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서리가 내리고 츠나지의 하늘은 깊어지며, 밤하늘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수많은 별이 빛을 발하는 머나먼 심연 저편의 다른 우주까지 거리를 헤아릴 수도 있을 만큼... ▶ 주요 레이스: 일반 레이스(11/4), 산마캔(11/11)
【다랑어자리 유성군】 10/30 ~ 11/10 (>>1)
「캠핑 시즌」의 듣기 좋은 변명일 수는 있지만, 츠나지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다랑어자리 유성군이 곧 시작됩니다. 별빛에 많은 관심을 지닌 사람이나 우마무스메라면 텐트와 망원경을 들고 한적한 공터로 향하지 않을 수 없겠죠. ▶ 유성우 진행: 11/4 ~ 11/5 【링크】
사실 우리가 사과해야 할 일은 없다. 그야 CCTV 영상(음성은 안 들었다. 확인할 때엔 버스였어서) 확인해보니까 유키무라가 먼저 선빵쳤던데. 메이사 녀석에 의자까지 들고 때릴 줄은 몰랐지만... 뭐 상대가 인간도 아니고 말딸이니까. 괜찮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맨손에 무기 들고 오는 거로 뭐라할 모럴 감각은 아니어서.
그래서 나는 니시카타의 45도 인사를 아주 태연히, 당연하단 양 받고 구라까지 칠 수 있었다. 원래 요구할 수 있을 때 다 요구하는 법이다.
"맞아, 위닝라이브 해야 하는 애가 얼굴 많이 상했더라. 메이사도 잘 한 건 없다만 선빵치고, 여자애 얼굴 그만큼 쥐어박아놓고. 모모카 아주 대단하던데? 이야~ 나는 진짜 모모카가 그런 배짱이 있을 줄은 몰랐네."
"메이사가 울었어. 너도 그렇고 모모카도 그렇고 왜 그렇게 애를 못살게 굴어? 프러시안 그렇게 안 봤는데 좀 너무하다?"
당연히 우리가 받아야 할 일이다. 좀 이기적이란 생각도 있지만, 담당, 것도 대상경주를 앞둔 담당이 있다면 조금 진상처럼 굴어야 할 때도 있는 법. 나는 미안한 기색을 일절 내비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진짜로 미안하지 않긴 해. 누가 불구가 된 것도 아니고, 원래 다들 싸우면서 크는 거니까.
...사실 유키무라 녀석에게 당한 것도 있으니까, 이 정도면 적당히 되갚아주는 거겠다 싶기도 하다.
"요구라... 그래."
"일단 경위서의 내용을 좀 논의하고 싶은데... 유키무라가 먼저 건드렸단 건 확실히 해놓자고. 그리고 메이사가 유키무라를 냅두고 오긴 했지만 제대로 수습을 위한 연락처 남겼단 것도 서로 제대로 명시하기야."
우리 애가 기절시켜놓고 빤스런 친 녀석이 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부상에 대한 부분도 서로 축소하자. 얼굴 좀 다치고 말았다는 정도로. 이건 너랑 나 둘을 위해서야. 담당들이 다른 말딸을 심각하게 부상시켰다는 거... 알려지면 솔직히 산마캔 출마가 간당간당하다고. 알제?"
"CCTV도 뒷부분은 자르고 제출하자."
그래, 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약아빠지고 모럴의식따윈 좀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다. 넌 고개만 끄덕이면 돼, 내가 요구하는 걸 들어주는 입장이니까. 어렵지 않겠지. 이번 거는.
키마구레 에스커 「... 흥.」 포 이그잼플 「레몬 쨩, 괜찮을까...? 거의 끝자락인데.」 키마구레 에스커 「이그잼플, 레몬한테 라스트 스퍼트로 저 정도 거리를 좁히는 건 별 일도 아냐. 너도 알잖아.」 키마구레 에스커 「하지만 동요하고 있지... 레몬이 이 승부에서 힘을 온전히 발휘하기는 어려울 거야.」
중계 ─ 우마무스메들이 일제히 마지막 코너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중계 ─ 퍼펙트 원더, 순수한 각력의 폭발으로 케쟈니스트를 추월하고 도로마미레 퀸과 나란히 선다! 중계 ─ 하지만 마사바 콩코드, 추격을 허용하기는커녕 더 거리를 벌립니다! 해설 ─ 최종 직선에서 결판을 낼 생각이군요!
