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지 말라고, 사과받아서는 안 된다고 하는 말이 사실 이해가 안 갔다. 요 근래 큰 사건이래봤자 내가 일으켰으면 일으켰지(물론 그 자식이 나쁨!) 스트라토가 사고친건 못 들었으니까. 그 무슨 우마서클이라던가 몰래카메라인지 공포특집인지 모를 우마그..아니 트레이너D의 영상이라던가(그리고 그 뒤에 시집못가 하는 스트라토)그런 건 아마 스트라토가 얽혀있다고? 듣거나 보거나 했던 거 같긴 한데.
아니 생각해보니 뭔가 많이 하긴 했구나 너도...
그래도 그게 사과할 일은 아닌 거 같은데. 영문을 모르겠네. 대체 무슨 일이지? 그 의문은 빠르게도 풀렸다.
"......은퇴라고...?" "...저기, 다른 경기에 출주한다던가... 이번 산마캔은 쉰다던가 뭐 그런게 아니라.. 아예 은퇴?"
전혀 예상 못했어. 물론 사바캔 직후 쓰러졌다던가, 수술이라던가. 병문안도 갔지만.. 알고 있었지만. 산마캔은 쉬어갈지도, 하는 생각... 사실 하기는 했어. 하지만, 하지만 은퇴라니.
"기흉 때문이야...? 수술.. 했는데도...?"
수술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걸까. 착잡하기도 하고, 무거운 기분에 입이 쓰다. 정말 바보같아. 이런 건 상상도 못했어. 아니,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거에 가까울까. 분명 모든 게 잘 될거라고, 분명 회복해서, 멀쩡해져서, 같이 달릴 수 있겠지 하고. 분명 이 밀크티처럼, 케이크처럼. 달콤한 미래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거지.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야. 설탕과 버터로 얼버무릴 수 없을 정도로 쓴 게 현실인거네.
"...괜찮아 괜찮아- 죄송할 것 까지야."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그 약속이 부담이 됐을까봐, 뭔가, 미안...."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꼭 레이스만이 전부는 아니니까~ 그치~"
나도 처음에 그랬잖아. 레이스 말고도 길은 많다고.. 굳이 위험하고 힘든 길로 가지 않아도 될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었지. 맞아. 그랬었지. 그런데도 어째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전혀 모르겠어서. 결국 쓰게 웃어버리고 만다. 어정쩡하게 설탕을 탄 홍차처럼, 단맛으로 가리지 못한 떫음처럼.
사실 히다이는 출근이나 간단한 외출 외에는 누나가 골라주는대로 입는다는 설정인데요... 😏 누나는 쉼표머리같은 꼴값 떨 생각하지 말고 본판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단정히 하라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스킨케어는 안 해도 눈썹 정리와 코털 정리 면도는 (선 볼 때만) 깔끔히 하는 편...이네요 어장에서의 일상은 거기에서 약간 방치한 느낌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
담당이 아니라면 굳이 자신의 일정을 바꿀 이유가 없겠지만, 지금의 레이니와 다이고는 담당 우마무스메와 트레이너, 동시에 연인이 아닌가, 서로를 위해 얼마든이 일정을 조정하고 바꿀 수 있는, 아니 그래야만 하는 관계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품에 폭하고 안긴 레이니의 머리에 손을 살짝 올린 다이고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시선과 눈을 맞춘다.
"음~ 내일 중에 할 훈련 코스를 짜려면 코스를 돌아봐야겠지, 돌아보는 방법은 당연히 걷는 거고."
그러니까, 해변가를 같이 걷자는 이야기다. 더운 날씨긴 하지만 바짝 붙은 레이니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으며 다이고는 웃었다.
크하핫 경쟁자가 줄었다 이걸로 내 마구로기념 우승도 한 발 가까워졌군!이라니 그런 악랄한 대사를 할 리가. ...진짜로 할 리가 없잖아... 비슷한 이유로 웃음도 쓴웃음에 그치는 걸로 봐주라. 진짜로.
"아무튼, 그런건가아.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네." "그러면~ 진로는 어느 쪽으로 갈 예정? 뭐 이것저것 많으니까 천천히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지."
더는 달리지 못하게 돼서, 라기보단 그냥 진로를 바꾼다고 생각하면- 길은 많다. 레이스보다도 많겠지. 츠나센에도 그런 아이들이 꽤 있으니까. 레이스가 아닌 다른 쪽으로 가는 아이들.
