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기사단에 수련기사로 들어가서 비전도 배우고, 특별 임무로 게이트를 클리어 하다가 미들 네임도 얻고. 지금은 돌보고 있는 애랑 기사 재전이라는 축제 구경하러 왔어."
내 여태 근황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준다. 하이젠피우스의 수련기사가 되었다던가, 윤 J 시윤이 정식 명칭이 되었다던가. 어떤 여자 아이의 보호자가 되어서 현재는 축제 구경 중이라던가, 등등.
"어떻게 오냐니....그, 그냥 오면 되는데? 여비만 있다면."
다급해진 말에 조금 당황해 하면서 일단 기본적인 대답을 돌려준다. 뭔가 엄청 멀거나 비밀스러운 곳도 아니니까, 어떻게 오냐고 물어보면 사실....그냥 오면 된다. 돈이 있다면야.
"다, 당황스러웠겠네. 일단은 진정해."
다소 패닉 상태가 된 그녀를 부드럽게 달래듯 진정 시킨다.
"다들 각자 일로 바쁠 시기이긴 하겠지. 뭐, 원래부터 우리가 그렇게 결속력이 있는 집단도 아니었고.....어쨌거나 여기는 기사재전이라는 축제가 열리는 중이야. 그래서 기사단의 움직임이 활발하지. 흥미가 있으면 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마침 소개 해줄만한 기사단도 있는데."
"..." 아주 전력으로 부정하면서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임을 몸소 알리고 있는 이름 모를 맹한 각성자를 힐끗 쳐다보다 살며시 웃고 만다. 기습적이었어도 이런 뻔한 장난에 당했다는 건 전투가 아니면 그 외 신경쓰고 살지 않는 무력치중형이거나 아니면 경험이 부족하거나. 둘 다이거나. 혹은, 그 외에 제대로 된 대처를 위한 판단을 하지 못할 정도로 당황할 만한 이유가 있다거나. 그래도 저리 솔직한 반응을 보자니 미심쩍은 목적으로 숨어든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저 저와 비슷한 처지의 좀 불운한 헌터일 뿐일 터였다. 설마 가디언이나 그 후보생이 저런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것 치고도 꽤나 당황한듯 허둥거리면서 거의 도망치듯 다른 손님에게 달려가는 모양새가 살짝 수상쩍었다. 흐음, 속으로 차가운 흥미를 담은 침음성을 흘렸다. 관찰해볼 필요는 있어보였다. 그저 이 지루하고도 정신적으로 피로한 연극속 소소한 재미일 뿐이지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그저 아는 헌터가 한 명 더 생기는 것 뿐이다. 그러니 장난질 좀 쳐볼까.
메뉴를 정했는지 손을 붕붕 흔들며 의사를 얘기하려는 손님 앞에서 살짝 상체를 숙이고 입꼬리를 미미하게 올려 얌전한 미소를 머금고 마냥 얌전하게만 보이지는 않게 눈꼬리까지 웃는다. 좋아 당황하는군. 어버버 거리며 당황하는 손님 앞에서 "단체 아이돌 댄스를 주문하신 건가요?" 라 사근사근하게 묻는다. 물론 상대가 주문하려던 것은 댄스가 아니었지만 이렇게 얘기하면 대개 단체로 온, 그것도 계속 메뉴를 두고 토론을 했다면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보기 마련이다.
"어ㅇ,어 넵." 원하던 답에 음험한 속내를 감추고 다시 담담한 자본주의의 메이드로 돌아와 여상하게 미소를 짓는다. '어딜 도망가?' "이 쪽 주인님께서 단체 아이돌 댄스 주문하셨습니다~" 주위의 메이드들이 듣도록 외친다. 물론 자신도 춰야한다는 건 함정이지만 그 웃긴 주문보단 단체 군무가 그나마 덜 민망하다. //10
집 나가면 도기 고생이다, 라는 말에 짧게 웃음을 터트린다. 비속어를 돌려 말하는 것이라는 건 알지만 은연중에 라임도 특별반이 좀 친숙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었으니.
"물론 필요할 땐 도망칠 줄도 알아야 하지만 도망치지 않고 맞서는 것도 좋은거야. 아 그때 그거? 죽어라 기겁까진 아니었고 장난이었는데...뭐 그래. 미안하다."
짧게 사과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인벤토리에서 초코바 하나를 꺼내서 "먹을래?"하고 내밀어보기도 하고.
"그나저나 뭐하고 지냈었는진 말 안해줄 건가. 좋은 얘기가 아니라면 안 해줘도 되지만."
//15번째. 맞다 답레... 이게...그냥 라임이를 잘 기억못한다기보단 그겁니다. 하차캐들이 없을 땐 안 떠올리려고 하는데 돌아오면 태세전환해서 다시 기억해내는...?
나쁜 버릇이라고 해도 뭔가 큰 서사가 있는 건 아니고...원래는 단순히 하차캐들 없어진 걸 너무 의식하면 캐입이 곤란해지니까 강산이는 하차캐들을 잘 기억 못하는? 그런 설정으로 돌리고 있었는데...그렇다고 세계관 상으론 정말로 하차캐들의 존재가 아예 없었던 게 되는 게 아니니까 모순이 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모순을 바로잡고 하차캐들을 기억하는 쪽으로 설정을 바꿔나가려고 하는 거에요. 이런 강산이의 모순점을 좀 바로잡으면서 의념속성도 바꿔봐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었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