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이 울린다. 아니, 함성만큼 거대한 심박의 소리인가. 그런 건 헷갈려도 신경쓸 겨를이 없다. 달리고 있는 16명의 우마무스메와, 달리지 않는 수천 명의 관중들까지. 시간마저 앞지르고 공간마저 잡아먹는, 「스피드」라는 이름의 위대한 귀신에게 모두가 홀려 있다. 이 순간에는 삶도 행복도 「속도」 앞에서 무가치한 존재가 된다.
그래 봤자 달리기, 그래도 달리기. 우마무스메는 그렇다. 인간 또한 아마 그럴 것이다.
우마무스메 무리가 코너를 빠져나와 굵은 진흙을 튀기며 달려오고 있다. 멀어서 얼굴을 알아보기도 어렵지만 한 걸음 한 걸음이 노랫소리처럼 각자의 개성을 나타내고 있어서, 나는 그들의 이름을 당장이라도 하나하나 부를 수 있을 듯하다. 누구는 '무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고, 누구는 눈앞의 목표만을 바라보며 강철 편자라도 짓씹어 삼킬 기백을 발하며, 또 누군가는 그저 구름에 얹힌 듯, 폭포를 타고 흐르는 나뭇잎처럼 나아가는 다리를 느끼며 무아지경으로 얼굴에 마주치는 바람을 느낀다.
모두가 사랑스러운 나의 친구들.
「───!! ──!!!」
장내방송에 귀가 엉뚱한 방향으로 돌아갔다가 먹먹해진 채 돌아온다. 중계위원이 무어라고 외치고 있지만 나는 알아들을 수 없다. 더구나 그 말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이 세상에 언어라는 기호가 있고 나머지가 모두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않은 것들이라 한다면, 지금은 아무리 숭고한 시와 문장이라도 눈 앞의 광경에 무릎을 꿇어야 할 때다. 대상경주니까, 다리로 땅을 딛고 속도를 낸다는 지극히 단순한 행위가, 가장 뛰어난 가치로 충만하여 넘쳐흐르는 순간이니까.
그래, 이 순간은 포지션도 인기도, 경기장 상태도 마군도 각질도 순위도 중요하지 않다. 이 공간에는, 그리고 멈춘 이 시간에는 오직 '달리기'라는 의미만이 있고 그 외에는 무엇도 없을 뿐이다. 그것 말고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이를 악물고 소리친다.
중계 ─ ......───입니다!!! 속도를 내기 시작합니다, ...──이...! 중계 ─ 골까지──... 200미터─!!! 100미터!!! 퍼펙트 원더가──... 마사바 콩코드의 배후를── 중계 ─ 남겨 둔 힘을 모조리 폭발시키며 추입──... 하지만──!!! 뒤에서 온다──!!! 달아나는가!!! 중계 ─ 보아 주십시오─!!! 1착은 다름아닌 그녀가──!!!!!!
중계 ─ 챔피언은, 마사바 콩코드다───!!!!!! 중계 ─ 가장 작은, 그러나 가장 뜨거운 우리의 신화가 마침내 탄생했습니다!! 중계 ─ 엄청난 폭발력과 함께 직선 추격하는 퍼펙트 원더를 5마신 착차로 따돌리며, 중계 ─ 마사바 콩코드가 마침내 트리플 반다나에 이어 마구로 기념의 주인이 됩니다!!
해설 ─ 츠나지의 레이스가 이렇게 큰 발전을 이루었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할 정도로... 해설 ─ 참으로 놀라운 1년이었군요! 그리고 그 수준을 이끌어올린 선두에는, 초음속의 마사바 콩코드가!
중계 ─ 그렇습니다! 중계 ─ 그리고, 진흙을 헤치고 뒤따라 완주한 우마무스메들에게도 박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해설 ─ 누군가에게는 뜻밖의 영광이, 누군가에게는 분해서 참을 수 없는 결과가 주어질 수도 있지만... 해설 ─ 오늘 주로 위의 우마무스메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그 누구보다 빛나고 있었죠!
해설 ─ 그들이 앞으로도 모두 더 큰 꽃으로 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중계 ─ 이상으로 츠나지 경기장에서 보내드렸습니다. 곧 이어서 「위닝 라이브」도 많은 시청 바랍니다. 중계 ─ 그럼 시청자 여러분, 좋은 한 해 되십시오.
결승선을 통과하고 속도를 줄인다. 완전히 멈춰선 후 상체를 숙이고, 무릎을 짚고서 숨을 가다듬는다. 마사바, 정말로 강했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어. 예상보다도 많이 강해진, 더는 옛날의 병약한 모습은 떠올리지도 못하게 되어버린 소꿉친구를 보며 정말 굉장하다는 감탄과, 어쩔 수 없는 분함과, 약간의 질투가 이리저리 뒤섞인다. 퍼펙트 원더도 강했다. 아아, 아깝게도 2마신 하고도 1/2의 차이를 넘지 못했다. 정말 굉장한 녀석이다. 그리고 순수하게 분하네.
이마를 타고 내려오는 땀에 질끈 감고 있던 눈을 슬며시 뜨면, 처음으로 입어본 승부복이 눈에 들어온다. 불량 마장을 달리느라 진흙투성이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긴장과 들뜸으로 발을 구르며 입은...
".....아— 아쉽다."
레이스의 결과가 아쉬운 건 아니었다. 초반의 실수를 제외한다면 후회없는 달리기였으니까. 단지, 결승선 대신, 저 멀리 앞서나가는 마-사바의 등 대신 보고 있었던, 그 날 우리가 함께 봤던 중앙의 풍경을 결국은 따라잡지 못했다는게 아쉬워서. 단지 그것 뿐이야.
몸을 일으키고, 손으로 얼굴을 한번 쓱 훑어내린다. 땀도, 땀이 아닌 무언가도, 얼굴에 튄 진흙도... 임시방편이지만 조금이라도 닦아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