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는 오랜만에 교실에 들렀다. 이는 별 거 아닐지 몰라도 무언가에 집중하려면 그에 걸맞는 장소에 있어야 한다는 토고의 철학은 아니고 적어도 교실에 있으면 뭐라도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대곡령에서 귀환한(웃음, 본체는 아직 거기 있지만) 토고는 교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허공을 붕붕 가르고 있는 꼬리를 발견했다.
'허메, 이 뭐꼬? 이제 하다하다 파충류까지 왔나?'
유하가 들으면 불쾌할지도 모르는 생각을 한 토고는 가만 그 광경을 보다 앞으로 걸어가며 말한다.
"뭐꼬, 선객 있네?"
마치 태연하게 토고는 누가 먼저 왔었네? 같은 의미의 말을 하고는 유하에게 다가갔다.
"니 뭐하는데?"
교실에 온 적이 거의 없은 토고는 특별반의 교실의 박살난 물건들이 새것으로 교체 됐다는 걸 알지 못했다.
높은 영성의 향기가 나는 대화문에 유하는 지적인 호기심이 일어나며 가볍게 물어보았다. 내가 아는 다른 전위는 안 이러던데.
" 그래 맞아, 번개라는 개념은 전하의 흐름이고, 이는 상대적으로 고전압이 저전압인 공간과 평형을 맞추려는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라서 이동하게 되는 법이지. 나의 말은 틀리진 않았지만... 문제는 이제 전압의 제어지. 삼투압처럼 주변과 평형을 맞추려고 방사하려는 성질을 제어하는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그 복잡한 제어에 드는 마도적 설계가, 단순한 출력보다 더 낮은 망념으로 더 높은 파괴력을 갖는게 가능할까? "
거의 말하자면 누군가는 뼈 빠지게 고생하고 있는데 요놈은 이리 쉬고 있으니 얼마나 배가 아픈교 같은 헛웃음...에 가까웠다. 물론 토고 본인이 해야 하니까 하는 일이고 이 일로 스트레스가 쌓였지만 그걸 해소하지 못해 일부러 하는 행위였지만 말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질투. 토고 본인도 이렇게 쉬고 싶다는... 별거 아닌 질투..!
"오야. 내 모르나? 토고 쇼코다. 니 편입생이가? 허마야.. 내도 편입생인데. 여 사람들 정보가 진짜 읎네."
토고는 혀를 쯧 찼다. 이래가지고 길드가 되겠는지 의심스럽다는 의미였다.
"내? 내는 올만에 수업 들으러 왔다. 우차피 원격으로 다 볼수있지마는 기왕이면 학습장소다운 곳에서 수업 듣는게 효율 더 좋지 않겠나?"
토고가 말한 정보는 누가 오면 누가 왔다, 누가 가면 누가 갔다. 이런 소통을 뜻했지만, 오해는 풀기 귀찮다! 토고는 설비가 바뀌었다는 말에 헬멧의 기능을 이용해 교실을 스윽 훑어보고는 "하이고마, 여는 사람도 없는데 뭣하러 자주 바뀐다냐." 하고 짧게 읊었다. 계속 서 있기엔 앉고 싶은 토고는 적당히 근처 책상에 걸터 앉았고 팔짱을 꼈다.
"내? 인성학, 의념학, 길드 운영과 법률 뭐 그런 종류다. 니는? 마도사라 카는 거 보면 기초 마도? 아님 전투학이가?"
"아서라 아서. 내 이름 딱 보믄 모르나? 일본에서는 초면부터 이름으로 부르면 대다수 기분 나쁘게 생각한다."
물론 토고는 이채준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본인의 국적을 따지라한다면 신한국인이라 말하겠지만 이럴 땐 이런 변명이 필요한 법이다. 토고는 머릿속으로 그녀의 말에 어떻게 속일까 궁리를 하다가 입을 열었다. 어차피 헬멧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표정이겠지만, 진정한 연기는 가면에서 시작된다고... 토고는 방금 지어냈다.
"내? 딱 보믄 모르나? 돈 굴리는 아다. 그러니까 반 아들 가치 정돈 파악해야 하지 않겠나?"
따지고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틀린 말. 거짓속에 진실을 숨기고 진실에 거짓을 섞어야 잘 들키지 않는 법..이라고 토고는 생각한다.
"이야, 학구열 대단하네. 궁금하믄 교관실 가가 수업이 무슨 내용을 강의하는지 물어봐라. 집중하는데도 망념 드니까 기왕이면 좋은 거 듣는게 낫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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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고는 회계라는 직책이 싫었지만... 정확히는 귀찮았지만..! 본인이 아니면 맡을 사람도 없으니 어쩔수 없이 맡은 거였다. 무엇보다 대련에서 지기도 했고... 정답을 알려준 토고는 그 정답의 대가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바로 그녀가 당황하는 모습이 썩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처음 마주할때와는 다르게 싱글벙글 천방지축한 모습은 사라지고 잔뜩 긴장한 그 모습. 크.... 토고는 이래서 사람 놀리는걸 끊을수없었다.
"크크크... 기냥 가라. 가서 예의있게 말만 잘해도 반은 읃어묵고 간다."
헬멧의 음성변조기능(실제 아이템 효과로는 없다!! 오직 일상이기에 가능!!!)을 사용해 목소리를 넷아이돌 쇼코쨩으로 바꾼 뒤
"교관님, 이번에 편입생으로 들어오게 된 학생입니다. 커리큘럼을 통해 각 수업에 대해 들었지만 교관님께서 가르치는 수업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 바쁘신 와중에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잠시 시간 괜찮으신가요? 바쁘시다면 다음에 찾아오겠습니다."
"아직은 신생 길드라 별 거 없다. 회계도 이 모양이고 그래가 내 길드 운영과 법률 배우라 카는 거 아이가?"
크크.. 토고는 짧게 웃었다. 그 웃음엔 여러 의미가 포함되어 있지만 짧게는 자신의 신세 한탄. 길게는 기왕 한거 잘 해보자는 그런 다짐이 포함되어 있었다. 자신의 등을 두드리는 그녀의 손길에 "참나..." 짧게 중얼거리고는 "됐다 마, 그래도 니한테 동정 받을 처지는 아니다." 라고 확실하게 선을 긋는 토고.
"그래서 누구 찾아갈긴데? 담당수업 교관 이름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
브이자나 처음에 봤던 꼬리 방방이부터가 조신하지 않다는 증거이지만 이건 이거대로 재미있는 소식이 들려올것 같아 지적하지 않은 토고였다.
투쟁과 용맹의 신, 마르스의 축복이 담긴 팔찌. 투기장의 승자에게 용기와 영광을 기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다. 착용하고 있으면 이따금 팔에 느껴지는 뜨거운 온기는 착용자에게 용기를 복돋아준다. 용기 없는 자는 투기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투기장의 투사는, 그 날의 명예를 독점할 수 있을 것이다. ▶ 숙련 아이템 ▶ 투사여, 영광을 독점하라! - 착용 시 명성 + 1 ▶ 그러나 그 용맹은 다음 열기에 휩쓸릴지니. - 게이트 탐색 시 강적 출현 확률이 증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