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리에서 미즈호와 만난 다음 날, 부실에서 보자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다이고는 하던 일이 끝나는 대로 팀 프러시안의 부실로 향했다. 우마무스메들은 다들 따로 자율훈련을 하거나 수업에 집중할 시간이므로 이 시간대에 누군가 있다면 그건 아마 미즈호 뿐일 것이다. 어쨌건, 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부실 앞에서 문을 두드리자, 약간 늦게 들어오라는 말이 들려와 다이고는 부실의 문을 열었다.
"안녕하심까 니시카타 트레이너."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는 들은 바 없기 때문에, 다이고는 부실 안으로 들어서며 미즈호에게 인사를 건네곤 대화할 만한 탁자 주변에 있는 의자를 찾아 앉았다.
>>452 "좋은 오후랍니다, 시라기 씨... " "후후, 그렇답니다. 잠시 복잡한 생각 정리겸 업무 처리를 하고 있었어요. 중요한 업무는 아니었답니다. "
미즈호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부실 내 미니 냉장고에서 가볍게 시원한 생수 페트병 두 개를 들고 탁자 주변 의자에 앉은 다이고의 건너편으로 가 앉으려 하였다. 아이들이 아무도 없는 시간대의 프러시안의 부실은 조용하다. 그렇기에 무엇이든 꺼내놓을 수 있다.......
"이 시간에 오신 것은, 역시 듣고 싶은 게 있어서 이시겠지요. "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답니다. "
미즈호는 그렇게 말한 뒤에 잠시 뜸을 들이다, 다이고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렇게 말을 꺼내보였다.
칭찬이라기보단 뭔가 몬다이가 잃어버린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느낌인데(?). 칭찬...일까? 이 인간 맞선 자리에서도 이런 식으로 말해서 맨날 실패하는거 아냐? 왜 맨날 실패하는지 좀 알 것 같다. 그런 감정을 여과없이 눈으로 쏘다가 피식 웃었다. 뭐 어때. 일단 내가 더 젊은 건 사실일테니까 칭찬으로 듣지 뭐.
"음~ 글쎄. 사실 우리집도 노점하고 있으니까, 나 불꽃놀이 전까지 쭉 일하면서 이것저것 많이 먹어봐가지고. 축제음식은 좀 물렸다고 할까..."
물론? 사주면 얼마든지 들어갑니다만은. 사실 뛰고 나니까 배가 고파서 집에서 뭘 좀 먹고 나왔더니 생각보다 배가 불러서.. 놀다보면 또 꺼지겠지만.
"사격? 헤에~ 몬다이 사격 잘 해? 내기라도 해볼래?" "나한테 이기면 한도를 3만엔에서 2만엔으로 낮춰줄게. 대신 내가 이기면... 음... 뭐하지." "저번에 찍은 그 영상이라도 뿌릴까. 마~하❤️ 아니면.. 또 뭐가 있을라나~"
맞선에 대한 질문을 의도적으로 회피했다. 회피하면 해피해진다. 굳이 이 좋은 날에 혼활을 떠올려야 할까!
아!!!! 마츠리에서 어느 아리땁고 돈 많은 아가씨와 운명적인 손끝터치로 인연이 이어질 수는 없는 거냐!!!! 왜 사람은 혼활을 해야 하는 거야!
라는 마음 속의 절규는 한쪽으로 밀어두기. 말마따나 좋은 날이니까. 라고 하려 했는데.
마~하❤️라는 말에 철저히 붕괴되고 말았다. 단전에서부터 내공이 역류하는 기분이다...! 아, 진짜, 아!! 미친!! 왜 했지!!!!!!!!!! 가, 가면라이더 마하는 그래도 멋있지만... 아아아아아악! 그걸 학생들 여럿한테 들키고 내가 왜 그런 일을 한 거지! 술 그만 마셔야 한다고 정말......!!!!!!!!!!!!!!!!!!!!!!!!!!!!!!!!!!!!!!!!!!!!!
나는 가로수에 머리를 처박고 길바닥에서 벌레처럼 꿈틀거리다 수치심으로 시뻘개진 얼굴을 손으로 가리는 게 할 수 있는 고작이었다...
