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진정하고 자리에 앉아있자 얼마 안 있어 점원이 시킨 디저트와 차를 내온다. 각자의 앞에 명물 다랑어 푸딩이, 저스트 러브 미 앞에는 신메뉴 디럭스 콤보 다랑어 푸딩, 레이니 왈츠의 앞에는 얼그레이 티가 추가로 내어진다. 신메뉴라는 건, 이름이 거창한, 시럽이 가득 뿌려진 거대 다랑어 푸딩이었다!
뭔가를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들을 준비는 끝났다. 잠시 또 주변을 살피던 저스트 러브 미가, 목소리를 낮춘다.
프러시안에 있을때에 이야기였다. 기존 팀원에게 있어서 불청객이 되는 일은 두번은 삼가고 싶었다.
"카피. 먼저 좋은 소식을 들은 점에는 안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미 트레이너와는 이야기가 된 셈인가. 트레이너 이전에 먼저 확답을 들은 것은 긍정적인 소식이었다. 이변이 없다면야 입부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듯하다. 그렇기에 뒤에 들려온 이야기에 귀기울수 밖에 없었다. 순전히 호기심에 비롯된 질문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입부의 계기이니 경솔한 발언은 하지않는다.
"입부 이전에 트레이너 히로카미를 비롯해 여러 트레이너를 만나보았습니다만, 히로카미 트레이너에게 질문한 트레이너가 보고싶은 풍경. 그것이 원인이겠죠."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정과 기분에 영역인 본능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그것은.
"풍경이라는 것은 트레이너로서 목표하고자 하는 것이나 신념. 그런 것을 묻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공감의 여지를 주지 않을 수도 있으니 그저 솔직하게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그저 흘러가듯 지켜본다고 말씀하셨던 트레이너가 무척이나 그냥 내버려두기 싫었던 감정이었습니다. 제가 입부를 하게된 사유는."
트레이너 히로카미는 흘러가듯 모든 것을 지켜보는 관측자로서의 풍경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두번째 제차 물었을때에는 그렇게 바라만 보던 창가라는 개념이 지금 눈앞의 저스트 러브 미로 부터 시작해 무너지고 무언가 바라보는 것 이상의 행동을 하지 않을까 하는 추론을 했다.
"정리하자면 그 내버려두고 싶지 않은 감정을 계속해서 내버려둔다면 제 성격상 평생 신경쓸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리고 당신을 계기로 그저 바라만 보지는 않을 것같아서, 그때 결단을 내렸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난해하기 그지없는 이유였다. 순전히 발현된 감정과 추론, 그런 의문에서 출발해 의문을 풀기위해 나는 그녀에게 입부를 희망한 것 이다.
깊은 대화를 나눴구나. 이건 조금, 당신에게 밀렸는지도 모른다. 누구든 좋으니까, 아무나 괜찮으니까, 라는 심정으로 히로카미 피리카와 한 계약은, 스트라토 엑세서와 히로카미 피리카 사이의 계약보다 가늘지 않을까. 오래 있었던 것과는 다르다. 오히려 트레이너와의 연대가 끈끈해지는건 금방일지도 모르니까.
그렇다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모든걸 지켜보는 트레이너를, 이 아이가 옆에서 서포트해준다면, 그렇다면… 만약 중앙에 가게 되었을 때, 걱정 없이 이쪽의 트레이너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고, 생각했다.
>>51 사람은 밥을 먹어야 일을 할 수 있다지만 요즘은 밥을 먹지 않아도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침을 먹지 않고 저녁만 간신히 챙겨 먹게 된지 얼마나 됐을까? 병가 이후 니시카타 미즈호는 끼니를 진짜로 한 끼만 챙겨먹는 트레이너가 되었다. 이 말은 즉슨 그 활동량 많은 우마무스메의 케어를 한 끼만 먹고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담당이 줄었기에 가능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그럴까. 병가 이후로 하야나미에 식사를 하러 가지 않은지 꽤 되었고, 도시락을 싸오지도 않았기에 니시카타 미즈호는 줄곧 점심을 거른 채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렇다. 진짜로 이 점심시간에도 일 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일을 멈추고 식사를 하러 가는 이 시간에도 말이다. 며칠 동안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아서인지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다소 창백한 낯으로 파일을 처리하던 니시카타 미즈호는, 눈앞에 보이는 도시락 가방을 보고 바로 고개를 돌려 보인다. 익숙한 얼굴이 그곳에 있다.
