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거리며 오현의 바로 앞에 다가온 루소가 오른팔을 크게 휘두르며 안면을 노리자,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상체를 숙이며 검을 내지른 오현이 조금의 간격을 남겨두고 그의 주먹을 회피합니다. 폭풍검이 만들어진 참격의 상흔은 루소의 오른팔에 나선형으로 그어지며, 다시 한번 붉은색의 꽃이 그의 팔에 피어오릅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쓸모없는 걱정만 해댑니다 조금 얻어먹을 것이 보인다고 남에게 굽신거릴 바엔 포기할겁니다 상대방이 누구든, 어떤 위치에 있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오현은 차라리 부러진다 한들 굽히진 않을테니까요
자비없는 폭력에도 버티고 버텨 서있던, 오현은 난자한 오른팔을 보는 루소를 향해 검을 쥔 주먹을 내지릅니다.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루소의 육신이 무너지며 흙바닥을 구릅니다. 그리고 여전히 오현은 서있습니다.
" 재밌네 "
그리고, 상황을 지켜보던 토고의 샷건이 붉은 빛을 내기 시작합니다
---- 잭 루소
HP -- 공격 다이스 - 200 - 400 (단일)(격투)
특성 ㄴ 약물중독자 : 6턴 동안 무적 상태로 전투에 임한다. 모든 턴이 종료되면 사망한다 단 , 상대방의 총합 데미지가 550을 넘을 경우 1턴씩 줄어든다
강산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를 악문다. 머릿속을 지나가는 장면들이 아찔하다. 그 날 민간인들을 구출하면서 보았으니까. 그들이 자신보다 열등하다 여기는 존재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말이다. 너희가 너희보다 약한 자들을 함부로 대하고 희생시키는 걸 정당하다고 여긴다면-
"그딴 게 특권이라면 너희는 저 게이트의 괴물들과 다를 바 없잖나!"
낮게 깔린 목소리가 연주의 사이사이에 으르렁거린다. 힘을 가졌단 이유로 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든 그 괴물들과 너희 다윈주의자들이 무엇이 다르냔 말이다!
이미 지나간 일에 성을 내서 뭐하리. 꼴을 보아하니 오래 살 녀석도 아닌데 저리 말하는 것도 하루살이의 날개짓이지. 쯧. 토고는 처음부터 어떤 말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저 총성과 총성, 그리고 총성에만 귀를 기울였지. 딱 보니 각이 보이지 않은가? 영월때 있었던 일을 재현한 것 같은데 내 알빠?
강산은 영월전을 떠올립니다. 철창에 갇혀있던 수 많은 사람들, 추모비에 적힌 수 많은 이름들 특별반에 들어온 이후 강산에게 큰 영향을 준 사건을 꼽으라면 당연 영월을 꼽을 것 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눈앞에 있는 다윈주의자 망령은 강산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듭니다.
현을 튕기자 펼쳐진 마법진에서 만들어진 뇌격의 화살이 지면에 스파크를 흘리며 루소의 어깨에 박힙니다.
다윈주의자, 강산이 싸워왔고, 앞으로 싸워갈 존재들입니다. 물론 다른 세력들이 튀어나올지도 모르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합니다. 어떤 놈들이 튀어나오든 강산은 기꺼이 상대해줄것 입니다.
사라지라는 외침과 함께 오현의 검이 루소의 심장 부근에 박힙니다
" 큭! "
루소는 손으로 오현의 칼날을 붙잡으며 버팁니다. 다 죽어가는 육신에도 남아도는 약물은 루소에게 오현의 검격을 막아낼 힘을 선사해줍니다. 오히려 한손으로 검날을 움켜쥐며 버티는 루소는 손을 뻗어 오현의 얼굴을 움켜쥡니다. 흡사 과일을 짓이기려는 것 처럼 악력이 서서히 돌기 시작한 순간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루소의 손이 오현의 얼굴을 놔줍니다. 샷건이 닿을 거리까지 접근한 토고가 화염을 머금은 탄환을 난사합니다. 방아쇠를 당기고 뒤따라오는 반동을 억누르며, 펌프액션을 당깁니다 터져나가는 소리가 울려퍼질 때 마다, 루소의 몸이 힘없이 뒤로 밀려나기 시작하고, 오현은 힘껏 검을 밀어넣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발. 토고가 한손으로 뻗은 샷건의 방아쇠를 크게 당기자, 루소의 팔과 다리가 엉망이 되며, 오현의 검이 루소의 심장을 관통하여 벽에 처박습니다.
피를 토해냅니다. 누가 보더라도 마지막이라는 문장이 어울릴 법한 장면입니다. 폭풍검의 일검은 루소의 심장을 관통하고, 그 위에 작게 불어오는 바람이 쓸쓸히 그의 최후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잭은 웃고 있습니다. 약에 취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무언가를 알고 있기 때문으로도 보였습니다.
" 햐아 "
그는 숨을 내뱉습니다. 잭의 얼굴에는 선선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나고, 오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 순간.
띠. 띠. 띠...
쾅!!!
갑작스럽게 일어난 폭발을 강산이 마도로 막아냅니다. 망념이 제법 차오른 듯 구역질이 올라왔으나, 망념보다도 강산의 속을 뒤트는게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