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웃음짓자 작게 패이는 주름마저 일순이었고, 아름다울 뿐이었으니. 세상은 이다지도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아름다운가 하면, 누군가는 타고나길 천중일재, 만중일재로 태어나니. 그런 생각을 할수록 이 세상에서 평범한 범인으로 태어난 것 때문에 신이 원망스러워 지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오히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르겠고.
"거짓을 고하지 않을 수는 없는 법이지요. 무림에서는 더더욱. 애초에, 무림이란 원래 그런 곳이니."
단호하게 말하려다가도, 재하의 눈빛을 보고는 차마 그럴 수가 없었을까. 사람의 마음을 약하게 하는 외모 하며, 애초에, 저 눈빛은 뭐란 말인가. 인생에서 굴곡이 많았던 사람의 눈빛이다. 평이한 인생만을 살았다면 저런 표정을 짓지도 않았을 것을. 지원은 잠시 입을 다물고는 조용히 재하를 내려다보았다. 나만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약조해달라는 말까지 이어지자 그는 피식 웃음을 내뱉었다. 정말 무리한 요구 아닐까. 이 험한 중원 무림에서 거짓을 고하지 않겠다고, 무림인에게 약조해달라니.
"허무맹랑한 약조입니다. 애초에 그것을 약조하는 순간, 이미 거짓을 하나 쌓는 것이나 다를 바 없지 않습니까."
거짓을 고하지 않겠다는 약조가 약조 이후의 첫 거짓말이 될 터였는데. 하나마나한 약조를 굳이 할 이유는- 없다. 아니,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하가 쓸쓸함 드러내며 어리광을 부리니 마음이 살짝 흔들리는 것도 사실. 그 하나마나한 약조를 위해서, 본인부터가 이미 남의 마음을 거짓으로 흔들고 있으면서, 누가 누구에게 약조해달라는 것인지. 쓰게 웃었지만 결국 사랑스럽고 달콤한 미소에 반쯤 넘어가 한숨을 내쉬었다.
"...좋습니다. 약조해드리지요. 적어도, 공자 앞에서는 거짓을 고하지 않겠노라고."
이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애초에, 그 역시 거짓을 즐겨 하는 타입은 아니었으니 이정도 약조는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고. 애초에 거짓말 따위의 뒤에 숨는 것은 제 취향이 아니었으니... 어쩌면 거짓말을 안 하겠다 약조한 것이, 본인의 성격에 더 잘 어울리는 길이었을지도.
"기억이 가물하군요. 제게 노래를 바친 것은 기억하고 있으나, 그게 무슨 노래였는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재하가 짓궂은 소문 흘리자 몸을 움찔거리며 큭. 하고 웃음을 흘렸다. 이런, 방심할 수 없는 분이다. 진심으로. 지원은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잔을 받아든다.
"이거 오해입니다. 저는 남색을 즐기지 않습니다. 그저 마음에 맞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할 뿐."
하지만 어느 쪽이든, 재하 공자께서는 조심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라며 제 역시 짓궂게, 재하를 빤히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짓궂음에서 밀리고 싶지 않은 건지, 아니면 진심인 건지...
아무렴 무림 그러한 곳이다. 무림에서 진실을 고하는 것만치나 멍청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목숨이 아깝지 않고 그만큼 경지가 높은 자가 아니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재하 그 사실을 치가 떨리도록 싫어하고, 또, 두려워한다. 진심이라는 말에 포장된 거짓만큼 끔찍한 것은 없다. 돌아오겠다며 돌아오지 않던 채연 누이, 가르쳐주겠다며 가르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나 노인, 진심으로 너를 위한 것이라 했으나 진심이 아니었던 루주, 그리고 이 어둡고 습한 곳을 같이 나가자며 먼저 떠나버린 당신. 재하 그렇기에 더 필사적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당신마저 벗이 되어주겠다 했으면서 이 중원을 떠나 깨져버린 보석과도 같은 텅 비어버린 눈을 하면, 다시금 상실 마주하면 이젠 어떻게 될지.
재하 침묵하며 눈을 들어 제 벗 마주한다. 입 다물고 내려보는 시선에 마주 보듯 눈만 든다. 약조해야 한다. 그 약조가 통하지 않을 것임을 알지만, 그래도 이렇게 보증되는 구언이라도 들어야 할 것 같다. 제 벗 웃음을 뱉으며 허무맹랑한 약조라 하자 재하 입술 다물고, 눈 내리 깐다. 거짓을 하나 쌓는다 하여도 그 거짓말을 바라는 걸 알기나 할까? 제가 이리도 매달리는 이유를 모르겠지, 모르는 것이 나을 것이다. 사랑스럽고 단 미소는 재하 미모가 있기에 제법 효과 있는 것인지라, 약조를 받아내자 그 미소 점점 밝아지더니 말갛게 작은 쾌재 미소에 번진다.
"약조하신 것이어요." 천마님께서도 들었을 테다. 이 약조로 오늘 하루를 더 살아갈 수 있으리라. 재하 한편에 놓인 두강주 병 들다 노래를 바친 것 기억하고 있단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어떤 노래였는가는 제 자신이 정확히 기억한다. 하여 나긋이 답한다. "과거 도련님께서 주무실 적 불러드린 것은 귀비취주렵디다." 그리고 잔 따를 적에는 "이전번 말하였던 근심 푸는 것은 두강주요, 그 구절 조조가 지은 시기도 하지요." 여전히 술은 튀지도 않고, 맑은 소리 나는 법을 안다. 날이 갈수록 갈고닦았는지 이젠 잔에 퍼지는 물결도 세지 않다.
"공자, 도련님도 참. 그리한다고 이리도 계집 다루듯이 하시렵니까?"
짓궂게 바라보는 미소와 작은 경고에 재하 눈 동그랗게 뜨인다. 기울이던 병 주둥이 바로 세우며 옆 소반에 놓인 잔에 제 몫의 술도 따르니, 이 즉슨 대작對酌이다. 한낱 기녀 흉내 내는 것이 어찌 대작하냐 타박한다 한들 굽히지 않을 것임은 확실하니, 제법 맹랑해졌다 할 수 있겠다. 농을 지껄이길 일순이요, 재하 먼저 잔 권유하며 다소곳하게 자세 유지한다.
"다시금 고하나이다. 7년간 소마, 공자님이 참으로 그리웠으니, 오늘 밤은 마시고 취한다 한들 달도 숨죽여 아무것도 못 본 체 하렵디다."