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를 붙잡는 손에, 자연스럽게 다이고를 부르려고 했지만, 금세 막혀버려서. 레이니는 당혹스러움에, 두 눈을 저도 모르게 크게 뜨다가, 살포시 감는다. 양팔로 다이고를 밀어내는 대신, 조심스럽게 허리를 끌어안으며. 꼬리털이 삐죽 서고, 온몸을 타고 전류가 흐르는 듯한, 그런 느낌이지만, 어째서인지 나쁘지 않네. 응.
“다이고가 불꽃놀이만 보려고 하니까 그렇지.”
우와, 평소랑 같은 표정... 정말 야속해라.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는 다이고를 보며, 투정과도 같은 말이 튀어나왔다. 자연스럽게 내려간 양쪽 귀가, 불만의 표시로 몇 번 튕기듯 움찔거리는 건 덤.
“숙여달라면 숙여주기로 약속한 거야. 응. 무르기 없기.”
립스틱, 번졌을지도 모르겠는데. 손거울 가져올 걸 그랬어... 아무리 화려한 불꽃놀이라고 해도, 어두운 곳에 있는 우리들의 얼굴까지 환히 비쳐줄 순 없는게, 그나마 다행이려나. 그래도 말이지, 두 번째 키스까지의 짧은 침묵동안, 다이고의 표정, 제대로 봐두고 싶었어. 나. 나만을 바라보는, 당신이 정말로 보고 싶으니까.
“있지, 다이고. 나...” “...아무것도 아니야.”
레이니는 시선을 하늘로 돌린다. 아직 불꽃놀이는 끝나지 않았으니까. 역시, 지금은 당신의 입술에도 번진 립스틱, 말하지 않는걸로 만족할래.
[스트라토] [시간 돼?] [아직 사바캔은 아니지만, 그 전에 대답..하려고] [우미야에서 기다릴게]
불꽃놀이부터 이틀 후. 사바캔까지 미뤘던 주제에 대답이 너무 빠른 것 아니냐고 한다면- 글쎄. 어중간한 상태에서 길게 끄는 것도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사바캔은 정말로 정신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레이스 전에 말하면 말하는대로 레이스를 방해할지도 모르니까... 우마톡을 보내고, 우미야로 갈 준비를 마친다. 방을 나서기 전 괜히 눈이 마주친 테라 굿즈를 보다가 손을 뻗어 머리를 와바바박 만져본다.
"...좋아. 가자."
비장한 각오를 하고 방을 나선다. 그렇게 먼 곳은 아니라 금방 도착한 우미야에서 다랑어 푸딩 2개와 음료를 주문한 후 테이블에 앉았다. 입술이 바짝 타는 듯한 느낌. 레이스 중에 뒤에서 추격당하는 느낌 같기도 하다.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톡톡 두드린다. 푸딩이 그에 맞춰서 흔들리는 걸 보며 심신의 안정을... 얻을 수 있겠냐...
……해산물을 팔고 있었다면 가업과 연관이라도 있어 보였을 텐데, 집안 일이 아니였다. 알바도 아니다. 그럼 그 두 이유도 아닌데 사미다레가 왜 여기에 있나? 사연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저, 저기……. 닭꼬치 ■엔 어치요." "네~ 알겠습니다! …………어, 어엉?" "어, 저, 왜 그러…… 세요?" "아이고─ 큰일났네. 거스름돈이 없다. 학생, 얼른 돈 가져올 테니까 잠깐 꼬치 좀 보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네에에?!"
……뭐, 대략 이런 일이 있었다. 가게 보는 일이야 지금껏 많이 해 봤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처음 보는 낯선 아저씨의 포장마차를 맡아 본 적은 없는데!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실시간으로 조리 중인 꼬치는 없고, 이미 다 구워진 것들을 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게 1일 알바를 하는 건 괜찮다는 뜻은 절대 아닌데! 심지에 금방 온다고 해 놓고선 늦으셔!
"저, 저 여기 알바 아닌……! ……아, 아니. 그. 무, 무슨 꼬치로…… 드릴까요……?"
모르는 척 도망가기엔 왠지 모를 책임감이 느껴져 그럴 수도 없고, 장사집 딸로서 꼬치 사겠다는 사람을 돌려보내기도 미안해서, 결국 자발적으로 꼬치를 팔아 주는 사미다레였다. 다만 불안스러운 심정만은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키가 큰 우마무스메가 시무룩한 울상으로 바쁘게 꼬치를 파는, 그러면서도 음식 담고 돈 세는 손놀림만큼은 현란한…… 괴상한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안절부절하고 있다 보니 어느새 스트라토가 도착해있었다. 나니와도 그렇고, 스트라토도 기척없이 잘 움직이네. 아니, 단순히 내가 주변 소리를 들을 여유가 없었나... 아무튼 맞은 편, 푸딩 하나가 놓인 자리로 손을 뻗어 가리키며 앉으라고 권했다. 스트라토가 앉은 후에야 천천히 입을 떼려고 했는데... ...아와와... 그 사이에 시뮬레이션 돌린게 다 날아간 느낌이야. 막막하네..
"크흠. 그, 일단..." "당일에 대답 못했던 건 미안. 아무래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대답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았어..." "중요한 문제니까, 제대로 생각하고 결론을 내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해서." "그래도 사바캔까지는 역시 너무 오래걸리겠지 싶어서. 응."
제대로 생각하고 결론을 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경험자(?)를 찾아가 조언도 구했다. 구할 수 있는 모든 매체를 통해 정보를 찾고, 자신의 마음이, 감정이 그게 맞는지.
"그래서, 결론이 났다고 할까.. 아, 푸딩말고 음료수도 시킬래? 내가 살게."
중요한 이야기 전에 살짝 도망치듯 얘기해버리는건, 긴장을 풀기 위해서니까... 그, 그게 진짜 도망치려는건 아니니까!
충분한 시간 동안 나눈 입맞춤이 끝나고, 불꽃놀이만 보려고 하니까 그랬다는 레이니의 말에 다이고는 뭔가 생각난 게 있는지 흐음, 하고 레이니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불만 섞인 듯한 귀의 움직임이 눈에 담긴다.
"무르기 없기, 언제든 이야기 해 줘."
립스틱이 번져 살짝 붉게 물든 입술을 다이고 스스로는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그저 레이니의 얼굴을 살펴볼 뿐이었다. 가끔씩 하늘에서 번쩍이는 불빛에 어른거리는 얼굴의 모습, 평소의 흉터도 보이지 않고, 그저 서로 마주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막연하게 드는 상황에서, 잠시 말을 꺼내다가 그만둔 레이니가 하늘을 올려다보자, 한동안 그 옆모습을 내려다보던 다이고는 손을 뻗어 레이니를 품 안에 담으려고 했다.
"...나중에 이야기해 줄 거지?"
지금이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시간은 많으니까. 펑, 퍼펑, 하고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하늘에 빛과 함께 퍼지고 있지만, 서로에게 하는 이야기는 속삭임이면서도 선명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