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도 이야기한 것 같지만, 츠나센의 학생과 트레이너들의 손에 들어가곤 하는 온천 여행권은 지역 사회의 협력품이다. 고로, 온천 여행을 떠난 이들은 전부 같은 료칸에서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
노천탕에 몸을 푹 담그고 차가운 겨울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싶어서 (왜, 만화나 소설에 그런 장면이 나오지 않는가. 소녀의 로망이라는 것이다.) 레이니는 조용히 온천 라운지로 향한 참이었다. 들고 있던 바구니를 마련된 락커에 넣고, 문을 거쳐 가벼운 발걸음으로 노천탕으로 향하면 그곳에는 자그마하고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익숙한 우마무스메가 선객으로 있는 것이다.
“어라, 메이사 양인가요.”
...? 미스터 히다이는 언제 어떻게 온천여행권을 얻은 건가... 아니면 마사바 양이 마구로 1착 보상을 판 건가? 레이니는 약간의 혼란에 빠진 채로 조심스럽게 탕에 몸을 담근다.
“아까 로비에서는 니시카타를 봤었는데, 이 료칸에 온 손님이 다 아는 사람이라니. 이래서야 여행 온 기분도 안 난다니까요.”
노천탕에 몸을 담근 채로 하늘을 쭉 올려다본다. 이용객을 위한 전등이 있어 조금 밝다는 점이 불만이지만, 이것조차 없다면 노천탕 이용이 어려울테니 이 정도는 감안하도록 해야지. 그리고 겨울에는 밝은 별이 많아서, 광해 수준이 아니라면 적당한 불빛 아래에서도 대표적인 별들은 볼 수 있으니까. 지금도 그래, 올려다본 하늘에는 일정하게 늘어서서 익숙한 별자리들을 그리는 말간 별들이 빛나고 있다. 천천히 눈으로 그 별과 별을 이어보며, 전세라도 낸 것처럼 혼자만 차지하고 있는 이 노천탕은 고요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런 적막을 깨는 소리에 귀가 쫑긋 서고, 소리가 들린 쪽을 돌아본다. 어라, 익숙한 사람이네.
"레이니?" "아하하- 그러네. 다들 같은 료칸이니까. 개별 여행이라기보단 뭔가 수학여행이라도 온 느낌이네."
적막을 깬 불청객은 아는 사람이어서, 그걸 확인하자마자 불청객에서 반가운 손님(?)으로 위치가 바뀐다. 살그머니 옆으로 조금 비켜서, 자리를 만들어준다. ...그렇게 좁은 탕도 아닌데도 어째선지 말이다. 그나저나 레이니 말대로, 온천 여행권을 쓴 사람들이 전부 이 료칸으로 모이다니. 이래서야 그냥 단체 여행이잖아. 수학여행이냐고.
약간의 히죽거리는 웃음과 함께 나온 말은 장난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진심이기도 했다. 아마 그건 레이니도 마찬가지 아닐까? 저쪽은 확실하게 사귀고 있는 사이니까. 앗, 생각하니까 난 조금 격침당할 것 같은 기분이.... 히죽거리는 웃음이 시들시들해지고, 조용히 몸을 낮춰 입가까지 탕에 담가버린다. 부글부글.
차라리 다른 방이 낫다니. 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우린 동지라고 생각했는데?!(?????) 레이니에게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덕분에 입가까지 담근다는걸 코까지 푹 담가버려서 다급하게 후다닥 급부상! 급히 숨을 내뱉고 들이쉬고 한 후에야 물어볼 수 있었다. 그, 그게 무슨 반응이지? 무슨 뜻이야?
"....우-아니, 시라기 트레이너랑 같은 방 쓰는 거 싫어? 뭐 그, 잠버릇이 안 좋다던가?"
왜, 왜지. 난 유우가랑 같은 방이라서 좋은데.... ....시라기 트레이너 의외로 같이 자기 힘든 타입인가? 코골이가 심한 건가. 아니면 이갈이? 아니면 잠버릇이 험한가? 아니면 아니면..... 뭐지?
