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502호의 룸메이트인 스트라토 엑세서는, 도무지 만나기 힘든 상대였다. 타이밍이 맞질 않는다고 해야할까. (물론 잘 시간에는 얼굴을 보긴 한다만) 하긴, 바쁠 것이다. 클래식 시즌은 시작되었고, 곧 있으면 레이스도 개최된다. 레이니・왈츠는 스트라토를 찾아, 트랙 위로 올라온 참이다. 갈색 머리카락의 우마무스메는, 여럿 있지만, 스트라토는 보이질 않는다.
“스트라토양. 여기에는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훈련 중인 팀에 끼여있지 않을까. 달리는 모습을 놓친 것은 아닌가. 레이니・왈츠는 쉽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주변을 뱅뱅 돈다.
“음... 생각해보니 무슨 팀인지도 모르지.”
아니면 팀에 소속된 것이 아닐수도 있고. 녹색 귀가, 기운을 잃고 축 늘어진다. 그래도 엇갈릴 수 있으니, 조금만 더 있다 떠날까. 이왕 이렇게 된거, 남들이 달리는 모습을 구경하기로 마음먹고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 도전장 ] 을 주고서부터 꽤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미즈호는 도전장을 반대로 받기도 했으며 담당 무스메에게서 별의 별 우정 초코를 받기도 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또다른 이름이 탄로날 뻔한 해프닝이 있었으나 그건 그거대로 다행스럽게도 해프닝으로 끝났고, 슬슬 [ 도전장 ] 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궁금해서 니시카타 미즈호는 코우에게 이렇게 연락을 보내려 하였다.
[ 코우 씨 ] [ 도전장 초코 먹으러 가도 되나요? ] [ 아무래도 혼자 먹기엔 조금 아쉬워서 계속 가지고 있었답니다 ]
당연히, 저번에 포장은 서로 풀어보았지만 아직 먹지는 않고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준 것을 어떻게 그냥 먹을까!
달리는 모습을 구경중인 무스메 근처에는, 역시 달리는 모습을 구경중인 히토미미가 있다. 언제나와 같이 기모노를 입은 차림으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자, 니시카타 미즈호. 클래식 시즌으로 한창 바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훈련이 끝난 뒤에 언제나 이렇게 아이들을 관찰 중에 있다. 조용히 서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와중, 익숙한 얼굴이 보이자 니시카타 미즈호는 반갑게 인사를 건네려 하였다.
"어라, 이런 곳에서 또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
"당신도 구경하러 오신 건가요? " 라고 덧붙이며 레이니에게 묻는 것에는 순전한 궁금증이 묻어 있다. 하긴, 곧 클래식 첫 레이스를 앞둔 만큼 관찰은 매우 중요한 법일 테니까.
>>23 "후후, 좋은 오후랍니다. 레이니 씨. " "흐음…, 이 부분에 대해선 제가 잘 하면 도움을 드릴 수도 있을 것 같군요. "
오른손에 들려있는 포장지. 지금은 찰렌타인 데이 시즌이니 무슨 이유로 찾고 있는지 이해했다. 이 아이도 초콜릿을 주러 찾아다니고 있구나..... 무슨 의미의 초콜릿을 주러 찾아다니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 아니 우마무스메를 찾는 걸 조금 도와줄 수는 있을 것 같다. 부드러이 미소지으며 미즈호가 레이니에게 물으려 하였다.
슬슬 어두워지려고 하는 하늘, 하나 둘 씩 트랙에서 벗어나는 아이들도 보인다. 클래식 시즌이 시작된 지금, 아직 담당을 구하지 못한 아이들과, 담당을 구하지 못한 트레이너들은 분주하다. 어쩌면 주니어 시즌 때보다 훨씬 활발하게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마음이 급한 게 보이는 것도 같아서, 다이고는 팔짱을 낀 채 트랙을 쳐다보았다. 클래식 시즌이 시작된 만큼 할 일이 늘어서 트랙에 이렇게 나와 담당이 아닌 아이들의 연습을 보고 있는 시간이 줄긴 했지만, 그걸 감안해서라도 거의 보지 못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이름도 못 들었지."
반대로 그 아이 역시 다이고의 이름은 모르겠지. 어느 반의 누구일까 명부를 찾아보면 알 수는 있겠지만, 뭐랄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자연스럽게, 볼 때가 된다면 또 보지 않을까- 하고 (다소 바쁘긴 했지만) 막연하게 생각하던 차여서, 다이고는 벤치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어느덧 트랙은 거의 비어간다, 남은 트레이너나 우마무스메는 내일의 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겠지, 어쨌든 오늘 연습은 끝일 거다.
