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고의 표정을 보아하니 타인의 기준에서도 합격점인 새우튀김이었나보다. 다행이다. 옅게 웃었다. 사실 필살 레시피로 개량해오느라 밤을 좀 새웠거든. 눈이 평소보다 퀭했던 건 그것 때문이다.
"그래, 마시면서 선물을 까볼까. 언박싱이라니 기대되네~"
내가 선물을 다 받아보고. 뭐랄까, 고민을 거듭한 실물의 선물보다는 꽃다발을 더 많이 받아본 인생인지라. 조금 신기한 기분이었다. 실감은 나지 않지만 마음은 곱씹을 때마다 들뜬다. 잘 히야시된 아사히 맥주캔을 꺼내왔다. 치익, 깍. 하고 상쾌한 소리와 함께 맥주를 들이키고 새우튀김을 또 집어먹으면 취하지는 않아도 마음은 편안해진다.
"그럼, 언박싱 가볼까요. 일단 큰 상자부터 따볼까나."
큰 상자부터 고른 이유는, 보통 작은 상자에 본론이 담겨있는 편이라. 그리고 나는 유치한 사람이라 큰 것부터 따보고 싶다는 게 본질이긴 했다. 후, 하. 심호흡을 한 번 하고 포장을 조심스레 뜯어보면 뭐가 나오려나.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숨기지 않으며 상자를 열었다.
차라리 테마에 맞춰서 금붕어 건지기, 선향불꽃 매대, 가면 뽑기... 같은 코너를 운영했으면 모를까, 이건 그냥 나츠마츠리를 매일매일 아무 지문 다이스 복불복으로 만드는 거잖아... 그럼 결국 각자 나츠마츠리를 어떻게 즐길지에 대한 생각이 다 있는데 그걸 망칠 수가 있다구
도움이 된건가 이게? 잘 모르겠지만, 그런가보구만. 다시 슬쩍 몸을 뒤로 젖히다가, 뜬금없는- 그리고 예상치 못한 질문에 눈을 동그랗게 떠버렸다. 에에... 그쪽? 보통 그걸 그렇게 대놓고 물어보나??
"에, 어, 아니 잠깐잠깐잠깐 왜 갑자기 그러는거야!! 잠깐만!"
왜 갑자기? 칭찬을?? [정말로 네가 훌륭한 우마무스메이자 달리기 선수라고 생각한다]라는 부분까지 듣자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으악! 하지마! 그만해!!! 두 손을 마구 저으면서 저항해보지만(사실 입을 막고 싶었지만 다칠까봐 못했다) 이미 끝나버렸다. 망했군. 왜 갑자기 이런 공격을!!
"아우우우... 뭐냐고 갑자기이...."
그대로 푹 엎어져서 침대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가라앉기 전엔 고개 못 들거야 진짜. 아무튼... 왜 덤이라고 생각하냐는거지...?
"......아저씨는 담당 있어? 아- 없으면 있다고 상상하고 생각해. 담당 우마무스메가 레이스에 나가서, 2착이든 3착이든 아무튼 입상했다고 쳐. 그러면, 레이스 직후에 어떻게 할래?" "..보통은 출주한 애한테 가서, 뭐 칭찬하거나. 칭찬이 아니라도 대충 격려라던가, 다음엔 이 부분을 보강해보자던가 뭐 그런 이야기... 하지 않을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트레이너들만의 다른 방법이 있나?"
그래도 보통은 찾아가서 말도 걸고, 뭐라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말이지-
"그 날 레이스가 끝나고 날 찾아온 건, 또레나가 아니라 우마그린... ...다이고였거든." "의도한게 아니라고 해도 말이지, 행동은 때론 말보다 많은 걸 보여주니까... ...라고 할-까나."
>>862 '뭔가를 해 보겠다'는 의욕이 있는 건 좋지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뭔가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건 반대야 아이디어가 부족하면 일정을 적게 잡으면 되지, 왜 미즈호주가 축제의 구색을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는 거야...
정말로 번뜩이는 무언가가 있어서, 축제의 한구석에 이런 코너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해 보겠다는 제안을 하는 건지 아니면 단지 축제의 메인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고 싶어서인지... 다른 사람이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제3자인 내가 보기에는 데방결 진행을 넣은 이상 여기에는 미즈호주의 사심이 상당히 개입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거든?
내가 그걸 말리는 건 아니라구. 스스로 솔선해서 어장의 화력을 위해 나서 주겠다는데... 우리 어장에 많은 기여를 해 준 미즈호주한테 그 정도 보상은 해 줄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그걸 위해서는 다음의 항들을 다시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거야
- 야시장이나 다양한 매대 같은 건 I&C 형식으로 운영해도 상관없을 텐데 '진행'의 필요가 있을까? - 과연 제안한 것들이 매일 1시간씩 반응레스를 소집할 필요성이 있는 행사들일까? - 과연 제안한 것들이 '마을 고유의 일본 전통식 여름 축제'라는 분위기에 어울릴까? - 과연 제안한 것들이 다른 플레이어들의 축제 향유를 방해하지 않을까? - 데이트 방해, 그리고 강도질 이벤트가 다른 플레이어들의 '여름 축제' 참여 시간을 빼앗으면서까지 '참여를 독려'할 만한 일일까?
