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서리가 내리고 츠나지의 하늘은 깊어지며, 밤하늘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수많은 별이 빛을 발하는 머나먼 심연 저편의 다른 우주까지 거리를 헤아릴 수도 있을 만큼... ▶ 주요 레이스: 일반 레이스(11/4), 산마캔(11/11)
【다랑어자리 유성군】 10/30 ~ 11/10 (>>1)
「캠핑 시즌」의 듣기 좋은 변명일 수는 있지만, 츠나지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다랑어자리 유성군이 곧 시작됩니다. 별빛에 많은 관심을 지닌 사람이나 우마무스메라면 텐트와 망원경을 들고 한적한 공터로 향하지 않을 수 없겠죠. ▶ 유성우 진행: 11/4 ~ 11/5 【링크】
너는 말한다. 이유를 찾으며 발버둥이라도 쳐보라고. 그래, 안다. 그런 녀석이다. 나같은것의 가짜뿐인 말과 다르게 진정으로 가슴을 울리는 말을 전할 수 있다. 그래서 유키무라 너는 강하다. 의지할 사람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리고 나아가려는 의지가 있다.
내가 영원히 가지지 못하는 것들. 나아가는데에 발목을 잡는다며 버려버린 것들을 주렁주렁 달고도 너는 나아간다. 그거 알고있나 유키무라 모모카. 진짜 강한 녀석들은 스스로 강하다는 말따위는 안해.
"없어 그런거."
강한자가 나를 올려다본다. 약자가 강자를 내려다본다. 마주치는 눈동자의 높이만큼이나 그 틈새에 벌어진 간격이 넓다.
삶의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걸까. 추해진 스스로를 돌아보며, 꿈에서 다시 한걸음 물러서는 현실을 실감하며 입술을 물어뜯었다. 피맛이난다.
한번도 이딴 인간이 되고싶지는 않았다.
이기는 것이 두렵지 않은 만큼 멈춰서는 것도 두렵지 않았기에. 평생이 같을줄로만 알았다. 그 결과가 그거였다. 완전히 같은 방식의 패배. 나의 삶을 부정당하는ー 그런 경기. 매달릴 수 밖에. 나의 평생을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는데. 매달릴 수 밖에.
"넌 쓰레기가 아니다 유키무라 모모카."
저 문을 나서면 진정으로 말밖에 할줄 모르는 인간 쓰레기들이 즐비해있다. 넌 쓰레기라고 칭하기엔 이도저도 아니야.
"별에 빌어본적은 있냐."
저기, 저 머나먼 우마무스메의 별에. 나는 빌었다. 지금도 빌고 있다. 그 별에는 진정으로 강한 녀석들이 즐비해있어서 한 걸음을 나아가기 위해서는 수천만 km를 뛰어야만 핬다. 나는 그 이야기가 좋았다. 노력이 보답받는 것 같아서. 그 어떤 돌맹이도 피워낼 수 있다는 것 같아서. 노력했다. 말 그대로 통제도 안되는 몸으로 목숨을 걸었다. 그렇게 해서 겨우겨우 도착한 우마무스메의 별 입구에는 나같은 노력을 거듭한 진짜 천재들이 있었다. 그래서 더 노력했다. 백억번을 도전했고 천조번을 죽었다. 단순한 거리의 문제라 생각해 해결해보려 하기도 했고. 아니라는걸 깨닫고 절망했다. 그리고 알았다. 이 길은 이미 주변의 별들이 지나온 길이라는 걸. 내가 천년을 걸려도 도달하지 못하는 곳이 녀석들에겐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라는 걸.
그래서 이렇다. 무엇을 해야할지, 어떻게 해야할지. 모두 다 안다. 그래서 일부러 버렸다. 차라리 그렇게 하면 패배에 감각은 사라질테니까.
"나는..."
마구로엔 나가지 않는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단 한문장이면 된다. 단 한문장이면 충분한데 어째서. 이빨을 꽊 깨물고 주먹이 뒤틀리도록 힘을 주었다. 얼마 전 손톱이 박힌 손바닥에선 그대로 같은 곳에 상처가 터져 피를 울컥울컥 쏟아내고 있었다.
"나는 졌다."
조금 짜증이 났다. 눈물이 멈추지 않을것같아서. 하지만 분명 그렇지. 그건 나가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꿈을 잊어버리려고 했기에. 도망치려고 했기에 짜증이 났다.
"아주 압도적으로 졌어. 완패다."
