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저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곤 하나, 타인의 등을 등쳐먹고 사는 이들이다. 그러나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도박으로 그들의 돈을 뺏은 여인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수단은 수단이기에 선악을 따지지 않는다고 했던가. 아니다. 수단은 행동이기에 선악을 따져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그걸 티를 낼 필요는 없다. 유쾌한 표정으로 교자를 더 내어주는 주인장은 여인이 말한 '어르신'이란 말에 반응한 듯 찬찬히 허리가 움직이는 듯 했다.
"그… 어떤 걸 주문하시렵니까?"
여기서 중원은 싸구려 주점의 수 년치 운영비를 벌어줄 수도 있었다. 허나 중원은 입꼬리를 장난스럽게 올린 채 자련을 한 번 바라보다가 다시 주인장을 바라보고 얘기했다.
" 탁주 하나에 소면 두개 주시게. 하나에는 얇은 고기를 몇 점 더 넣어줄 수 있겠는가?" "예, 예! 알겠습죠!!!"
곧 사라지는 주인을 바라보고, 토라진 듯한 여성에게 시선을 돌린다. 중원은 곧 장난기를 가진 듯 입을 천천히 열었다.
"비싼 기루에는 예전에도 가본 적이 없다. 돈이란 것을 많이 가져본 적이 손에 꼽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 술을 사주는 아이도 있으니. 이 몸이 썩 나쁘게 살진 않은 모양이구나."
그는 가볍게 턱을 쓰다듬고 미소를 지었다.
"내 이름은 원元이라 한다. 네가 부르는 방식대로 하면 원 노인이 되겠구나. 아해는 이름이 어찌 되는고?"
중원에 기루는 널렸고, 기루의 급은 천차만별이다. 금 한 관을 주어야만 들어갈 수 있고 교양 있는 기녀들이 재주를 팔되 몸을 팔지 않는 청음소반靑音小班이 있는가 하면, 교양 대신 천박함을 두르고 몸을 팔아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며 살아가는 기원妓院이 있다. 신강의 홍화루紅花樓는 기원 중에서도 유달리 질이 낮은 곳이었다. 루주인 주 씨는 홍화루도 재주를 파는 곳이라 주장했으나 사람들은 코웃음을 치며 멸시하다 못해 하처下處라고 불렀다. 한때는 그랬을지언정 지금은 영가領家도 없이 루주가 홀로 재정까지 담당할 정도로 낙후됐으며, 밤이 되면 창 너머 등불에 일렁이는 천박한 그림자를 보고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물며 기녀들이 교양이라도 있는가? 없다. 양반이라 불릴 족속들이나 동경하는 무리가 고상하지 못한 돼지우리를 찾을 이유는 없었다. 과거, 홍화루의 발길은 점차 끊겼고, 기루는 무너지기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홍화루에 정착해 고상한 양반들의 눈길을 끌고, 기어이 사람들이 하처에서 욕망을 실현하도록 이끈 여인이 있었다. 채연이라 불리는 기녀다. 채연은 신강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역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듣자 하니 중원에서 빈곤함에 곪아가다, 문파 간의 싸움에 휘말려 의지할 곳마저 잃고 떠돌던 중 신강에서 홀린 듯 홍화루를 발견해 운명이라 생각하며 정착하였단다. 비록 실종되었으나 신강에서 제일가는 기녀였던 아요와 외견으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채연에게는 채연만의 매력이 있었다. 세간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곱슬 진 머리, 신강 바깥 외지인이라는 이질적인 부분, 그리고 하처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교양과 눈에 우직하게 담긴 뜻을 함께 할 사람을 모을 수 있는 결집력이었다. 채연은 천박한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자신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묘한 확신이 있었고, 자신처럼 그 방법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을 모았다. 입 무거운 지역 청년을 화술로 사로잡아 점소이로 일하게 했으며, 사람들에겐 동시에 교양을 팔았다. 그렇게 채연은 홍화루가 빚더미를 떠안은 지 단 2년 뒤, 다시금 영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하물며 어떤 이유에서인지 홍화루 바깥으로 나가지 않으려 드니, 채연은 그야말로 기연과도 같은 여성이었다.
