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듯 빈센트를 보며 중얼거리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조금 생각하다 다시 말한다.
"그렇지만 3인 파티에 강력한 화력을 담당하는 인원이 한 명 있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데미지 딜링은 저도 할 수 있지만, 막상 가면 저는 형님이나 여선이가 할 수 없는 걸 맡아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저희 가문의 비전 마도를 쓸 수 있게 되었다고 전에 말씀드렸던가요? 일시적으로 주변의 공간을 지배해서 조작할 수 있는 유용한 마도이지만...일반적인 마도와는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걸 사용하는 동안엔 다른 마도를 사용할 수가 없어요."
다소 정석적이지 않은, 마도사 둘에 의료계 한 명의 조합.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을까? 강산은 자신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내본다.
"...워리어가 없는 상황이니, 전투를 하게 된다면 무작정 돌격하는 것보다는 지형지물을 활용하고 반격 위주로 전투하는 것이 좋을까요? 수성전 비슷하게 말입니다."
"그런 느낌입니다. 그래서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 같은 속성의 마도를 합칠 수 있다면 다른 속성의 마도를 못 합칠까 해서 번개의 쾌속과 불의 뜨거움을 합성하려고 했는데... 하려는 순간 본능적으로 죽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거 있지 않습니까. 망념이 거의 다 찼을 때, 무리하게 마도를 사용하려는 순간 느껴지는... 그... 진짜 죽을 것 같다는 그 느낌."
망념화, 빈센트는 그 순간 망념화의 위협을 느꼈다. 빈센트가 그런 기분을 느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전에 다윈주의 암살자와 싸울 때, 잔챙이들을 잡는다고 망념을 남발한 후 암살자를 상대하려다가 망념 관리에 실패해서 5초 차이로 망념화할 뻔했고, 그 와중에 베로니카까지 업고 달리려니 진짜 죽을 맛이었다. 빈센트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나서, 강산의 '비전 마도'에 관심을 갖고 듣는다.
"주변의 공간을 조작한다라... 혹시 물리법칙도 조작할 수 있습니까? 조작할 수 있다면 국소적인 범위 등등을 지정할 수 있나요? 그런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겠군요."
그렇게 말하지만, 워리어가 없다는 말에는 빈센트도 입을 다문다. 그렇다. 워리어가 없다. 2랜 1포 조합. 3워리어 조합은 상대에게 먹일 한 방이 없어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무너지고, 3랜스는 막을 방패가 없고 한 방만 맞아도 무너지고, 3포터는... 그냥 그 조합 자체가 광기의 산물이라고들 한다. 그렇다고 해서 2랜 1포 조합이 통상적인 조합 축에 속하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강산이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건 다행일까.
"강산 씨가... 정확히는 그 강산 씨의 비전 마도가 방패가 되어 주어야겠군요."
빈센트는 그렇게 말한다. 일단 강산이 그 마도를 쓰는 걸 본 적이 없으니,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빈센트의 경험담을 듣고 그리 평하고는, 그가 엘 데모르에 관심을 보이자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답하고 더 자세히 설명해준다.
"같은 기술을 쓰시는 저희 숙부님이라면 가능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아직 수준이 낮아서 반경 10m 내의 범위에서 벽이나 발판, 구덩이를 만들고 조작하는 정도입니다. 조금 성질을 바꾸면 함정을 만들거나 그림자를 늘리는 것도 되겠네요. '엘 데모르'로 만드는 벽이 얼마나 단단하게 공격을 막아줄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상황에서 이걸 쓰는 걸 고려해볼 가치는 있어 보입니다. 적을 어느정도 방해하는 건 확실히 가능할테니까요."
"그렇군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저를 공격하려는 적에 대비해, 제가 서 있는 땅을 위로 높여 적이 땅바닥에 코를 처박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한 합에서 잘하면 세 합은 벌어줄거고 그 정도면 누군가 워리어가 되어 막아주는 거나 다름없죠."
가문이 이래서 좋구나! 빈센트는 이 세상의 높은 가문들과 귀족들을 생각해본다. 어떤 귀족들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책을 잔뜩 쌓아둔다 하고, 어디는 정말로 좋은 보물들을 사고판다고 하고, 어디는 가문 대대로 전수되는 비전을 계속해서 갈고닦아 그 자체로 전략 병기가 되고... 어쩌고... 어쨌든, 강산이 보여준다는 비전 마도는... 정말로 희귀한 것이었고,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는 것을 제외하면) 직접 보기 참 힘든 것이었다. 아직 반경 10m라지만, 구덩이를 만들고 발판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이미 좋다고 생각했다.
"비전 마도는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게 아니죠. 보여주신다면 영광일 따름입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강산의 마도를 최대한 주의깊게 관찰하고자 한다.
