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는 손가락을 튕겨, 유하의 옆에 불꽃을 만든다. 그 불꽃은 그저 그 자리에서 일렁일 뿐, 누군가를 태우지도 않았다. 빈센트는 말을 명확히 하기로 한다.
"네. 제가 그동안 사람 많이 태워죽인 건 사실입니다만, 그들은 아니었어요. 딱 이렇게, 옆에다가 제가 사라지면 덩달아 사라질 불꽃 몇 개를 놔줬을 뿐입니다. 그거로 인생의 마지막 따뜻함을 즐기라고요. 차라리 거기선 제가 얼려죽인 게 맞을 겁니다. 아니, 이건 그만 얘기하죠."
빈센트는 툴툴거리다가, 이야기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사람들이 일어서는 틈을 타서 아줌마에게 다가가서 묻는다.
"실례합니다. 뭐 좀 여쭤도 되겠습니까."
"댁은 뉘슈? 뭐, 아무튼 말이나 해보셔."
"다름이 아니라, 여우 요괴에 대해서요. 그 여우 요괴를 어디서 보셨습니까?"
"아, 그거? 그게 말이지..."
아줌마의 말폭격이 다시 시작되고, 빈센트는 그 수많은 말의 홍수에서 어떻게든 유효한 정보를 찾아내기 위해 눈을 크게 떴다.
"간단합니다. 완전히 얼어붙어서 물자도 부족해서, 땔감나무건 석탄이건 아껴 넣느라고 따뜻하게 살아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요. 뭐, 미친놈이라도 딱한 마음은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따뜻하게 해줬습니다. 사람 태워죽일 불도 만드는 인간이 고작 피부 좀 데우고 말 불은 못 만들겠습니까."
그렇게 말하고, 빈센트는 갑자기 오토나시 토리의 머리끄댕이를 집어당기는 유하의 추리에 제동을 건다. 아마 아줌마의 계속되는 투머치토킹을 견디지 못해 머리가 아무말을 내뱉었거나, 아니면 농담일 것이다. 오토나시 토리가 여우노래 교단의 신도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빈센트가 듣기로는 여우노래 교단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여우무제한스핀 여우꼬리를 쫓아가고 거기에 삶의 이치가 함축되어 있다고 했지 믿으면 믿을수록 여우를 숭배하는 관계에서 벗어나 여우와 한몸으로 일체 관계가 된다는 교리는 들은 적도 없었다.
"유하 씨. 듣느라 피곤한 건 알겠지만 좀만 더 집중해보시죠. 유하 씨는 머리 좋지 않으십니까."
빈센트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계속해서 듣는다. 그리고, 뭔가 중요한 듯한 정보를 듣는다.
"아니 그래서, 나보고 말을 잘하는 재능이 있으니까 시간 나면 저어기 동구밖 과수원길에 있는 자기를 찾아오라는겨. 암호는 그 말장난이라던데 질문이 "수제비를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이랬는디 이거 답이 생각이 안 나서 어떻게 한디야..."
▶ 버려진 벨바르 ◀ 마치 흙탕물에 뒤섞은 것으로 보이는, 괴물의 눈을 갈아 만든 렌즈. 어떤 곳에서 보더라도 스스로 빛을 찾아가는 쪽으로 눈을 돌리는 특이한 기능이 존재한다. ▶ 고급 아이템 ▶ 벨바르의 전사의 눈 - 미친 듯이 싸우던 괴수 벨바르의 눈을 갈아 만들어낸 렌즈. 적의 레벨을 어림잡아 관측할 수 있게 된다. ▶ 감정 과부화 - 일시적으로 감정을 증폭시킨다. 우울, 분노, 허탈. 세 가지 감정 중 하나를 증폭할 수 있으며 증폭된 감정에 따라 각각 신속 효율 증가, 공격력 증가, 관찰력 증가의 효과를 얻는다. 도기 코인을 두 개 지불해야 발동할 수 있다. ◆ 제한 : 레벨 15 이상.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봤는데요. -예산은 최대 150코인. -'감정 과부하' 효과는 없어지거나 다른 것으로 바뀌어도 ok. -가급적이면 적 전력 혹은 주변 상황 탐색 쪽으로 성능을 강화하고 싶음.
"그렇게 알아두시면 됩니다. 만약 제가 무고한 이들이나, 아무리 형량 높게 받으려고 발악해도 10년은 나올까 싶은 인간들까지 다 태워죽였으면 전 아마 감방에서 썩고 있었을 겁니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빈센트는 자신만의 이야기보따리를 다시 풀기 시작한 아줌마를 다시 몰려든 구경꾼들에게 맡기고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유하와 함께 그 "동구밖 과수원길"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수제비를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뭐지? 왜 그렇게 만들어야 하지? 질문에 대한 답이 뭐가 나올지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발로 만들면 족제비라는 말을 보고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렇군요. 수(手)제비니까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만약 발로 만들면 족(足)제비가 되어서 도망치기 때문이다. 수, 족 자가 손발을 한자로 가리키는 말과 발음이 비슷한 것을 이용한 암호군요. 네. 유하 씨. 머리 좋지 않으십니까."
빈센트는 동구 밖 과수원길을 가리킨다. 저 쪽은 빈센트가 잘 알았다.
"가시죠. 거기로 가는 길은 잘 압니다. 거기서 탈영병 대장 하나를 체포했거든요."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