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그대가 싫증이 날 만큼 머리가 아플 만큼 언제라도 모든 것에 있으니까 이건 말야, 사랑이야 아아 그보다 정확한 단어가 좋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오래된 낱말 언제까지나 붙어 있구나 저 가지에서 시든 잎은 「Deaf Leaf」 - 星野源
【가을 피리어드】 1턴: 11/13 ~ 11/26
순식간에 몰아친 추위로 츠나지의 나무에 붙어 있던 마른 잎들이 모두 떨어져 버렸습니다. 겨울을 착실히 준비하는 거리에는 벌써부터 털옷과 풀빵이 보이기 시작하는 모양입니다. ▶ 주요 레이스: 일반 레이스(11/18), 산마캔(11/25)
【츠나페스】 11/13 ~ 11/24 (situplay>1597006077>1-2)
올해도 찾아왔습니다, 츠나센의 온갖 진기명기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문화제! 겉보기에는 평화로운 문화 경연의 장이지만, 사실은 동아리끼리 목숨을 걸고 살벌한 경쟁을 펼치는 전쟁터이기도 하죠... ▶ 미스 츠나센 & 츠나센 제일의 트레이너 선발대회: 11/18 ~ 11/19 【링크】
각 반, 그리고 각 팀, 거기에 각 동아리들이 펼치는 다양한 부스. 개중에는 부스별로 코스튬이 있는 곳도 당연히 있었다. 가장 먼저 떠올리기 쉬운 메이드복이라던가. 그래. 당연히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했다고. 니시카타가 나무 위에서 외친 것도 있었고. 그래 예상은 했다니까. 하지만... 하지만 그걸 시라기 트레이너가 입고 있을 줄은 몰랐다. 거구의 남성 트레이너가 빅토리안 양식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광경을 복도에서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어. 그나마 짧은 치마가 아닌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
우와. 그동안은 우마그린이라고 부르면서 거리낌 없이 말을 거는 사이였는데, 물론 딱히 사이가 틀어지거나 악화되거나 한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 이렇게 말 걸기가 어려운 상황은 두번째인거 같다...(한 번은 옥상에서 혼났을 때다)
"그... 어... 시라기 트레이너? 부스 일 하고 있나보네..."
아니. 나 진짜 최선을 다했으니까... 한 손을 들고 살짝 어색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본다. 그나저나 메이드복 엄청 본격적이네...
타이야키를 사들고 메이드카페로 꾸며진 부스로 돌아가던 도중,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건 메이사다. 어색하게 웃으면서 한 손을 드는 모습을 보곤 손을 흔들어 주며, 다이고는 잠시 멈춰 섰다.
"엉, 지금은 잠깐 다른 부스 좀 보러 나왔는데 여기서 보네."
프릴이며 옷감이며 꽤 신경쓴 느낌의 메이드복이다, 190cm 가까이 되는 거구의 남성에게 맞춘 기성 메이드복이 있을 리 없으니 당연히 맞춤복이고... 그렇다 보니 퀄리티가 상당할 것이다. 메이사의 생각처럼 치마가 짧지 않고 긴 덕에 꽤 괜찮다고 해야 하나. 전반적으로 어깨가 떡 벌어져있고 얼굴도 선이 굵직하긴 하지만 그걸 제외하고 보면 키가 큰 메이드...라고 착각할 수 있겠냐! 그래도 어쨌든 봐줄만은 한 상태였고 꽤 호응도 괜찮아서 다이고는 그럭저럭 일을 즐기고 있었다.
표정이 살짝 미묘해진다. 그게... 이거 가격은 두 배인데 맛은 그냥 평범해서, 스트라토에겐 미안하지만 살짝 아쉽다고 할까. 그래도 맛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 그럭저럭 먹을만 하긴 하고... 뭐, 공짜로 받는 입장에서 이러는 것도 실례겠지. 금새 표정을 다시 히죽거리는 걸로 바꾼다.
"그랬구나. 레이니 신발 맡기러 갔던 거야?"
그냥, 담당이니까 제일 먼저 떠올랐다고 할까. 그나저나 벌써부터 찾는 사람이 많구나. 스트라토가 정식으로 서포트하게 되면 주문이 엄청 몰린다던가, 그런 거 아냐? 굉장하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부실이 생긴 걸 축하한다는 말에 헤헤 웃었다.
"응! 프리지아도 이제 정식 팀이니까. 헤헤..." "맞아~ 사실 부실 받은 게 산마캔 직전이라 조금 아슬아슬하긴 했는데, 어떻게든 해냈달까. 아, 우리 부스는 플라네타리움이야. 뜨듯한 실내에서 이불덮고 별을 가득 볼 수 있지. 시간나면 놀러와서 보고 가. 유우가도 있으니까."
시라기 트레이너랑은 도시락도 싸주고 할 정도를 넘어 깔이라고 했던 적도 있으니(...) 하여간 친한 사이겠지. 그런 시라기 트레이너가 온다면 유우가도 좋아하...나? 그건 모르겠다. 뭐 적어도 내쫓진 않겠지.
당신을 내려다보며 마미메는 자신을 부른 이유를, 뒷말을 기다린다. 겁이 없다던가. 바보라던가. 자주 듣던 말들이라 들어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아서. 어디 한 번 고해보거라, 하는 듯. 그 눈빛이 물리력을 가진 듯 쳐다보던 마미레는 당신이 한숨을 내쉬며 젤리를 받아드는 것에 빙긋 웃는다. 그리고서 돌아서려고 할 때, 열쇠 교환을 하자는 말에 잠깐 멈춰 선다. 고개를 기울이며 웃는 것도 아닌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꼬리를 살랑살랑 거리다가, 당신 손에 있을 열쇠를 마미레는 조심스레 받아든다.
"좋아. 내 열쇠는 학교에서 나중에 줄게."
눈을 가늘게 접으며 마미레는 후후, 웃는 소리를 낸다. 자신에게 키를 맡겨놓으라는 것 까진 이해할 수 있었는데. 교환이라. 뭐 그래, 당신의 말처럼 잃어버렸을 때 편하긴 하겠지. 고개를 끄덕이고선 마미레 당신의 열쇠를 들어 손에서 이리저리 살펴 본다. 그러다 주머니로 집어넣고서는 장바구니를 들지 않은 손을 들어 올리며 당신에게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