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는 변이된 대장을 본다. 아까 전에는 온 몸이 붉게 변했더니, 이제는 시퍼렇게 질리려고 한다. 저 신비한 물약이 인간의 근본적인 신체 체제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면, 저것이 뜻하는 바는 뻔했다... 저 대장이 들이킨 약이 몸은 거대화시켰을지 몰라도... 그 커진 몸속에서 더욱 더 개고생할 적혈구들과 그 적혈구가 뛰어다닐 혈관까지 그에 맞춰 키워주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빈센트는 잘못하면 저 대장을 못 생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의 땅 밑을 마도로 파기 시작한다. 정확히는, 빈센트가 디디고 서 있는 발 밑은 딱 빈센트의 체중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만들고 있었다.
"크아... 크아아아!!!!"
상대는 뇌에 갈 피까지 전부 이동에 쏟고 있는지, 여선이 빈센트를 지나쳐 간 뒤에도 딱히 노선을 수정할 생각 없이 뛰어들었다. 빈센트는 마음속으로 감사할 뿐이었다. 그리고, 빈센트의 발밑 땅 속이 많이 파여 일반인이라면 4인 가족이 숨을 수 있을 정도로 아늑한 공간이 생기고, 대장이 빈센트를 치려는 순간...
"감사합니다."
빈센트는 옆으로 몸을 굴러 피하고, 대장은 그대로 빈센트가 파둔 땅굴 함정에 처박혔다.
"...수고하셨습니다. 여선 씨. 이 정도라면 성주님도 제가 아주 쓸모없는 놈은 아니라고 생각하시겠죠."
하쿠진이 자세를 낮춥니다. 2M가 되는 거인이 낮춰봤자 그 크기가 얼마나 줄었을까 싶었으나, 하쿠진은 한계까지 낮춘 자세 덕에 다리에 들어간 힘을 방출하며, 사냥꾼들을 향해 독조를 휘두릅니다.
주술 뿐만 아니라 체술에도 압도적인 힘을 지닌 하쿠진이 지나가는 곳 마다 녹색의 연기가 잔상을 남깁니다. 도망가봤자, 사냥꾼들이 있으면 추격당할거라 생각한 하쿠진은, 최후의 최후의 순간에 도달하여 광폭화를 시작하였습니다.
" ____ ! "
하쿠진의 절규가 울려퍼진 숲에서, 현준혁은 귀를 틀어막고 여선에게 사냥꾼들의 해독을 부탁합니다. 대충 준혁의 부탁을 이해한 여선이 하쿠진을 다시 훑어보지만, 역시나 흐리게 보일 뿐 입니다. 여선은 조금 진정하며 의념을 최대한 끌어올립니다. 저 괴물의 근육, 뼈, 신경. 하나하나 살피듯 최대한 바라보자, 명치에 남아있는 흉터가 그녀의 눈에 잡힙니다. 그러고보니 현준혁은 분명, 불명이 하쿠진의 명치에 박은 토창 덕에 살아남았다고 했었죠...
달려드는 하쿠진은 눈앞에 번쩍이는 총염에 자세를 낮춥니다. 헬멧을 쓴 토고가, 어깨에 고르돈을 걸치며 하쿠진과 대치합니다. 놈을 놔주면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 손톱에 죽어나갈지 알기에, 토고는 고압의 샷건쉘을 움켜잡아 고르돈에 우겨 넣으며, 한 손으로 쥔 펌프액션을 크게 위아래로 흔듭니다. 시원하게 미끄러지듯 탄환을 장전하는 소리가 울리자, 하쿠진이 먼저 움직입니다. 토고를 향해 독조를 내지르며 달려드는 녀석의 몸이 허공에서 멈춥니다.
그렇게 느리게 흘러가는 찰나에, 하쿠진이 고개를 돌리자, 불명이 손을 뻗으며 하쿠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뭘봐' 짧게 하쿠진에게 티배깅을 날린 불명. 그런 불명을 향해 굉음을 내지르기도 전 대기에 퍼지는 총성과 불꽃놀이 처럼 퍼지는 불씨들이 날아가, 하쿠진을 날려버립니다.
시선이 어지럽게 돌아가고, 겨우 바닥을 착지한 하쿠진은 이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어제만 하여도 새로운 사냥감을 가지고 놀 생각에 즐거웠습니다. 이 상황은 즐겁지 않습니다. 지금 껏 가지고 놀다가 먹어치운 인간들입니다. 강한 무사들은 피해왔습니다. 그런데 도망도 못치고 여기서 무얼 하는 걸까요.
그런 하쿠진의 의문에 대답을 해주듯, 빈센트가 마도에 집중합니다. 방금 취소해준 마도의 답례라는 듯. 그의 이명에 걸맞은 화염이 이글거리며 어두운 숲을 밝게 비춰줍니다.