탕야오 도라하치 「리치─!!」 케쟈니스트 「비겁하닷!!!」
중계 ─ 탕야오 도라하치가 케쟈니스트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중계 ─ 안쪽 코너로 추월해 앞을 가로막습니다! 따라붙는 치카노 하나코! 중계 ─ 그 뒤로 뒤엉켜서 오케이 스피릿, 버추얼 아사이치, 엔터 더 피존, 마인드리스 풀! 중계 ─ 레몬 노 웨츠는 최후미의 유카 키리후다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키마구레 에스커 「녀석은 변태라 그런지, 남의 배후를 잡고서 공기저항을 덜 받으며 하는 페이스 조절에 능숙해.」 키마구레 에스커 「앞을 가로막고 달리는 녀석과 심리전을 벌이면 절대 지지 않거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반대다.」 키마구레 에스커 「다른 녀석들 전부 레몬에게 등 뒤를 허락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 아마도 막막해진 나머지 페이스를 잃겠지.」 포 이그잼플 「... 사바캔에서 에스커 쨩이 그랬던 것처럼?」 키마구레 에스커 「... 요 주둥이를 콱!」
중계 ─ 마사바 콩코드, 끝까지 달아날 것인가! 아니면 추격자들이 꼬리를 물어뜯을 것인가! 중계 ─ 코너를 돌아 최종 직선으로! 승부는 막바지를 향해 갑니다!
폐가 찢어질 것처럼 당겨온다. 아직이다. 아직 죽을 순 없어…!!! 나는 ‘불쌍’한 놈이 아니다!!!!
이곳은, 지방의 경기장은 멀쩡한 정신으로 싸울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레이스에 뜻을 둔 주제에 지방에 있는 녀석들은 대체로 머리가 이상한 괴물들이니까. 한 순간이나마 편해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달린다면… 아마 저 깊은 바다로 가라앉게 되겠지.
일어서라. 다리도 아직 움직인다. 눈 앞도 아직 선명해. 어서 일어서라. 최선의 수는 전부 썼다. 몸이 말하는 [폭주]의 한계치도 이제는 넘어버렸다. 여기부터 남은 것은 생명력을 연료 삼아서 달리는 것 뿐. 저기 저 멀리를 봐라. 이 레이스의 순간에도 강해지고 있는 녀석들을. G1을 경험하고 단숨에 강해지는 녀석들이 있듯이 지방의 G3를 겪고 강해지는 녀석들도 수도 없이 많다. 기세가 오르기 시작했을 때 밀어붙이지 못하면 그대로 끝. 그래, 그냥 끝나는 것 뿐. 그저 어디에나 있는 ‘불쌍한 사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G3에서 1착. 개선문에서 1착.
같은 1착이라도 가치는 다르다. 녀석들이 프로의 세계에서 달려가는 것을, 나는 그저 시기와 질투만이 섞인 목소리로 응시했다.
그래, 그렇겠지. 너희들은 애초에 [격]이 다른건가.
자신과는 근본부터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한 덕분에, 나는 겨우 한 걸음을 걸을 수 있었다.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는 알지 못 한 채로. 그저 이런 것이 걸음인가 하고 스스로 경탄하며 나아간다.
…돌이켜보면 좋은 기억 따위는 없었다. 좋은 부모님, 좋은 친구들. 그리고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는 나. 무슨 일을 하더라도 남들만큼 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언제나 우울한 채로 있으면 누군가가 와서 내 어깨를 두드렸지. [걱정하지 마]하고. …그때는 항상 고맙다고 말하고는 뒤를 보고 달려갔었지. 안다.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쯤. 애초에 나도 그런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내가 이길 것이 분명하니까. 그렇게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감정 마저도 속여 넘기고 다음을 기약할 뿐. 그 다음은, 그 다음은.
내 인생은 언제나 다음을 찾을 뿐. 나아가지는 못했고, 그 결과. 사실상의 사망 판정을 받은 채 멋대로 괴로워했었다.
오지 않을 언젠가를 기다리는 것은 마음을 썩게 할 뿐. 초조한 마음에 그들 이상의 괴로움을 직접 감내하고 걸었고, 그리고 죽기 직전까지 갔었지.
그래, 따라가지 못한다. 그 사람들은 애초부터 달리기 위해 태어났으니까. 나와는 다르다. 애초에 종이 다르다고 말한다면 나야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나는 고작해야 나 하나를 속이지 않는다면 나아갈 수 도 없는 모자란 녀석에 불과하니까. 나를 걱정하는 말 조차도 내 멋대로 곡해하지 않으면 이 종이 같은 마음이 금방이라도 타올라서 사라져 버릴 것만 같으니까. 그저 언제나 그것만이 고민이었다.
나는… 정말 잘못한 걸까? 생각해보면 내가 나름대로 열심히 생각해서 낸 결론은 전부 잘못되어 있었다. 최고로 다다르는 길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는데. 언제나 그 길의 바닥은 칼로 되어 있고 벽에는 절망만이 비춘다.
