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은 불명입니다. 아니 불不에 이름 명名, 합쳐서 불명. 이름이 아니다란 뜻의 이름. 이런 이름을 도대체 어떤 부모가 지어주었냐고요? 제가 지었습니다.
아쉽게도 저에게는 부모가 없습니다. 아빠는 처음부터 없었고, 엄마는 제가 태어난 해로부터 3년이 되는 날에 길가에 두고 사라졌습니다. 그때의 이름은 '야', '망할', '젠장' 등이여서 그냥 하나 새로 가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스스로의 이름은 보통 짓는 것이 받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에게는 이름을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제가 이름을 짓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제게 이름을 줄 사람이 있으니까.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이름으로, 필요없는 이름으로, 정이 느껴지지 않는 이름으로.
무명, 노네임, 존도우, 후보는 다양했습니다. 결국 마지막에 남은 이름은 불명, 가장 흔한 무명에 약간의 변형을 준 이름이었습니다. 그게 길가에서 엄마가 사라지고 저 혼자 남았을 때, 일흔 두번째 날이 지났을 때, 제가 지은 이름입니다.
엄마가 사라지고-달리 말하기로는 버려졌다, 고아가 됐다 라고 하더군요- 1년 동안은 힘들었습니다. 이제 막 발을 움직여 걷는 것이 익숙해졌지만 막 익숙해진 걸음으로는 길가는 너무 울퉁불퉁하고 걷기 어려웠습니다. 먹을 수 있는 것도 이상한 맛이 났고, 먹고 난 이후 언제나 배가 아팠습니다. 걸친 옷도 금방 구멍이 나고 바람이 들어와서 추웠고, 눈이 내렸던 날에는 헌옷수거함에서 두꺼운 이불과 옷을 몸에 돌돌 말아야 겨우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1년 정도 지나자 조금 편해졌습니다. 길을 다니는 요령도 생기고, 잘 찢어지지 않는 옷도 생겼거든요. 하지만 가장 크게 편해진 이유는 같이 다니는 무리가 생긴 것입니다. 버려진 건물에 함께 모여서 사는 우리 무리는 저까지 포함해서 총 여섯명이었습니다.
가장 나이가 많은 11살 오빠와 언니, 10살 오빠, 8살 언니와 오빠. 제가 가장 어렸습니다. 그런데 8살 언니는 제가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름시름 앓더니는 밖으로 나가서는 픽-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오빠와 언니들은 쓰러진 언니를 건물에 데리고 오더니 펑펑 울었습니다.
그게 제가 처음 본 죽음이었습니다. 평소와는 너무나 다른 두 눈, 움직이지 않고 딱딱하며 금방 식어버린, 그 활발하던 언니라 하기에는 너무 차가운 몸. 그건 너무나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1년이 지났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5년이 된 해가 된 이후 백 아흔 다섯번째 날이 지났을 때, 유난히도 덥고 습한 여름날에, 저는 건물에서 홀로 누워있었습니다. 옆에서는 11살 오빠가, 언니가, 10살, 8살 둘 중 누구인지 모를 오빠가.
누워있었습니다. 죽어있는 채로요.
어젯날, 11살 오빠와 언니가 이상한 통조림을 하나 가지고 왔습니다. 눈을 찡긋 찌푸린 생선이 그려진 통조림. 저희는 그것을 공평하게 나눠먹었습니다. 맛있기도 했지만, 이상한 맛도 났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평소에 먹는 것이 더 이상한 맛이 났었기에 저희는 개의치 않고 통조림을 먹었습니다.
다 먹고 저희는 잠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밤. '꺽, 꺽, 꺽.' 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디서 들리는 것일까요. 저는 눈을 비비적 거리며 일어났고, 소리는 옆에서 들렸습니다. 저는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고, 잠시 굳었습니다.
옆에서는 11살 오빠가 있었습니다. '꺽, 꺽, 꺽' 소리를 내고, '덜컹 덜컹' 발버둥치고, '꼬르륵...' 입에서는 샛노란 거품이 끓어올랐습니다. 양코에서는 시뻘건 피가 합쳐서 세줄기가 흘렀고 입에서 내뿜은 거품과 섞여 기분나쁜 색을 만들었습니다.
꺽꺽꺽. 덜컹덜컹. 꼬르륵...
저는 옆으로 달려가며 꺄아악 비명을 질렀습니다. 입에서는 오빠의 이름을 담으며 달려갔고, 오빠를 흔들었습니다. 제 비명소리가 들리자 반대편에 있는 10살, 8살 오빠도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도 비명이 들렸습니다.
제가 반대편을 돌아보자, 그곳에는 언니가 있었습니다. 샛노란 거품과 새빨간 피에 젖은 베개에 얼굴을 처박고 미동도 하지 않는 언니가 있었습니다. 오빠와는 달리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언니의 모습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8살 언니의 모습, 언니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오빠의 움직임도 멈췄을 때, 저희는 구석에서 빈 통조림 2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저희가 모두 나눠먹었던 통조림, 다른 하나는 아마도 언니와 오빠 둘이서 나눠먹었을 통조림. 통조림에는 모두 똑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눈을 찡긋 찌푸리고 있는 생선의 그림이.
빈 통조림 2개를 발견하고, 10살 오빠는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주변을 빙빙 돌았고, 8살 오빠는 벽을 바라보며 무어라 중얼거렸습니다. '젠장, 젠장, 젠장...' 이렇게요. 저는 오빠와 언니를 닦았습니다. 오물을 닦으며 바라본 오빠와 언니의 눈은 평소와 너무나 달랐습니다.
아침이 되고, 저는 홀로 누워있었습니다.
제가 털썩, 쓰러지고. 10살, 8살 중 누군인지 모를 오빠가 이후에 쓰러지고 다른 오빠는 소리를 지르면서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