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피리어드】 방학식의 연설에서 오즈 학원장, 아니, "쇼츠 어딕트"는, 학생들 앞에서 처음으로 모자를 벗었습니다. 단정한 버킷햇에 숨겨져 있는 귀가 처음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자신이 키워낸 최초의 로컬 3관 우마무스메에 대한 경의였을까요? 아니요, 사실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우마무스메와 트레이너들을 향한 감사의 표시였을 겁니다.
"...내 말은 말이야. '그냥' 잘 지내는 게 아니라. 친구들이 여소 시켜준다 하면 '응, 난 유우가 있으니까~' 이런 식으로 빼지 말고 재밌어 보이면 어울려본다던가. 청춘의 텐션을 굳이 피하지 말라는 거야. 더 좋은 트레이너가 널 스카우트 하겠다 그러면 정말로 커리어나 실적을 보고 너한테 득되는 판단 하고, 그런 거."
늘 말하지만 난 독점력이 없다. 그러니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 큰 욕심이 애초에 없는 사람인데, 내가 메이사 인생을 축낸다는 끔찍한 욕심까지 부리겠나. 내가 말하는 건 그런 의미다. 내가 네 인생에 장애물이 되지 않게 해달라는.
그야, 나부터가 달리기에 온 인생을 쏟아붓느라 사회 생활도 배우지 못했고, 알파벳 하나 읽지 못했으며 친구도 없었으니까. 내 모든 마음을 쏟았고 저당잡혔던 달리기가 사라지니까 완전히 절름발이 인생이었다. 받아주는 곳이라고는 누나의 양아치 친구들 정도였고, 그래서 나쁜 거만 배웠지. 메이사도 그렇게 되지는 않길 바란다.
알겠지, 하며 답변을 받아내려고 할 때 멍멍이마냥 올려다보며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아니, 잠깐만, 하나씩... 으악. 기세에 밀린다. 메이사, 스킨십 금지가 그렇게 기세를 불태울 만한 거야?! 아얏 아얏 그보다 아까 간지럽던 꼬리가 등을 팍팍 치고 있어 폭력 여친이냐고! 너 나 이러려고 만나!?
"손...은 오케이. 허그... 도 오케이. 꼬리 허그는, 음, 상황보고... 볼에다가는 쓰흡..."
하지만 메이사 귀엽고 우리 딸인데 볼 뽀뽀 정도는 하고 싶을 때가 있다고. 마구로 때는 추접하게 뽀뽀 세례까지 해주고 싶었... 지 않은데. 아무튼. 나는 턱을 문지르며 고민하다가 무심코 가공되지 않은 진심을 흘렸다.
청춘의 텐션은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더 좋은 트레이너가 스카우트 어쩌고 하는 부분도 솔직히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해도 거절할 마음 가득이긴 하지만. 여기서 솔직하게 '아니 절대 싫은데?'했다간 저 사인한 종이가 갈기갈기 찢길 것 같았다. 그러니까 다소의 불만을 담긴 했어도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은 오케이. 허그도 오케이. 꼬리 허그는 상황 봐서. 어떤 상황을 본다는 걸까? 근데 볼 뽀뽀는..... 이거 절대 동의 못하겠는데? 왜? 왜애?! 왜 유우가는 되고 나는 안 되는 건데!? 치사하잖아! 차별이잖아! 유우가의 등을 두드리는 꼬리에 좀 더 힘이 실린다. 마치 채찍질이라도 하듯 찰싹찰싹 때리면서 불만에 찬 목소리를 높였다.
"뭐야 그게! 유우가는 되고 나는 안 된다니! 치사해 치사해!!" "유우가가 하면 나도 할 거니까!"
그치만 치사하잖아! ...그러고보니 무효가 되어버린 첫키스 때도 치사하다고 말했었는데. ....그거 여전히 무효인건가. 없던 일인 채로 그렇게 되는 걸까. 떠올리니 갑자기 시무룩해진다.
"——치사해. 내 첫키스는 없던 일로 해버리고, 볼 뽀뽀도 자기만 한다고 하고." "또 어린애 취급 하는 거지? 진짜 치사해!"
그대로 약하게(정말 약하게) 유우가의 팔에 머리를 꿍 박았다. 바보, 치사해, 양심도 없는 녀석. 그래도 좋아해.
악! 꼬리 잡혔어! 이번엔 잡아서 던지듯 치우는 게 아니라 단단히 잡혔다. 바보라고 연거푸 말하면서 몇 번 꼬리를 꿈지럭거리다 축 힘을 뺐다. 그래 뭐.. 나도 기세를 타서 너무 세게 때렸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맞을 짓이었어 알지? 그러다가 목에 팔이 둘러져서 고개를 들면, 유우가의 얼굴이 엄청나게 가까이 다가왔다. 이마와 이마가 맞닿아서, 나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가, 가깝다. 이러고 3분 버틸 수 있냐는 말이 들려와서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뭐어, 3분 정도야..
그보다 유우가 이마 조금 뜨거운 거 아냐? 그러고보니 감기라고 했던가... ...밖에 추운데 계속 있어도 되나? 더 얘기를 할 거면 어디 들어가서 하는 게.. 맞다 오늘 정월이니까 우미야도 다른 카페같은 곳들도 다 쉴텐데. 그럼 자연스럽게 선택지가 유우가네 집이랑 우리집으로 줄어들겠네(?). 28일 새벽에 갔을 때도 오세치 준비를 했던 것 같아 보이진 않았으니까... 우리집에서 같이 먹는 게 좋을지도.
뭐 그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림잡아도 3분은 훌쩍 넘겼을 시간이 지났다는 것이다. 흐흥~ 완전 껌인데~ 이렇게 쉬운 일인데~?
"—3분 지났지?"
그리고는 입꼬리를 올려서 히죽 웃어보였다.
"이-렇게 쉬운 것도 내가 못 할거라고 생각했던거야? 허접❤️ 한심해❤️" "...근데 유우가, 살짝 열 나는 것 같은데.... 계속 여기서 얘기해도 돼? 감기 더 심해지면 어떡하려고."
그것도 잠시, 곧 맞닿은 이마의 살짝 높은 온도가 마음에 걸려서. 결국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