잠시간의 회복시간 후.
"...오냐, 내기라고 했지."
"내가 이기면 그 영상을 지우고 네가 이기면 4만엔으로 한도를 늘려주마. 어때!"
아직 귀는 새빨간 채로 의기양양하게, 총 한 번 잡아본 적 없으면서 내기에 올라타버리는 내가 있었다. 역시 팀 프리지아야, 도발키 누르는 솜씨는 챌린저다!
>>456 자신을 반겨주는 미즈호가 생수 두 병을 든 채로 맞은편에 앉자, 다이고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걸까 생각해본다. 물론 그런 고민을 하더라도 미즈호의 입에서 어떠한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별 의미가 없지만. 잠시 뜸을 들이는 미즈호를 따라서 입을 다물고 있던 다이고는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의 관계에 대해 미즈호가 물어오자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라는 듯 흐음, 하는 소리른 냈다.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의 관계 말임까..."
자신이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는 사실 레이니와의 관계 하나 뿐이다. 옳은지 그른지는 모르겠지만.
"으음, 구체적으로 말하려면 길겠지만. 일단 서로를 믿어줌으로써 이어지는 관계라고 생각함다."
"와-오. 진짜 애벌레같다❤️ 약 맞고 꿈틀거리는 송충이같아❤️ 개웃겨❤️ 한심해❤️ 있지있지~ 선생님~ 학생한테 약점잡힌 소감은 어때~? 지금 어떤 기분?"
하필 붙은 곳이 또 가로수라서 진짜로 그렇게 보이는걸. 이것도 찍을까? 싶었지만 귀찮으니까 그만두자. 대신 히죽히죽 웃으면서, 시뻘건 얼굴을 가리는 몬다이를 놀리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호오, 자신만만하네? 좋아. 내가 지면 영상은 깔끔하게 지울게. 하지만 과연 이길 수 있을까~?"
그동안 마츠리에서 갈고 닦아온 내 사격 실력(한없이 0에 가깝다)을 이길 수 있을까? 뭐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이런 내기 재밌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이런 건 실력보다 운이라서 괜찮아! 자신만만한 미소와 자신만만한 걸음으로 당당하게 노점 앞으로 향했다.
".......................................................내가 애를 너무 버릇없이 키웠나..........."
선생님한테 지갑이 뭐야 지갑이. 애벌레 송충이 이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워왔고! 마! 니 마-사바같은 불량한 칭긔랑 붙어다니는 거 아니지! 으이! 같은 꼰대의 마음을 가까스로 억누른다. 게슴츠레 뜬 눈으로 '이 녀석 언젠가 예절교육을 시켜야만...' 하고 생각하면서도 지갑의 역할을 다 한 나는,
나의 명예와 위신, 더 땅에 떨어질 것도 없지만 바닥의 바닥까지는 면하기 위해, 총을 들었다...
공기총이 쏘는 것은 비비탄, 출력은 약해보이고 코르크처럼 타격 면적이 큰 것도 아니거니와, 영점조절은 안돼있다시피한데. 뭐, 다 감으로 쏘는 거지!
■공다운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나의 🏅대 승 리🏅 메이사가 맞춘 것의 두배 가량을 맞췄다. 둘을 합쳐서 받을 수 있는 상품은... 작은 키링, 초콜렛, 어느 부스에서 쓸 수 있는 카키고오리 1회권 정도. 보상 짜구만!
뭐, 형편없는 보상이라도 승리는 승리니까 티배깅이나 한 번 할까!
"와하하핫, 보았느냐! 이게 어른의 실력이라는 거라고. 방아쇠의 무게를 모르는 녀석은 절대로 나를 이길 수 없어!"
아까 송충이처럼 꿈틀거리던 게 언제냐는듯 나는 크겔겔겔 우하하하 풉킥풉킥 도발키를 연타했다. 그러느라 마하❤️ 영상에 대해 전부 까먹어버리긴 했지만.
"후, 개운하다. 자. 그러면 이제 뭘 할까. 금붕어건지기도 있고, 농구공 던지기도 있고, 회전목■도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