라오기 시작하는 감기기운 때문에, 노란 머플러에 머리를 기대며
정확하게는 몰라도 아무튼 3분은 지났다. 컵라면에 물을 부었다면 지금쯤 퉁퉁 불은 면을 젓가락으로 저으면서 후회할 정도의 시간이란 말이다. 그리고 폰을 보고 확인한 유우가의 입에서 졌다는 말이 나와, 어쩐지 우쭐해졌다. 흐흥~ 내가 이겼다니까~ 그러다가 내 어깨에 푹 들어온 유우가의 머리에 살짝 당황. 아, 아와와... 하지만 싫지는 않아서. 등이라도 토닥여야하나 고민하던 그 때, 키스 빼고는 다 허용이란 말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후후후, 해냈다아~!
"진짜? 무르기 없기야. 헤헤..." ".....유우가, 괜찮아? 저기, 학교에선 진짜로 안 할테니까 너무 그러지 말고..."
조심스럽게 한 손을 들어 유우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키스 빼고 다 해도 된다고 했으니까 이것도 오케이겠지. 그보다 진짜로 괜찮은 건가? 슬슬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머플러 너머로 느껴지는 열기가 어쩐지 심상치않아서, 뭔가 직감적으로 말이지.
"감기 심해지면 안 되니까, 슬슬 돌아가자." "그래. 우리집에서 오세치랑 오조니 먹고 가. 어차피 집에 아무것도 없지? 마마랑 파파가 유우가도 같이 와서 먹으라고 많이 준비해놨으니까.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