무릎을 꿇는다. 아니, 힘이 빠진거다. 억지로 움직이고 있을 뿐 몸상태는 이미 엉망진창이다. 폭주하는 힘을 가져다 쓰는 댓가로, 내 생명은 조금씩 갉아먹히고 있는거니까. 그저 힘이 좀 들어가지 않았다.
“방황하는 천사, 길 잃은 어린 영혼일 뿐이야. 세상은 빌어먹게 넓어. 나도, 나도 강하지 않아... 네가 질투하는 나도, 그저 별 볼일 없는 지방 변두리의, G3조차 승리하지 못한 우마무스메일 뿐.”
“G3 위에는 G2레이스가, G2레이스 위에는 G1 레이스가, 그 위에는 유럽, 미국의 미친 우마무스메들이 즐비해. 그리고 그 정점에는,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전설, 이클립스와 함께 수많은 괴물들이 깔려있다고.”
“그렇다면 우리는 영원히 그들의 발 끝에도 못미치는 범부일 뿐인가? 범부의 삶에 의미가 있냐고 했잖아.”
“그래, 범부의 삶에도 의미가 있으면 안되는거야?”
“우린 아직 어리고, 저 검은 파도가 매섭게 몰아치는 시간이란 바다는, 분명히 두렵지만, 가능성이 있어. 우리는 노아의 방주 위에 올라타있고, 흔들리는 배와 끊이지 않는 빗속에서 방황하고 있는거야. 허나 반드시 비는 멈추고, 파도는 멎을거라고.”
“나는 그렇게 믿어.”
“그렇게 믿지 않으면, 소소한 삶에 만족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죽어버리고 싶을테니까.”
“나는 찾았어. 나의 의미, 살아갈 다른 방식을. 꿈으로부터 도망쳤다고 비난해도 좋아. 하지만, 그러면 안되는거야?“
눈물을 흘리며. 천천히 일어나서. 발돋움해, 네 뺨에 부드럽게 손을 대어 어루만지려 하며.
”우리는, 아름답잖아...“
”아직 어리고, 살아갈 시간이 많이 남아있잖아.“
”나도, 나도 이만큼 올라왔는데, 너도 분명히 할 수 있어. 나도 알아, 너와 똑같은 고민을 했으니까. 나도 네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노력했어. 몸에 상처가 늘어나도 멈추지 않았고, 레이스 도중에 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달렸어. 달리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모든 것들을 버렸어.“
”하지만 내게 의미는 그곳에 있었어. 내가 버렸던 모든 것들에. 지나쳐 왔던 그 풍경들 속에.“
”그러니까, 너도, 분명히 찾을 수 있어. 아름다운 미래를 그릴 수 있고.“
그리고, 조심스럽게, 네 뺨에서 손을 떼며.
”나는... 쓰레기야.“
네 말에 대답하고, 잠시 침묵하다가.
”울어도, 괜찮아.“
피가 터져나오는 네 손을 감싸쥐려, 손을 뻗으며.
”달리지 않아도 괜찮아. 포기해도 괜찮아. 주저앉아도 괜찮아.“
무릎 꿇은 너와 함께, 무릎을 꿇어 시선을 맞추며. 강을 따라 흘러가는 벚꽃이, 구름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듯, 그리고 비가 되어 땅에 내려, 다음 세대의 벚꽃을 피우기 위해 목을 축여주듯. 그런 눈동자로.
”무너지지 말아줘, 나의 히어로. 우리의 히어로. 넌 누구보다 가치있는,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 퍼펙트 원더잖아.“
괜찮아. 조심스럽게 네 등을 쓸어주려고 하며.
꿈이란건, 어째서 이렇게 아픈 것일까. 우리의 인생은, 어째서 이렇게, 고통과 번뇌로 가득한 것일까. 우리는 어째서, 시련들을 넘어서기에는 이토록 나약한가.
삼여신님이시여.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나요? 내미는 손을 쉽사리 잡지 못할 만큼, 사악한 이들의 무리가 있습니다. 여기에 또 다시 길을 잃은 어린 소녀가 있습니다. 고뇌하고, 울고, 때로 분해 소리치면서도, 꿈을 좇는 그녀들에게 어째서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으십니까? 당근별에 도착해서야 맛있는 당근들 속에서, 즐겁게 레이스를 할 수 있다면, 지금 우리의 인생은 대체 무슨 의미입니까? 알지 못하는 것들과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질문들로 가득한 우리의 인생은, 그리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 발버둥 치는 우리들의 결말은 어디로 향하고 있습니까. 우리의 삶에, 정말로 의미가 있나요?