//10 캡피셜로 강산의 강함을 빈센트보다 더 높게 치셨고, 그 원인이 공격에만 치중된 빈센트와는 달리 다양하게 상황전환이 가능한 강산의 유틸성을 높게 평가하셨는데... 아무래도 지금 상황은 강산이 서폿으로 갈수밖에 없어보이기도 하네요...
"그렇지만 실전에서...특히 몬스터가 아닌 빌런을 상대로 엘 데모르를 써 본 적은 거의 없어서, 제가 정말 워리어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좀 우려되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 빌런 앞에서 쓴 적이 딱 한번 있지만, 그것도 그 빌런에게 세뇌당한 민간인들을 멀리 떨어트려놓는 데에만 썼었으니까요. 또...제 경험상 제가 서포터 포지션인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다른 아군들의 행동에 맞춰서 움직이려다보니 행동 순서가 상당히 늦어지는 게 있더라고요. 이걸 보완할 방법이 없을지 헌팅 네트워크의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강의 몇 개를 뒤져봤지만, 그래도 잘 모르겠네요."
빈센트는 다소 감탄한 듯 보였지만, 그래도 강산은 마냥 낙관하지 않고 턱을 짚으며 이 계획의 문제점에 대한 생각 또한 말해본다.
"아무튼 보고 싶다면야 못 보여드릴 것도 없죠! 어떤 느낌인지 미리 아시는 편이 실전에서 합을 맞추기 더 좋을 테니까요."
강산은 심호흡을 하더니 "그럼, 갑니다?"라고 하며, 엘 데모르를 시전하기 시작한다. 마도는 주변 공간에 대한 지배력을 가져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발판 몇 개를 아래에서부터 위로, 건너서 올라갈 수 있는 징검다리처럼 쌓아올린다. 그리고 그 발판들에 올라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마 빈센트도 따라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다. 발판들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곧 2층에서 3층 사이 높이까지 다다른다.
//11번째. 제가 실전에서 엘데모르의 발동/조작속도가 어케 되는지 모른다는 게 나름 문제이긴 하네요...🤔 저번에 린의 그림자 포옹이랑 연계 가능하다고 하신 걸 보면 엄청 느린 것 같진 않아보이지만, 아마 써보고 좀 느리다 싶으면 시전 풀고 더 적절한 행동을 하는 걸 고려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설정이 캡틴에게 있는 기술이다보니 진행 중에 접하게 되면 뭔가 조금 더 자세한 설정이 나올지도요?
어쨌건 그 부근은 여기보단 TRPG를 많이 한 반증이라고 할까. 문장의 완성도나 세세한 묘사, 혹은 캐릭터의 행동에 대해 소설 쓰기처럼 고민하는게 아니라. 실시간으로 즉시 반응할 수 있는 생동감을 중시하는 느낌이지. 그래서 뭔가 수려한 행동 묘사 대신, 독백량이 늘어나는 것.
"어쨌든, 있다는 건 없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겁니다. 만약 그 비전이 없었다면, 아마 우리 셋 중 누가 빠지느냐, 아니면 에루나 씨를 데려오느냐 문제로 설왕설래나 하고 있었겠죠."
어쨌든 그것이 최선이고, 그것으로 대체가 '되기는 된다면', 불가능한 다른 선택지와 비교하는 건 전혀 의미가 없다. 불가능한 선택지를 아무리 끌어와봐야 어쩔 것인가. 이제 와서 한 명이 의뢰를 고사하고, 다른 곳에서 특별반과 함께 의뢰를 뛸만한 레벨 30대의 워리어를 납치라도 해올 것인가? 의념기를 선불로 받는게 납득이 될 정도로 위험한 의뢰를 뛸 정도의 비용을 조달할 것인가? 그런 것에 비하면, 일단 다양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강점을 살리는 수밖에 없었다. 빈센트는 강산이 하는 일을 바라본다.
"흠..."
빈센트는 강산이 발판으로 따라 걷는 것을 보고, 같이 간다. 빈센트는 일부러 온 몸에 의념을 뺐지만, 분명, 무언가 밟혔다. 의념의 힘이 빈센트의 발과 작용하여, 마치 땅을 밟고 있을 때의 반탄력을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 주변 공간이 지배되는 느낌이었다. 빈센트는 시범 삼아 의념의 불꽃을 튕겨 보았지만, 불꽃에 영... 힘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더니 금방 꺼졌다.
예를 들어 화룡, 불, 광증을 상징하는 화묵갱피성火默坑披星 같은 경우는 기도를 통해 용의 불꽃을 해석하는 법과 분노를 다스리는 법, 불꽃의 열기를 다스리는 법 등을 알 수 있어. 그 대신 이와 반대되는 해찬리성海澯籬星에겐 기도를 올릴 수 없게 된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