헉 메이사 쭈 저 꼬꼬꼬 친구들 갑자기 여행가는거 생각낫어요 저애 망상속에서는 마사바가 야호~!!! 하면서 슈슈슉 뛰어다니고 은근 사미다레도 🤔 에~ 하면서 꽃 이라던지 먼가 귀여운거 구경하느라 뽈뽈뽈 움직일것같단말 이죠 메이메이쨔는 둘 사이에서 말리는 그런 역 할일가 요???
>>450 🤔 메이쨔는..... 안 말릴 것 같은데요..(?) 마-사바가 야호! 하면서 슈슈슉 뛰어다니면 헤에~ 하면서 스르륵 따라가고 사미다레가 에~ 하면서 귀여운거 구경하고 잇으면 옆에서 와 귀여워~ 하면서 같이 구경하고
예전에 말했던 적 있던거 같은데? 메이쨔는 대체로 상대에게 맞춰주는 여행을 하기 때문에 + 가장 좋은 계획은 무계획이다라는 신념이 있어서(???) 누굴 말리고 뭘 하면서 여행을 제어하는 타입은 아닐겁니다 확실히😌
다만 어딘가 예약해둔 상황이면(그리고 사미가 미처 못 챙긴 상황이면) 은근슬쩍 "얘들아 벌써 nn시야~ 우리 슬슬 움직여야 할 거 같은데~"하는 식으로 슬쩍 말 정도는 꺼낼지도..? 근데 애들이 엥 거기 그냥 가지 말자~ 하면 그래~ 그냥 여기서 더 있자~ 하고 말 것 같아요(????)
아무리 메이사・프로키온이 트레이너를 잡아먹어요 동지라고 해도, 다이고를 꿀꺽하고 잡아먹으려고 했다가 실패했어-! 쪽팔려서 같은 방 못 써!!!!! 라곤 레이니는 차마 말할 수 없다. 아니, 말은 해야 하지만, 직설적으로는 말할 수 없단 이야기다!!!!
“있지, 메이사양.” “트레이너랑 같은 방에서 함께 잘 준비를 하면서, 뭘 기대했어...?” “잘 자라는 인사를 주고받고, 사소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조용한 목소리로 나누다가 누구 하나가 먼저 잠들면, 어둠 속에서 그런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나도 잠들고...” “아니면 잠이 안 와서 둘이서 신나게 베개싸움을 하다가, 머리카락이 엉망이 된 채로 잠들거나...”
가, 갑자기 그런 질문이라고?! 뭐, 뭐, 뭘 기대했냐니!? 뒤에 뭔가 엄청 자세한 예시들이 이어진 것 같았지만 거기엔 집중할 수 없었다. 그, 그야. 그게. 어쩔 수 없잖아. 일생일대의 찬스다!하고 기껏 용기를 냈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버린데다 탕에서 뭔 술을 그렇게 들이켰는지 방에 돌아와서는 그냥 그대로 잠들어서, 일부러 시끄러운 소리를 내도 전혀 꿈쩍도 하지 않는 유우가를 두고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나버렸으니까.
"으... 우... 우우웃... 유우가도 바보야! 바보!!!!!"
내, 내, 내가 어떤 심정으로 팔을 당겼는데! 바보! 멍청이! 레이니의 뒤를 이어서 유우가도 바보야!하고 외치고선 탕에 잠긴 레이니와 대조적으로 나는 탕 가장자리에 머리를 쿵 박았다. 바위로 장식한 탕의 가장자리는 다행히 우마무스메의 머리보다 단단해서 깨지진 않았다. 아니... 다행이 아닌가. 머리 개아픈데요... ....결국 다시 쭈그러들어서 입까지 탕 속에 잠그고 의미없이 공기를 내뿜는 우마-펌프가 되어본다. 부글부글.....
"부그그걱그거거...." "....푸하.. .....레이니.. 내가.. 나.. 마구로 직후에, 위닝 라이브 전에 무슨 말을 들었는지 알아..?" "유우가가 나보고 '우리 딸'이라고 그랬어... 나, 나 그렇게 애 같은가...? 이성으로 안 보이나...?"
탕 속에 잠긴 채로 말을 하려다가 물을 좀 먹고, 얌전히 고개를 물 위로 띄운다. 그리고 침통한 표정으로 내내 마음에 걸렸던 걸 툭 내뱉었다. 아니 뭐랄까. 그런 일도 있은 다음에.. 용기 냈던 게 거절당하니까 진짜로 침울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