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이다. 씨알도 먹히지 않을 변명. 논리적인 척 이리저리 조건을 재고 통계치를 들이대었지만 그녀가 아는 그라면 이미 제가 알맹이는 빈 폐기물을 주워 이리저리 깎고 왜곡하여 보기 좋게 만들어 포장했다는 것을 알고도 남았다. 그럼에도 별 묘안이 없기에 여인은 수많은 신도를 이끌어 온 모습 그대로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의 눈을 피하지 않고 바라본다.
그리고 역시나 그는 그녀의 어설픈 연막에 속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당신과는 왠만해서 이러고 싶지 않았지만 마츠시타 린은 그녀의 생각에도 퍽 양심이라고는 없는 여자였다. 제 신과 신도, 그리고 얼마되지 않은 몇몇 인물을 빼놓고 정을 주어서는 안되며 기대하지도 않는 독부는 처음 남자를 만났을때처럼 당황하는 대신 이미 예상했다는 듯 조소를 지으며 매몰찬 말을 내뱉기 위해 입을 연다.
아무에게도 기대하지 않는다. 아무도 믿지 않는다. 나의 구원자는 오로지 나의 신뿐. 두 번 죽은 마음이 다시 소생할 일은 없을테니. 하지만 당신은 언제나 인간찬가를 말하고는 했다. 상처입은 어린아이가 애정을 갈구해도 받아주는 상냥한 세계가 오도록 당연히 어른이 노력해야한다 말하던 당신이 우습기도 했고 솔직히 조금은 좋기도 했으며 한편으로는 내가 가지고 싶었지만 가질 수 없었던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듯하여 밉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의 손을 잡을 수 없었던 나는 당신을 이렇게 몰아세울 수 밖에 없기에 차라리 세상에 휩쓸려 마음을 저버린 어린아이가 아닌 천성부터 나쁜 사람으로 나를 기억해줘요.'
마음 편하게 마츠시타 린을 원망해. 그녀에게 속은 사람들이 그러했듯.
-까짓거 해주마
하아? 예상치 못한 말에 린은, 나시네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무슨 말을 하느냐는 듯. 뻔히 함정이 있는 것을 알면서 무슨 바보 같은 말을 하냐는 듯 온갖 의미를 담은 눈길을 그에게 준다.
"당신, 바보에요? 난 지금 시윤씨를 사지로 보내겠다고 말한거에요."
이미 오래전에 격식따위 버린사이라 나시네는 대놓고 바보라 그를 칭한다 이미 시작부터 준비하면서도 걸리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뻔한 함정, 정 되지 않는다면 그가 여태 말한 대의를 비웃으며 돈이 급했던 헌터 무리를 강제로 보낼 생각이었던 터라 어차피 처음부터 희망따위 품지 않았던 작전이다 그런데 그는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일까. 그리고 들려온 그의 대답에 여인은 말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 지극히, 그 다운 대답이라.
"정말이지.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시윤씨는 세상에서 제일 얄미운 아저씨에요." "희망을 놓고 죽어버린 내게 계속 너는 살아있다고 얘기해주니까요 심장이 뛰어 느끼는 아픔이 무서워서 도망친 내게 내가 겁쟁이라는걸 계속 상기시켜 주니까 난 당신이 미웠어요."
나시네는 거칠게 제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손을 흘겨보다 매몰차게 보이지만 실질적인 힘은 들어가지 않은 손으로 떼어놓는다.
"지금이라도 그저 나를 나쁜 아이로 생각해주면 안될까,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야 그나마 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서."
가지마. 바보 멍청이 아저씨야.
여인은 서서히 어색하게 그러나 부드럽게 웃으려 노력하는 것처럼 입꼬리를 올린다. 그러다 이내 젖은 눈을 감고 다시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와 그를 바라본다. 역시나 우는거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나 웃는것도 이상했다. 하지만 평소처럼 틱틱대기도 싫었기에 나시네는 순간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붙잡는다. 내가 하고 싶은 한 마디는
"같이가요."
둘 이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는 나 답지 않게 믿어보고 싶었다. 당신이 그러했듯.
"그리고 돌아오자고요. 만약 당신이 진짜 죽으면 왠 드래고니안한테 신도들이 호되게 당할지도 모르니까 그 꼴은 사양하고 싶네요."
여인은 드디어 믿을 수 있게된 그를 보며 맑게, 어릴적에 제 가족을 보며 미소 짓었듯이 자연스럽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