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모씨가 얘기한대로, 비가 꽤 크게 오고 있는지라 마장은 진흙과 같이 되어 있어. 아마...메이사가 좋아할 만한 날씨려나.
... 그렇다면, 이 레이스는 어떻게 풀어나가는게 좋을까. 이미 이와시캔에서 내가 할수 있는 전법은, 도박은 거의 다 사용했어. 그러면...이번에는 어떤 전법이 가장 좋을까. 어떻게 하면... 또 다른 도박으로, 너희들과 좋은 승부를 낼수 있을 정도로 그 명예에 손을 뻗을수 있을까.
"...스피드."
실은, 이런 날씨에 스태미나가 부족해지면 정말로 큰일이다. 완주가 어려워 질수 있는 날씨. 하지만... 그것은, 조금의 편법을 쓴다면, 그 실속하는 시간대에 남들보다 더 앞서 나갈수 있다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여느 때는 그냥 아무 자리에 앉아있던 니시카타 미즈호 였으나, 오늘은 웬일로 야나기하라의 옆에 앉아있다. 다소 창백한 낯빛으로 게이트를 바라보고 있는 니시카타 미즈호는, 평소와 달리 표정을 읽을 수 없다. 어색하게 미소지으며 니시카타 미즈호는 코우의 어깨에 살며시 어깨를 기대고 있으려 하였다.
".....하하.....긴장되네요, 이젠 저희 팀이 나가지도 않는데도....... "
누구를 응원할 지는 정해져 있다. 하지만 드러내지 않는다. 코우 씨, 사실 나는 두려워요. 이 다음에 있을 것이......
게이트에 들어서서, 같이 달릴 우마무스메를 살펴본다. 스트라토... 건강이 안 좋아보이는데, 괜찮을까. 그리고, 건강이 안 좋더라도 꽤 강한 아이이다. 방심해서는 안돼. 스와브... 계속 훈련을 했으니 안다. 내가 스피드에 거의 모든것을 넣었지만, 그녀는 스태미나에 모든것을 넣었다 볼 수 있다. 이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키마구레... 사실, 이겨보고 싶은 상대 중에 하나긴 해. 하지만... 그 뒷심은 가히 폭발적. 어디서 힘이 나는지 모르겠어. 주의할 상대중 하나야.
... 그리고 메이사.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위험한 쪽. 어떻게 될까. 너는, 이번에 이 영광을 가져갈수 있을까. 그렇게 두지는 않을거야, 메이사. 쉽게, 져주지는 않을거라고.
준비를 마친다. 그리고... 게이트가 열린다.
일단, 이번 상황에서는 선두의 뒤에 달리면 그때 메이사에게 당한것처럼 위험할 수 있어. 강제로라도, 선두를 뛰어보고 싶지만... 어떻게 나올지는 잘 모르겠어. 아마 스트라토가 선두를 차지하려 오려나.
게이트가 열리는 것과 동시에 뛰쳐나간다. 다행히 출발은 늦지 않았다. 심호흡이 도움이 되었을지도. 가장 먼저 달려나간 것은 나니와였다. 나는 그 뒤를 쫓아간다. ...스트라토는, 앞쪽에 없네...? 도주 각질인 스트라토가 앞에 없다는 건 의외인데. 오늘은 작전을 바꾼 걸지도. 이런, 남의 일을 신경쓸 때가 아니지. 뒤에서 들리는 엄청난 발소리와, 압박감, 불량한 마장.... 신경쓸 건 이쪽이다.
"...그럼 어떡할까."
몬다이와 했던 트레이닝을 떠올린다.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도 압박감도, 전부 자전거타고 따라오면서 '허~접❤️'이라고 하던 몬다이라고 생각하면 좀 나을지도... 아닌가? 이건 이거대로 빡치기도 하고, 몬다이가 저만큼 있으면 무서울거 같은데(?)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다. 이 레이스가 끝나고 나서도, 쉬이 멈추지 않을 긴 비다. 물에 젖은 땅은 걸음 한 번마다 발끝을 미끄러뜨리고 내딛는 발목을 붙잡는다. 경기가 끝나면 착차를 가리고 않고 모두 진흙투성이가 되어 있으리라. 비까지 내리는데 결과마저 따라주지 않는다면 아마 많이 울적해지겠지? 출발 신호가 울리기 전, 하늘을 바라보며 아주 잠깐 그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떨쳐낸다. 걱정은 시도하고 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아. 몸을 낮추고, 신호를 기다린다. 1초가 영겁처럼 느껴지는 불안한 긴장이 온 몸을 타고 흐를 적.