그리고 반대쪽에선 강산이 멀티 캐스팅을 준비합니다. 왼손에는 강한 돌풍이, 오른손엔 이글거리는 홍염을 머금은체 마도를 준비한 강산은, 곧 빈센트와 타이밍에 맞춰 마도의 폭격을 쏟아냅니다.
두 사람의 화염이 하쿠진을 불태우며, 이어지는 돌풍이 그 화염과 시너지를 일으켜 하쿠진을 불태웁니다. 소용돌이 치는 화염의 돌풍 속에서, 독조를 휘두른 하쿠진이 최후의 발악을 하듯, 바람을 찢어발기며 빠져나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린은, 암살자로서 지금 만큼 좋은 타이밍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며, 마비독을 준비합니다.
흐음.. 약점을 찾았나. 토고는 관찰자 호드 콜레오의 효과로 주변을 빠르게 관찰하고 하쿠진을 바라봤다. 약점.. 저기군. 그러면... 토고는 이번에 차오르는 망념에 공격 하기 보다는 다른 방법을 쓰기로 결정했다. 어디보자.. 대상은... 한 방이라면 한 방에 어울리는 사람에게 줘야지. GP칩을 꺼내 그것을 의념으로 소모시켜 대상을 가리킨다.
여선이 약점 간파를 통해 찾아낸 정보가 모두에게 전달됩니다! 할 일을 다해준 사냥꾼들은 상처를 치료하며 특별반을 주시합니다.
지친 하쿠진이 비틀거리는 와 중, 강산과 빈센트가 만들어낸 덩쿨이 하쿠진의 양 발을 묶어 잡아두며, 불명이 만들어낸 수맥랑은 하쿠진의 어깨를 깨물며 달라붙습니다.
수맥랑을 떨쳐내기 위해 하쿠진이 몸을 비트는 사이. 토고는 손에 가득 쥔 gp를 힘껏 움켜쥡니다. 금색의 가루처럼 흩어지는 gp칩들은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는 린에게 스며들며 광폭화인 하쿠진의 신속을 따라 잡기 위해, 최대한 도핑해줍니다.
심호흡을 끝내고, 프로답게 단검을 쥔 린은 만들어낸 마비독을 단검으로 긁어내듯 독액을 펴바르고 앞으로 몸을 던지듯 달려듭니다.
--- 아까부터 짜증나게 달려드는 수상한 주술 하며, 새 늑대, 인간 가리지 않고 귀찮게 한다
어깨에 달라붙는 물컹거리는 늑대를 떨쳐내려고 하지만, 놈이 단단히 달라붙어 떨어지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단안은 계속 굴러간다. 방금 아프게 한 인간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직은 나보다 느리다.
" ____ "
린의 움직임을 계산한 하쿠진이 독조를 내려찍습니다. 독조는 린의 어깨를 가르고, 몸을 가르며. --------
" ____ ? "
마치 짙은 안개를 향해 손톱을 휘두른 것 마냥, 달려들던 린은 연기처럼 흩어지고, 자신의 잔상 뒤에 숨어있던 린이 그제서야 모습을 나타내며, 휘둘러진 독조를 단검으로 긁어내듯 처올립니다.
뚜둑 _
뚜렷하게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하쿠진의 녹색 독조가 허공을 향해 힘없이 회전합니다.
린의 적안에 의념이 타오르듯 어둠속에 붉은 안광의 선을 그리며, 안으로 파고든 린은 한번 더, 하쿠진의 명치에 단검을 힘껏 내려찍습니다. 가죽을 뚫고, 근육을 가르며 깁숙히 박혀들어간 단검이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린은 유려하게 도약하며, 회전하던 독조를 향해 손을 뻗어 움켜쥐더니, 그녀를 바라보는 단안을 향해 독조를 내려찍습니다.
독액이 하쿠진의 눈물 처럼 흘러내리며, 그저 멍하니 멈춰있던 하쿠진은, 린이 착지하며 명치에 박힌 단검을 뽑아낸 순간 힘없이 뒤로 넘어갑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여선이 말하는 대로 주변을 정리하기 싲가한다. 완전히 불타서 더 이상 쓸 수 없는 집터는 강풍으로 쓰레기들을 날려 완벽하게 집터만 남기고, 그래도 아직 쓸 수 있는 집은 더 기울어지기 전에 지지대를 세워서 붕괴를 막는다. 그리고 핏자국들은 물의 마도로 어떻게든 지워버리고 나서, 손을 탁탁 턴다.
"이 정도면 당장 할 건 다 한 것 같군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빈센트는 수레를 하나 찾는다. 이건 뭐... 어쩔 수 없다. 나중에 돌려주지 뭐.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느새 쭈그러들어버린 대장과, 그 외에 아킬레스건을 못 쓰게 된 포로를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