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익숙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봤다. 벚꽃이 피고 지고 날리며 하릴없이 떨어지는 모습에서 황홀과 회한을 담으며 밤과 낮을 지새는 건 그의 일과이기도 했다. 비록 예전만 못하다지만 그 예전을 겪은 적도 본적도 없는 그로서는 지금의 성이 가장 아름다웠다. 그리고 동시에 잔혹했다.
써걱- 태어난지 몇 년 되었을까. 무심한 손길로 어느 하급 요괴(요괴라 불리기도 뭣한 것)의 일생을 절단해버린 소녀는 발도를 한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단검을 감춘다.
"잔챙이 요괴 몇 마리를 잡아온건 제가 생각했지만 꽤나 좋은 생각이었어요." 그렇지 않나요? 대놓고 자화자찬을 하면서 옆에서 마찬가지로 수행중인 사람을 바라본다. 돈이 될까 싶어 요괴 몇 마리를 잡아왔더니 전혀 쓸모없다는 말과 함께 순식간에 대련용 허수아비로 전락했다.
"토고씨도 한 마리 받으실래요?" 수련하러 오신거 아닌가요? 대강 무난한 질문을 던지면서 다시 요괴를 꺼내 밧줄에다 동여묶는다.
우리가 게이트의 몬스터를 잡으며 몬스터의 부산물을 이용하듯, 여기서도 요괴의 부산물을 이용해 무언가 이득을 취하진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잡졸은.. 돈이 되지 않는다. 아니, 되더라도 극히 적은.. 그런 정도다. 거기에 이미 이곳은 거물을 원하는 곳이었고 이런 송사리는 낚싯군도 수치라고 여기는 송사리였다. 토고는 한숨을 팍 내쉬며 송사리를 총알로 꿰멘다.
"사방에서 붕어, 잉어, 참치 그런 걸 잡아다 놓는데 송사리 몇 마리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토고는 자신에게 한 마리 받을거냐는 질문을 한 여인을 쳐다본다.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헬멧에 가려진 얼굴은 의중을 읽기 어려웠다. 흩날리는 피만큼이나 흩날리는 벚꽃이 아름다운 이곳은 떨어지는 잎 한 장 마냥 세월이 떨어지는 곳이었다.
+ 파티원 중 닌자가 묘한 반응을 보였는데 닌자가 이번에 토벌한 잔당(특히 지휘관)에게 원한이 있었다...는 뒷설정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원래는 사적으로 복수하려고 이 잔당들을 꾸준히 추격하고 있었다가 잔당들이랑 같이 있는 오니 때문에 혼자서는 복수를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해서, 자신이 추적한 잔당들이 숨어있는 위치를 밀고하고 잔당들의 토벌에도 협력했다는 배경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휘관이랑 일대일 상황이 되면 닌자가 곧바로 전투불능으로 만든다든지 하는 걸 생각했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네요.
나기나타 검사가 닌자에게 귓말한 건 대략 닌자가 지휘관이랑 원수관계인 걸 눈치채고, 지금 여기서 피 뿌리면 어린 아해들(강산이랑 여선...)이 놀랄 테니 정 자기 손으로 처리하고 싶으면 잔당들이 검거된 후 나중에 빈틈을 노려서 따로 암살하라고 제안한 것이었다는 것...
"마침 저도 같은 과정을 거치고 와서 이미 알고 있어요. 물건을 판단하던 상인의 얼굴이 볼 만하더군요."
그냥, 린의 속물 근성이 지나치게 발동한 결과다. 아주 고혈을 싹싹 그어모으고 싶었는지 별의 별 것을 다 가져가서 당당하게 얼마냐 물으니 황당해 하던 무사의 얼굴이 선명한다.
"너무 철면피 취급은 하지 말아줘요 그만큼 곤궁하기도 하고, 객관적으로 상품가치가 있는 부산물도 가져갔으니까요." 와타시 소녀 가장, 아기 교단 먹여살려야해.
때로는 직접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분명 헬멧 너머로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을 거라 생각하며 린은 건냈을때 만큼이나 태연하게 싫으면 말아요, 라 말하며 나뭇가지에다가 깔끔하게 묶는다. 그리고 이번에는 어떻게 처리할까 생각하며 바동거리는 요괴를 요리저리 뜯어본다.
"수행이 안되는건 저도 알지만, 그렇다고 어디 내버려 두기도 그랬어요." "요새 특별한 일은 없었나요?" 린 나름의 안부인사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