꾸역꾸역 끝까지 도달하더라도 내가 넘을 수 없는 벽이 거기에 있을 뿐. 열심히 뛰어 보지만 저 너머에는 닿지 않고 조금씩 발에 깊숙하게 박혀오는 칼날의 서늘함이 느껴진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이렇게 어긋나기만 한 길을 걸어온 나에게 레이스의 신은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고 어쩌면 그렇게 포기하고 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떤가. 따라가고 있다고. 저 괴물들을, 지금 내가.
운명은 용자에게만 미소를 짓는다고. 누군가가 말했던가.
달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에 포기하려고 하던 나에게. 신은 말한다.
죽을 장소를 찾아가는 건 멍청이다. 내가 죽을 곳은 애초에 그곳 뿐. 우마무스메가 죽어야 하는, 살아야하는 장소.
“나는 여기에 있다…!!!”
나는 지금 달리고 있다.
마음이 부러질 것 같을 때마다 떠오르는 그 녀석의 얼굴조차 뒤로 지나간다. 그 녀석과 만나지 못했다면 행복했을까. 만나지 않았다면 더 강해질 수 있었을까.
-아니다!!!
질주를 멈추지 않음이!!! 레이스를 사랑하게 된 것이!!! 마음이 깨질 뻔 했던 기억들이!!!
그 모든 고통들이 나를 있게 만든다!!! 그 순수한 후회가, 분노가!!! 나에게 생명을 준다!!!
그것만큼은 나 자신도 부정할 수 없다. 나는 너희들만큼 재능이 있지도, 빠르지도, 그렇다고 머리가 좋지도 않아서.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다.
레이스의 신이 있다면 분명 나 같은 녀석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악에 받쳐서 트레이너의 말을 무시하고, 가르침을 어기고, 하물며 적당한 노력으로 천재를 꺾어 시대를 내리려 했으니까. 그러니, 이것은 나의 최소한의 사죄.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신에 대한 최대한의 감사.
세상에는 존재한다. 분명히 있다. 불가능이라 생각되던태을 불완전한 몸으로 뛰어넘어가는 용사가
그러니 나도 용기를 품고 싸우자. 저 멀리, 천재들을. 달리기 위해 태어난 녀석들을 이길 수 있도록. 나기를 용사로, 영웅으로 태어나지 못했으니. 그저 묵묵히 걸어라. 저 기나긴 장기판의 끝에 닿도록. 저 끝에 닿아서, 용왕이 되어라.
재능이 없더라도, 무능하더라도. 그래, 나아갈 수는 있으니까. 이 칼날 투성이의 길은, 생각한 것 만큼 아름답지 않다. 그 무엇 하나 없이 오롯이 자신과 싸워야 하는 고독한 장소. 상상으로 밖에 볼 수 없던 벽의 너머는 내가 있던 곳 보다도 훨씬 지옥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여기가 나의 출발점이다. 아무것도 없고, 그저 존재할 뿐인 레이스 트랙. 이미 달려나간 선인들의 발자국만이 남아있다. 도중에 끊기고, 멈추었다가 다시 달리기도 하고.
그 무엇하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그저 누군가는 이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겠다. 딱 한번, 가장 완벽한 경기를 봤던 그때. 내가 저곳에 간다면 죽을 거라고 본능적으로 이해헀다. 그곳의 산소는 인간에게는 독이니까. 발을 내딛는 순간 반드시 죽는다.
하지만...
하지만 닿고싶다.
저 머나먼 경치를, 나도 내 눈으로 보고싶다.
행복한 꿈에 나를 맡긴채 주먹을 힘껏 말아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에 박힐정도로 강하게 다리의 고통을 잊을 수 있도록.
중계 ─ 그 뒤에는 머리 위에 나방이 앉아서 울부짖느라 이미 레이스의 의지를 잃은 버추얼 아사이치밖에는 없다! 중계 ─ 승부는 어느새 선두 우마무스메들의 싸움으로 좁혀진다! 중계 ─ 다져진 진흙 위를 악착같이 달리는 도로마미레 퀸! 그리고 사력으로 쫓아가는 퍼펙트 원더! 중계 ─ 배후에서는 레몬 노 웨츠! 찌르고 올라온다! 가장 뒤에서부터, 돌출해 나아가는 마사바 콩코드를 향해!
레몬 노 웨츠 「하이웨이 스타─!! 이야아아아압!!!」
중계 ─ 주력이 쇠하지 않는 마사바 콩코드! 중계 ─ 앞으로 100미터! 멀지 않은 결승선에는 과연 누가 가장 먼저 손을 뻗을 것인가! 중계 ─ 편자로 거친 진흙을 차 날리며! 일제히 질주합니다! 네 명의 우마무스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