이걸 통과한다면 미즈코우 결혼식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해도 캡틴은 태클을 걸 필요가 없겠지...
>>828 꿈속에서 끝나지 않는 공부를 계속하고 있었으니, 그 반동으로 잠꼬대를 했나 싶다. 제 물음에 대한 답을 듣고선 마미레는 고개를 끄덕인다. 고개를 슬쩍 들어 하늘을 보나 해가 진 건 아니었기에. 한 두 시간쯤 잤을까, 오늘도 벼락치기로 밤을 새워야 할지 생각하던 때 건네주는 가방을 본다. 책과 노트가 가득 들어있을 거라. 받아 들기가 싫지만, 어두운 표정으로 마미레는 책가방을 받아들며 나약한 어조로 말한다.
"나중에 다시 털어내면 되니까... 고마워."
마지막 말을 덧붙일 때엔 마미레 당신에 대한 고마움과, 또 미안함에 겸연쩍은 웃음을 짓는다. 이어 당신이 하는 말엔 동그랗게 뜬 눈으로 고갤 휘휘 돌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그런 히또미미 괴한이 돌아다닌 다는 건 처음 듣는지라. 그 소문이 진짜라면 만나 가방이라도 뺏겼으면, -아니면 강제로 쥐여주던가- 하는 생각을 한다.
"벼락치기 하느라 밤을 새워서. 괜찮아 괜찮아."
당신의 걱정엔 태연하게 손을 내저으며 말하는 것이었지만. 눈 밑의 다크서클이나,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이나. 아무렇게나 쓰러져 자고 있던 그 모습은 아니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걸 증명하듯 마미레는 입을 손으로 가리며 길게 하품을 한다.
개인이 주최하는 이벤트에도 이렇게 깐깐한 기준을 적용하는 이유는 당연히 개인 이벤트라는 게 잘못 흘러가면 '에피소드의 메인은 언제나 우리여야 한다'라는 주인공화나, 자기 이야기만 풀어놓는 집단독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개인 이벤트 자체를 금하는 어장도 많거든.
근데 데방결을 허용해주는 시점에서 캡틴이 얼마나 우리 1호커플을 아끼는지 알 거 아니야!!
만약 아무리 생각해도 막막하다면, 처음부터 돌아가서 이 형태가 맞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 레이스 시스템이랑 페어제 관련해서 고민할 때도 몇 번씩 갈아엎고 나온 게 지금의 앵시어스 웨이브니까... '나츠마츠리' 이벤트 자체가 스토리 전체 분량의 1/8~1/10 정도인데 이 정도로 깐깐한 건 용서해 주겠지?
역시 그렇구나. 보통은 그렇겠지,라는 말에 확인받고 나니 좀 더 뭔가- 아- 이름붙이기도 귀찮은 감정들이 생기는 느낌이다. 적당히 눌러놔야지. 꾹꾹. 하지만 그 다음은 또 예상못한 일이 일어나서, 머리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살짝 당황했다. 당황했지만, 그렇지만... ...크게 싫지는 않아. 그러니까 그냥 내버려두는 걸로.
"에에— 그랬으면 아저씨, 여기가 아니라 중환자실에 입원중이었겠는데?"
농담섞인 소리를 하지만, 정말로 농담으로 끝날 소리다. 아마 그랬다면 나는 조금 화내면서도, 결국은 웃었겠지. 그리고 또레나가 너무한 것도 솔직히 좀 맞다고 생각해! 디저트 뷔페로 상쇄하긴 했지만! 아무튼 그래!!
"그보다 담당도 아니면서 대기실에 들어올 생각을 한다니, 이상하잖아~" "뭐어... 그래도 고마워."
"아아. 그렇구나. 우와 안색 엄청 나빠. 얼굴 완전 허접이야. 좀 쉬었다 해야할 거 같은데."
어- 이런 소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나는 이미 시험에 응시했기 때문이지. 음, 뭐. 하지만 쉬었다가 하는 여유도 조금은 필요하다고 생각해? 아마 시험을 안 봤어도 이런 말 하면서 미루다가 막판에 봤을 거니까 나는??
"흠... 음... 어쩐다..."
눈 밑의 다크서클, 머리카락은 푸석푸석, 아까도 기절하듯 자고 있었고.. 봐봐. 하품까지 하잖아. 그것도 엄청 길게! 이대로 그냥 보내면 진짜로 길가에서 쓰러지겠는데... 잠시 고민하다가 슬그머니, 벤치의 옆자리에 앉으려고 했다.
"너무 안 자도 효율이 떨어진다고 하니까. 10분 정도 자고 다시 해."
그렇게 말하면서 무릎-이라고 할까 허벅지를 가볍게 통통 두드렸다. 그래. 이거라도 베고 자라는 뜻이다. 하? 딱히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 그렇게 아무데서나 자다가 큰일나면 어떡해! 그럼 내 꿈자리도 사나워지고 나도 잠을 못자게 되니까. 결국 날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