채연이 기루에 엉덩이 붙이고 산 지 4년째 되었던 날, 채연은 꿈을 꾸었다. 어떤 꿈인지 알 수는 없으나 가슴이 저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숨이 막혀올 정도의 만고의 슬픔이 채연을 뒤덮고 새하얀 공작새가 날아드는 듯한 희열이 느껴졌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은 꿈속에서 채연을 현실까지 단숨에 이끌었고, 채연은 눈을 번쩍 뜨며 몸을 일으켰다. 이 꿈이 무엇인지 미처 곱씹기도 전에 몸은 먼저 반응했고, 채연은 그렇게 잘 알지도 못하는 신강의 지리를 파악하듯 밖으로 나갔다. 알지도 못하고 발 들여 단 한 번도 나가지 못했던 홍화루에서 나가는 것은 지나치게 쉬운 일이었다.
신강은 넓고, 좁은 마을이라고 한들 사람들 발길 닿지 않는 곳은 여럿 있었다. 아무리 교국이 번성한들 시골 외진 곳까지 어찌 개간할 수 있겠는가? 채연은 풀숲 더미를 헤치고, 자갈이 깔린 험한 자리를 미친 사람처럼 헤맸다. 거미줄이 얼굴에 붙으면 손등으로 거칠게 훔쳤고, 나뭇가지에 옷이 걸릴 때마다 그냥 힘으로 밀어붙이며 움직인 탓에 어깨와 소매는 이미 너덜너덜했다. 채연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다는 자각도 없었다. 그저 저 안으로 들어가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꽉 채우고, 혈관을 타고 돌며, 마침내 심장을 울리고 있었다. 끝내 구석까지 기어들어갔을 적, 입구에 꽁꽁 매달린 금줄 같은 것과 부적 같은 것을 고운 손으로 뜯어낸 채연은 동굴 속으로 홀린 듯 발을 이끌었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음산하게 울리고 습한 공기와 불쾌한 냄새가 안을 가득 채웠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철벅거리는 흔적을 남겼다. 천장에 고여있던 물이 머리카락을 적시고 얼굴에 뚝 떨어질 적, 채연은 물방울에 같이 미끄러져 떨어진 구더기를 손으로 털었다. 역겨운 냄새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렇게 채연이 동굴 끝자락에서 본 것은 쇠로 이루어진 창살이었다. 동굴 벽에 꽉 붙은 나머지, 내부는 다섯 척의 너비도 채 안 되어 보이는 곳을 들여다볼 적 채연은 본능적인 공포와 혐오감을 느꼈다. 시체다. 어떻게든 그 좁아터진 곳에서 죽고자 했던 마음이 강했던 것인지 천장 종유석에 벗은 옷을 끈 삼고, 무릎을 꿇은 채 목을 매단 고깃덩이가 처참하게 썩어가고 있었다. 얼굴은 이미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 때문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물러 썩어가고 있었고, 허벅다리는 최근 외부적 요인으로 뜯긴 것인지 부자연스럽게 뜯겨 있었다. 외로이 썩어가는 고깃덩이 주변에 고인 물에는 구더기가 득실거렸다. 채연은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시체 주변에 웅크린 무언가를 마주했다.
