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긴 머리카락을 옭아매듯 손가락이 목덜미를 배회하다가도 상처가 난 부분을 느릿하게 훑는다. 목을 당장이라도 틀어쥐면 어떻게 될까. 안 되겠지. 재하는 당신의 안색을 확인하며 만족했다. 단 한 번도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릇된 곳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일평생 그릇된 삶은 살지 않겠노라 다짐했었다. 이따금 치미는 짐승같은 생각을 억누르고 살았다. 그러나 결국 타인들이 아무리 우리를 짐승이라 취급한들 우리는 역으로 그들을 천하다 생각할 수밖에 없는 오만방자한 존재였으되 결국 인간이란 존재는 더 큰 악으로 징치되어야 하는 악인이 맞았던 모양이다……. 재하는 비로소 이 맛을 깨달았다. 너무나도 늦은 나이에 벌어진 일탈이자 크나큰 변화였다.
"네에, 그렇지요. 그럼요. 상공만이, 나의 청풍만이 이 옥아를 쥘 수 있지요…… 다른 누군가가 쥐어서는 안 되겠지요?"
등골이 오싹하다. 달아오른 뺨과 흑인지 백인지 알 수 없는 머리카락과 뺨에 범벅 진 붉은 피를 뒤로 하고 재하는 짧은 한숨을 뱉었다. 새하얀 겨울날 뽀얀 숨결이 퍼질 적엔 초승달처럼 눈이 휜다. 긴 속눈썹이 나비 날갯짓처럼 부드럽게 휘고 눈동자는 그림자 사이에서 열락을 띤다. 호선을 그은 입술이 벌어져 속삭였다. 청풍, 당신의 애칭을 부르는 목소리가 더없이 달았다.
"옥아를 삼키고자 하는 사람이 많사와요……. 이 옥아를 죽여야만 한다며 목소리 높이는 자들이 있사와요. 이미 한 번, 아니, 두 번 잃었죠? 기억하시잖아요, 네에? 불타던 옥아는 어떠하셨어요? 목에 칼이 꽂힌 옥아는요? 두려우셨죠, 상공이 없다면 이 옥아, 또 그렇게 될 수 있는데……."
목덜미를 어루만지던 손길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향한다. 뺨을 조심스레 더듬으며 엄지로는 입매 끝을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공포에 질려 제 애칭을 더듬거리며 뱉어내는 핏방울을 닦아주는 손이 상냥하다. 이런 당신이 좋다. 나를 위해 두려워하고, 나 때문에 지레 겁을 먹었으면 한다. 내가 그런 것처럼 당신 또한 그리하길 바란다. 그리고 당신이.
"혹 아직도 두렵사온지요? 아니지요, 그럴 사람이 아니지요. 군림하셔야지요, 누구도 목 틀어쥘 수 없게 말이어요……. 이 옥아가 다른 누군가에게 너절하게 틀어잡힌 채 늘어지지 않도록, 그 비룡이라는 이름을, 남궁세가라는 이름을 패도적으로 알리셔야지요. 해줄 수 있잖아요."
군림하였으면 한다. 당신은 이 재하를 위해서라면 폭군도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그런 사람이라 믿고 싶었다. 재하는 끝없는 욕망을 삼키면서도, 겉으로는 쾌락을 두려움으로 포장하여 바르르 떨었다. 약조한다는 소리에는 미소가 꼭 그래달라는 듯 처절히 어긋날 정도였다. 작은 탄성이 터져 나온다. 당신과 달리 옥가락지 없는 제 왼손 약지를 타고 흐르는 붉은 피에 재하는 멍하니 당신을 마주했다. "이 재하야말로 도련님께서 사랑해주신 어찌 행복하지 아니할까요." 그리고는 수심 깊게 미소 지었다. 평시와 같으나 아직 열락 가시지 못하여 발그레 달아오른 뺨 탓에 농염하기 그지없다.
"도련님, 피를 많이 흘리시었어요……."
품에 무너지듯 안기며 재하는 속삭였다. 자장가를 불러드릴까요. 느릿하게 입술 떼는 모습이 이제 원 갚았다는 듯 여상하다. 어차피 소란과 마기를 느끼고 사람들이 올 것이다. 남궁세가의 고수들은 이미 한차례의 다툼을 들었을 터고, 소강되었음을 느꼈으리라. 그리 믿었다. 설마 당신을 버리겠는가, 그 대단하다는 창천의 일가가 이런 소란 하나 무시하고 넘긴다면…….
─우리는 결국 강호에 속하였으나 그 근본이 다르니, 강호이자 다른 것에 속하여 서로를 가둘 수밖에 없구나. 규칙에 굴종하며 바닥을 기는 것이 행복인 줄 아는 멍청한 것들과 우리는 피부터 다르다. 아예 사는 세계가 달랐다. 강호에서 어지간한 바깥의 도덕은 통하지 않는다. 하나 남은 양심, 남아있는 이성이 모두 무슨 소용이던가? 그 조그마한 것 하나 건드리면 질서가 바뀌며 악이 처단되고 면죄부가 생길 것 같은가? 어림도 없는 소리. 악이 처단되면 우린 다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아무리 저것들이 면죄부니 무어니 하며 속삭인들 당신과 재하에게 있어 면죄부 따위는 필요가 없었다. 특히 이미 더 큰 악으로 징치할 수 있는 존재가 있는 재하에게 있어서는, 의미가 달랐다. 비록 언젠가 이 몸을 바라는 것들에게 득달같이 몰려들어 산 채로 포 뜨이고 비참하게 효수되어 죽더라도, 그 이전에 당신의 품에서 죽일 만큼 죽이고, 가질 만큼 가지고, 누릴 만큼 누리며 화려한 삶을 살다가 죽어야 옳음을 깨달은 것이다. 당신은 그 삶을 안겨줄 수 있다. 지나치게 늦은 봄이었다. 새빨간 사랑이었다. 삶이라는 예술에 그인 적묵일획赤墨一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