"...그리고 마지막 경기는 꼭 응원하러 갈게. 생각해보니 지금까진 계속 같이 출주했으니까, 직접 응원하러 갈 기회는 처음이네. 헤헤..." ".....처음이자 마지막, 일까. 아니 그래도, 다른 길로 가도 항상 응원하고 있으니까? 레이스 적인 의미로만 처음이자 마지막이네."
몇 점이 되면 탈락하는거지? 이런 농담을 입에 담을 정도로 분위기가 좀 풀렸나. 뭐 풀린 건 내쪽일지도 모르겠고. 뭐 사실 점수 깎여도 말이지, 사바캔에서 모두의 인기투표권을 갈아버린 점수가 아직 넉넉하게 남아있지 않을까? 네~ 제가 꺾었습니다. 모두의 마음을요. 헤헤.
"서포트구나. 음~ 그것도 좋지." "튜닝이라니 멋있다. 장비 강화라는 느낌인데. ...어, 설마 강화 맡기면 일정 확률에 따라 파괴된다던가...?"
농담이지만. ....농담이죠? 설마 진짜로 터지진 않죠? 그쵸 스트라토 선생님?
"우와- 학원장이 들으면 울겠다... 악당 점수 1점 드립니다." "뭐 사실이긴 하지. 더트 트랙 항상 불량이고 말이야."
항상은 아닌데, 사실 좀, 그래... 관리가 엉성한건 아무래도 사실이라. 지방 트레이닝 센터의 한계라고 할까.
"잘 달리고 못 달리고는 상관없잖아. 새로운 여정을 위한 마무리인걸. 무슨 일이 있어도 응원하러 갈거니까!"
레이니에 대한 생각을 조금 바꿔야 할 것 같다, 혼자서도 잘 하는 아이라고 생각해서 조금 신경을 덜 쓴 감도 있었는데, 살이 쪘다니 이건 중요한 문제다. 담당 우마무스메의 체중관리 역시 담당 트레이너가 해야 할 일, 레이니가 모든 걸 알아서 할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이래서는 믿고 맡기는 게 아니라 방치하는 게 되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미치니 조금 소름이 돋았다, 한참 잘못하고 있었던 건가?
"일단은 오늘 걷는 코스를 한 번 보자, 내가 보기엔 괜찮긴 한데..."
그럼 이제 코스를 보러 갈까 했으나, 여전히 꼭 안겨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레이니를 내려다보곤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다가, 머리카락 너머로 이마에 입을 가볍게 맞춘다.
먼저 너와 이어진 인연들이 있는데, 그 자리를 비집고 자신이 차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언제든지 조언이 필요하라면 해오라는 당신의 말은 다이고와 했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마미레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언젠가 제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때엔 물어올 수도 있겠지. 좋은 하루가 되라는 당신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마미레는 인사를 건넨다.
>>0 이국적인 바다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당신은 그 바닷가에서 특훈을 하고 있을 수도, 아니면 신나게 아이들과 놀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당신은 저 바다 멀리 둥둥 떠있는 무언가를 볼 수 있을 것이었다. 그것은 튜브 보트였는데, 그 위에는 튜브 보트보다 살짝 더 기니 다리를 내놓고 있는 아이가 누워 있음을 볼 수 있다. 어떻게 튜브 보트를 타고 쉬고 있나 보구나 생각 할 수 있는 것인데, 당신은 어쩐지 그 보트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계속 바라보면 정말로 해변에서 멀어지고 있으니, 해류를 타고 흘러가고 있는 것이 분명할까. 저 멀리 망망대해로 흘러가기 전에 어떻게든 해야 할 것이었다.
기뻐하는 네 모습을 보니, 묘한 쾌감마저 느껴진다. 내가 너를 갈망함으로써 기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이제는 그 환한 미소도 가지고 싶다. 평생 나만을 위해 웃어줬으면 좋겠다.
"...글쎄, 어쩔까."
엄지로 네 입술을 매만지다가, 천천히 손을 떼어낸다. 내겐 남의 언행에 간섭할 자격도 없고, 그걸 금지할 권리는 더더욱 없지만,
"금지야." "다른 놈들, 그렇게 부르는 거."
너에게만큼은, 「나」라는 족쇄를 채우고 싶다. 사슬에 얽매여서, 영원히 나만을 바라보게 하고 싶다.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책임지게 하고 싶다. 너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통제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 이 감정을 일반적인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니까.
"...앞으론 조심해." 내가 너로 인해 망가지는 꼴은, 너도 보기 싫을 테니까. 네 허리를 끌어안아, 너를 내 품 안에 가둔다. 몹시도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