"어라, 코우 씨. 저는 당연히 좋답니다. "
당연히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웃어보인 뒤, 니시카타 미즈호는 자리에서 일어서보였다. 딱히 입맛은 없지만 코우와의 식사라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가 아니라, 잠시만. 도시락 싸온 게 없는데.
"저어, 코우 씨. 오늘의 저는 도시락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괜찮으신가요? "
굉장히......난처한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를 슬쩍 바라보며 미즈호는 코우에게 물으려 하였다.
이 정도면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도 아닌데……. 예상 이상으로 힘들어하는 듯한 모습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에 빠진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지언정 사람은 본래 타인이 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의 상태와 기분을 정확하게 헤아릴 수 없으니, 제 기준에서 괜찮은 일이 메이사에겐 아닐 수도 있는 거겠지. 그렇게 고민해서 내린 결론은.
"음… 많이 힘들어? 그러면, 근력은 이것까지만 하고 러닝 하는 건 어때?"
그렇게 말하면서 한편에 놓인 무시무시한 덤벨을 가리킨다. 일단은 양보……하는 듯 보이는데, 사실 잘 들어보면 어찌되었든 데드리프트는 해야 한다는 말이다! 헬스 모드가 켜진 사미다레는 다소 엄격했다.
"그렇지만 몸이 무거우면, 레이스가 끝난 다음에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끝끝내 매서운 성격은 되지 못하니 이런 말 덧붙이는 것이다. 다정스레 짓는 웃음에 떨치지 못한 아쉬움 설핏 섞여 있었다.
"있지…… 난 이와시 캔 때 미련이 많이 남았어. 3착, 할 수 있을 뻔했는데 정말 아깝게 놓쳐서. 메이는 어때?"
살짝 미소지으며 도시락 가방을 가볍게 흔들어보인다. 그럴 줄 알고 일부러 넉넉하게 준비해온 3단 도시락이다.
"요즘 굶고 다닌다며."
그 창백한 안색을 걱정스레 살펴보며, 말한다. 굶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너무 명백했기에, 도시락을 가져와서라도 기필코 밥을 먹일 작정이었다. 뭐든지 상대 의견에 전적으로 따라주는 코우지만, 그녀의 식사 건은 절대로 양보할 생각이 없다. 힘들 때일수록 잘 먹고 다녀야 그나마 기운을 차리지.
사실 죽을만큼 힘들진 않고요, 그냥 설렁설렁 하고 싶어서 죽는 소리 한 거에요... 라고 말하면 갑자기 메뉴가 2배로 늘어나거나 진짜로 죽는 소리도 못할 정도로 해야겠네? 같은 일이 일어날 것 같으니까.. 그냥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아니 잠깐만? 결국 데드리프트는 해야하는거잖아? 으아앙!!
"큭... 그.. 그치만 우리.. 레이스 한 번 뛰면 체중이 확확 줄어들잖아...!"
하지만 근력은 곧 체력이고, 체력이 부족하면 레이스 자체가 힘들어지는건 맞지. 몸이 무거워도 후회하는 것도 맞고... 결국 항복하고 조용히 데드리프트를 위해 덤벨에 손을 뻗었다.
"....3마신."
뻗던 손이 잠시 멈췄다. 이와시캔에 대한 사-미의 미련과, 나는 어떠냐고 묻는 말에 툭 3마신이란 단어가 튀어나왔다.
"내 생에 그렇게 멀고.. 분하게 느껴지는 거리는 처음이야." "이대로 사카나 삼관을 뺏긴다니, 너무 분하잖아? 그러니까... 나니와가 됐건, 다른 누가 됐건, 삼관은 반드시 저지해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