그렇지만 어둑어둑해진 저녁때라도 연습을 하는 아이들이 없는 건 아니라, 불빛이 트랙을 밝히고 있다. 다이고 역시 이제는 들어갈까 생각하면서, 마지막으로 한 번 트랙을 훑어본다, 아무도 없으면...
여기서 스트라토의 이름이 나올 줄은 몰랐다는 것인지 미즈호는 다소 놀란 듯 레이니에게 말을 건네었다. 이런 곳에서 스트라토의 룸메이트를 만나게 될 줄이야.... 다소 놀라웠으나 미즈호는 내색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조용히 그러냐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렇게 물어보려 하였다.
"스트라토 씨에게 초콜릿을 주려고 하셨군요. 역시 이런 초코는 직접 전해줘야 의미가 있으니.... [ 도전장 ] 인가요? "
주니어 시즌의 막바지부터 끊임없이 이어진 거절, 거절, 그리고 또 거절. 클래식 시즌에 돌입하였으나, 아무런 트레이너를 둘 생각이 없어보이는 레이니・왈츠를 보고, 츠나센에 있는 모든 트레이너들은 고개를 가로저을 수준이 되었다. 뭐, 그게 그녀가 원하는 것이지만. 좁은 시골 학교니까, 이미, 어느정도 소문이 돌았을 것이다. 트랙 위에서 달리기는 하지만, 레이스에 나갈 뜻은 없는 우마무스메가 있다고. 레이스가 코 앞인 지금, 그런 우마무스메가 트랙 위를 달리는 것은 민폐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에 오늘도 레이니・왈츠는 산책로의 천국을 달리고 학교로 돌아오는 참이다. 해가 지면, 캠핑장이 있다 하더라도 국립 공원에 혼자 있는건 조금 무서우니까.
"그래도 아직, 남아있구나."
라고, 중얼거리며 습관적으로 트랙을 살펴본다. 다들 저렇게 열심히 할 수 있다니, 어쩐지 조금 부러울지도. 같은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기숙사로 발을 옮길려고 하는 찰나, 익숙한, 그러나 이름은 모르는 트레이너를 발견했다.
분명 필수적으로 정해진 훈련 시간은 이미 훌쩍 지났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훈련은 자율적인 거나 마찬가지, 트레이너들이 담당 우마무스메의 상태를 파악해 스케쥴을 제안하긴 하겠지만... 결국 받아들일지 말지는 우마무스메의 몫이기도 하니까.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잖아, 같은 말도 할 순 있겠지만, 계약이란 게 쉽게 해지하기 쉬운 게 아니라는 것도 알긴 하지만서도, 방법이 전혀 없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결국은 자율성이 있구나 생각하게 된다.
"...응?"
이젠 진짜 돌아갈까, 뭘 기대하고 있었는가(라기보단 그냥 습관처럼 몇 번이고 트랙을 훑어본 것에 가깝지만) 싶었던 차에 들려온 목소리는 그리 많이 듣지는 않았지만 기억에는 남아 있었다. 시선을 돌려 보면, 그 목소리에 매치되는 얼굴이 있었으니, 다소 특이한, 낯이 익지만 자세한 건 전혀 모르는(이름조차도) 우마무스메가 있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네."
너도 마찬가지인 것 같지만.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 레이니의 얼굴을 보면서, 다이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클래식 첫 단거리 레이스가 있기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아이를 이제 떠나보내 주어야 할 때도 얼마 남지 않았단 소리이다. 첫 레이스의 결과에 상관없이 스트라토 엑세서의 이적은 결정되었다. 어디로 이적을 하느냐에 대한 문제만이 남았을 뿐이다. 딱히 달리기에 뜻은 없다는 레이니의 말에 그렇냐는 듯 니시카타 미즈호는 고개를 갸웃였다.
“항상 그렇지만 흥미로운 대답이네요. 당신에게서 달리기에 대한 흥미를 끌어줄 사람은 누가 될지 기대가 크답니다. ...우마무스메도 해당되는 발언이니 한정하진 말아주시길. 당신은 혼자서도 잘 하실 것 같은 우마무스메이시니까요. ”
이 말은 즉슨, 레이니가 달리기가 하고 싶게 만들어줄 트레이너나 우마무스메가 누가 될지 굉장히 기대가 된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되겠다.
“초콜릿 섭취를 제한하고 있지는 않아요. 되려 제가 지나치게 많이 받아서 고민이지요. 어쩌다 보니 [ 도전장 ] 을 많이 받아버렸답니다. ”
아이들이야 먹은 만큼 뛰게 시키면 되니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그녀는 우마무스메가 아닌 인간. 초콜릿은 많이 먹으면 입에 물리기도 하고 처분에 있어서 골치를 앓고 있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코우 씨와 같이 먹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