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창 모양으로 뻗어나온 나뭇가지를 막기 위해 불꽃을 두른다. 하지만....이 일대는 강산이 불을 끄기 위해 한바탕 물난리를 벌였던지라 흙이 상당히 축축했고, 강산이 만들었던 흙더미의 흙도 바닥에서 솟은 것이었기에 예외가 아니었다. 물론 그 흙더미를 뚫고 나온 나뭇가지도 어느정도 그 습기를 먹은 상태였다. 방금 자라난 것이니 당연히 그 안에도 수액이 어느정도 들어있겠지.
그러니까, 강산의 불은 나무 창의 습기 때문에 그것을 완전히 불태우지 못했다는 소리다. 나무 창들은 좀 뭉툭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강산을 당구대로 당구공 치듯이 밀쳐버릴 수 있었다.
"으윽..."
그래도 아직, 싸우는 건 가능했다. 아직 이 정도로 쓰러져서는 안 된다.
"형님, 역시 실력이 많이 느셨습니다."
그러므로 다시 멀티 캐스팅을 시도한다. 흙 속성 마도로 자신과 빈센트 앞에 벽을 세우면서, 또 한 편으로는 염동 마도로 주변의 반쯤 타버린 나무 하나를 빈센트 쪽으로 쓰러트리려 한다.
.dice 1 100. = 46
//11번째. 방어 실패! 강산이 피격 2/3 마도 역분해에 다른 마도처럼 중첩 캐스팅을 적용할 수 있다는 언급을 본 것 같은데... 그게 된다면 멀티 캐스팅으로 마도를 쓰면서 다른 마도를 분해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라고 말하면서, 빈센트는 강산을 쳐냈다. 멀티 캐스팅. 역시 사람은 소통을 해야 안다. 그리고 소통의 방법 중에는... 맞짱도 있지. 빈센트는 중첩 캐스팅도 아니고 무려 '멀티 캐스팅'을 다루는 미친 기예를 보면서,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한다: 제주도 의뢰에서 죽을 확률을 50%로 설정했는데 이제 40%로 낮춰도 되겠군.
그리고 빈센트는 강산과 빈센트 사이를 막는 흙벽의 출현과 동시에, 반쯤 쓰러진 나무가 물리법칙을 좋게 말하면 무시, 나쁘게 말하면 개무시하는 기이한 궤적을 그리며 자신에게 떨어지려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판단한다. 일단 빈센트는 흙벽을 세운 적이 없고, 강산이 무려 적 마도사의 마도 능력을 빌려 자신에게 유리한 마도를 만들 정도의 기이한 능력은 (서유하에게 직접 수학하지 않는 이상) 없을 테니, 저 흙벽에 한 번. 그리고 저 기이한 궤적의 나무가 두 번. 그렇다면...
쾅!!!
바람과 바람. 빈센트는 중첩 캐스팅으로, 그 나무가 자신의 머리를 내리치기 직전까지 마도를 꽉꽉 눌러담았다가 해방한다. 실어가는 바람과, 밀어내는 바람. 두 바람이 만나니, 나무를 빈센트에게서 강산에게 실어가고... 동시에 무시무시한 운동 에너지로 밀어내는 바람이 탄생한 것이었다.
만약 대련 중이 아닐 때 빈센트가 '차라리 100연발팔콘펀치가 낫지.'라며 자신의 칭호를 질색하는 것을 들었더라면, 강산은 웃음을 빵 터트릴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통증 때문인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빈센트 쪽으로 쓰러트렸던 나무가 빈센트의 바람 마도로 인해 도로 강산 쪽으로 밀쳐진다. 피하려고 몸을 움직이지만, 하필 나무가 제법 컸던 데다가, 그 큰 나무를 중첩 캐스팅으로 출력을 올라서 세게 밀친 터라....
"으겍!"
강산이 피하는 것보다 나무가 강산을 덮치는 게 더 빨랐다. 게다가 나무에 깔리면서 머리를 다른 나무둥치에 부딪히기까지 하니 눈 앞이 통증과 함께 번쩍인다.
"......."
그대로 나무에 깔린 채로 잠깐 정신을 잃은 듯 하다. 각성자에게 있어 이 정도는 심각한 부상은 아니니 곧 깨어나겠지만.
놀란 탓인가, 아니면 나무를 염동력으로 조작하는 데 상대적으로 집중한 나머지 흙 벽을 조잡하게 만든 것인가? 빈센트가 불러낸 바람 앞에서, 강산의 흙벽은 정말로 미세한 먼지더미로 날아갔다. 빈센트는 나무가 토벽을 강타하며 토사를 강산에게 쏟아서 얼굴을 가려버리고, 그리고 나무가 강산을 마무리하는 걸 생각하고 있었지만... 뭐, 어쨌든. 대련의 목적인 '승리'는 달성했으니.
빈센트는 나무에 깔린 것을 보고는, 얼마 안 되지만 신체를 강화해 나무를 번쩍 들어 던져버린다. 그리고... 얼굴에 물을 뿌려 깨울까 하다가 그건 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적당히 타협해서 아직 망념화까진 한참 남았으니 적당히 부드러운 나뭇가지와 풀들을 엮어 해먹을 만들어서 일단 깰 때까지 기다린다.
"오늘도 죽을 뻔했군."
아마, 그 때 빈센트가 조금이라도 중첩 마도 계산이 늦었다면... 아마 누워서 깰 때만 기다리는 건 빈센트가 되었으리라.
이 숲은 진짜 숲이 아니라 시뮬레이션이다. 그렇다는 것은... 대련이 끝나면 이 숲은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강산이 얼마 후 다시 정신을 차릴 때쯤 숲의 풍경은 다시 사라져서 그는 그 직전에 자신이 뭔가를 깔고 누워있었다는 것만 겨우 알았겠지만... 빈센트가 자신을 꺼내주고 눕혀놓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기에.
"빈센트 형님!"
나노머신으로 기절한 시간을 확인하고는, 대련에서 진 것 치고는 밝은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서 다시 빈센트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