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공족이라고 카페에서 죽치고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지 말임다...? 책을 읽거나 다른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카페 분위기라든가 사장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요. 북카페라고 아예 와서 책 읽으라고 책 비치해두고 빌려주는 카페도 있어요."
강산은 어색하게 웃으며 토고에게 답한다. 그리고는 "실례합니다. 저희 자리 좀 옮길게요."라고 말하며 카운터 쪽에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트레이를 들고 2층으로 앞장서서 올라간다. 일반적인 카페라면 자리를 막 옮기는 건 다른 식당에서도 그러하듯이 실례니까.
"다과들이 가지는 효과가 생각보다 짧네요. 힌트 제공이나 직원의 개입은 꼭 필요할 때에만...이라는 걸까요."
2층을 둘러보던 강산은 뭔가를 발견하고 아, 하더니 어느 한 테이블로 가서 트레이를 내려놓는다.
"혹시 여기일까요? 아하, 맞네요."
앉는 부분뿐만 아니라 등받이에도 쿠션이 부착된 의자가 놓여있는 2인석 테이블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책꽂이 겸 선반도 하나 있었다. 강산은 그 테이블의 두 의자들 중 하나에 살포시 올려진 쪽지를 들고 펼친다.
[책꽂이 가운데 칸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책을 찾으시오.]
이번 쪽지는 왼쪽 아래 모서리가 두 번, 오른쪽 아래 모서리가 세 번 말리듯이 접혀있다. 강산의 표정이 슬슬 묘해진다.
"...아무리 보물찾기라지만 너무 주관적이지 않아요?"
그러면서도 일단 책꽂이를 살펴보지만. 3단 책꽂이의 가운데 칸에는 네 권 정도의 책이 꽃혀 있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지구산 로맨스판타지 소설책] [지구산 과학 서적] [장편 동화책] [가운데 칸의 천장에 붙어있는 무언가.] //13번째. 본래 의도한 두 번째 쪽지의 정답은 '책꽂이 옆 테이블'이었습니다.😅 (학창시절에 학교 도서관 책꽂이 바로 앞자리 꿰차고 책읽었던...)
토고는 책 아깝게스리 카페에서 책을 읽는 건 그다지 공감 못하겠다. E북으로 무언갈 한다? 라면.. 이해 가능할지도. 아무튼 토고는 그를 따라 자리를 이동하기 위해 움직인다. 계단을 밟으며 2층으로. 그러면서 다과를 언급하기에 토고는
"입장료의 개념으로 생각해보믄 손해보는 기도 아이다. 거기다 니 음청 맛나게 먹데?"
트레이를 내려놓은 테이블에 앉아 토고는 다음 쪽지를 읽어본다. 책꽂이 가운데 칸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책을 찾으시오.
"원래 수수께끼는 내는 사람 마음대로 아이가. 손에 쥔 아기새는 죽어있는가 살아있는가. 이런 거처럼 말이다."
출제자가 답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문제는 문제라고 할 수 있는가.. 하지만 여기는 게이트이니 정해진 법칙이 있고, 그 법칙에 따라 여러가지가 바뀌니까 어느 정도 일관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전부 다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제." "하나는 음청 옛날 소설이고, 다른 하나는 판타지고, 또 하나는 과학이네? 마지막은 동화." "보통은 과학 서적이라 생각하것지마는.. 내 볼땐 동화 같다."
토고는 동화책을 가리킨다. 이유는 주 타겟층이 낮아서. 동화를 어른이 읽기도 하지만 보통의 연령을 생각한다면 어린아이다. 카페에서 책을 읽어도 된담며 북카페의 형식을 취하는 카페에서 동화를 배치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지만, 그걸 어린아이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2층'에 배치하는 것이 미스라고 생각하기에. 거기다 다른 것들은 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동화는 장르 자체가 '동화' 이기에
"안 쏟을 자신이 있는 사람들이 그러는 거겠죠...? 하하, 음료 쏟으면 안 되는 건 종이책이나 전자기기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스콘이 맛있더라고요. 남으면 포장해갈 생각입니다."
강산은 허허 웃으며. 토고가 쪽지를 다 읽기를 기다릴 동안 앞서 발견한 쪽지들을 가지런히 모아 놓는다. 그리고 잠자코 토고의 의견을 듣는다. 조금 의아한 기색이 스쳐지나가긴 했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인다. 쪽지의 내용대로라면 어쨌든 이 책꽂이 칸 안에는 정답이 있다는 거니까.
"그러면 동화책부터 살펴봅시다. 어라?"
강산이 그렇게 말하며 장편 동화책을 꺼내는 순간... 동화책과 같이 딸려 나오는 종이 쪽지가 있었다. 잽싸게 손을 움직여 떨어지는 쪽지를 잡아채니...
[저희 찻집 '골든 클로버'는 고객 여러분의 독서 취향을 존중합니다. ;)]
[ "줄리엣! 창문을 열어주오!" ]
"허허....어쩐지 방금 문제가 너무 주관적이다 싶었는데 말이죠."
강산은 헛웃음을 지으며 쪽지를 토고에게 보여준다. 쪽지는 바로 이전 것처럼 왼쪽 아래 모서리가 두 번, 오른쪽 아래 모서리가 세 번 접혀 있다.
강산의 등 뒤로 베란다의 유리문이 보인다. 유리문 너머로 테이블도 두어개 있다. 유리문은 잠겨있지 않고 열려있다.
차라리 게이트 붕괴를 유도시켜서 무력으로 해결해볼까... 쯧. 토고는 혀를 찼다. 이미 지나간 일에 연연하지 말자는 느낌으로 토고는 다음 쪽지를 읽는다. 이놈의 쪽지도 갈갈이 다 찢어버리든가 해야지 줄리엣 창문을 열어주오. 이건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왔던 거였나? 토고는 옛날 문학은 관심이 없다. 문학 자체에 아예 라고 말을 해야겠지만. 왼쪽 아래 두번, 오른쪽 아래 세번 흠.
쪽지의 말대로라면 문을 열어야 하는 건 맞지만, 이건 줄리엣에게 하는 말이다. 또 아까처럼 괴상한 문제일수도 있으니까 토고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펼친다. 그리고 그 대사가 나오는 부분을 한 번 살펴본다.
책의 내용은 지구에서도 유명한 그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책 사이에는 쪽지들과 똑같은 재질의 종이가 끼여 있었는데, 쪽지들과는 색이 달랐으며 글자는 없고,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한밤중에 저택의 발코니로 나와 있는 여성과, 어떤 상자를 들고 저택의 벽을 올라 여성에게 향하는 남성의 그림이다.
종이가 꽃혀있는 페이지의 장면은 대략 그림과 비슷하게 로미오에 대한 설레는 마음을 읊조리는 줄리엣과 그 아래에서 이를 듣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로미오,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면서도 망설이는 장면인 듯 했지만... 쪽지에 나온 해당 대사는 없었고, 로미오가 저택의 벽을 올라온다는 내용도 없었다.
"일단 저기 바깥을 한 번 살펴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오네요."
종이를 슬쩍 본 강산이 말한다. 어디를 찾아보는 것이 좋을까?
//17번째. 해당 대사가 원작에? 있는 줄 알았는데? 서치해보니까 원작에는 없는 것 같고? 이게 다른 미디어 믹스에 등장한 대사 같은데 어떻게 수습해야하나 머리를...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