처음에는 갈색 짐승인 줄 알았다. 길게 자라 떡진 갈색 머리카락이 얼굴이고 온몸에 덕지덕지 붙어있어 털을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웅크려 앙상하게 곯은 손목에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닳아 해진 옷, 그리고 하도 손톱이 자라 뒤집어지듯 부러지고, 누군가의 살점인지 모를 것이 잔뜩 묻은 조그마한 손을 보았을 때 사람임을 깨달았고, 머리카락 너머의 번들거리는 눈동자를 마주했을 때는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깨달았다. 짐승에게는 지나치게 과분한 눈이었다. 흑요석과 홍옥을 깎아 만든 듯한 눈동자를 마주하기가 무섭게 채연은 눈이 뒤집혀 미친 사람처럼 창살을 부여잡더니, 안간힘을 쓰며 어떻게든 문을 열고자 발악했다. 녹슬다 못해 일체가 된 탓에 뒤로 넘어지고 살이 까져도 다시 일어났다. 손가락이 뒤집어지고 살이 짓무를 때까지 어떻게든 창살을 흔들어댔을 때, 마침내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여성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틈이 생겼다. 채연은 그 안으로 귀신같이 달려 들어가 짐승 같은 아이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
썩은 핏물이 말라붙은 조그마한 입이 벌어져 짧은 소리를 냈을 때, 채연은 발끝부터 시작해 머리까지 저리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청아한 목소리에 몸이 부르르 떨리고, 가까이에서 다시금 마주한 눈동자와 이목구비에 다리에 힘이 풀려 차마 일어날 수가 없었다. 채연은 허둥지둥 아이를 품에 가뒀다. 치맛자락이 시체 썩은 물에 물들기 시작해도 채연은 한참이고 아이를 안은 채, 아이 등 뒤의 허공만 올려다봤다. "처, 처, 천…… 천유, 천유양월." 신강에 살면서 많이 들어봤지만 한 번도 뱉지 못했던, 그리고 기억도 잘 나지 않던 것이 목구멍을 비집더니 이내 미친 듯이 흘러나왔다.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몸이,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몸을 덜덜 떨어가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뱉는 기도문과 함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짧지만 강렬했다. 말갛고 옥구슬이 흐르는 것 같았다. 청아한 폭포와도 같았고, 비단과도 같은 목소리에 채연은 어디서 난 힘인지, 아이를 안고 벌떡 일어났다. 더 듣고 싶었다. 이 아이를 데려가서 살려야만 했다. 품고 싶었다. 더 웃게 만들고 싶다. 평생이고, 평생이고…… 무엇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휘청거리는 걸음과 함께 채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동굴을 황급히 떠났다. 비단신 하나가 벗겨져 발이 헤져도, 옷깃이 다시금 찢기고 시체 썩은 물에 역한 냄새를 풍긴다 해도.
마을로 돌아가는 길에서 머리 곱슬 진 여인이 갈색 짐승 안고 배회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두어 걸음씩 뒤로 물러나며 혐오감을 표했다. 환희에 가득 찬 얼굴로 끊임없이 기도문을 읊으며 휘청휘청 홍화루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광인이었다. 그리고 홍화루에 도착했을 때, 채연은 기루 문을 걷어차듯 열었다. 느닷없는 소란에 기루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채연을 향했다. 기루를 일으켜 세운 것이나 다름없는 잘나가는 기녀가 귀한 비단옷 찢기고 비단신 벗겨진 채 나타난 것도 모자라 짐승 같은 아이 데려왔으니, 제각기 웅성거리는 소란을 듣고 헐레벌떡 달려 나온 루주는 크게 호통을 쳤다.
"오늘 지명인 녀석이 왜 이제 와! 이 애는 또 뭐고! 채연아, 채연아!! 어딜 가!! 아직 내 이야기 안 끝났다!!"
노기 서린 목소리가 웃음소리에 비하면 흉측하기 짝이 없었다. 점소이요 기녀, 늙은 손님할 것 없이 전부 쳐내며 욕실 들어서 아이를 박박 씻길 적, 루주가 뺨을 쳐올리고 나서야 채연은 손을 멈출 수 있었다. 살벌하던 순간은 아이가 먼저 씻고 있다 자리 뺏겨 욕조 뒤에 몸 숨기던 기녀의 질문에 대답할 적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어디서 왔느냔 목소리에 대답하듯 더듬더듬 노래하는 소리 때문이었다. 채연은 더듬더듬 흘러나오는 노랫가락에 사람들은 시선을 아이를 향해 고정했다. 땟국물 벗겨지기 시작해 드러나는 상앗빛 머리, 새하얀 속눈썹과 강렬한 눈……. 제각기 홀린 듯 아이의 입이 다물리기만 기다리던 중, 채연은 퉁퉁 부어오르기 시작하는 뺨을 부여잡고 미친 사람처럼 활짝 웃었다.
아, 저 노래를 다시 한번만 더 들을 수 있다면…….
"……어디서 데려왔어?" "응?" "재하 말이야. 어디서 이렇게 귀한 아이를 데려왔어?"
채연은 그럴 때마다 고른 치열을 내보이며 웃었다. 제비 물 차듯 휘는 눈꺼풀이 사랑스러우나, 단단히 홀려버린 자의 눈동자는 보는 이로 하여금 괜한 찝찝함을 불러일으켰다.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하는 조그마한 목소리에 여타 기녀들은 고개만 내저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