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축제 기간도 절반이 넘게 지나, 이제 점점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불꽃놀이를 보는 시간도 지났고, 이제 사람들은 온전히 야시장에 늘어선 다양한 점포들과, 평소에는 즐기지 못하는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즐기는 방법은 단순히 점포의 물건을 보거나 사는 것 말고도 신사 주변을 돌아보거나, 그저 한적한 곳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등 다양하지만.
"어서옵셔! 맛있는 철판볶음임다!"
그저 손님으로 점포들을 방문하는 것에 지루함을 느끼고 알바를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즉 지금 다이고는 머리에는 띠를 두른 채, 불판 앞에서 뒤집개를 양 손에 쥔 채, 속성으로 배운 철판볶음면을 실시간으로 볶아내는 중이었다. 치익, 하고 기름기 둘러진 판에 면이 지져지는 소리가 들리고, 맛있는 냄새가 마구 퍼지면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면을 볶으며 인사를 건네는 다이고는, 잠시 땀을 닦다가 저만치 보이는 미즈호의 모습에 입가에 손을 대고 그녀를 불러 본다.
"니시카타 트레이너! 볶음면 맛 좀 보고 가시는 건 어떠심까!"
그녀가 뭔가 먹고 왔을 수도 있어서 꼭 먹으라는 거라기보단, 맛이라도 보라는 말을 골라 본 다이고는 미즈호가 이 쪽을 돌아본다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을 것이다.
>>958 오늘의 니시카타 미즈호는 딱히 뭔가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다. 한창 이삿짐을 풀고 힘이 풀릴 무렵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입맛이 당기는 것이 없었다. 하늘색 유카타를 입은 채 [ 집 ] 을 나와 정말로 정처 없이 떠돌고 있을 무렵이었다. 익숙한 얼굴이 철판 볶음면을 만들고 있는 것이 보이자, 미즈호는 종종걸음으로 그곳으로 향했다. 단순히 볶음면이 먹고 싶어서, 란 이유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 익숙한 얼굴이 철판볶음면을 만들고 있다. 둘째, 그 익숙한 얼굴이 자신을 콕 집어서 부르고 있다.
"시라기 씨, 이런 곳에서 점포 운영을 하고 계셨군요? "
부드러이 미소지으며 그러겠다는 듯 니시카타 미즈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딱히 입맛은 없지만, 먹으라 한다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아, 지금의 미즈호는 다이고가 봤을 적보다 한창 야위었긴 하지만, 정말로 먹으라 한다면 먹을 수 있다.
이른 아침인데도, 츠나센 학원의 더트 트랙에는 달리는 우마무스메들이 몇 있었다. 아무래도 사바캔을 앞뒀기 때문이리라. 언그레이가 삼관의 길을 지켜낼 수 있을지, 아니면 사미다레가 새로운 별로 떠오를지. 물론 그녀들이 1착을 거머쥐지 못해도 괜찮다, 그 또한 경험이니까. 결과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 중요한 건 과정이다. 그렇기에 트랙을 힘차게 달려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빛나지 않을리 없다. 아직 오전 트레이닝까지는 한참 남은 시간, 코우는 일찌감치 트랙에 나와서, 벤치에 가만히 앉아있다. 트랙 위에는, 역시나 중간중간 아는 얼굴이 보이기도 하고.
아침잠에 약하지만 최근에는 제법 일찍 일어나게 됐다. 거의 항상 지각 직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던 교문을 새벽공기와 함께 통과하고, 비몽사몽한 상태로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스트레칭을 하고나서 잠기운이 좀 날아가고 나면 트랙을 달리기 시작한다. 츠나지는 아직 나츠마츠리의 열기로 가득하지만 사바캔이 얼마 남지않은 지금, 언제까지고 축제에 들떠있기만 해서는 안 되니까. 확실하게 악당이 되기 위해서, 확실하게 노력한다고 할까. 이번에는 3마신의 차이를 넘어서고 말겠단 각오라고 할까.
"—후우, 쉬었다가 할까..."
너무 무리하다가 컨디션을 망치는 것도 안 될 일이다. 잠시 휴식을 위해 물건을 둔 벤치 쪽으로 다가가려다가- 바로 옆 벤치에 앉아 트랙을 보고 있는 하또를 발견했다. 헤에, 저쪽 팀도 아침부터 열심인가보네.
"하또잖아, 블레이징도 아침부터 트레이닝이야?"
수건과 물병을 집어들고 하또 쪽으로 다가가며 말을 걸었다. 얼굴의 땀을 한 번 훔치고 나니 수건이 금새 눅눅해졌다. 우~ 건조기에 돌리고 싶어지는걸.
서비스로 받는 것을 마다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비록 입맛이 없긴 했지만 주는 것을 못 먹을 사람이 아니었다. 감사히 두 손으로 볶음면이 담긴 종이 상자를 받아들고 니시카타 미즈호는 가볍게 한 젓가락 후루룩 하였다. 아, 이 적당히 탱글탱글한 면발. 나쁘지 않은 맛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훌륭하다. 조용히 소리 없이 면발을 후루룩 먹던 미즈호는, 다이고의 괜찮냐는 물음에 그렇다는 듯 일단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냥.... 요즘 이런저런 일이 많아서 좀 식사를 거를 일이 많았을 뿐이랍니다. 다시 잘 챙겨먹을 수 있을 거에요. "
이젠 아침 식사를 좋던 싫던 무조건 챙길 수 밖에 없게 되었으니까. 식사를 거르지는 않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