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데뷔전 1착으로 커리어의 산뜻한 스타트를 끊습니다. 뒤따라 들어오는 포 이그잼플.」 타토 트레이너 「2착인가.」 미모토 트레이너 「언더커버는 벌써 담당까지 구한 유망주니까, 2착이면 선방한 거지.」 타토 트레이너 「저기, 미모토 씨. 포 이그잼플이...」 미모토 트레이너 「... 그러게, 웃고 있네.」
「1착은 디스코 오 키카나이, 당당히 미승리전의 골 라인을 가장 먼저 빠져나갑니다. 이어서 만나카 펭귄, 상하이 타코스!」 타토 트레이너 「이번엔 4착...」 미모토 트레이너 「마군이 안 좋았네. 참, 지금이 기회야. 타토 씨.」 타토 트레이너 「네?」 미모토 트레이너 「눈독 들이고 있는 포 이그잼플 양이 담당도 못 구한 채로 죽을 쑤고 있잖아. 가서 말이라도 걸어 봐야 하는 거 아냐?」
【주니어 시즌(가개장)】
현재 가개장 중으로, 본편 시작 1년 전, 우마무스메들의 경우 데뷔 1년차의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해당 기간 동안 인연 토큰의 획득 등은 불가능합니다. 【링크】
트레센이나 츠나센이나 교육 방식은 같았지만 그 질은 조금 달랐다. 아니, 다르다고 생각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중앙에서 여기까지 내려온 이유가 실적부족이라지만, 이런 시골에 박혀있을 정도로 실적을 못 낸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반감은 강했고 이는 정규 수업마저 땡땡이 치게 된 것이었다. 이미 다 아는 내용, 들어봤자 의미도 없음. 뭐, 그런 이유. 트레센에서 이적이 결정되었을 때는 등교 거부까지 해봤으니 수업 한 두시간 땡땡이 치는 것은 그에게 있어 일말의 죄책감도 그렇다고 해서 배덕감도 들지 않는 행동이 되어있었다.
느긋하게 인적 드문 복도의 창문을 열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업 종사자 많은 곳 아니랄까 학원에서도 바다가 곧잘 보이는 것은 트레센보다는 꽤 자유로운 인상을 준다고 생각했다. 그리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다 중얼거렸으니.
오전 수업이 시작되면 교내는 조용해진다. 그리고 코우는 조용한 복도를 지나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멈춰설 수밖에 없었는데, 왠지 낯익은, 그런 우마무스메가 창가에 기대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잘은 기억나지 않는. 그치만 츠나지 바닥이 어지간히도 좁으니, 어디서든 지나가면서 봤겠지 싶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보다 신경쓰이는 건 지금이 수업시간이라는 점.
"거기, 우마무스메 양?"
코우는 나직히, 그녀가 놀라지 않도록 조곤조곤 목소리를 꺼낸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가본다.
"수업시간인데 왜 나와있어."
질타라기보단 걱정에 가까운 어조다. 달리기를 한다고 해서 공부가 전혀 필요없는 건 아니니까
두 눈을 의심했다. 익숙한 얼굴이 제 앞에 서 있었다. 중앙의 유명하고 유능한 트레이너. 한때 나를 맡았던 트레이너. 그리고 나를 버렸던 트레이너. 짧게 거쳐간 그녀를 기억하고 있는 건 그녀의 트레이닝 방식이, 그녀가 저를 내친 일이 뇌리에 제대로 박혔기 때문이었다. 두 눈이 떨려왔다. 창틀에 짚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여유넘치고 자유분방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제대로 시선도 못 마주치는데다 귀도 축 늘어진다. 이미 지나간 사이니 그러지 않아도 되지만, 유난히 주눅들게 되는 것이었다. 야나기하라 코요의 앞에선.
후에엥 말나온김에 더 풀어보자면.. 쟈라미한테 트레이닝도 엄청 빡세게 시켰을듯한 그리고 저조한 실적 계속 내니까 난 더이상 너 못돌봐주겠다 하면서 버리고 "이제 너한테 시간 낭비하기도 지쳤어. 넌 1착할 마음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내가 이정도로 해줬으면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지. 됐다, 그만하자." 쓰고보니 진짜 우우 쓰레기로군..
"트레이너 씨, 중앙에서 여기까지 웬 귀한 발걸음을 이렇게 해주신거래요~. 츠나지에서 실력 있는 우마무스메라도 찾으실 생각이세요? 여긴 중앙보다 훨씬 뒤쳐지는 애들이 가득한데. 스프린터스 스테이크스라던가, 아니면 벚꽃상에서 우승할만한 녀석들. 트레이너 씨가 찾는 녀석들은 여기 없다니까요ー."
물론 언급한 대회들 역시 나갔다가 처참한 기록을 보고 온 대회들이었다. 입술 꾹 물곤 겨우 시선을 올렸을 때 눈에 보이는 것은 코요 씨가 아니라….
"……에, 진짜 모르는 사람인데. 아니, 하지만 닮았, 에…?"
당연히 사람 잘못 봤다거니 하는 말들은 둘러대기 위해 한 변명이라 생각한 것이 완전히 사람을 잘못 본 꼴이라. 얼빠진 표정으로 너 바라보다가.
야나기하라 코우. 야나기하라. 야나기하라 코요. 닮은 사람, 같은 성씨. 가족인가보구나. 그제야 이성적으로 판단이 됐다. 눈 앞에 있는 트레이너는 과거 제 트레이너보다 더 젊은 남성 트레이너였기에. 평소라면 면목 없는 모습을 보였네요~. 하고 장난스레 말했을 그는 그럼에도 야나기하라 가문이란 모습에 묶여 목소리도 제대로 곧게 나올 수 없었다.
"…그럼 아실수도 있겠네요. …야나기하라 코요. 제 전… 트레이너거든요."
올곧게 고개 들어도 시선이 이리저리 떨려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같은 사람이 아님을 알아도 조금 껄끄러운 감정을 느끼는 몸은 본능적으로 심장을 거세게 뛰게 만들어왔으므로. >>929
야나기하라 코요, 그녀의 전 트레이너. 그 말을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깊은 한숨이 튀어나온다. 지독하리만치 잔인한 혈육.
이 우마무스메는 틀림없이 중앙을 떠나온 아이겠지, 어떤 이유로든간에. 그렇기에 「그 여자」가 그녀에게 무슨 폭언을 했을지, 대충 짐작은 간다 야나기하라 코요는, 마치 썩은 과일을 솎아내듯이 우마무스메들을 고르고 고르는 그야말로 최악의 트레이너였으니까. 코요의 담당 우마무스메들은 그녀들 자신을 위해 달리지 못한다 트레이너인 코요를 위해서만 달려야 한다. 그녀에게 트로피를 안겨주기 위해, 명성을 안겨주기 위해
"...미안하다."
그 동생인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 그럼에도 사과하지 않고선 견딜 수가 없다. 누나를 일찍이 바로잡지 못한 잘못도 분명 있을 테니까 그 피해자가 자기 눈앞에서 불안한 기색을 보이고 있으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코우의 시선이 내리깔린다. 생각지도 못하게, 마주하기 싫었던 과거와 대면하게 되었다. 속이 꽉 막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