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놈들도 사람이니께 꿈이 다 거서 거일거다. 사람을 지키고 싶어 할수도 있제, 떵떵 거리면서 살고 싶을지도 모르제. 아님, 지 욕심, 복수, 열망, 뭐.. 사람이 꿈꾸는 거랑 다 같지 않겠나?"
토고는 그의 말에 대답했다. 난 놈들의 꿈. 그것은 의외로 우리들이 꾸는 꿈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좀 더 나아지고 싶다던가, 좀 더 무언가를 하고 싶다거나. 결국엔 향상심이다. 욕심이기도 하고 욕망이기도 하고 더 나아지고 싶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토고는 그런 생각을 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점마들이나 내나 별 다를 바 읎네.'
지금와서야 이런 생각을 하지 옛날의 자신이었다면 그 꿈은... 음, 토고는 거기까지만 생각하기로 했다. 더 생각해봐야 맛도 없다.
"니는 음악만 딩가딩가 안 하믄 장난 아닐긴데? 가끔은 좀 나서고 그래봐라. 아님, 한 손으로 딩가딩가 하다가 다른 손으로는 마도 써가꼬 불이나 뽕뽕 날리는 거 아이가? 크크.."
토고는 슬슬 배가 부른지 젓가락을 움직이는 속도가 조금 느려졌다. 오히려 고기 보다는 막국수를 먹으며 기름진 맛을 중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조금씩 깨작깨작 먹는 속도가 되어 갈 때즈음, 이제는 김이 조금 빠진 콜라를 마시고는 웃으며 대답했다.
"고건 조금 힘들기다. 다 데리고 졸업하는 거. 니도 알겠지만 우리들은 UHN한티 목줄 잡혀 있지 않나? 그런 이상 무사히 졸업은 힘들기다."
토고는 현실을 말해주다가 잠시 후, 다시 입을 연다.
"길드화 되면... 혹시 모르제. UHN에서 팽 해버려도 갈 곳이 있으니께 거서 새출발도 할 수 있을기다. 지금은 힘들겠지마는. 크크.."
사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그의 꿈은 가장 이루기 쉬운 꿈이다. 막연하지 않고 정확한 목표가 있으니까. 하지만 또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루기가 가장 힘든 꿈이다.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닌, 모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니까. 진짜 욕심이라 할 수 있는 그 꿈에 토고는 질문을 던진다.
그 말이 신호가 되듯 손쉽게 문은 열렸다. 환자에 대한 부담감은 일절 찾을 수 없었으며 주저조차 엿볼 수 없었다. 열린 문 사이로 사붓 발을 내딛은 소녀는 새하얀 머리에 얌전히 주름 잡힌 동양풍의 차림이었으나 초면인 준혁에게는 영 낯선 모습일 것이다. 피차 낯설기는 똑같다.
"특별반 현준혁. 그것이 네 이름이 맞아?"
탁.
열린 문을 닫으며 소녀가 준혁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와 동시에 문을 향했던 흰색 눈동자가 정확히 계산된 듯이 준혁에게 시선을 던졌다. 놀라지도 못할 정도로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무기질적인 흰 눈이 깜박이지도 않으며 준혁의 신분을 확인하듯 응시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섬뜩하기도 할 것이다.
"틀리다면 실례했어. 금방 나가줄게. 맞다면 잠깐 실례할 거야. 문병을 왔거든."
병문안 선물 같은 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만, 빈손인 게 여과없이 보이는 것치고 소녀는 표정에 부끄러울 것도 꿀릴 것도 없어보였다. 악의는 0%였기 때문이다.
토고가 그가 모르는 게 있다는 듯 고개를 젓자 강산은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이지만...길게 찢은 배추김치에 수육 한 점 말아 입에 밀어넣으면서 그가 하는 말에 주의를 기울인다. 비관적인 이야기가 나올까봐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그렇진 않았다. 강산은 곧 그의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하, 듣고 보니 그렇군요. 템빨은 어찌 아셨습니까? 아무튼 여차하면 그러는 것도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냥 도와달라고만 해선 안 도와주시더라고요."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약간 토고의 예상 밖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영월 습격 작전을 앞두고 강산은 어머니인 주혜인에게 연락했었다. 도움을 요청할까 생각했지만 그 때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었다.
"아마 저도 이제 만으로 열아홉이니, 명가의 이름이 가지는 무게를 이해하고 어떤 도움이 얼만큼 필요한지 잘 생각해보고 오라는 것이겠지요. 무엇이 필요한지 명확해지면 그 때 저는 주저하지 않고 도움을 요청할 겁니다."
