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지 않았단 거냐... 나는 준비하던 도게자를 회수했다. 이번엔 물구나무도 해보려했는데 은근히 아쉽게 됐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메이사의 기강을 잡는 건 유효한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저 녀석은 확실히 인싸였지, 그렇다면 그 인망을 훼손시키는 방향으로...인가. 그런 부분이 크리티컬이로군.
그렇게 된다면... 사바캔 때는 최대한 얌전히 정리하는 방향이 맞을 것 같은데. 니시카타 그 기집애는 워낙 피엔이라 어떨지 모르겠네.
"...하여튼, 싫지 않았다면 다행이고... 근데 귀 진짜 안 만지냐? 바겐 세일이라고~? 이번만큼만 공짜고 다음부터는 한 번 만질 때 300엔 받을 건데? 지금이라면 허리 숙여주는 옵션도 있다고?"
"지금이 아니면 키 작은 메이사쨘은 평생 못 만질텐데~?"
그런 농담을 하면서 묘한 어색함을 해소해본다. 아, 근데 이러고 나니 묘하게 더 할 게 없는 느낌이다. 마츠리가 다 그렇달까. 3만엔 다 써버려야지! 하고 왔어도 부스 게임 몇 개 하고, 3천엔만 써도 또 묘하게 허전해서 생각없이 거닐게 되는 곳이다.
무거운 이야기라는 게, 대체 어느 정도길래 저렇게 망설일까 싶지만... 결국 언젠가 밝혀질지도 모르는 이야기라면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게 가장 낫다.
"그건 메이사에게 물어봐야 할 문제일 것 같슴다,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말임다."
그러나 결국 선택은 두 사람의 몫이어서, 다이고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든 잘 풀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지만. 세상 일이 마음대로 되던가.
"...으음, 그런 거였슴까." "그래도 제 생각은 그렇슴다,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면 제대로 꺼내놓지 않는 한 계속해서 그런 감각은 남슴다. 지금보다 관계가 나아질 수는 있어도 더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그런 생각 말임다."
그날 레이니가 어째서 조금 가라앉아 있었는지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까칠하게 굴 때마다 스스로 겁을 먹고 떠는 아이였으니... 미즈호와의 대화는 충격으로 다가왔을지도. 그러나 그 부분은 지금은 문제가 아니다, 어쨌든 지금은 괜찮은 것 같고, 그보다는 이 대화에 집중하자고 생각하며 다이고는 미즈호를 쳐다봤다.
바겐 세일이네 이번만 공짜네 어쩌고 저쩌고 아무튼 대체 귀에 무슨 자신감이라도 있는지 끈질긴 권유라고 할까, 농담을 가볍게 넘기려고 했는데. 그 뒤에 이어진 말이 나의 이성을 뚝 끊어버렸다. 내 키가 작은 건 사실이야. 하지만 날 키 작은 메이사쨘이라고 부르는 건 용서할 수 없다! 그렇게 외치고 싶은 걸 애써 참으면서, 그럼 허리 좀 숙여달라고 부탁했다.
허리를 숙여준다면, 몬다이의 귀를 잡아 살짝 당겼을 것이다. 살짝, 살짝이에요. 정말이라니까요. 절대 찢으려고 한 건 아니고요. 스이톤(수제비) 만들 때 밀가루 반죽을 떼어서 넣는 정도의 힘이라고 할까.... 아시겠죠? 마음 같아서는 정말 떼버리고 싶지만. 으휴 진짜.
"—흥!! 아저씨 귀 같은 거, 오히려 내가 300엔 받고 만져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튼 뭐... 아까 경품 받은 거. 카키고오리 있지 않았어? 그거나 쓰자."
이것저것 해보자고 하는 것 중에서 카키고오리라는 말을 듣자 문득 생각났다. 아까 사격 경품으로 뭐 받지 않았던가? 그럼 그거 쓰러 가도 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