당신이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하겠습니다. 피어나는 연꽃처럼 내가 저들을 진흙 위에서 꽃피우겠습니다. 상처받는 사람은 나 하나로 족하니까. 그 누구도 두번다시 울지 않도록, 그들에게 웃음을 전해 줄 수 있는 힘을 주세요. 반짝이는 별이 되더라도, 나는 -
모두 연꽃이 되는 테치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가지지 못한 것에 슬퍼하면 안되는 데스 인생에 우열을 가릴 순 없지만 하루 500원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먹으며 추운 겨울날을 버티는 노숙자일지라도 잠에 들기 전 웃을 수 있다면 행복한테치 하루에 500억씩 버는 사업가라도, 매일 우마스기한 스테이크와 스시를 잔뜩 먹더라도 괴로움에 잠들지 못한다면 불행한테치 행복이란 어디 먼 곳에 있는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 안에 있는 테치.... 우리 아기들 전부 행복할수 있을거라고 믿는데스...(새벽감성 ON)
불안한거다. 나는 뱃속을 가득 채운 감정을 토해냈다. 자신보다 강한 후배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온다. 그녀석들에게 추월당한다는 것이 너무 불안했다.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버려 남들을 밀어냈다. 조금이라도 자신이 커보이게 하기 위해 언성을 높였고 레이스에서 이기지 못하니 선배로서의 권위와 힘에 매달렸다. 그리고는 그것을 필요이상으로 휘둘렀지.
처음 레이스를 했을때는 모두가 그런생각을 한다. 나는 저렇게 되지 않겠다면서. 그리고 깨닫는다. 불안과 공포를. 언제까지고 좋은 폼을 유지하는 것은 그야말로 신조차 할 수없겠지. 처음부터 안좋은 실력은 쇠퇴를 거듭해 레이스를 나가게 되고 지방에서 빛나려던 별은 그렇게 조용하게 쓰레기 잡지의 구석편에 은퇴기사가 실린 뒤 사라진다. 모든 이에게서 잊혀졌을 쯤 아무도 봐주지 않는 곳에서 끝을 맞는다.
삼여신이여. 위대하신 선조여. 저는 이렇게 빕니다. 당신들에게 빕니다. 이기지 못한다면. 레이스에서 이기지 못함에도 그때의 흥분을 탐하는 것이 죄라고 한다면... 당신들은 어째서 우리를 우마무스메로 태어나게 하셨습니까. 재미가 없습니다. 달리는 것이. 달리기위헤 태어났음에도. 그러니 포기하려했습니다. 레이스에도 집중하지 못하니. 그저 다른 길로 가려고 했는데. 왜 이런 나락의 끝에서 또 잡지 못할 거미줄을 내리십니까.
어째서 불을 붙게 만드십니까. 정순하지 않은 그저 거무튀튀해 저주스러운 욕망의 불꽃을.
그리도 제가 미우십니까? 그리고 제가 아니꼬우십니까? 모자란 년 하나가 물을 흐리고 남의 길을 방해하는게 그리고 고까우시덥니까? 승부의 세계는 냉혹 무정이라고들 합디다. 이길때가 있으면 지는 법도 알아야한다고. 헌데 어째서. 나에게는. 이 모자란 것에게는 지는법만을 알려주십니까 삼여신이시여. 지방에서도 빛이날 이는 정해져있다고. 그리 말하는겁니까.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다. 매번 오들오들 떨어대며 승리를 쥐어짜내고 싶어할 뿐. 다들 이기기위해 필사적으로 지혜를 쥐어짜고 자존힘을 버리며 진흙투성이에 몸을 던지며 싸우고 있던 것이다. 프로로서. 한 번이라도 더 자기가 원하는 가장 아름다운 레이스를 하기 위해서. 나는 그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정말로 그래.
눈앞의 유키무라모모카역시 올해가 가면 트윙클에서 달릴거라 장담한다. 가는게 당연하다. 마구로를 압도하고 트윙클로 이적. 이름은 다를지언정 팬들이 자신의 우상에게 품고있는 것은 그런 감정이다.
"나는... 모든것에 거역하겠다. 운명에 거역할거란 말이다."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전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나는 눈물을 보이지 않을 것이기에.
"나는 눈치가 없거든."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슥 닦아냈다. 젠장.
"네놈도 그렇다 유키무라 모모카. 마구로에서 나와 달리고 싶다며?"
"Molon Labe. 내 목은 여기에 있다. 딱히 히어로는 아니지만 원한다면 특대급의 빌런이 되어주겠다 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