그땐 강산이랑 주혜인씨 관계가 좀 서먹한? 그런 느낌이었는데. 강산이라면 죽을 수도 있는 임무니까 엄마한테 연락은 해보겠지 하고 전화했었거든요. 그래서 주혜인씨랑 (강산이 딴에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을...) 대화를 하느라...본가에 헬프를 칠 수 있단 생각은 좀 늦게 떠올렷습니다. 준혁이가 북해길드의 협력을 따내는 거 보면서도요...(...) 그러다가 타임리밋 다 되었던가 그랬을 거에요. 이미 준혁이가 아빠랑 얘기 끝내고 상당히 많은 협력을 얻어내서 정주 주가 쪽에서 더 거들 것도 없어보이는 상황이기도 했고요....?
동양풍의 차림도, 소름끼치는 시선도 조금도 식별하지 못하는 소년은 소녀의 시선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들어온 소녀를 향해 시선을 두며 최대한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한쪽만 남은 눈으로 시선을 고정하였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녀의 얼굴에 하얀 물감이 치덕거린 듯,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필터로 가려진 것 처럼 느껴졌기에 소년은 아마도 소녀가 다시 방문해도 알아보지 못할것이 분명했다.
" 특별반, 그래 여명길드의 현준혁이 맞아 "
소년이 이곳에 있었을 때의 이름은 현준혁이다 게이트에서 몇년간 지내면서 불렸던 이름은 접어두었다 이곳에 있을 땐 현준혁이다
" 찾아와준 것 만으로도 고마워, 우리 많이 친했던가? "
상당히 심각한 정신적 기벽은 소녀가 어디 출신이었는지, 누구 였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초면이라는 것 조차 확인하지 못할 정도로 소년은 망가져 있었다.
"이쯤 되면 다들 장인 등급 하나씩 들고 있지 않나? 여기저기서 장인 등급 파장이 느껴지는데 말이다. 크크.."
토고는 이제 슬슬 일어나고 싶어서 자신이 먹은 것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조금 많이 남은 족발은 랩을 펼쳐두고 거기에 얹어 랩으로 칭칭 감고 접시 위에 올려 냉장고에 올려두고 누가 빼먹지 못하게 그 앞을 커다란 김치통으로 가린다. 뼈다귀 같은 것은... 살코기가 붙어있으면 음식물 쓰레기쪽인가 아님 뼈니까 일반 쓰레기인가 몰라. 그냥 일반 쓰레기로 버리고
"그라믄 간단하네. 네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이제 고민만 하믄 되지 않나? 내는 그런 가문의 아가 아니라서 무게는 몰라도 지금 나한티 있는기랑 없는 거 구분은 잘 한다. 니도 함 그래봐라. 버릴 거 버리고, 얻을 거 얻고는 거 말이다. 때로는 타협해야 할 때도 있으니께 말이다."
아무튼 자신이 먹은 것을 대충 정리한 토고는 그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잘 먹었다 싶었지 방으로 돌아가려고 하며 그에게 말한다.
맞다고 확인 받자마자 소녀는 자박자박 걸어오더니 간이 의자를 끌어와서 풀썩 위로 앉았다. 긴 소매와 큼직한 옷자락이 공기 저항에 의해 잠깐 부유하듯 천천히 내려앉는 건 꽤나 인형 같은 광경일 텐데도, 준혁이 보지 못하니 소용이 없고 소녀도 논리적으로 시력에 문제를 겪는 준혁의 상태를 알아차릴 정도의 족족히 객관적인 정보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마치 장막이 가로막고 있는 듯한 객관적으로 불편한 상황이다. 소녀는 모든 것을 흐리게 만드는 장막 너머로 고개를 살며시 기울일 뿐 여전히 눈을 깜박이지 않았다.
"글쎄. 내 기억에 너는 없어. 내 기억은 길어야 한 계절도 넘지 못하니 만족스러운 대답을 돌려주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겠네."
다들 안녕하세용.. 그리고.. 정말 죄송하지만, 토고주랑 하고있는 지금 일상을 혹시 좀 물리거나.. 그럴 수 있을까요..? 제 머리로는 더 이을 것에 관해서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너무 붙잡고 며칠 이상 지나면 일상 하나를 붙잡고 있는 것으로 부담가지실 것 같고 저도 이전 레스조차도 잊어버리고 더 안 나올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