그 불안을 동력 삼아 박차고 나아간다. 일제히 뛰쳐 나가는 우마무스메들의 대열을 빠르게 읽으며 위치가 더 뒤얽히기 전에 적당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정도면 그럭저럭 안정적인 상황이다. 시작은 좋다. 평소였다면 땅을 우르르 울리는 육중한 소리가 나야 할 경기장에는 질척거리는 진흙탕의 발걸음만 울리고 있다. 눈에 들어간 빗물을 그대로 흘려보내며, 아직은 상황을 살피기로 한다.
사미다레는 스트라토의 대답에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발설은 정말로 안 해 줄 것 같아서 안심이 되는 것과는 별개로 역시 부끄럽다. 공항이나 통신이나, 그런 이야기에는 문외한이다 보니 마냥 신기하고 멋지게 들리는 이야기다. 그렇구나- 하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는 눈을 봐선, 아마 이 주제로 계속 이야기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듯싶다.
"닿기 위해, 가장 앞에서 달릴 뿐……이라는 건가요?"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다면, 가장 단순하면서도 그만큼 명확한 목표라 할 수 있겠다. 경쟁은 물론 중요하나 핵심이 되는 목표는 따로 있다. 사미다레는 그런 감정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서, 부끄러운 것도 잠시 잊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후회 없는 경기를…… 해요. 저도, 스트라토 씨도, ……지난번보다 나아진 결과를, 낼 수 있었다면 좋겠네요."
둘 모두 입상에는 들었으나,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 만난 이후로 내내 부끄러운 기색만 떠올라 있던 얼굴이, 눈빛이, 지금만큼은 제법 굳센 열의로 빛나고 있다. 사미다레는 머뭇거리다 두 손을 내밀어 보였다. 스트라토가 손에 든 물건만 아니었다면 악수를 요청했을 테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조금 애매한 것 같고……. 계속 들고만 있게 하는 것도 실례인 듯해서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또 다시 오타쿠를 겨냥한 언어적 치명타가 들어왔다!
"그, 그, 그건. 말이죠! …………그. ……………………"
기절, 차라리 수치로 열이 올라서 기절하고 싶다. 하지만 쓸데없이 우량하고 튼튼하게 단련한 몸은 기절을 허용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비명이 나오려는 것만은 참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대, 대, 대, 대충이라도, 둘러댈 말이 필요하다! 사미다레는 이제 얼굴에서 불이 날 것만 같은 상태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극도로 당황한 상태인데다, 원래 거짓말을 잘하는 편도 아니다. 결국 간신히 쥐어짠 핑계가 이렇다.
"그, 뭐, 뭐냐……. 흑마법 서적,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죽, 죽을래. 한순간 정신이 아찔해지는 기분이 든다. 물론 그건 그냥 기분이고, 다시 말하지만 사미다레는 지나치게 건강한 몸이라 기절할 수가 없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매미 소리만 어색한 정적을 맴맴 울려댄다.
군데군데 있는 웅덩이, 발이 빠지면 위험할 것 같아 보이는 곳을 의식적으로 피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나가던 솜씨가 여기서 발휘!랄까나~ 그러다보니 어느새 앞쪽으로 복귀한 스트라토와- 언더커버. 그리고 나니와까지 해서.. 어라? 나 이렇게나 밀려났나?
역시, 바로 오는 언더커버. 거기다 스트라토의 스타트 대시. 후우... 저 둘이 내는 진흙으로 잘 보이지 않고, 거기다 진흙이 만드는 점성덕에 발이 쉽게 빠지지가 않는다. 이건... 조금 위험한걸. 역시, 다들 세. 메이사가 잘할 것이라고도 느껴져... 하지만, 여기서 쉽게 져 줄 수는 없잖아, 안 그래?
"후우... 후우...."
다들, 역시 대단하다고. 이와시캔에서는 정말 도박수로 이겼지만, 이번 상황은...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역시 시뮬레이션 대로 흐르지가 않네. 하지만... 여기서 어떻게 나와야 이길수 있을까. 진흙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가 않아. 하지만, 빗물로도 가려지지 않는 너희들의 열기가 있어서, 어떻게든 다시 불태우고 싶은 것이였다. 어떻게든, 너희들에게 좋은 승부라고 말을 듣고 싶은걸.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니시카타 미즈호는, 코우의 어깨에 여전히 어깨를 기댄 상태로 앉아있다. 메이사 프로키온이 4위로, 언그레이 데이즈가 3위로 밀려나는 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누구를 응원하려 하는지 응원 문구를 외치지도 않는다. 그저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코우 씨, " "이 경기가 끝나면, 저, 메이사 양을 뵈러 가기로 했어요. "
그러니까, 저는 무조건 메이사 양을 응원해야만 해요. 1착이 아닌 메이사 양 앞에서는, 절대로 똑바로 서 있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이 이야기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마음 속에만 삭여두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